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서 호주 학습탐사 일지 2013. 6. 7

 

새벽 별자리를 보려고 일어났다. 벌써 대여섯 명이 서서 박사님과 함께 별을 보고 있다. “별을 볼 때는 불을 켜지 말라 ”는 박사님 당부에 컴컴한 속을 더듬거리며 걸어갔다. 불빛이 비치면 별빛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불을 끄고도 5분을 기다렸다가 별을 봐야 더 밝게 빛난다고 했다.

 

카노프스가 밝게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야 보인다는 용골자리로 노인성이라고도 부른다. 이 별을 보면 오래 산다고 해서 효도관광 상품으로 떠오른다니 세상 참 묘하다! 여름철 삼각형인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는 여명이 밝아오기까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올해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음력 칠월 칠석에 직녀인 베가와 견우인 알타이르가 밀키웨이 (milky way)에서 정말로 만나는지 꼭 보고 싶다.

 

식사준비 전까지 아침강의가 있었다. 그린스톤산맥위로 보이는 초콜릿 빛은 조립현무암(dolorite)이고, 반정질 현무암(diabase)은 휘록암이라 하며 일명 반려 반암이라고도 하며 철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또 펠식은 규장질이고, 마픽은 철 성분을 말한다. 떠날 때마다 존재의 기원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습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단체행동에는 일의 순서화를 능률적으로 행동에 옮기고 습관화 하도록 하라고 조언을 보탰다.

 

지구상에는 왜 철이 많은가? 수퍼노바(supernova)가 터지면서 철 성분이 흩어져서 지구로 많아 왔기 때문이다. 지구에는 sio2 즉 실리카 성분이 많다. 모래가 모여 사암이 되고 사암이 모여 규암이 되고 규암은 석영이 되는데, 석영과 처트, 플린트, 마노 등은 sio2에 속한다. 감람석은 si4o7, 휘석은 si3o7Al(알루미늄)이 합해진 것이다. 화강암에는 석영이 많이 섞여 있으며 우리나라에 많다. 이번 탐사지역인 필바라는 철광석이 많이 나는 산지이며 세계 철 생산의 80%가 호주에서 생산 된다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철은 호주에서 55%를 들여온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제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꼭 이곳에 와야 할 것 같다”고 탐사대원 한 분이 말했다. 초기지구에는 화성암에서 온 흑운모를 함유한 감람석인 킴벌라이트(kimberlite)가 많이 발견 되었다. 이 광석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나오는데 아프리카 킴벌리지역에서 많이 나온다고 한다. 박사님의 강의는 여기에서 끝이 났다.

 

오늘 아침은 시리얼, 우유, 사과, 미숫가루로 빙 둘러 앉아 먹고 나서 갈 채비를 차렸다. 출발하기 전 “공부 이외의 일상용어는 자제하기 바란다.” 는 박사님의 주의가 있었다. 오늘은 6호차를 타는 날이라 짐을 옮겼다. 어제 사고 난 차량으로 박종환님, 김태호님, 박혜진님, 나 이렇게 넷이 탔다. 이틀 동안 5명이 비좁게 타다가 뒷좌석에 둘이 앉으니 여유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앞자리의 김태호님은 차문이 반쯤 밖에 열리지 않아 무릎을 몇 번이나 박았다고 툴툴댔다. 차는 좀 부서지긴 했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아 무엇보다 다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트 헤드랜드(PORT HADLAND)로 가는데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라고 했다. 나오는 길에 어제 들렀던 로드하우스에 잠깐 들렀다. 주유하는 동안 부지런한 사람은 머리까지 감고 말끔히 하고 나왔다. 웬만하면 대강 씻고 자제하면 좋으련만, 좀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출발해서 얼마동안 가니 빨간 원추형의 돔처럼 생긴 흰개미집이 여기저기 있었다. 일층으로 된 집이 많았는데 높이는 대략 1m정도 이다. 바퀴벌레 과에 속하는 이 개미는 하루 만에 집을 다 짓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손으로 만져보면 굉장히 단단해서 어떤 재해에도 끄떡없을 듯싶었다. 실내는 무더운 더위에도 33도에서 35도를 유지하고 구멍을 열고 막으며 온도조절을 한다고 하니 흰개미들의 지혜로운 건축 솜씨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로보우르네(Roebourne)라는 곳에서 백이사와 차 때문에 전화를 했다. 피곤해서 잠깐 잠이 든 사이에 포트헤드랜드에 도착했다. 12시 20분이었다.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 제법 큰 도시이다. 철광이 많이 나는 산지답게 로드하우스 옆에 철광산지의 지도와 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박사님은 그앞에 서서 또 철광석에 관한 설명을 했다. 

 

주유하는 동안 에도 한쪽 옆에 있는 빈터에 서서 박사님 강의가 시작되었다. 처트에 관한 설명이었다. 처트는 흰색, 갈색, 검은색 등이 있으며 제일 좋은 것은 우윳빛이 나고 투명한 것이 좋다. 처트는 단단해서 옛날에는 화살촉, 도끼, 돌칼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린스톤 벨트는 얕은 산맥이 테두리처럼 죽 연이어져 있다. 이것이 TTG를 둘러싸고 있다. T, T, G는 토날라이트(Tonalite-석영섬록암), 트론제마이트(Trondhjemite-영운섬록암), 그래노디오라이트(Granodiorite-화강섬록암)을 말한다. 이 암석들은 단단하기 때문에 실제로 TTG 돔이 있는 곳에 자연을 이용해 공항의 활주로를 만든 곳이 호주에 있다. 석회암은 성질이 무르기 때문에 다른 암석의 조각이 박혀 있는 것이 많다. 첫날 저녁 어두운 밤에 불을 비추어서 본 피나클스의 석회암이 그런 모양이었다. 석회암은 해양 무척추동물의 껍질이나 산호조각 등이 많이 모여서 된 것이다.

 

잠깐 사이에 주차장근처에 있는 꽃밭에서 처트를 주워 와서는 “요렇게 생긴 것이 처트입니다. 아시겠지요!”라고 물었다. 뭐 하나라도 허투루 보는 법이 없는 우리의 박사님이다. 나도 몇 개 주워 와서 박사님에게 보였더니 “ 맞아요. 맞아!”라며 기뻐했다. 공부하려면 무엇 하나 허투루 보아서는 안 된다는 걸 배웠다. 사람들이 서 호주로 지질 탐사 하러와서 살아있는 자연의 역사를 보려고 하지 않고 카메라의 셧터만 누르고 가는 사람이 허다하다고 어느 학자가 말했다고 하면서 책을 보여 주며  박사님이 말했다.정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어 가는가에 따라 그 학습탐사의 질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포트 헤드랜드로 오다가 거의 다 와서 소금광산이 있는 곳을 지났다. 소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주위는 드넓은 염전이었다. 바다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갈매기가 와서 놀았다. 점심을 주차장에 서서 먹고 있으니까 갈매기들이 얻어먹으려고 많이 날아왔다.

 

6호차는 백이사와 통화를 하고, 일단 공항으로 가서 HERTZ 렌터카의 직원을 만나러 따로 떠났다. 13시15분이었다. 가는 도중 소금광산이 또 보였다. 철로가 길게 깔려 있는 곳과 평행선으로 달리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를 만났다. ‘긴 것은 기차’라는 어릴 적 동요에 나오는 기차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길이었다. 차량이 이백 개도 넘게 달려있는 기차여서 너무 놀랐다. 박종환님이 “세계에서 제일 긴 기차가 호주에 있어요. 그것 같아요.”라고 했다. 한참을 쳐다보았다. 철광석을 실어 나르는 기차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항은 생각보다 시내에서 가까웠다. 자그마한 공항으로 휑하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차를 대 놓고 승객이 도착하는 입구에서 조금 기다리다가 이상해서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HERTZ 사무실이 눈에 띠었다. 큰 덩치에 맘씨 좋게 생긴 HERTZ 직원 아저씨가 밖으로 나와 차를 유심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박혜진님이 영어를 잘해 둘이 이야기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두 마디였다. "Very Lucky" 와“Very expensive" 이다. 부서진 차를 보고 또 보고는 위의 말을 되풀이했다. 상태를 본 뒤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차가 좀 부셔졌지만 고장난데는 없으니 좀 불편하더라도 다니는 데는 무리가 없으니 그냥 이차로 가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또 포트 헤드랜드에는 이런 좋은 차가 없을 뿐 아니라 있더라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 뿐이고, 퍼스에서 이곳으로 차를 보내려면 비용도 만만찮고 시간도 많이 걸리니 안심하고 차를 몰아도 된다고 말이었다. 사무실에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사인을 한 뒤 끝이 났다.

 

드디어 6호차가 시동을 걸고 14시 28분에 다시 출발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아저씨의 말에 힘입어 박종환님도 기분 좋게 핸들을 잡았다. 일단은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가는 길에 강이 범람한 곳이 몇 곳이나 있어 지날 때마다 벌건 진흙탕물이 튀었다. 이 흙탕물은 묻으면 잘 지워지지도 않고 마르면 굳어버려 닦아내기 힘들었다. 15시 50분이 되는 지점에서 차 다섯 대가 6호차를 기다리고 있다가 소식만 듣고 그대로 달렸다.

 

그린 스톤 벨트가 넓은 평원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연이어져 있는 곳에 내렸다. 사방을 둘러보고 그 광활함에 압도되었다. 차안에서 보니 초콜릿 빛깔의 조립현무암이 그린스톤 벨트의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가다가 길가에 철판과 철로 만든 조형물이 줄을 이어 놓여있었다. 철광석이 많은 나라라서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후 4시 반쯤에 코룬나 다운스 돔(CORUNNA DOWNS DOME)을 지나오고, 이내 마블바(MARBLE BAR) 로드하우스에 도착했다. 개 두 마리가 요란스럽게 짖어댄다. 흰둥이와 검둥이로 주인이 나오자 짖는 것을 멈추었다. 주유구 옆에 돌이 하나 놓여 있는데 가로줄 무늬가 줄줄이 있는 돌인데 나중에 마블 바에서 본 암석과 같은 것이었다. 기름을 채운 뒤 10분도 못 가서 마블 바에 도착했다. 다행히 마블 바 주변의 땅이 고르게 정리되어 있어 잠자리가 편할 것 같다. 전날까지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에 매트를 깔고 잤으니까! 한쪽 옆에 삽과 괭이로 장식 된 무덤이 있는데 조화, 조개껍질, 곡괭이, 말발굽 등이 놓여있다. 옆에 하얀 차돌로 아래를 꾸민 묘비도 있는데,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Enjoy yourself

It's later then you think"

Don Piwari

 

마블 바가 있는 곳은 양쪽으로 강이 흐르고 큰 바위는 사방 삼사십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같이 보고 있던 김향수님이 돌직구를 던졌다. “소고기 마블하고 똑 같아!” 정말 그랬다. 바위전체가 빨간색과 하얀색이 서로 번갈아가며 가로로 선명하게 줄이 그어져있었다. 주로 철이 산화된 빨강색과 처트의 흰색이 들어 있는 바위가 많았다. 색깔은 여러 가지로 흰색, 회색, 잿빛, 갈색, 빨강, 노랑 등으로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굉장한 자연 조형물이었다.

 

강위에 고니 한 쌍이 한가로이 노니는 강가에 임지용님이 연인 한나래와 모래톱에 앉아 풍경을 즐기고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곳은 지붕이 있는 식탁도 구비되어 있고, 바비큐를 해먹을 철판도 놓여 있는 걸 보아 사람이 더러 오는가 보다. 우리가 산책을 즐기는 사이 저녁준비가 한창이다. 식사담당 김수현님의 밝은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일을 해서 보는 사람의 기분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나도 그런 점을 닮고 싶다.

 

마블 바는 대략 35억 년 전부터 29억 년 사이에 만들어진 곳이다. 그런 곳을 밟고 있다는 사실! 정말 놀랍다! 좁은 공간 속에 살다가 넓디넓은 땅이 펼쳐져있는 호주에 오니 몸도 마음도 느긋해진다. 무엇을 위해 이 날까지 살아 왔던가? 다시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자세 학습은 외울 것, 읽을 것, 알아야 할 것, 볼 것도 많지만,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박사님의 18번 “깡그리 외우세요!‘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실천에 옮기는 데는 시간이 걸려서 아직도 끙끙대고 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호주에 학습탐사 하러 왔을 땐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별이름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으니까! 그에 비하면 지금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희망을 갖고 계속 정진해 볼 작정이다.

 

모르기 때문에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보고,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외우는 등등 공부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정말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하는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할 따름이다. 샤크베이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박사님의 모습이 그 순간만은 성스럽게 보였다. 자연에게 깊이 감사드리는 그 모습이! 그런 뜻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려고 납득이 가도록 반복해서 가르치는 모습! 누가 그토록 열심히 일러 줄 수 있을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을 하며 사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됨됨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식사당번이 불을 피우고 뭘 만들고 있다. 적이 기대가 된다. 학습탐사 와서는 먹는 것에 매달리지 말라 했건만, 먹는 것에 대한 욕구를 자재하기 힘든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탐사한 마블 바는 박사님도 처음이란다. 몰라서 지나쳤던 곳인데 이번에 입수한 책속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고 왔다면서 행운이라고 말했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오늘 밤은 별자리를 못 볼 것 같다. 밤새 꽁꽁 숨어서 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늘을 보고 원망하는 사이에 햇반과 카레와 라면이 저녁으로 제공되었다. 오랜만에 먹는 밥은 혀를 바쁘게 만들었다. 행여나 비가 올까봐 텐트 2 개를 치고 매트를 깔아 훌륭한 교실을 만들어 놓았다. 식사 후 19시 20분부터 공부가 시작되었다.

 

마블 바의 가로 줄이 된 처트는 식물 플랑크톤인 조류가 쌓인 것이다. 조류의 종류는 석회비늘편모조류, 은편모조류, 규실편모조류 등이 있으며 플랑크톤의 세포벽은 sio2로 되어 있으며 이것이 나중에 처트가 되는 것이다. 화강암에 들어 있는 석영은 화산에 의해 생겼고, 처트는 바다에 플랑크톤의 시체와 해양의 퇴적층인 석회질연니, 규질연니, 점토 등이 쌓여 처트가 된 것이다. 처트는 수평으로 층상을 이루고 있다.

 

지구상에는 육상식물이 60%, 해양 플랑크톤이 40%로 되어있다. 해수에 녹는 기체의 최대량을 보면, N2는 14ml, O2는 8ml, CO2는 8700ml이라고 한다. 일본은 호상열도에 속하며 우리나라 동해는 배호분지에 속한다. 화강암은 성질이 물러서 잘 깎인다. 화강암이 깎인 것을 토르라고 한다. 또 화강암은 석영, 장석, 운모로 되어 있으며 그 중에 장석은 물에 잘 녹아 흙이 되어 도자기를 만드는 고령토가 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접촉변성암은 석영과 사장석이 들어 있어 단단하다. 화강암질 마그마는 펠식 성분이며 현무암질 마그마는 마픽 성분이다. 시생대 지각이론에 의하면 대륙의 지각이 시생대에 많이 생겼다고 한다. 지각은 순상지와 탁상지가 있으며 시멘트의 원료인 dolomite도 시생대에 생겼다고 한다.

 

박사님의 강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열강이었고 별자리를 못 보는 대신 지질학 강의를 알차게 들었다.  날이 흐려 비가 올까봐  텐트를 쳤다. 밖에서 비박을 하다가 안에서 자니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