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7, 6일차

조가 바꼈다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조원들은 공부벌레들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한다. 마음 깊은 곳의 무게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어제 내용 복습 한번 해본다. 27 지구 자기장 출현, 24 O3 오존층, 19 맨틀 대류 변화. Si(Sio2)-Al/Si/K(수산화물)-Fe(산화물)-Ca/Mg(탄산염)-Ca/Na/K/Mg(증발물)-풍화작용에 의한 암석의 화학적 분해. 오늘은 데일스 고지다.

 

오늘학습: 27억년 전 치체스터 레인지 현무암 범람, 자연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다. 평소에도 도로 단면 유심히 보기.  26-24 적철광, 헤머리지 BIF-산화철의 무한 반복이다. 카리니지 전역, 바닷속의 철이 층을 이룬 모습, 호상철광층. 5942/695 5.5-2.5 3억년간의 고생대시대, 캄오실데석페/무무식물양파파, 오늘 갈 윈드자나가 데본기 때로 4.2-3.6천년 사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리지니 국립공원 데일스 고지의 25억년 된 circular pool에서 수영을 한다. 물이 정말 차다. 치체스터와 헤머즐리 레인지를 가로지르는 포테스큐 강은 못보고 지나친 것 같다.

어두워졌을 때 녹스 고지를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중 선두 차를 놓치고 말았다, 대원들의 불만이 표면으로 들어나 약간의 소음이 발생했다. 저녁으로 나온 맛있는 김치설렁탕은 모든 대원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이틀째 텐트 야영이다.

 

 

 

2014 7 28, 7일차

아침 별 공부: 별의 소멸-백색왜성 태양질량의 1.4이하, 중성자 별 태양질량의 10배 이하, 블랙홀 태양질량의 30배 이상. 초신성은 태양질량의 100배 이상. 수퍼노바 1a는 완전폭발하고 우주를 젤수 있는 표준 등대 역할을 하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세 개의 기록이 있고 1054 송나라 때가 처음, 1987 대마젤란은하에서 두 번째로 알려져 있다. 허블 망원경 사용 이후 우주가 가속도로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퍼노바2는 지구의 형성과 관련이 깊고 철보다 무거운 성분들이 우주로 흩어지면서 우리가 만들어졌다. 그럼 우리도 별인가!

 

박사님의 촬영으로 우리 대원들은 조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박사님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나빠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여성대원들은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을 만들고, 남성대원들은 텐트정리를 하면서 박사님의 아침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녹스고지 트래킹에 들어갔다. 100m 협곡으로 25억년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말 기가 막힌다. 유칼립투스가 보이지 않는다면 영화 토탈리콜 속 화성이래도 믿을 것이다. 거대한 돌 철판들이 미끄러지듯 산등성을 이루고 있다. 계곡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막힌다솔직히 말해서 뭔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긴 세월 불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견뎠을 계곡은 시아노박테리아의 아주 젊은 후손인 듯 초록의 몽글몽글하고 끈적이는 이끼가 공기방울을 안고 있다. 구멍 뚫린 것 같은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붉은 벽, 아주 매력적이 색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박사님은 내 마음을 읽은 듯 내 손에 든 돌을 보시며 색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라 하신다이곳은 모래와 산화철로 이루어져있다. 26억년 조상의 얼굴위로 거미도 자신의 일생을 걸고 있다. 45년 인생도 잠시 여기 두고 간다. 박사님은 지긋이 눈을 감으시며 "세월이 지나면 현기증 같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하신다. 현기증 같은 기억.... 현기증 같은...기억!

우리의 자아는 우리의 의도대로 이곳을 찾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몸 속 DNA는 이미 선조의 부름을 받고 착각하고 있는 우리 자아에게 이곳에 올 것을 요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향에 대한 절대 그리움. 어쩌면 내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 그 오래된 그리움을 배우러 이곳에 올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착해서부터 매일 이벤트의 연속이다. 첫날 별을 보며 뛰던 가슴, 둘째 날 환상적인 별 밤의 공부장면, 셋째 날 스피니펙스의 침공, 넷째 날 촬영스케줄로 인한 속수무책 통제권 이탈 차량, 오늘은 EBS 헬캠이 이 거대한 철 덩어리의 방해로 GPS고장을 일으키고 폭파하고 말았다. 이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2014 7 29, 8일차

카리지니 근처에서 숙영을 하고 파두로 가는 길목에서 철을 나르는 기차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오늘은 1100km을 달려야 한다. 다들 차 안에서 열공이다. 고생대 전체를 공부한다. 오늘도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파두까지 100km 남았는데 큰일이다 차에 가스가 떨어졌다. 다섯 대의 차량 중 한대가 길 한복판에서 뻗어버렸다. 차 한 대가 남아서 남은 가스를 서로 나누는 동안 두 대의 차량은 다음 주유소로 먼저 출발했고, 우리 조 차량은 먼저 출발한 차량을 만나 한대가 가스를 싣고 돌아오도록 하라는 미션을 받았다그런데 다음 주유소에도 가스가 없다. 가스를 구하러 시내로 들어간 차량은 깜깜 무소식이다. 기다리면서 다시 학습을 한다. 그렇게 오후가 되고 준비된 것들로 점심을 나눠먹고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어간다. 간신히 6통의 가스로 급한 상황을 종료하고 다음 주유소를 향해 달렸다. 그런데 주유소가 깜깜하다문을 닫았다. 영업이 끝났다. 오늘 하루에 발생한 일들로 인간극장 몇 편은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을 깨워서 주유를 마친 후 앞으로 책을 쓰게 된다면 반드시 감사의 인사말을 넣겠다고 약속을 하고 길을 나섰다. 주인 할머니와 따님 정말 감사한 분들입니다. 감사합니다.

숙영지를 찾았을 땐 이미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간단히 저녁 끼니를 때우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침낭 속으로 녹아 들었다.

 

 

 

2014 7 30, 9일차

새로운 조 편성이 있다. 나는 5호 차 소속이다. 재미있는 모양을 한 바오밥 나무들이 우릴 반긴다. 발 빠른 대원들은 제법 높아 보이는 언덕 꼭대기에서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이곳이 바다였다는 증거들을 찾았나 보다, 조개 껍질을 찾았다고 자랑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오밥 나무는 2천 년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프리즌 트리로 사용되었고 그 속이 깊고 넓어서 한 가족은 충분히 생활했던 걸로 알고 있다. 확인해보니 우리대원들을 포함해서 여행중인 호주 관광객 29명이 들어가 나무의 배속을 채웠다. 천년 된 바오밥 나무와 하나되는 순간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달려야 하는데 중간에  2호 차 타이어가 터지고 휠도 망가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오프로드로 지나치게 달린 점, 가끔은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빠른 속도유지를 했던 점,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시간과 싸우는 우리에겐 안타까운 일이다. 늦은 시간 윈드자나에 도착했고 터널 크릭에선 시간지체가 많았다. 윈드자나는 3 5천만년 전 데본기 때 바닷속 산호 층을 볼 수 있다. 탐사자료 106쪽 사진 속 동굴을 발견했지만 필라바 시퀀스와 눌라라 시퀀스를 구분 지어주는 FF 바운드리는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동일한 실체의 공통부분을 찾아야 한다. 강원도 산의 껍질을 벗기면 캄브리아기 때 모습을 볼 수 있고, 윈드자나는 데본기 때 형성된 것이다.

이미 어두워져서 민물에서 서식한다는 1m 길이의 악어조차 집으로 돌아가고 4억만년 전 고생대 시체 언덕아래로 강물만 고요히 흐른다. 수줍은 듯 초승달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한다. 아름다운 저녁이다앞이 잘 보이지 않아 걷는 것이 불편하긴 했지만 이런 저녁 산책도 즐겁기만 하다.

 

오늘밤은 국립공원 캠프장을 쓴다.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다. 호화로운 저녁에 초호화 미역 수제비 설렁탕 메뉴로 고단한 마음과 몸을 위로 받는다.

저녁 별 공부시간, 박사님은 알고 계시는지 모르시는지 대원들의 머리 꼭지가 동영상을 보고 있다. EBS의 선생님들도 옆구리로 시청 중이시다. 그래도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름다운 박자세 대원들. 끝까지 목적지향적인 우리 탐사 대장님 모두 존경합니다.

 

꿈속에서 돌 더미에 깔리고, 물에 잠기는 경험을 했다. 태고의 바닷속을 경험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옆에서 캠핑을 하던 호주 가족에게 마지막 젤리 캔 두 개를 팔았다. 그래도 눈에 띄게 짐이 줄지 않는다.

 

 

 

2014 7 31, 10일차

서호주 오프로드에선 가장 험하다는 깁로드를 달린다. 친절한 옆집 캠퍼는 지금까지 길과 비교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몇 차례 깊은 강을 지나야 하고, 차량이 많아 길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엘 케스트로까지 9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했다우리의 탐사 총괄 김현미 선생님은 박자세라면 7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답을 다셨다. 중간에 EBS 차량 부착 촬영용 소형 카메라 분실로 악어가 나올지 모른다는 강을 대원들이 뛰어들었다. 결국 카메라는 평지에 떨어져있었다더 이상 촬영도구 손실은 있을 수 없다.

 

엘 케스트로는 개인 소유의 관광지다. 차량거리가 멀어지면 워키토키가 잡히지 않는다결국 GPS달인 신양수 선생님과 동승한 우리 차만이 제대로 엘케스트로에 입성했다. 보기에도 너무 좋아 보이는 리조트라 사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덕분에 화장실 볼일과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고, 리조트 앞 잔디밭에서 여유 있게 점심 식사가 가능했다. 헬리콥터 관광에 대한 정보도 친절히 설명 받았다. 엘케스트로 산림욕과 노천 온천은 아니었지만  홈벨리에서 잘 데워진 풀에서 한동안 수영을 즐기고, 개구리 다이빙을 선보인 임지용 선생님은 양서류를 닮아 고생대 지대의 시대감을 느끼게 해주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날은 저물고 어김없이 별들이 부지런히 얼굴을 내미는 사이, 우리 대원들은 목적지를 잃고 말았다계획했던 곳이 다 차서 다음 가능한 숙영지까지는 너무 멀고 밤에 운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또 다른 사고는 우리 예산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신의 눈' 신양수 선생님이 또다시 숙영지를 발견,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