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특별한 뇌과학 5강 강의중 박사님께서 언급하셨던 신문기사내용입니다.

 행복에 대해 뇌과학적으로 정확한 개념정의를 했다고 평가하셨습니다.

















 






(조선일보 10.17-18, 토일섹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16/2015101602428.html



'행복 전문가' 폴 돌런 교수

'행복 전문가' 폴 돌런 교수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와 함께 소득 증대가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쥐었다. 연소득이 낮은 사람의 경우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해지지만, 부유층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폴 돌런(Dolan·47·사진) 런던정경대(LSE) 교수의 생각은 방향 자체가 달랐다. '행복의 경제학'을 주창한 돌런 교수는 돈 자체가 행복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돈, 명예, 권력 등 물질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자신이 만족하는 경험에 집중해서 행복한 감정을 자각하도록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거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가져야 만족을 느끼는 사람의 경우, 비싼 차를 구입하는 등 재산이 눈앞에 매일 보여야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에 책을 두고, 독서 클럽에 가입하는 등으로 행복한 경험을 늘릴 수 있다. 그는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행복을 경험하는 빈도가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행복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매일같이 보고 느끼는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 '행복 교수'라고 불리는 돌런 교수는 영국 정부와 기업에서 조직의 행복 증진에 관련된 정책을 시행할 때 가장 먼저 자문하는 석학이다. 원래 경제 문제를 연구하던 경제학자였지만,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를 만나면서 행복을 연구하게 됐다. 카너먼 교수는 돌런 교수의 주장에 대해 "매우 대담하고 독창적이다"라며 "행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며, 선택한 후에는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유용한 조언을 하는 세계적인 행복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돌런 교수는 일곱 살 때부터 쭉 말을 더듬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개 석상에서 강연을 해야 하는 교수로서는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돌런 교수는 말더듬증 때문에 대학 시절 졸업 논문 발표를 망치기도 했고, 라디오나 텔레비전 인터뷰는 평생 피해 다녔다. 당시까지 그는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바꾼 것은 카너먼 교수와 행복을 연구할 때였다. 돌런 교수는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말더듬증 자체가 아니라, 이 결함에 모든 주의를 기울이는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돌런 교수는 주의를 '희소 자원'이라고 본다. 한 가지에 신경을 쓰면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대가(기회비용)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 뇌는 실질적으로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돼 있으며, 주의력을 소비할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며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렇지 않은 것에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복 전문가이십니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지금까지 행복에 대한 조사는 '자신의 삶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나요?'라는 애매하고 추상적인 질문만 던졌습니다. 그간 행복을 측정하는 척도는 전반적으로 인생이 얼마나 잘 흘러가는지에 대한 평가에 기반을 뒀는데, 저는 하루하루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직장 생활의 괴로움을 토로하며, 상사 욕을 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나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그래도 난 이 회사에 다녀서 행복해'라는 말을 합니다. 거짓말은 아닙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직장에서의 '경험'이 아니라 직장에 대한 남들의 '평가'가 행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직장에서의 세세한 일상이 촬영된 '동영상'은 괴롭지만, 순간적인 '스냅 사진'은 꽤 만족스러웠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태도 때문에 행복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합니다.

20여 년간 경제학, 심리학, 철학, 정책의 접점에서 행복을 연구해 봤습니다. 저는 행복이란 즐거움과 목적의식의 균형을 맞춘 '설계된 경험'이라고 봅니다. 맛있는 것을 먹고, TV를 본다든지 하는 순수하게 즐거움을 주는 행위와, 커리어를 설계하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성취하려는 목적의식을 주는 행위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야 행복하다는 얘기입니다."

―즐거움과 목적의식을 어떻게 하면 경험할 수 있을까요?

"주의를 기울여야지요. 주의는 걱정거리부터 길가의 소음과 날씨 등 수많은 것에 노출되며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소득 수준과 집 평수 등 물질적인 조건이 비슷해도 행복한 수준이 다른 것은 주의가 어느 곳에 얼마나 머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과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도 주의를 기울이면 중요한 것으로 돌변합니다.

저는 청소년 때부터 말더듬증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병원에 다니고 수많은 치료법도 시도했지만, 나이가 들고 나서 막상 제 말더듬증이 남들에게는 큰 주의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대부분의 사람은 제가 다른 지역에서 왔기 때문에 독특한 억양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을 뿐, 교수로 활동하는 데 큰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 걱정하고 평생을 불행하다고 여겼던 것이지요."

―하지만 즐거움과 목적의식은 다소 상충하지 않나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놀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학생의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행복을 즐거움과 목적의식 두 가지 요소로 정의한다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행복을 희생해야 하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덜 즐거운 일을 할 때는 적어도 목적의식이 느껴졌기 때문이죠. 성실한 운동선수들이 좋은 사례인데, 이들은 고된 새벽 훈련을 받기 위해 많은 재미를 포기하고 삽니다. 이를 경제학에서 말하는 '만족의 지연'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운동선수들이 훈련을 통해 목적의식이 가득한 만족감을 얻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행복하기 위한 조합이 서로 다르다면 그걸 찾는 것부터 어려울 텐데, 의미가 있나요?

"주의는 크게 '의식적 주의'와 '무의식적 주의'로 나뉩니다. 후자에 집중하고 행동습관과 주변 환경을 설계해야 합니다. 얼핏 우리는 자기 의지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자기가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행동하고 그로써 행복을 달성할 것 같지만, 사실 사람은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즉 의식적 주의보다는 무의식적 주의에 주목하고 그에 맞춰 행동을 설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환경의 노예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다이어트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살 때 눈앞에 보이는 빵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요?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가까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평균보다 비만율이 5%포인트 높습니다. 그만큼 환경을 나의 즐거움과 목적의식에 맞게 설정해야 행복해진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환경을 설정해야 할까요?

"무의식적 행동을 교묘하게 부추겨야겠지요. 예비 작업, 기본 설정, 약속, 규범 이렇게 4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이는 영국 정책 입안자들이 정책을 만들 때 더 효과적으로 국민이 참여하도록 참고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더 많은 책을 읽기'가 목표라고 하면, 우선 집 안에 책을 사두어야겠지요? 이를 예비 작업이라고 합니다. 또 인터넷 메인 화면은 책 관련 웹사이트로 설정해 일상의 시작이 독서와 연계되도록 기본 설정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독서 동호회 등에 가입해 약속을 잡아두면서 독서와 관련된 활동을 일종의 사회 규범으로 만들어 게을러질 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주변을 설계하면 내가 원하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금연과 다이어트, 봉사활동 등 일상 생활에서 쉽게 실천하기 어렵지만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행동들도 이렇게 일단 환경을 체계적으로 구축해두면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