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의 단상들 2010-08-23 15:41
송영석 

몽골학습탐사에서 느꼈던 단상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1. 일출

사막의 지평선 위로 붉은 빛을 내뿜으며 타오르는 아침의 태양은 온 세상을 서기로 가득채운다. 구름이 붉은 빛을 가리우지만 한 껏 뻗쳐 오른 태양의 기운은 구름위로 치솟고 드 넓은 사막의 대지는 붉은 기운으로 가득채워진다. 나는 사막의 한 가운데 서서 솟 구쳐 오르는 태양을 두 팔 벌려 온 가슴으로 맞아들이고, 태양과 내가 하나됨을 느낀다. 문득 “나는 네가 되고 너도 내가 될 수 있었던 수 많은 기억들...”이란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2. 알타이산위의 구름

알타이산위로 유유히 떠가는 구름은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처럼. 하늘을 날으는 우주선처럼, 산 너머 저 멀리 어디론가 가고 있다. 20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 위의 세찬 바람은 매섭기도 하련만 구름은 여유를 부리는 건 지 유유자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흘러간다. 우리의 조상들도 언젠가 까마득한 그 옛날에 저 구름처럼 알타이 산들을 넘나들면서 한반도까지 이동하였으리라... 알타이산, 바람, 구름, 여기에 서 있는 나, 알타이를 지나왔을 우리의 조상들, 시공을 초월하여 여기있는 내가 곧 조상이고 조상이 곧 나 자신임을 느낀다.



3. 고비사막

우리 말의 “한 고비, 두 고비, 고비마다...”라는 말처럼 고비사막은 드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비사막에는 초원도 있고, 자갈사막, 모래사막도 있고, 흰 꽃, 노란 꽃, 보라색 꽃도 있고, 도마뱀, 메뚜기, 이름모를 벌레들도 많다. 나는 고비사막에서 살아가는 동물들, 풀, 꽃들에게서 친숙함이 느껴지고 가슴 한편에서는 왠지모를 측은 함이 밀려온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지평선과 지평선위의 하늘, 구름 뿐, 이 세상의 한 가운데 내가 서 있음을 느낀다. 내가 곧 이 세상의 중심점을 깨닫는다.


 
4. 강

몽골에서 강을 만나면 왜 그리도 반갑고 편안하던 지 ... 야영하면서 며칠간 세수도 못하고 머리도 못감아서 그런가 ? 아니면 식수가 떨어져도 물이 없어 죽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일까 ? 한번은 강가에서 발도 닦고 세수도 하고 있는 데 운전기사 요르가 징기스칸 시대에는 허락없이 강에서 머리감고 몸을 씻었다간 사형에 처했다고 알려준다. 사막이나 초원에서 강을 보면 새삼 물이 모든 생명의 젖줄이라는 느낌을 실감하게 되고, 물의 소중함을 아로새기면서 내가 평소에 물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5. 바람

몽골에서는 어딜가도 어디선가 쉬지도 않고 온 종일 바람이 불어온다. 사막, 초원, 알타이산 그 어디를 가도 바람이 불고, 새벽, 아침, 낮, 밤, 그 어느 때에도 바람이 분다. 새벽의 알타이산 바람은 왜 그리도 춥던지 침낭을 등뒤로 두르고서야 일출을 맞으러 산등성이에 오를 수 있었다. 사막에서 낮에 부는 바람은 햇빛만 가리면 시원한 느낌인데 바람이 조금만 세지면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바람따라 왔다가 바람따라 가는 게 인생이라는 말이 문득 바람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6. 사람

울란바타르에서 만나는 몽골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어떤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처녀, 총각, 아줌마, 아저씨 모두가 이웃집 사람처럼 생겼다. 초원의 어느 마을 게르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도 우리의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얼굴 모습들이다. 입고 있는 옷과 주거 형태, 표현하는 말이 다를 뿐 대화가 통하지 않아 그저 마주보면서 웃는 해 맑은 모습은 영낙없는 우리의 이웃집 사람 얼굴이다. 몽골인들과 내가 머나먼 그 옛날로부터 한 핏줄로 연결되 있음을 느낀다. 천년의 시차를 두고 징기스칸의 후예들과 내가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