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서 호주 학습탐사 일지 2013. 6. 9

 

오늘은 카리니지까지 가야하는 긴 여정이라 새벽4시 반에 일어났다. 깨자마자 별자리를 보러갔다. 새벽 별자리에서 페가수스 사각형의 오른쪽 밑에 있는 별에서 아래로 1, 2, 3번별을 세고, 그 3번별을 1로 해서 왼쪽으로 1, 2, 3번 째 별이 안드로메다 겔럭시라고 박사님이 손으로 가르쳐 주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일등성은 아니지만 희미하게 육안으로 보였다. 몽골학습탐사 때는 아무리 보려고 해도 안 보이더니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정말 기뻤다. 엊저녁에 보았던 카노프스 , 아케르나르, 포말하우트는 방향을 바꾸어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여름철 삼각형은 위에 황소자리 알타이르, 시계 가는 방향으로 목동자리 데네브, 거문고자리 베가로 새벽에도 볼 수 있었다.

 

아침은 미숫가루, 우유, 시리얼 배 등으로 매트위에 둥글게 앉아 맛있게 먹었다. 뭘 주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스님들이 식사를 할 때 외우는 게송 중에 [오관게]라는 것이 있는데 그 다섯 가지 중에 제일 마지막 게송을 소개하면 이렇다. 위성도업응수차식(爲成道業應受此食)이라는 구절이다. 풀이 하면“도업을 이루기 위해 응당히 이 음식을 들겠습니다.”라는 뜻이다. 음식은 맛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 스님들은 도업을, 학생들은 학업을, 탐사대원들은 학습을 위해 감사히 음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음식을 들 수있다면 좀 더 좋은 학습 분위기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출발하기 전에 아침체조를 모두 모여 즐겼다. 왠지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체조가 끝난 뒤 박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이것만은 머릿속에 꼭 기억하라고 했다. 지구가 45억 년 전에 생긴 뒤 제일 먼저 대양이 생겼다. 그 다음에 대륙이 생기면서 해양판과 대륙판이 나누어지고, 서로 CO2를 번갈아 내면서 지구의 온난화가 유지되고 생명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7시 20분에 출발했다. 오늘은 4호차로 옮겨 탔다. 임지은, 박진수, 박혜진, 김진이, 나 이렇게 다섯 명이다. 오늘 가는 지역은 BIF 즉 밴디드 아이언 퍼메이션(banded iron formation)이 있는 곳이다. 지구상에 있는 철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역이다. 그러고 보니 지구의 역사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호주라는 땅덩이는 다녀 볼수록 드넓은 곳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철로가 깔린 길을 따라 평행선으로 달리고 있다. 시간은 7시30분을 지났다. 가다가 중간 중간 물웅덩이가 있어 흙탕물을 튕기며 지나갔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때론 차창 앞까지 붉은 황톳물이 튀어와 유리가 더러워졌다. 쭉 비포장 길이 이어졌다. 멀리서 기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화물차량이 200량은 넘는 듯했다. 7시 37분부터 44분까지 차가 달리니 기차의 앞부분이 보일 정도로 길고 긴 기차였다. 앞머리에 타고 있던 운전사가 손을 흔들어서 우리도 같이 흔들어 주었다. 어릴 적 철로에서 기차를 만나면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금 더 달리니 세워 놓은 기차가 또 보였다. 기차의 앞부분에서 뒷머리까지 지나가는데 2분이 걸렸다. 철길을 따라 달리다가 다른 길로 들어섰다. 8시 5분이었다. 아직도 붉은 비포장 길이 이어지고 있다. 8시 20분에 갈림길이 나서자 따라오는 차들을 기다렸다가 다시 달렸다. 드디어 8시 45분경에 포장도로로 들어섰다.

 

구릉과 구릉이 연이어져 있는 곳을 계속 달리는데 넓은 평원은 거의 보이지 않고 구릉의 연속이다. 9시10분쯤 블랙 레인지 다이크 지역을 지나고 나서 9시 19분부터는 밴디드 아이언 퍼메이션 지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산허리에 띠를 두른 것처럼 철광석이 줄을 지어있었다. 그런 산들이 죽 이어진 곳을 9시 46분까지 달렸다. 도중에 Auski 로드 하우스에 잠깐 들렸는데 화장실에 샤워시설이 4개나 있는 곳이었다. 아쉽지만, 바쁜 일만 해결하고 카리지니로 향했다. 정확히 오전 10시에 카리지니(Karijini) 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카리지니 공원에 도착한 것은 10시 45분이었다. 공원은 전부 비포장 길로 달릴 때마다 붉은 먼지가 일었다. 11시 11분에 에코 리조트에 도착해서 볼일을 본 뒤 11시 30분에 다시 출발했다. 지도를 펼쳐보니 카리지니 국립공원의 규모가 어머어마한 넓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11시 52분, 일단 내렸다. 한 시간 걸리는 트레킹을 하기로 정했다. 나중에 2시간을 훨씬 넘겼지만 말이다.

 

웨너 고지(Weano gorge)라는 곳을 가기로 하고 정하고 12시 3분에 출발했다. 여러 코스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을 골랐다. 길을 물어 출발했으나 잘못 들어 현지인에게 물어 되돌아 나왔다. 박사님을 선두로 처음에는 평탄한 길을 걸었다, 산으로 들어가니 흐르는 물도 건너야 되고 겨우 발 하나 디딜 정도의 길을 바위를 잡고 지나야 되는 험한 길도 나타났다. 가다보니 점점 위험요소가 따르는 길이 속속 앞에 나타났다. 발밑에 깔린 납작한 바위는 디딜 때마다 쇳소리를 내며 덜컥거렸고 습기를 머금어 미끄러웠다, 철판 깨어진 것 같은 바윗돌은 발을 내디딜 때마다 불안 했지만, 뒤따라오는 분들 때문에 자꾸 걸음이 빨라지니 왠지 넘어질 것 같았다. 길이 끊어져 물을 건널 때는 자칫 잘못하면 발이 빠지는 경우도 생겼다. 주위의 경관을 찬찬히 살필 여유가 전연 없는 트레킹이다.  앝은 산 전체가 거대한 철광석으로 이루어 진 듯한 것도 놀라운데 깍아지른 절벽처럼 된 곳도 보였다.  그런 자연물을 천천히 보며 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가 처음 가기로 한 곳은 계단을 올라가면 끝나는 코스여서 너무 가깝다고 박사님은 좀 더 가기를 원했다. 하긴 30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계단 위로는 큰길이 이어져 주차장 까지 5분 거리였다.

 

길이 물에 잠겨 허리 위까지 오는 물을 건너야하는 상황이었다. 망설이고 있는데 제일 먼저 김향수님이 다리를 걷어 올리고 물속을 점벙거리며 걸어갔다. 다른 대원들도 용기를 내어 속속 물을 건넜다. 나는 포기했다. 입고 있는 옷이 단벌인데다 풀을 먹인 옷이라 물에 들어가면 몸에 찰싹 달라붙기 때문에 겁난다는 핑계로 되돌아왔다. 포기한 사람은 나 이외에 김수현님, 최복선님 이었다.

 

미리 내려와 그늘에서 쉬며 모처럼의 휴식을 즐겼다. 쉰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쉬는 동안 김수현님은 일을 하나 처리했다. 공원을 들어올 때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지키는 분이 없어 우리 일행의 차가 그냥 들어온 모양이었다.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어서 일인당 35$을 내야하는 벌금은 안 내도 되도록 이야기가 된 듯했다. 입장료를 내는 걸로 해서 물을 건널 때 이원구님이 맡긴 지갑에서 꺼내 입장료를 지불했다. 목마르면 그 돈에서 사 먹으라고 했으니 대신 치르고 나중에 김현미님께 말씀드려 받아드려야겠다고 말했다. 관리인이 와서 입장료를 받아 가는데 보기에 매우 친절해 보였다. 외국에 와서 그 나라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여러 모로 편리한 것 같다. 김수현님이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니 ‘나도 영어를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좋았을 걸’ 이라는 후회가 따랐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대원들이 하나 둘 돌아왔다. 물에 빠진 옷과 젖은 신발을 신은 채로 와서 오자마자 양말을 벗고 발을 말렸다. 오는 걸 보고 김수현님은 점심준비를 했다. 점심이라야 아침에 먹고 남은 빵, 햄, 우유, 크렉카 오렌지 등이다. 배가 고팠는지 맛있게들 먹는다. 시장이 반찬이니까!

나중에 들으니 1차 난관에서는 다 같이 건넜는데 2차 난관에서는 수영을 해서 건너야 하니까 7명만 물을 건넜다는 것이다. 끝까지 건너서 돌아온 이는 박사님, 이진홍님, 임지용님, 임지은님, 김향수님, 그리고 탐사대의 막내인 민시우였다고 했다.

 

오후 3시, 카르지니 공원을 떠나 지금부터 퍼스를 향해 달려야 한다. 차에 올라타니 졸음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해서 한 시간도 안 되는 트레킹인데도 피곤했었나 보다. 될 수 있으면 바깥을 내다보려고 안 자는데 깨어보니 두 시간이나 지났다. 오후 5시를 지난 시각이다. 잠을 깨어 차창 밖을 다시 내다보았다. 오는 도중 캥거루의 사체를 몇 번이나 보았다. 대자연 속에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 끼어들어 동식물을 파괴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뉴 맨(New Man) 로드 하우스에 내려 화장실에만 다녀왔다. 17시 50분이다. 주유소에서 쉬는 동안 석양을 맞이했다. 비너스 벨트가 오늘은 형성되지 않았다. 구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18시 11분에 미카타라(Meekathala)라는 곳으로 가서 주유하기로 하고 또 달렸다.

 

미카타라 로드 하우스에서 주유하는 동안 간식도 좀 사고 볼일도 보았다. 다시 올라타고 밤 10시까지 달려야 우리가 잘 수 있는 곳까지 간다고 했다. 서로 졸지 말고 재미잇는 이야기를 하며 달리라는 박사님의 당부였다. 어인 일로 공부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걸까?

 

달리다가 19시14분에 적당한 곳에 내려 별자리를 보고 21시 8분에 또 내려 서 별자리 공부를 했다. 별이 너무 총총하니까 달려야하는 길은 멀어도 박사님이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5호차가 경찰에 걸렸다는 소식을 무전기로 알려왔다. 밤 22시 40분이었다. 1호차가 급히 출동해보니 속도위반이었는데, 해결 된 뒤였다고 한다. 임지용님이 운전을 했는데 영어를 전연 못한다는 시늉을 해서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는 후문이었다.

 

그럭저럭 잠 잘 자리를 찾아들어 갔을 때는 밤 11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저녁은 각자 차에서 해결했기에 그대로 자기로 했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비박은 밤 11시가 넘었다. 하늘을 보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