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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그리고 척추동물의 진화
매슈 F. 보넌 저/황미영 역/박진영 감수 | 뿌리와이파리 | 2018년 11월 28일

책소개

뼈, 그리고 ‘뼈대 있는 집안’ 척추동물의 5억 년에 걸친 진화를 그려주마!
―호두까기와 가위, 테니스공과 우주복, 카메라 렌즈와 머그잔에 담긴 커피,갑옷과 소켓렌치, 자동차의 차대와 기어와 바퀴로 푸는 진화의 기계역학


5억 4000만 년 전의 ‘캄브리아 대폭발’ 때, 이미 연골이 있었다. 5억 년 전에는, 상아질과 사기질, 그러니까 이빨을 이루는 딱딱한 성분을 가진 5~7센티미터 길이의 코노돈트가 있었다. 그리고 4억 8000만 년 전, 진정한 의미에서 뼈가 있는 최초의 척추동물, 피부가 껍데기로 이루어진 ‘갑주어류’가 나타난다. 이윽고 4억 5000만 년 전, 입과 아가미주머니를 지탱하는 연골질의 인두궁에서 턱이, 그리고 아마도 위가 턱과 함께 생겨난 이후, 척추동물의 골격은 눈부신 진화의 길을 달려왔다. 그런데, 뼈란 무엇인가. 뼈는 척추동물에게 왜 그토록 중요해졌을까. 공룡은, 거북과 뱀은, 상어와 농어는, 그리고 인간과 원숭이는 왜 그렇게 생겼으며, 어떤 원리와 무슨 이점이 그런 골격의 진화를 추동했을까.

목차

머리말

제1부 기초 닦기
1. 들어가며: 척추동물과 자동차는 어떻게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가
2. 심원한 시간으로의 진화, 해부구조의 내력

제2부 척추동물 몸틀의 기원과 초기 진화
3. 척추동물의 기본 몸틀 유추하기
4. 골격의 진화

제3부 유악 척추동물의 몸틀과 어류 몸틀의 진화
5. 유악 척추동물의 몸틀: 첫걸음
6. 판피어류와 연골어류
7. 경골어류 1탄
8. 경골어류 2탄

제4부 척추동물의 몸틀, 육지로 이동하다
9. 사지동물의 몸틀: 첫걸음
10. 사지동물 몸틀의 과도기
11. 양서류의 몸틀
12. 양막류의 몸틀: 첫걸음, 그리고 진정한 양막류가 등장하기까지

제5부 비늘로 뒤덮이다 I: 초기 파충류부터 바다 괴물에 이르는 파충류의 몸틀
13. 일단 현대 도마뱀과 투아타라로부터
14. 초기 파충류와 거북
15. 뱀과 해양 파충류

제6부 비늘로 뒤덮이다 II: 시대를 지배했던 지배파충류의 몸틀
16. 지배파충류의 몸틀 1탄: 현대의 지배파충류
17. 지배파충류의 몸틀 2탄: 지배파충류의 자세와 다양성에 대한 첫걸음
18. 지배파충류의 몸틀 3탄: 익룡과 공룡, 그리고 조류의 기원

제7부 털에 압도당하다: 포유류의 몸틀
19. 포유류의 몸틀: 첫걸음
20. 포유류 몸틀의 진화
21. 뇌, 젖, 그리고 포유류의 현대 방산군

감사의 말/ 부록: 시간 카드/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배아기의 형질상태와 유전적 형질상태, 해부학적 형질상태를 비교해보면, 척추동물은 ‘후구동물’이라고 알려진 흥미로운 동물군에 속한다([그림 3.1]). 이러한 후구동물들은 소화관이 문자 그대로 아래에서 위로 발달하는데, 발달과정에서 항문이 먼저 나타나고 입이 그보다 훨씬 나중에 나타나는 식이다. 이는 곤충을 비롯해 입이 먼저 발달하는 다른 여러 동물들의 발달과정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후구동물 중 하나로 극피동물이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불가사리와 성게, 바다나리, 해저에서 굴을 파고 살며 벌레와 비슷하면서도 특이하게 생긴 생물체인 반삭동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우리 척추동물은 곤충보다는 불가사리와 더 가까운 공통조상을 공유한다.(60쪽)

인간과 대부분의 척추동물은 코에 ‘콧구멍’이라고 하는 구멍이 한 쌍 있다. 하지만 먹장어와 칠성장어는 콧구멍이 가운데에 하나밖에 없다. 이 콧구멍 끝에는 주머니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 주머니 안에는 민감한 후각신경 말단이 수천 개나 들어 있다. 냄새를 맡으면 물을 통해 그 하나의 콧구멍으로 냄새가 전달된다. 인간과 달리 먹장어와 칠성장어의 콧구멍과 후낭(콧구멍과 연결된 주머니)은 호흡과 아무 관련이 없다. 먹장어와 칠성장어는 냄새를 맡을 때 빨아들인 물을 아가미로 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은 콧구멍과 후낭만 드나들 뿐이어서 이 원시 척추동물들의 코는 냄새를 맡는 데에만 사용된다.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하지만 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는 나중에 살펴보겠다.(79쪽)

이제까지 말한 내용을 요약하면, 척추동물의 턱은 초기의 몇 개의 인두궁에서 진화했다. 턱을 이루는 주요 요소는 위의 구개방형연골과 아래의 멕켈연골이다. 턱 뒤에서는 또 다른 인두궁이 설궁으로 발달했는데, 설궁은 위의 설악과 아래의 여러 설골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설골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아래에 있는 설골은 일반적으로 음식을 삼키거나 혀를 고정하거나 턱을 벌리는 근육을 부착하는 데에 관여한다. 유악 척추동물은 턱 외에도 해부구조상의 여러 형질을 변형시키거나 새로 발달시켰는데, 그 결과 이들은 더욱 다양해지고 번성했다.(130쪽)

연골어류의 연골은 인간의 코끝이나 외이(바깥귀)에 있는 연골과는 다르다. 연골어류의 연골은 전문용어로 ‘프리즘 연골’이라고 부르는데, 연골에 뼈와 비슷하며 칼슘이 풍부한 섬유가 많고, 그 섬유들이 연골 안에서 프리즘처럼 뻗어나간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상어의 연골은 인간의 코끝보다 훨씬 강하며, 속이 빈 곳이 많아서 골격이 가벼워진다. 이는 경주용 자동차의 차체가 가벼운 섬유유리로 이루어진 것과도 어느 정도 유사하다. 경주용 자동차는 플라스틱에 유리를 보강한 차축 덕분에 강도는 커지고 전체 차대의 무게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상어의 골격 중에서 가장 석회화한 부분은 예상대로 턱이다.(172쪽)

마침 좋은 음식 얘기가 나왔으니, 여기서 진골어류의 한 예로 농어류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도록 하자([그림 7.8]). 진골어류는 다른 조기어류보다 두개골의 운동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진골어류는 앞서 얘기했던 두개골이 열리고 닫히는 메커니즘 전부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상악골을 이빨 없는 지렛대로 변형시켜 먹잇감을 향해 전상악골을 두측과 상방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농어류와 같은 진골어류가 입을 벌리면 상악골이 수평에 가까운 위치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위치로 움직이는데, 그 결과 전상악골이 앞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제는 입으로 먹이를 물 때 상악골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전상악골이 커졌고, 그 내부에 이빨이 달리게 되었다. 농어류와 대부분의 진골어류는 입을 벌리면 앞으로 튀어나오는데, 이때 단면을 보면 원형이다. 이는 길게 늘일 수 있는 빨대와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입을 벌리는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금붕어나 농어 등의 많은 진골어류는 먹이를 먹는 모습이 키스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209-210쪽)

그 결과 잘못된 믿음이 여럿 생겨났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5초의 법칙이다. 금붕어 등의 진골어류는 기억이 5초 동안만 유지된다는 것이다. 금붕어는 어항을 언제 마지막으로 돌았는지 기억을 못하기 때문에 돌 때마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는 농담도 있었다! 하지만 (…) 모든 척추동물은 기억을 저장하고 처리하는 대뇌의 여러 부위를 비롯해 뇌구조가 동일하다. 이런 여러 부위의 크기와 복잡성은 척추동물군마다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기억을 못하는 물고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 진골어류는 할리우드나 워싱턴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뇌가 크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213쪽)

개구리의 변태는 모든 진양서류 중에서 가장 극적이다. 변태하는 동안 사지는 커지고 꼬리와 내부 아가미는 사라지며 유생기의 소화계는 육식에 적합한 형태로 단순해진다. 개구리는 일단 변태가 시작되면 아주 빨리 진행되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변태 중인 개구리는 꼬리와 뒷다리가 모두 달려 있는데, 뛰어오를 때 꼬리가 동작을 방해하는 탓에 제대로 뛰어오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생기와 성체기 사이에 끼어 있는 개구리는 포식동물에게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 된다.(338-9쪽)

인룡류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미추에 ‘절단지대’가 있다는 점이다. 포식동물에게 꼬리를 잡히면 꼬리를 잘라버릴 수 있는 것인데, 이를 ‘꼬리의 자기절단’이라고 부른다. 많은 도마뱀은 꼬리를 잡혔을 때 일련의 생리적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 절단지대 중에서도 꼬리가 잡힌 지점의 바로 앞에서 척추가 쪼개진다. 그리고 동시에 꼬리에서 절단된 혈관이 쪼그라들며 닫혀서 혈액이 과도하게 손실되는 것을 방지한다([그림 13.5]). 꼬리근육은 일단 꼬리가 잘리면 서로 쉽게 분리되도록 마디로 나뉘어 있다. 도마뱀이 하루라도 더 살아보겠다고 허둥지둥 도망치는 동안 떨어져나온 꼬리 끝은 팔딱거리거나 꿈틀거리며 포식동물을 교란한다. 대부분의 도마뱀은 꼬리가 그렇게 잘린 후에 다시 생성되지만 새롭게 생겨난 꼬리에는 척추뼈가 없다. 대신 새로 난 꼬리는 막대처럼 생긴 연골질이 피부 속에 묻혀 있다.(406쪽)

뱀이 먹이를 삼킬 때 턱이 ‘빠진다’느니 ‘떼어진다’느니 하는 온갖 잡소리는 잊어버리는 게 좋다. 방금 설명한 머리와 턱의 여러 움직임이 가능한 것은 일반적인 뱀의 경우, 머리 양쪽에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여덟 개의 두개골 관절이 있기 때문이다. 상악골과 구개익상골은 서로에게 구애받지 않고 앞이나 뒤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뱀의 머리는 먹잇감 위를 말 그대로 걸어다닐 수 있는 것이다. 위턱에 따로따로 움직이는 네 개의 포크가 붙어 있어서 돌아가며 스테이크를 입속으로 밀어넣어준다고 상상해보자([그림 15.3]). 대부분의 유악 척추동물은 치골이 하악결합부에서 입 앞쪽과 연결되거나 융합된다. 뱀의 경우, 여러 치골이 각자 따로 움직이면서 벌어진다. 하악결합부의 자리에 있는 근육과 인대, 피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461쪽)

그런데 뱀은 어쩌다가 배추가 120개가 넘고 사지가 없는 동물이 되었을까? 여러 연구에 따르면, 혹스 유전자의 발현 시기에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뱀의 사지가 없어졌고 체절형성 유전자라는 다른 세트의 유전자가 더 자주 발현되면서 척추뼈가 엄청나게 많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사지동물에게는 늑골이 달린 배추를 만들어내는 세 개의 혹스 유전자가 동시에 활성화하는 일부 영역이 있다. 이 세 유전자는 가슴 쪽 사지가 형성된 후에만 함께 발현되었다가 골반에 이르기 직전에 그 동시 발현을 끝낸다. 그런데 뱀의 경우, 이 세 개의 혹스 유전자는 목에서 축추가 형성된 직후에 스위치가 켜졌다가 골반에 다다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동시 발현을 이어간다.(468쪽)

조류의 대퇴골은 수직면으로 강력하게 내전할 수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수평 방향을 이룬다([그림 16.11]). 실제로 대부분의 조류는 대퇴골이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원주형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대신 더 길고 크며 수직으로 자리잡은 것은 경골이다([그림 16.10]). 조류는 걷거나 뛰거나 똑바로 서 있을 때 무릎이 거의 영구적으로 구부러진 상태다. 대퇴골의 방향이 이렇게 바뀐 것은 조류의 이상한 해부구조와 관련이 있다. 첫째, 조류는 원래 몸의 앞쪽이 무겁다. 흉골과 흉근이 커서 몸무게의 대부분이 관골구 앞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현대 조류는 공룡류 조상과는 달리 꼬리가 너무 작아서 가슴과 내장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다. 이는 바퀴가 손잡이 반대쪽이 아니라 손잡이에 가까이 위치한 외바퀴 손수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522쪽)

우리는 털과 유선이 있으면 포유류라고 생각하지만, 화석을 찾을 때 포유류의 조상에 대한 힌트를 쥐고 있는 것은 골격이다. 포유류의 여러 골격 특성은 다른 척추동물과 비교하면 꽤 특이한 편이다. 아래턱뼈가 하나밖에 없는 견고한 두개골, 치골과 인상골로 새롭게 구성된 턱관절, 커진 뇌실, 일반적으로 일곱 개에 불과한 경추, 늑골이 달린 흉추와 늑골이 없는 요추가 있으며, 탄성이 있는 척추, 가느다란 꼬리, 거의 또는 전적으로 근육에 의해 지탱되는 견갑골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흉대, 앞발꿈치가 미측을 향하고 요골과 척골이 교차하는 곧추선 앞다리, 눈에 띄는 슬개골, 지레와 비슷한 커다란 종골 등이 포유류의 대표적인 골격 특성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특이한 골격은 어디에서 기원한 걸까?(645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