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해외학습탐사 몽골일지(5일째)

 

2016823일 화요일, 날씨 맑음(5일째)

 

식사당번이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났다. 옆에서 깰까봐 살그머니 나왔다. 조금 일찍 나와 그런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으니 당번들이 하나둘 나오고 노민화 식품당당 대원과 조서연 대원이 나와서 이것저것 꺼내놓는다. 오늘의 식단과 할 일을 미리 말해준다. 노복미, 정은옥 대원은 간편식으로 된 닭죽과 소고기죽을 끊이기로 하고, 대학 졸업반인 남자 대원 최도항과 나는 반찬 세 가지를 접시 아홉 개에 담고, 김치도 썰어 접시 아홉 개에 담아 식탁에 놓으라고 배당을 했다. 반찬은 문순표 대원이 정성스레 만들어 온 멸치조림과 오이피클, 깻잎장아찌이다. 반찬을 싼 비닐봉지에 멸치조림이라고 쓴 것만 봐도 정성이 깃든 음식이란 게 느껴진다.

 

7시 반에 아침식사, 아침강의는 9시에 시작되었다.

며칠 전에는 보름달에 가깝더니 하얀 반달이 하늘에 떠있다. 그 위로 독수리 두 마리가 햇빛을 받아 날개 짓을 할 때마다 깃털의 색깔이 바뀐다.

박사님은 먼저 오늘 떠나는 다섯 분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떠나는 분은 조장희 박사님, 김영보 박사님, 최진석 교수님, 고영일 대표 등이다. 그리고 처음 탐사에 적응이 잘 안 돼, 장염 때문에 고생한 고1년 김지민도 같이 떠나기로 결정했다. 끝까지 잘 버티었으면 좋으련만. 앞으로의 일정이 고된 것을 생각해 가기로 한 것이다. 다음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탐사에 도전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박사님은 오늘부터 천문과 지질, 기후 등에 중점을 두고 강의할 것이라 말했다. 우선 일등성 별자리 10개를 외우라고 했다. 몽골에서는 매일 밤 토성과 화성을 함께 보는 행운을 가졌다. 토성의 위치가 매일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육안으로 보는 행성은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이다. 그 중에 금성과 목성은 베가보다 1.5배 밝다.

황도의 개념을 확실하게 익힐 것, 주파수 별로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볼 것 등을 당부했다.

 

다음은 조장희 박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공학은 푸리에트랜스폼을 정리정돈 하는 학문이다.

어려운 공식을 칠판에 적었으나 제대로 쓰지 못해 사진으로 찍었다. 사진으로도 잘 해득이 안 돼, 적을 수가 없다. 최진석 교수님도 조장희 박사님이 쓴 공식을 보고 태어나서 생전처음 보는 것이라 했으니. 모르는 것이라 적는 것도 제대로 적지 못하는 것 같다.

박사님의 부연 설명이다. 허블과 휴메이슨의 발견은 1916년에 출판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처음으로 설명이 되었다. 블랙홀은 시공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시간이 없어 여기서 강의는 끝냈다.

 

950분에 출발했다. 오늘부터 4일간은 박사님이 탄  2호자 버스다.

가는 도중에 떡시루같이 층층이 돌이 쌓여있는 바위산을 지나서 양옆에는 나무들이 자라고 강이 흐른 곳에 내렸다. 떡시루 같은 돌은 화강암이 드러난 것으로 토르(TORR)라 한다고 박사님이 일러주었다.

11시쯤이다. 강에서 간단히 씻으라고 하니 세수도 하고 발도 씻는 이들이 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물이 아닌가. 11시 반에 다시 출발했다. 먼지가 펄펄 날리는 비탈길을 넘다가 갑자기 버스가 멈추었다. 어디가 고장 난 모양이다. 12시 쯤 이었다. 기사가 연장을 꺼내자 다른 차의 기사들도 함께 내려와 서로 도와 금방 고쳤다. 가는 길은 양쪽으로 흙을 깎아내린 길이어서 초원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길 양쪽의 남쪽은 풀이 자라고 북쪽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자연적으로 그렇게 형성된 듯하다.

 

12시 반경에 체체를렉에 내려 시장을 보았다. 한가이 산맥 쪽으로 가니까 물이랑 필수품을 미리 준비해야 해서다. 한 시간 지체한 뒤에 버스가 출발했다. 그동안 각자 버스 안에서 책을 보거나 외우는 시간을 가졌다. 박사님은 시간 날 때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책을 보니까 따라서 책을 보게 되는 것 같다.

 

1시 반에 버스가 다시 움직여 두시쯤 점심 먹을 곳에 내렸다.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강가이다. 빵과 잼, , 시리얼과 우유, 주스, 아침에 남은 죽 등을 쭉 늘어놓았다. 후식으로 사과도 내놓았다. 각자 먹고 싶은 대로 가져가 매트 위에 앉아 마주보고 먹었다. 흐르는 물에 각자 먹은 그릇을 씻었다. 식사당번인 나는 빈 그릇들을 가져와 물에 씻으니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물 값이 절약되는 것도 그렇지만 물을 마음껏 쓸 수 있어 더더욱 그러했다.

 

3시에 출발해 4시쯤 넓은 초원에 내려 10분간 휴식을 가졌다.

이곳에는 들국화 비슷하기도 하고 쑥부쟁이 비슷한 꽃이 납작하게 엎드려 지천으로 피어 보라색 들판을 이루고 있다. 간간이 노란 민들레와 미나리아재비도 보인다. 유로 선생님에게 보라색 꽃 이름을 물으니 샤르그스라고 일러주었다.

다섯 시 경에 야크라는 소가 많은 초원에서 다시 쉬었다. 우리가 쉬는 이곳은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고 했다. 1시간 동안 야크만 보이는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여기는 지대가 높아 추운 지역이어서 야크만 키우는가 보다. 야크는 털이 길어 꼭 망토를 걸친 것처럼 보인다. 달릴 때보면 망토자락이 흩날리는 것 같다. 야크는 검은 색, 흰색, 갈색, 회색, 다양한 색깔이 섞인 얼룩이 등 색깔이 다양하다. 어떤 야크는 얼굴은 희나 몸은 까맣고, 얼굴은 까만데 몸은 흰 것 등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울퉁불퉁한 비탈길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버스가 멈추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겨우 올라왔으나 두 번째 올라오던 버스가 진구렁에 빠진 것이다. 기사들이 내려 애를 썼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녁 6시를 넘긴 시간이다. 어떻게 되겠지 라며 기다렸으나 속수무책이다. 저녁이 되니 기온이 떨어져 바람도 세차게 불어 빨리 순조롭게 되기를 비는 마음이었다. 기사님들은 물론 남자 대원들도 힘을 합쳐 통나무를 대고 밀어 겨우 빠져 나왔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기뻐했으나 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가 올라갈 비탈길이 진구렁이라서 지금 상태로는 올라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8시가 넘어서야 겨우 결정이 났다. 여기서 숙영을 해야겠다는 전달이 왔다. 내일 차가 올라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려고 차에 있는 짐을 다 내렸다. 식료품을 실은 차의 짐들도 모두 내린 뒤 저녁준비를 했다. 저녁준비를 하는 동안 추워서 손이 덜덜 떨렸다. 반찬을 담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 배나 걸린 듯하다. 모두들 추워해 참치와 햄을 넣은 김치찌개를 끓여 따뜻한 저녁을 먹도록 했다. 텐트를 치려고 하니 바닥에 습기가 많아 질척거렸고 땅도 고르지 않아 잠자리가 불편할 것 같았다.

 

우리가 편하게 잠자는 동안 밤을 샌 대원들이 있었다는 걸 아침에야 알았다. 그럼 분들이 있었기에 나머지 대원들이 편하게 잠든 걸 생각하니 고맙기 이를 데가 없다. 신양수, 지승재, 정종실, 정인식, 김형문 대원들이다. 정말로 감사의 절을 일일이 올리고 싶다. 김형문 대원은 처음으로 탐사에 참가한 분으로 자발적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해서 더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곳은 산중이어서 약초 캐러 다니는 몽골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 짐이 많으니 뭐라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유로선생님이 걱정해서 지킨 것이었다. 정말로 너무나도 고맙다. 몇 번을 말해도 그 고마움을 다 말할 수 있으랴.

 

11시가 넘어 일이 끝나 잠자리로 갔다. 저녁강의는 모두가 지쳐서 휴강을 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밤새 차가 오가는 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그러다가 어느새 그냥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