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서 호주 학습탐사 일지 2013. 6. 6 

 

 

아침 6시 기상. 아침은 우유, 미숫가루, 빵, 쨈, 참치깡통, 사과로 간단히 먹고 6시 반 출발했다. 제랄톤까지 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길을 지났다. 왠지 야자수가 싱싱해 보이지 않았다. 이 지역의 년 평균 강우량이 50mm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바다를 배경으로 늘어선 야자수는 이국의 풍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양쪽으로는 빨간 지붕이 많아 더욱 멋있게 보였다. 제랄톤 로드 하우스에 도착했다. 주유하는 동안 화장실에 뜨거운 물이 나와 양치하고 씻으려 하는데 “출발”이란 소리에 놀라서 뛰어나와 차에 올랐다.

 

이번엔 샤크 베이(SHARK BAY)로 향했다. 아스팔트 옆으로 붉은 황톳길이 몇 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나온다. 30억 년 전의 땅을 차를 타고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10시에 샤크 베이에 도착했다. 두 번째 오는 곳이지만, 인류의 숨통을 트이게 한 곳이라는 걸 생각하니 저절로 엄숙해진다. 34억 9천만 년 전 원핵 미생물로 남조식물(藍藻植物)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살던 곳!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살았고 생명의 매트가 된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곳! 시아노 박테리아가 엽록소를 만들기 위해 CO2를 배출 한 곳! 행성지구에 대기 중의 산소를 만들어 준 곳! 시아노박테리아의 표층이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푸른 바다 속에 깔려 있는 것을 보니 숨 을 쉴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절을 하고 싶었다.

 

박사님은 샤크 베이를 둘러보고 설명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두 눈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글썽였다. 듣고 있던 대원들도 모두 숙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생명의 기원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런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학습탐사에 올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가! 감격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념 촬영을 찰칵! 박사님이 과학운동을 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샤크 베이를 보고나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박자세 과학운동의 효시가 된 곳이니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솔다렐라가 “박사님 눈물도 운석에서 온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이번 탐사에서 제일 감격스러웠던 장면이었다. 박사님은 걸어 나오면서 나를 보고 “두 번이나 샤크 베이에 같이 오는 인연도 드믄 일이라”고 말했다.

 

박사님의 설명을 대략 요약하면, 산소가 없었던 초기지구의 20억년 동안은 이산화탄소가 산소보다 많았다. 그 뒤로 해양판과 대륙판으로 나누어지면서 CO2를 주고받았다. 지구상에 많던 CO2는 우리의 몸, 식물 조개 등으로 만들었다. 수성과 목성은 수소가 많고, 화성과 금성은 95%가 CO2로 되어 있다. 지구 외에는 대기 중에 산소가 없다. 단세포 조류가 광합성을 해서 죽으면 SiO2만 남는데 이것이 처트가 된다. 다세포 동물이 되는 결정적 단서는 산소이기 때문에 시아노박테리아가 지구상에 없었다면 인간은 물론 동식물이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점심은 미리 나누어 준 것으로 우유, 빵, 햄, 병아리 콩 쨈, 사과로 차안에서 해결했다. 13시 55분 카나본(CARNARVON)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공동묘지가 보였다. 봉분이 없으니 평지에 묘비만 서있는 것이 보였다. 꽃이 놓인 곳도 제법 많았다. 오후 2시 반쯤 카나본 로드 하우스에 도착했다. 주유하는 동안 재빨리 화장실로 가서 머리감고 나오는 대원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느림보는 양치질만 겨우 하고 온다.

 

오후세시에 출발하면서 포테스큐(FORTESCU)로 향했다. 흰 개미가 지은 붉은 집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곳을 지났다. 붉은 땅에 지은 붉은 개미집을 지나면서 박사님이 저걸 놓치고 지나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박사님이 탄 1호차 대원들이 내려서 개미집을 보고 있었다. 뒤따라오던 우리 차도 내려서 같이 구경하며 설명을 들었다. 다시 차에 오르니 무전기를 통해 학습탐사 책 p158은 깡그리 외우고, p179부터 p194까지 읽으라는 박사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다른 차에서도 열심히 했겠지만 우리 차에서도 공부 열기가 후끈했다.

 

17시 50분경 서쪽이 점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동쪽은 연보라 와 옥색이 어우러진 파스텔 톤의 벨트가 평원을 따라 이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박사님께 물었더니 그런 현상을 [비너스 벨트(Venus Belt)]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몽골에서도 본 기억이 있었다. 공기가 청정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한다. 차를 타고 오면서 보는 내내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 여섯시가 되자 금성이 보였다. 박혜진님은 예전부터 금성을 자기 별로 정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에!

 

우리 앞에 가던 6호차가 소를 들이받았다. 저녁 7시 20분이었다. 캄캄해서 잘 안 보여서 그런 것 같았다. 한쪽 옆에 깜박이를 켜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 4호차는 비켜간다고 갔는데 다리를 건드리고 약간 기우뚱거리면서 무사히 지나왔다. 약간 당황해서 만나기로 한 로드하우스를 지나쳐서 차를 돌리려고 비상등을 켜고 기다리고 있는데, 로드트레인 기사가 내려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조금 전 자동차에 소가 치었는데, 그 소를 자기가 치웠다고 하며 조심해서 가라고 일렀다.

 

6호차는 사이드 미러와 앞 범퍼가 깨지면서 한 쪽 헤드라이트도 깨져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운전석 문은 정상이나 맞은 편 문은 조금 찌그러져서 문이 반쯤 밖에 열리지 않았다. 즉시 퍼스에 있는 백 이사에게 연락을 보냈다. 어떻게 해결이 되려는지 걱정스럽지만, 잘 해결되기만을 바랄뿐이다. 다행히도 사람은 무사해서 무엇보다 안심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고 차량의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우선은 오늘 자는 곳 까지는 끌고 갈 모양이었다.

포테스크 로드하우스에서 주유하는 동안 뜨거운 물이 나오는 화장실에서 머리까지 감고 나오는 대원들이 많았다. 그 사이에 하늘에는 별이 총총해서 별자리를 찾는 대원들도 더러 있었다.

 

다시 조금 이동해서 오늘 잠자리를 정하기로 했다. 가는 동안 p158, 180. 194를 서로 챙기면서 외웠다. 로드하우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숙영지를 잡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뜨거운 국물을 먹을 것 같다. 양파, 감자, 샐러리가 든 소고기 스튜와 햇반이 나왔다. 스튜는 맛있었으나 햇반은 덜 쪘는지 밥이 살아 있었다. 옆자리의 솔다렐라가 “암만 뜨거운 스튜에 말아도 밥이 살아있네요"라고 했다. 배가 고프니까 군소리 않고 다들 후루룩거리며 맛있게 먹는다.

 

식사가 끝난 뒤, 4호차에 흰 천을 걸어 화면을 만들었다. 테이프로 고정시켜 놓은 화면이지만, 화면이 잘 보였다. 한 시간 강의가 있었다. 그린스톤 벨트는 배호분지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동해도 배호분지이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은 이산화탄소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혐기성 박테리아는 산소가 없어도 산다고 했다.. 그리고 암석에 대한 많은 자료화면을 보여주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강의가 끝난 뒤 별자리를 보러 갔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남십자성을 보니, 보지도 못한 남십자성을 노래한 가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쪽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이라는 노랫말이다. 일등성 중에서도 가장 밝다는 시리우스가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잠자리에 들러 갔다. 비박하는 매트가 깔린 주위로는 스피니팩스(Spinifex)라고 고슴도치 같이 생긴 풀이 많아서 걸을 때 찔리면 따끔거리고 아팠다. 가시가 있어 다른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 해서 자기 몸을 보호한다고 한다. 다 각기 살아가는 방편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풀이다. 비박 이틀째, 오늘은 차 소리도 안 들려 잠이 잘 올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