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지구의 뿌리 생명의 뿌리 순례기

 


7/22 (화) 1일차 

11:00 인천출국

떠나는 날부터 밤샘 작업이었다. 민족의 뿌리인 백두산과 동북3성을 다녀온지 불과 닷새 만에 또다시 15일의 탐사를 떠나게 되었다. 6시, 한 시간 만에 짐을 싸 공항으로 출발하니 8시 반 도착. 낯선 얼굴들, 앞으로 함께 먹고 자면서 익숙해질 별과 같은 사람들이다.


나는 왜 호주로 가고 있을까. 생명의 뿌리를 볼 수 있다는 말에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일까. 일주일 전에는 민족의 뿌리를 찾아 다니고 이제는 생명을 뿌리를 찾는단 말인가? 무언가 삶이 전혀 다른 페이지로 전환될 것 같은 알지 못할 미래가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호주에 대해 너무 공부를 한 것이 없다. 박사님 말씀만 잘 들어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겠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정보가 엄청나게 들어오는데 정리할 파일을 찾지 못해, 앉아도 누워도 이리저리 떠다닐 뿐 머릿속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일종의 멀미처럼 어지러워 오고 나서도 한참을 힘들어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박자세의 탐사여행은 예습이 필수다.

 


7/23 (수) 2일차 

퍼스 공항도착, 비행기로 브롬 이동

샌드파이어 로드하우스 경유, 파두 로드하우스 근처 야영

호주,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 한반도 면적의 35배. 면적의 90% 이상이 사막이나 고지라는 곳. 새벽에 도착해 수하물 초과로 침낭 숙영장비 매트 식량 등을 재정비한다. 짐이 장난이 아니다. 이원구 김제수 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도 다 함께 짐정리를 한다. 여기는 이렇구나. 누구나 보이는 대로 시키지 않아도 일을 한다. 이게 박자세의 자센가?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브롬을 향해 출발. 도착하자마자 다들 머리부터 감는다. 이제부터 물이 보이는 대로 씻어야 한단다. 미쓰비씨 4륜구동 파제를 5대 렌트하고, 점심을 샌드위치와 과일로 때우고 무전기를 테스트, 이렇게 방송팀과 박자세 회원 5개 팀이 야자수가 늘어선 거리를 향해 본격 장정을 시작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비박. 그야말로 캠핑장도 아닌 야영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별을 감상하려면 불빛이 없는 곳이어야 하고 눈치보지 않고 강의듣고 슬라이드를 보려면 사람들이 없는 곳이어야 했던 것이다. 저녁을 먹고 매트를 깔고 누우니 우주 전체가 가슴에 안긴다. 황도를 중심으로 토성과 화성, 전갈자리 안타레스, 알데바란... 검은 허공을 가르는 빛 끝에는 이름이 불리운 별들이 말없이 반짝인다. 드디어 별의 고향에 들어온 것 같다.

 

이번 탐사를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이 많았다. 일단은 과학지식이 없이 탐사일정을 정리하는 것이라 일단은 나를 위해 지나는 곳마다 알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 장정을 3가지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땅: 지구의 생성과 진화. 그리고 꿈꾸는 생물, 시아노 박테리아가 들려주는 생명의 뿌리.

하늘: 별과 우주의 생성.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생명: 산소의 생성에서 발효를 넘어 호흡으로... 어디부터가 생명일까

 

지구 탄생에서 인류까지 책과 강의를 바탕으로 일과보다 자연과 지식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겠다.

 

먼저 필바라 지역을 보기 전에 간단하게 지구의 탄생을 살펴본다.

 

45억년 전, 원시 태양계의 가스성운에서 운석 충돌이 반복되면서 운석이 깨지고 충돌하고 녹으면서 지구가 탄생. 현재의 지구 크기로 형성된 것은 1억년 후, 마그마 덩어리 지구가 식으면서 대기중 H2O가 액체화 하여 뜨거운 비가 내리고 바다가 생겼다.

대륙은 대개 화강임인데 왜 그럴까? 39~30억년, 지각의 멘틀과 H2O가 합쳐져 현무암이 만들어지는데 다시 현무암 바다에 운석이 충돌해 화강암 대륙심이 형성된다. 섬처럼 떨어져 있던 대륙심이 합쳐져 화강암 초대륙이 형성된 것은 25억년 경. 38억년 자기장이 형성되고, 24억년 산소급증으로 오존층이 형성되어 Co2가 줄어들면서 안정화되고 Co2를 주고 받으며 대륙이 자라났다. 초기지구의 탄소 농도는 20%였지만 현재는 0.004%라고.

 

그럼 지금의 호주는 어떻게 형성된 걸까?

2억5천만년 전 트라이아이스기 초기에 Pangaea라는 대륙이 ㄷ자 모양의 찹살떡이 뭉친 듯이 형성되었고 판탈라사라는 거대 대륙에 둘러싸여 있었다. 1억8천~1억6천 남과 북으로 분리되기 시작하여 1억 5천만년, 대서양이 일부 열리고 북반구 로라시아 대륙이 남반구 곤드와나에서 거의 분리되었다. 이때 인도 남극 그리고 호주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분리되기 시작, 6500만년 백악기 말에는 대서양이 넓어지면서 남극대륙과 함께 호주 대륙이 다른 대륙과 완전히 떨어지게 된다. 그후 인도판은 아시아판에 부딪히고 호주 대륙은 남극으로부터 분리되어 서서히 적도 쪽으로 움직이고 기후는 점차 따듯하고 건조한 기후가 된다(서호주 246~247)

 


7/24 (목) 3일차

East Pilbara(탐사지역 1.4~1.11)를 거쳐 마블바 도착

쇼돔, 시생대 해변, 블랙레인지 다이크 등 정신없이 5개의 탐사지역을 둘러보고 마블바에 도착하니 디그레이 강변에 도착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35억년 된 강변에 물새들 몇 마리가 날개를 쉬고 있다. 문득 시간이 사라진다. 지금은 과연 어느 시간이고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시간은 사라지고 디그레이라는 공간만 남았다. 왜 에보리인들의 시공개념이 그러한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의 독특한 시간 개념이라고 이해했지만 현장에 와보면 안다. 사람들이 보인다.

강가를 뒤로 하고 원시의 밤하늘이 펼쳐졌다. 암석학 강의를 보다 보니 이름도 생기고 사람들처럼 하나의 의미가 된다. 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다음날, 암석학 책자를 빌려 화성암, 퇴적암, 혼성암 별로 분류해서 적어보았다. 그리고 하나 하나 성분을 본다. 휘석 감람석은 마그네슘과 철이 많아서 단단하고 장석이나 화강암은 물에 잘 녹는 속성을 지녔구나. 석영과 흑요석은 반짝임이 있구나. 사람의 성격처럼 참 다양하다.

 

이스트 필바라 정리

시간순으로 보면 38억년 이스트필바라 원초지각이 형성.

35~34억년 1억년 동안 마그마가 분출. 두께 12km의 와라우나 슈퍼그룹 형성

33~28억년 가벼운 화강암 멘틀 플롬이 융기하고 8km 현무암 그린스톤 지형이 사이로 파고들어 석영 층과 함께 압력을 받아 수직 상승한 편암을 만들었다.

그후 30억년 호상철광층이 형성되고 27억년 6개의 TTG돔을 칙체스트 레인지가 현무암 범람의 퇴적층을 ㄴ자 모양으로 펼쳐놓았다.

26억년~24억년 헤머즐리 레인지의 카리지니가 형성된다.

 

이 오래된 필바라 지괴용골은 어떻게 33억년을 살아남았을까.

대륙 지각은 대개 30km, 이곳은 필바라 안정지괴와 맨틀용골이 250km에 달한다. 대부분 해양지각과 초기 신생대 대륙지각은 대륙 멘틀로 들어가거나 운석들의 공격으로 사라질 수 있었으나 두터운 지층 덕분에 그 운명을 견뎌낸 것이라고... 대단하다. 덕분에 우리는 35~28억년 사이의 화산의 분출과 퇴적층, 지구 중심에 숨어있을 철들, 지구의 속살을 보게 된 것이구나.

먼저 서호주의 필바라를 생각할 때는 그냥 보기보다 온통 뜨거운 바다였다는 생각을 해야겠다. 그러면 좀더 다른 각도에서 필바라를 보게 될 듯.

그리고 그린스톤의 초콜렛들은 철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돌로라이트(조립현무암), 다이아베이스(반려반암) 때문이라고.

 

시생대 지각의 특징은 TTG와 그린스톤

마그마 분출로 만들어진 섬록암으로 구성된 화강암 복합체 TTG는 Tonalite, Tronjemite, Granodiolite 즉, 석영, 영운, 화강섬록암으로 되어있다.

이 돔들은 이스트 필바라에 6개가 있는데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칼린디, 무칸, 마운틴 에드가, 코로나 다운스, 쇼, 율 등 각 돔의 이름이 있다. 돔 하나의 직경은 20~40km, 가로는 100km.

붉은 색 평원과 살벌한 스피닉팩스가 순한 풀처럼 누워있는 곳을 한참을 달리다 산 같은 것이 나오는데 이것이 그린스톤이란다. TTG는 세월에 깎이고 깎여 이를 덮은 그린스톤이 야산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 무칸 돔 경계의 그린스톤이 시작되는 곳(에서 우린 잠시 쉬면서 돌을 들여다보고 촬영도 했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며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