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탐사여행기3_2(6월30일) 2008-07-1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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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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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06. 30. 월요일)
 
비 내린 다음날의 하늘은 쨍하다. ‘영원한 푸른 하늘’을 실감한다. 지난밤 비에 젖은 텐트와 장비를 햇볕에 널어 말린다. 주위를 돌아보는데 탐사차량 왼쪽 뒷바퀴가 주저앉았다. 펑크가 났다. 아침부터 차량 정비다. 졸로가 타이어를 교체하고 대원들이 돕는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 후에는 사막에서 대원들끼리 달리기를 한다. 맑은 날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맑은 햇살 아래 사막을 가로질러 뛴다. 가벼운 흥분이다.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 같이 달리고 있다는 게 의미있다. 대원들은 달리고 박문호 탐사대장이 대원들의 뛰는 모습을 일일이 촬영한다.

아침 식사 후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탐사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자 가이드 졸로와의 교감도 두터워졌나. 졸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자동차 중계 매매상이고 운전교육도 한다. 차가 4대나 있고 울란바토르에 아파트만 3채란다. 한국에는 그의 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여행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을 하나의 공간 안에 모아서는 서로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게 만든다. 언어와 나라가 무슨 장벽일까.

첫 행선지는 몰척앨스다. 야생마가 출몰하는 지역이다. 가이드 졸로가 추천한는 장소다. 길을 달린다. 잠깐 돌산에 올라 다시 한번 주변의 풍광을 감상한다. 산과 호수, 초원의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간밤에 내린 비로 길은 험하다. 햇볕이 좋아 진흙탕이 마르기는 했어도 물길이 지나는 골은 그대로 남아 길을 막아선다. 여러 대의 차가 길 위에서 곤란을 겪는다.

알랑볼락에 도착한다. 늦은 점심식사를 하려하지만 문이 닫혔다. 이번에도 주유소에는 기름이 떨어졌다. 곧 울란바토르의 입구에 도착한다. 큰 호수다. 그 물길이 울란바톨의 반대편 끝까지 이어진다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념촬영을 한다. 몰척액스로 가는 행로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도 듣는다. 홍수로 다리가 유실돼 많은 시간을 우회해야 한다. 결국 행로를 변경한다. 울란바토르의 몇몇 사원과 박물관을 감상하는 것으로 남은 일정을 잡는다.

다시 울란바토르다. 26일 첫 발을 내린 후 꼬박 4일 동안 고비사막에 머물렀다. ‘붉은 영웅’을 뜻하는 울란바토르 진입 표지판이 보인다. 감회가 새롭다. 울란바토르에 들러 간달 사원을 향한다. 간달 사원은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이다. 사회주의 시절 종교를 허락하지 않아 수많은 사원과 승려들이 희생됐다. 간달 사원은 전시용으로 유일하게 남겨둔 사원이다. 한 때 승료 수만도 150여명을 넘었다 한다. 사원 안에는 20m가 넘는 청동불상이 있다. 역시 라마 불교의 흔적이 있다. 불상 앞에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다.

간달사원은 울란바토르 시민들의 쉼터 역할도 한다. 데이트삼아 나온 연인들도 눈에 띈다. 그들의 애정표현은 과감하다.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도 돈을 벌러 나온 아이들과 마주한다. 사원 주변으로는 비둘기가 많은데 비둘기 모이를 판다.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행동한다.

간달사원을 나와 저녁식사를 하고 별관측을 위해 이동한다. 울란바토르를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도심의 빛이 남긴 자취를 완전히 벗어나가 위해 한참을 달린다. 사위가 탁 트인 장소를 찾아 한참을 이동한다. 관측지를 정하기 전 게르에 들린다. 몽골 요구르트 2리터를 산다. 몽골 요구르트는 여행중 졸로가 맛을 보여줬다. 우리의 요플레 비슷하지만  단맛이 없는 게 특징이다. 게르의 가족들이 내온 몽골 치즈도 맛본다. 그 농도에 따라 두부맛이 나는 것도 있고 치즈 특유의 맛이 깊게 배어나는 것도 있다.

야영지를 정한 후 별관측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자정에 기상해 별관측을 하기로 한다. 대원들이 잠든 동안 문경수 대원과 함께 가벼운 별사진 촬영을 한다. 자정이다. 초원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대원들이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박문호 탐사대장의 별자리 강의가 이뤄진다. 야영지 뒤쪽의 산 너머 가장 밝은 별은 목성이다. 은하수와 나란하다. 은하수를 따라 견우와 직녀성까지 별자리 이야기가 이어진다. 머리 위에는 북두칠성과 왕관자리가 있다.

이날 가장 큰 발견은 안드로메다 갤럭시다. 국내에서는 관측이 어려운 별자리다. 좀처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별자리다. 그렇지만 몽골의 밤하늘에 안드로메다 갤럭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드로메다 갤럭시는 약 2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먼 거리라 빛이 희미해 보이지만 실제 밝기는 태양의 약 100억 배나 된다. 우리와 비슷한 나선형 은하 가운데 가장 가까운 은하라 연구 가치도 남다르다.

가장 밝은 목성과 은하수를 배경으로 각자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정말 많은 별들이 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별들의 자리와 그 이름 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별들의 천지를 바라보며 우리는 작아지고 왠지 숙연해지며 또한 아련해진다. 좀처럼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