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탐사여행기2_1(6월27일) 2008-07-15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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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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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습니다. 몽골 탐사여행기 이어집니다.
 
6월 27일
 
6시에 눈을 뜬다. 텐트를 나선다. 시야 가득 초록이 끼쳐온다. ‘솨아~’하는 바람에 이끌려 초원의 풀들이 한꺼번에 일어선다. 초원의 둔덕 위로 푸른 하늘이다. 몽골 사람들이 말하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 저것이구나.
박문호 탐사대장은 이미 주변을 한차례 탐험(?)한 듯하다. 뒤를 쫓아 말의 주검 앞에 선다. 앙상한 뼈만 나만 말의 흔적이다. 골격이며 치아며 고스란하다.
몽골 여행길에는 종종 가축들의 주검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겨울철 추위를 못 이긴 몇몇의 가축은 사막이나 초원 위에서 객사한다. 이 또한 방목의 흔적인 셈이다.
이른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버너가 말썽이다. 버너와 가스의 이음새가 자꾸 어긋난다. 가이드 졸로가 도움을 준다.
아침 8시. 서울에 있었다면 깊이 잠들어 있을 시간, 고비를 향한 본격적인 행로에 오른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길은 이미 한참 전부터 비포장도로다. 아득하게 이어진다.
며칠째 내린 비는 크고 작은 웅덩이를 만든다. 차는 물웅덩이를 피해 길을 벗어났다 돌아오기를 몇 차례나 반복한다. 끝도 없는 평원은 여러 갈래의 길을 가진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먼저 간 차들의 바퀴 자국이 겹치고 겹쳐 길을 내는 셈이다.
출발 2시간 만에 차가 선다. 가이드 졸로가 차에서 내린다. 운전석 발판이 느슨해져 심하게 흔들린다. 문경수 대원이 모래사막을 뒤진다. 철사를 찾아낸다. 모두 탄성이다. 사막에서 철사 찾기라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무에 다를까 싶다. 신기하면서도 재미난 땅이다.
다시 차가 달린다. 차 안에서 말린 과일을 나눠 먹는다. 응축된 당분은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는다.
곧 첫 번째 도시가 나타난다. 만달고비다. 울란바토르에서 350km 떨어진 거리다. 몽골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막 도시는 광산을 끼고 발전한다는 게 탐사대장의 설명이다.
만달고비에서 차량을 수리한다. 그동안 탐사대원들은 선거 유세장을 서성인다. 몽골의 국회의원 선거는 만달고비에서도 뜨겁다. 거리에서는 토론회가 열리고 거리를 따라서는 유세 행렬이다. 유니폼을 맞춰 입은 유세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다. 다소간 인위적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본 아이들이 몰려든다. 하나하나 그네들의 얼굴을 찍고 사진을 보여준다. 신기한 듯 바라보고 신이 난 듯 웃는다.
고비호텔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메뉴판에는 몽골어뿐이다. 무작위로 메뉴를 정한다. 몽골 어디에서나 음식은 대동소이하다. 덮밥류이거나 탕류 또는 면류다. 입맛을 확 끌지 않아도 제법 익숙한 맛들이다.
만달고비를 출발해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린다. 처음 만나는 사막의 비다. 빗방울은 흙길 위에 울림을 만든다. 잠깐 내려서 촬영한다.
비가 내린 후에는 하늘이 잿빛이다. 먼발치 지평선 위에는 비 구름떼가 몰려다닌다. 어디쯤에서 비가 내리는지 식별이 가능하다.
또 한참을 달린다. 사막에서는 차를 달리는 것이 주된 일정이다. 그러다 눈에 띄는 풍광과 사물 앞에 우리는 멈춰서곤 한다. 다섯 사람의 시야가 사방을 향하니 제각각의 감성으로 제각가의 풍경을 잡아낸다.
“무지개다” 누군가 외쳤다. 무지개가 보였다. 옅은 무지개는 땅에서 시작해 하늘을 향했다.
솔롱고스.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솔롱고스라 불렀다.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이다.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따뜻한 남쪽이 꿈의 나라이리라. 그들의 걸음 닿는 동남쪽의 끝이 한반도다.
코리족의 후예 가운데 바이칼 호수에 터를 잡은 부족에서 칭기스칸이 태어났고, 또 한 무리의 후예들은 남하해 부여를 건국했다던가. 그러니 무지개의 나라는 따뜻한 남쪽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머나먼 땅의 형제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 있으리라. 무지개를 닮은 우리네 색동저고리 또한 몽골로부터 유입된 것이라 전한다.
저녁 6시가 지났다. 사위는 밝다. 먼발치에 양떼를 모는 목동이 눈에 띈다. 말을 타고 다니며 양떼를 몬다. 올란바토르에는 ‘소매치기 조심’이라는 문구가 백화점의 벽면에 붙어있지만 일단 게르가 있는 사막 지형으로 나오면 순수한 몽골 사람을 만난다.
그들에게는 선입견이 없다. 유목민 특유의 소통방식도 있으리라. 가이드 졸로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친구처럼 대화한다. 짧고 간결하며 목적이 있는 대화지만 스스럼이 없다.
목동 또한 그러하다. 목동은 탐사팀을 발견하자 말을 타고 다가온다. 졸로의 도움으로 간략한 의사소통을 한다. 사진을 찍으라며 포즈를 취한다. 20대 초반으로 보인다만 몽골 사람의 나이란 우리식으로 가늠할 수 없다. 가이드 졸로는 쉰에 가까워 보이지만 39살이다.(몽골과 우리의 나이 계산법은 같다.)
목동은 우리 일행과 사진을 찍고는 다시 양떼 쪽으로 말을 달린다. 힘차다. 그도 잠시 곧 양떼들이 몰려온다. 부러 우리 일행을 향해 양떼를 몰아오는 것이다.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바빠진다. 일렬횡대로 늘어선 양떼들이 한꺼번에 달려오는데 그 풍경이 장관이다. 유목 생활이 갖는 광활함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양떼는 1km쯤 전방에서부터 달려와 우리 일행이 서있는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향한다. 목동은 말을 타고 좌우를 오가며 양떼를 추스른다. 그저 ‘굉장하다’는 말만 연발한다. 연신 셔터를 누른다. 양떼들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좀 전의 상황이 좀체 믿기지 않는다.
촉트어워를 지나 20km 지점에서 야영을 준비한다. 밤 8시다. 텐트를 친다. 다시 비가 내린다. 빗방울이 거세다. 바람도 심하다. 탐사 차량을 지지대 삼아 텐트를 묵는다. 괜찮을까 싶다. 텐트가 심하게 흔들린다. 탐사대장은 끄떡없다. 이 또한 추억이 될 거란다.
텐트를 치고 식사를 마친다. 밤 10시 텐트에서 잠자리에 든다. 텐트 위로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진다. 바닥은 차다. 쉽사리 잠이 들까 싶다만 금세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