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해외학습탐사 몽골일지(9일째)

 

2016827일 토요일, 날씨는 맑음

 

탐사 마지막 날이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새벽별을 보려고 일어난 대원들이다. 나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자버렸다. 나이 탓인가. 정말 한심스럽다고 여기면서도 일어나지 못했다

 

여섯시 반에 아침식사를 했다. 다른 날 보다 이른 아침에 밥을 먹으니 정신이 차려지지 않는다. 마지막이라 반찬이 많다. 김치죽에 소고기장조림, 멸치조림, 땅콩조림, 쥐포무침 등 푸짐하다.

 

8시 반부터 아침강의가 시작되었다.

지금 태양이 어디 있나요

사자자리

대원들이 즉각 대답하자 박사님이 만족한 웃음을 띠운다.

내 생각이 어디 있느냐라는 물음을 의식화하여야 한다. 이런 생각은 창의성을 유발한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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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지각

 

생각이 효율성을 가지려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

생각을 수시로 점검하고 저 멀리 보는가를 의식할 것.

자기 생각이 감각에 의지하는지, 지각에 의지하는지 항상 의식할 것.

지각은 세계를 모형화 하는데서 나온다. 우리의 생각이 항상 저 멀리 있는가, 지각적인가를 생각하라.

내 생각이 항상 어디에 있는가를 항상 점검하라. 그리고 뭐를 보는지가 중요하다.

저 멀리 보는 것은 지각적이고, 내 근처를 보는 것은 감각적이다.

박사님의 강의는 여기까지였다.

 

850분에 출발했다.

여기서부터 울란바토르까지 400km라고 한다.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온 MBC차량 뒤로 검둥개가 뒤따라온다. 이별을 할양인가보다.

길을 나서자마자 길가에 개선문 같은 게 서있다. 요즘 만든 것 같아 보인다.

 

버스 안에서 별자리를 익혔다.

먼저 우주의 창문이라 하는 페가수스(PEGASUS) 사각형을 찾고, 그 위로 카시오페이아(CASSIOPEIA)가 빛난다. W형의 카시오페이아의 뒤쪽 V의 꼭지 점에서 밑으로 내려오면 페가수스의 첫 번째 별과 연결이 된다. 거기에서 일학년, 이학년, 삼학년에서 점찍고 그 자리에서 일반, 이반, 삼반으로 가면 옆에 지우개로 지운 듯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안드로메다 겔럭시다.

다음은 북두칠성이다. 누구나 잘 아는 별로 예전부터 친숙한 별이다. 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에서 30°로 곡선을 그리면서 내려오면 아크투루스(Arcturus)로 이어지고 좀 더 내려가면 스피카(Spica)로 이어져 봄의 대곡선이라 부르는 곡선이 된다.

그 다음은 이등변 삼각형이다. 백조자리의 데네브에서 왼쪽으로 가면 거문고자리의 직녀와 가로로 연결이 되고, 데네브와 직녀에서 각각 밑으로 내려와 독수리자리의 견우와 연결시키면 이등변 삼각형을 이룬다. 이것을 여름철 이등변 삼각형이라 한다.

은하수 끝에 궁수자리가 있다. 궁수자리에서 보면 티포트 모양의 별자리가 있다. 자세히 보면 찻주전자 뚜껑의 꼭지, 손잡이, 물 붓는 꼭지까지 있는 걸 볼 수 있다.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있는 물체를 보는 게 아닐까싶다. 박사님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저 멀리를 보는 것 중에 하나일 것이다.

 

1040분에 버스에서 내렸다. 시속 50km로 달리는 포장도로지만 때로는 덜컹거린다. 푹 페인 곳이 더러 있어서다. 허브향이 가득한 곳에서 10분간 쉬고 도로 탔다. 내린 곳에 양떼가 몰려가고 있다. 탐사는 오늘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섭섭하다. 언제까지 따라 다닐는지 모르지만.

 

달리다가 110분쯤 점심준비하려고 내렸으나 좀 더 가면 물이 흐르는 곳이 있다고 해서 도로 타고 달렸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고 또 달렸다. 215분에 내려 점심준비를 했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던 깨끗한 물이 아니었다. 주위에 가축들이 많아 배설물도 많을 뿐만 아니라 파리 떼가 붕붕 날아 눈앞에 아른거리며 귀찮게 굴었다. 깨끗한 물이면 씻으려고 벼르던 대원들의 실망이 컸다. 오염된 물을 쳐다보고 모두 체념하는 눈치다. 그나저나 내렸으니 점심준비는 했다. 유로선생님은 미안해하며 한마디 했다.

예전에는 깨끗했어요. 그런 줄 알았더니.” 그렇게까지 오염된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식사를 들기 전, MBC 피디와 탐사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어서 감회가 남다를 거라는 말에 뭐라고 하긴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컵라면이 준비되었다. 파리가 방해를 해서 쫒아내 가며 먹었다. 생으로 썰어놓은 양배추를 넣어 먹으니 아삭아삭 씹혀 입맛을 돋우었다. 오랜만에 4조 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먹으면서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식품담당대원들과 식사당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마음속으로 올렸다.

340분에 울란바토르를 향해 버스에 올랐다.

 

510분 넓은 초원에서 내렸다. 10분간 휴식을 가진 뒤 박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박자세가 과학운동을 한지 8년째다. 이젠 창의성을 언급할 시기가 되었다. 과학운동은 시작도 끝도 창의성이다.

공부를 잘 하려면 개념을 빨리 잡고, 가장 최근에 나온 세계적인 명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 생각의 탄생)

 

창의적 방법론에는 13가지 구체적 방법론이 있다.

1. 관찰-일상의 장엄함을 경이롭게 느끼고 면밀하게 주시할 것

2. 형상화-예를 들면, 별자리 이미지를 내면의 감각으로 머릿속에 시각적으 로 그리는 것.

3. 추상화-핵심적 요소를 드러내는 과정단순화 할 것

4. 패턴의 인식-경계지점에서 볼 것. 예를 들면 가축의 우두머리는 경계부근 에서 늘 살핀다.

5. 패턴의 형성-세계의 재배열재구성

6. 유추(類推)-자연과학만유인력은 유추에서 나옴

7. 몸으로 생각하기

잡담, 망상, 공상 등은 양질의 정보를 얻지 못한다.

넋을 놓고 사물을 바라본다.생각 만들기

표현되지 않는 생각느낌(수동적 생각)

생각이 곧 느낌이고 느낌이 곧 생각이다.

몸은 정답을 알고 있다

8. 감정이입-내가 이해하고 싶은 대상이 될 때

9. 차원적 사고-원근법을 쓴다.

차원을 올리면 그 밑에 차원이 포섭된다.

차원을 높이면 갈등이 해결된다.

10. 모형 만들기-세계를 이해하려면 모형을 만든다.

11. 놀이(포유동물의 특성) 잘 놀아야 함.

일을 놀이처럼 즐겨라.

12. 변형생각의 변형

말로 표현 한 것을 방정식으로 바꾸기

) 바흐의 음악리듬을 클레가 조각으로 바꾼 것처럼 바꾸라.

13. 통합(교학적인 지식)질문을 통합하기 위해 노력하라.

박식(博識)을 추구하지만 문제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 할 것

위의 13 가지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것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지름길이다.

강의를 끝내고 550분에 출발했다. 여기서부터 울란바토르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초원을 보며 달리다보면 양이나 염소의 무리들을 자주 만난다. 오늘도 그런 무리를 만났다. 자세히 보면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붙어 있다. 많을 때는 스무 마리에서 삼십 마리도 넘는 무리들이 머리를 마주하고 함께 몰려있다. 더운 여름에 왜 그렇게 하고 있는지 이상하다. 양이나 염소의 습성이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상한 버릇인 것 같다. 어떤 이가 양떼들은 여름이 되면 너만 덥니, 너만 덥니 라며 붙어살고 겨울이 되면 너만 춥니, 너만 춥니 라며 떨어져 산다고 했다. 여름에 붙어산다고 한 것은 맞는 소리 같지만, 겨울에는 안 봐서 모르겠다.

 

박자세의 일정은 어디로 튈지 모른 것에 매력이 있다. 그때그때 따라서 바뀌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 같아 항상 설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정도 오늘로 끝난다. 그러나 마음은 내일 또 어디론가 갈 것 같기만 하다.

 

6시 반에 울란바토르 입구인 요금안내소에 들어섰다. 7시 예약되어 있는 식당까지 무난하게 도착할 듯하다. 정확하게 719분에 식당에 도착했다.

MONGORIAN'S 레스트랑이다. 실내장식이 멋스런 고급식당으로 분위기가 좋았다. 옛 물건, 특히 차도구가 많이 전시되어 있어 찰칵찰칵 많이 찍었다. 말안장, 농기구 등도 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우리들이 앉은 양쪽으로는 몽골의 옛 풍경사진들이 걸려있었다. 그 중에 게르 체험 때 김현미 이사가 낭송했던 나 태어난 고향을 지은 몽골시인 나착도르지의 사진도 걸려있었다.

 

기다리던 식사시간이다. 먼저 양상추, 시금치, 오이, 도마도 등이 든 샐러드가 나왔다.

요리는 여섯 가지였다. 비트가 들어간 붉은 색 스프, 소고기 칼국수, 볶음 국수, 고기 모둠쟁반(, , 돼지, , 말고기 등), 볶음밥 등이 차례로 나왔다.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지 못했다. 남긴 음식이 많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못 다한 자기소개 등이 있었고 옆에 앉은 대원들과 담소도 나누었다.

그동안 수고하신 유로 선생님과 운전기사들도 다 모여 식사를 했다. 바트라 운전기사 아저씨는 기사들을 대표해 몽골민요를 불렀다. 가사는 잘 모르지만 애절한 곡인 것 같았다. 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라고 했다. 민요가수로 CD도 내신 분이라 목소리가 역시 달랐다.

박자세 쪽 대표로는 김현미 이사가 몽골 국민시인인 나착도르지의 시를 몽골어로 다시 한 번 읊었다.

몽골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1250분 비행기여서 식사가 끝나자 비행장으로 달렸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