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56a1f2df35e74e48d8cb423360b1b9.jpg

제 9차 해외학습탐사 서호주 - 인천공항 (28명의 탐사대에게 일어날 이야기가 얼굴에 담겨있다. )

 

 

 

우리는 모두 공간에 머물러 산다. 그러면서도 그 공간을 벗어난 세상을 동경한다. 심지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세상을 영위하기도 한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짬이라는 시간이 존재한다. 그 시간에 떠오르는 상념은 여러가지 기억을 불러온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하고, 식사를 할 때는 떠오르지 않다가 시간 사이에 내가 머물면 그 때 스치는 상념이 있다. 그리움이 뭍어나는 풍경 몇 자락 가지고 오면 좋은 여행이며 탐사이다. 서호주의 풍경은 그리움을 너무 떠오르면 묵직해지는 가슴을 선물 받았다. 불현듯 얘기를 나누다 입이 멈추고 배경에 있던 침묵이 들어나면 9차 해외학습탐사가 올라온다.   

 

공간을 떠나고도 그 자리에 머무는 공간이 있다. 나도 모르게 들어찬 그리움에 사무치게 되는 서호주가 내게 생겼다. 선물이다. 강의를 듣고 외우고 공부하며 책을 읽어 간절히 바란 시간이 준 고마운 선물이다.

 

9차 해외학습탐사는 20136 4일에 시작 되었다. 그 날은 직장에서 있을 세미나를 준비하느라 읽던 책의 한 대목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끊기지 않는 영상으로 된 현실을 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뇌가 영원히 미래를 보고 있다는 말이다.' 라는 표현이다.

언제나 그렇다. 나도 모르게 예상하고 예측하여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들뜨고 설레며 내게 일어날 사건을 상상한다. 3번째 참가하는 해외학습탐사는 내게 또 무엇을 줄지 미리 상상하고 있었다

모든 대원들이 그러했다. 비박을 한다는 소식에 얼굴로 쏟아지는 빗방울을 상상하고 밤 운전을 동반한 강행군에 미리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아무도 없는 오지를 들어가는 탐험대를 떠올리기도 하고, 시간이 주어지면 산책을 하며 만날 자연의 침묵 앞에 어떤 자세가 될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학습탐사를 처음 가는 대원들은 미리부터 씻을 걱정, 먹을 걱정, 차에서 구겨져 있을 자신을 떠올리며 몇 일을 설레다가 걱정하다가 두근거리기를 반복했다.

 

 

8b2ddc6a1846b90e11127520345b90c5.jpg

 박자세 학습탐사 책자에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박문호 박사님 

 

 

그리고 도착한 공항에서 짐을 풀기도 전에 자신의 손에 전해지는 학습탐사 책자를 맞이하며 순식간에 식어 내리는 감정을 마주한다. 문화가 만든 감정에 젖기에는 공부하고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이 많다.  수십 억년의 시간을 간직한 위대한 자연을 준비없이 맞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박자세의 학습탐사는 처음부터 괘를 달리한다. 전쟁에 참가하는 군인에게 총이 주어지듯 책자가 주어진다. 그리고 책 안에 들어찬 넘어야 할 정보의 병사를 맞이한다. 책이 주어지는 순간 전투태세로 곧장 진입한다.

 

짐이 얼추 정리되자마자 박문호 탐사대장의 강의가 시작된다. 중요한 것을 가장 먼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부터가 박문호 박사 강의의 특징이다. 책의 페이지를 보며 학습탐사 책자의 구성과 중요 페이지를 말씀하신다. 198페이지에 달하는 책자에 그 수많은 내용을 모두 외울 수 있는 방법이 전달된다. 핵심이 되는 형상언어를 말씀하신다.

 

 

필바라 슈퍼그룹의 지도, 그린스톤 벨트, TTG, 칙체스트 레인지, 밴디드 아이언 포메이션 등의 용어가 울린다. 그 때 외울 때만 해도 이 단어가 심장 언저리까지 울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저 인천국제공항 한 구석을 차지하고 책자를 든 28명 대원이 진풍경을 만들고 있을 따름이었다.  

 

 

책자의 구성은 서호주 학습탐사 일정, 역할 분담, 활동 규칙, 안내 및 유의사항, 사전 준비물, 탐사 업무가 첫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부분은 마블바 탐사 코스 목록이 들어 있다. 그저 책 속에 글자와 그림이었던 단어와 지도가 내게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었다.

 

 

 

 

 

 

다음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