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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0일~23일 박자세 학습탐사 북경 - 열하 


박자세식 학습탐사는 도표와 책자를 받으며 시작된다.


 박자세의 북경-열하 학습탐사는 한 장의 도표와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깨알같이 써있는 나라와 연대표, 도표 사이 사이에 나를 째려보고 있는 일련의 사건의 글씨는 지금이라는 마지막 도표의 선을 밀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자금성의 지도를 시작으로 과거 중국의 지도와 기타 사진이 서열의 구분 없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각 탐사 대원은 자신의 이름표를 책 표지에 붙였다. 나는 분명 이런 박자세 특유의 학습탐사 순서를 교회, 성당, 절 혹은 제사를 지낼 때 하는 경건한 의식으로 생각한다. 분명 이것이 학습탐사의 본질이며 마음에 쏟아 부어질 사건을 받을 그릇을 견고히 하는 작업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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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아래 도표와 박자세 학습탐사 책자, 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다.

 도표와 책을 받는다. -->책에 이름표를 붙인다. --> 도표를 확인하며 일단 감상한다. 그리고 외운다.  --> 책을 열고 지도와 그림을 본다. 그리고 또 외운다. --> 도표와 책에 대한 개요와 내용을 박사님께 듣는다. 학습탐사가 끝날 대 즈음엔 글자와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온다.


 미리 밝히자면 중국의 나라명과 연대표, 청나라 황제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34일 시간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리스만 도표, 앤드류 뉴버그의 초월명상 도표, 수 많은 뇌의 그림과 용어를 암기할 때도 이런 맘이었다. 여러 차례의 학습탐사와 137억년 우주진화, 특별한 뇌과학 등의 박자세 과학문화 운동의 근간에 이것이 있다. 마치 내 뇌 안에 새로운 세포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 안에 꿈틀거릴 새로운 세포를 맞아 드릴 박자세식의 의식이다.

  이번 학습탐사를 선택한 이면에는 연암 박지원의 그림자가 깔려있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양반전, 허생전 등의 글을 매우 좋아했다. 아내의 득달에 못 이겨 장안의 거부를 만날 때 허생의 코에 흐른 맑은 콧물을 기억한다. 학문을 추구하던 선비의 궁색한 형편을 단 하나의 콧물이라는 요소로 표현한 것을 잊을 수 없었다.

유난히 술을 좋아하던 연암 박지원의 술 낚시 이야기는 웃음을 넘어 여유를 선사했다. 그러다 열하일기를 만났다. 일단 너무 재미 있었다. 일례로 잠자는 사람의 모습과 코고는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오른편 행각에 들어서니, 역관 세 사람과 비장 네 사람이 한 구들에 누워 자는데 목덜미와 정강이를 서로 걸치고 아랫도리는 가리지도 않았다. 천둥 소리처럼 코를 골지 않는 자 없으니, 혹은 병을 거꾸러뜨려 물이 쏟아지는 소리요, 혹은 나무를 켜는데 톱니가 긁히는 소리며, 혹은 혀를 끌끌 차며 사람을 꾸짖는 시늉이요, 혹은 꽁꽁거려 남을 원망하는 정경이다.” (태학유관록)

나는 그의 열하를 읽으며 나도 마흔이 되면 꼭 열하에 가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녔었다. 올해가 공교롭게도 마흔이다. 사실 마흔에 열하에 가겠다고 말한 걸 학습탐사 가기 얼마 전에 알았었다. 아는 사람에게 고미숙이 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이라는 책을 빌려 주었었다. 빌려 준 것도 모르고 있다가 내가 열하에 간다고 하니 책을 돌려 주면서 마흔에 열하에 간다고 하더니 진짜로 가는구나 하였다.

 열하는 내게 일종의 그리움 같은 곳이다. 그 사건이 지금 일어나려 하고 있다. 그리움이 열매를 맺는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김포공항 대합실에 모여 학습탐사 책자와 도표를 손에 든 사람 사이에서 나는 약간은 상기된 느낌을 받은 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소문과 마스크


930분에 출발한다던 비행기는 조금 늦어져 북경 국제공항에 1140분에 도착을 하였다.

바람에도 모양과 색깔이 있다. 어린 시절 시골 군내버스가 지나가면 노란 흙냄새 풍기는 두리뭉실한 바람이 버스의 똥꼬 언저리에 뭉게 뭉게거렸다. 방구의 모양이 있다면 그런 것인가 생각한 적이 있다. 북경 국제 공항에 그 색깔의 바람이 매캐한 냄새를 품고 뿌옇게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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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북경 국제공항의 뿌연 하늘, 왼쪽 아래 황사 마스크를 쓴 탐사대원, 오른쪽 위 줄줄이 줄을 서서 입국절차를 받는 탐사대원,  오른쪽 아래 소문이 무서워 마스크를 쓴 저자

소문이 사실보다 더 무서운 모양이다. 몇몇 탐사대원은 마스크를 질끈 묶어 머리 뒤로 묶고 있다. 나도 소문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이미 마스크를 하고 있다.

단체 비자는 A,B,C로 나뉘어 입국 절차를 받는다. 어른들이 줄줄이 열을 맞춘다. 공항 직원 하나가 서서 타는 전동 ES윙을 타고서 길을 막는 이들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지른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자기가 돌아가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 때 눈을 묘하게 뾰족하게 신경질적으로 만든 공항 여직원이 빨리 줄을 서라는 말에 놀란 병아리마냥 탐사대원들이 줄을 선다. 중국에서 단체비자는 순서에 맞게 입국절차를 밟아야 하고 한 명이라도 없으면 통과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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