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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 위 하트 모녀母女..사랑해요.^^

 

 7월 19일(일) 학습탐사 3일차


강렬했던 화이트 스튜바의 하루가 지나고, 몽골에서 3번째 아침 햇살을 선물받았다. 산뜻한 풀 위에서 먹는 누룽지 한 그릇. 고소하다 못해 달달하기까지 하다. 이야말로 제대로 아침 햇살을 음미하는 태도다.

어제와는 또 다른 푸른 언덕의 경이로움, 그리고 소량의 이슬을 머금은 푸름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이 황홀함.

 

간단한 산책 겸 생생한 오전 강의를 위해 셰일이 많은 암석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직접 현장에서 느껴보고 층층이 날카롭게 뻗은 셰일도 만져봤다.

버스로 돌아오니 식사 당번이 사과 한쪽씩 썰어 나누어 주었다. 새콤한 사과를 입에 넣은 후 뒷정리를 하고 우리는 출발하였다.

 

화이트 스튜바로 다시 한번 향한 우리는 익숙한 듯 다시 절벽으로 갔다.

어제 실패한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한 번 도전해 보았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아찔한 곳이지만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절벽 끝에 도달했다.

어떡해, 어떡해

겁쟁이는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나는 포기해야하나 생각하는데 노복미 선생님이 내게 다가오시면서 나도 저기는 무섭다 그 옆에 다른 곳이 있는데 좀 더 나을 거야

하시며 앞으로 나아가셨다. ‘그래 죽으라는 법은 없지

한 발 한 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곳은 원래 가려고 했던 절벽 아래보다 훨씬 덜 아찔했다. 절벽 아래는 높아서 내가 떨어질까봐 무서운게 아니라 그냥 높아서 너무 아찔한 것이다. 하늘만 쳐다봐도 하늘과 맞닿아 있어 찌릿찌릿하다.

 

이제 곧 헬리캠을 띄울거에요~.”

더 넓은 시야를 찍어주는 헬리캠은 흡사 말벌 수십마리의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아다닌다.

각자 절벽 아래에 자리를 잡거나 절벽 위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을 나타내주면 된다.

비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부부우우우웅

나와 노복미 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헬리캠에게 인사했다.

헬리캠, 너도 무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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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헬리캠이 지나간 후 정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절벽 내려가는 것에 성공했지만, 어제보다 무언가 밋밋했다. 뭘까? 그래. 바람. 어제의 강렬했던 그 돌풍이 오늘은 없었다.

첫 인상이 그리 강했으니 당연히 심심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바람이 어제처럼 안 놀아줘서 너무 재미 없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딘가 밋밋하지 않니?”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다.

  

사진 찍어야하니 모이세요

플랜카드를 펼치고 행여나 구겨질까 빳빳하게 펴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체 화이트 스튜바를 떠났다.

 

출출함을 달래줄 땅콩을 몇 개 집어먹으니 어느새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낙타 요구르트를 맛볼 수 있는 가게가 있다. 낙타 요구르트는 생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다 마신 형형색색의 음료 PT병에 뽀얀 막걸리처럼 요구르트가 담겨있다. 종이컵에 한 잔씩 받아 마셔봤는데, 입안에서 요거트의 시큼한 발효 향기와 걸쭉한 액체가 어우러졌다.

으엑, 이게 뭐야

내가 상상한 요구르트의 맛은 아니었다. 시중에 판매하는 요거트는 신맛을 줄이고 단맛을 내기 위해 당분을 함께 섞어 판매한다. 그런 맛에 길들여진 나는 오리지널 요거트를 맛본 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요구르트 마시면 장이 활발해 질 거야

귀가 쫑긋 섰다. 낯선 곳에 여행 와서 볼일을 쉽사리 해결하지 못해 한 잔 더 받았는데 이걸 어째야 할지 심란했다. 마시기엔 벌칙이고 안마시면 내 장이 계속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에잇, 이 까이꺼 코 막고 원샷 해 버리지 뭐!”

꿀꺽꿀꺽 마시는데 정말 이상했다. 코를 막은 탓에 맛은 안느껴지지만 혀에 맞닿는 걸쭉함 만으로도 맛이 느껴지고 발효 때문인지 탄산처럼 혀가 따끔 따끔했다. 다 마시고 막았던 코를 여는 순간 막혔던 요구르트의 향기가 쑤욱 올라왔다. 인상을 찡그리며 어쩔 줄 몰라하자 정인식 선생님이 아까 먹던 땅콩을 건내 주셨다. 입 안에 땅콩 한 뭉치를 넣고서야 진정이 됬다. 하지만 장 운동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해 왠지 요구르트에 배신당한 기분이다.

끝 맛이 발효 덕분에 왠지 생선 비린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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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의 맛과 함께 우리는 고비사막에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도심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장보는 팀과 박물관에 가는 팀으로 나누어 이동했다.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눈앞에 시선을 이끈 것은 대칸의 초상화 그림과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였다. 복도가 길게 나열 되있고 들어오는 현관 입구는 복도의 중앙이라 처음 복도에 왔을 때 두갈래 였다. 먼저 왼쪽으로 향했는데 복도 벽에는 고비사막 등 몽골의 초원과 사막의 사진 액자가 나열되어 있었다.

 

작은 방에 들어가니 한 쪽 벽 전체가 암석화 된 공룡뼈가 전시되어 있었다. 작은 암석들과 다양한 소금들도 전시되었다. 공룡 척추 뼈부터 거대한 공룡 그림 밑에는 공룡 알 화석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박물관에 와서 화장실을 만났다. 그래서인지 다들 화장실 앞에 기본 두 세명씩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화장실을 기다리는데 먼저 들어간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갑자기 빛이 났다.

머리를 감았어!”

3일 동안 못 씻은 탓에 박물관 화장실을 이용해서 물로 머리를 감은 것이다. 머리가 짧아서 가능했을 일이다. 머리 말리는데 오래 걸리는 나는 아쉬운 데로 세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수도꼭지를 여는 순간 맑고 차가운 물이 흘러 나왔다. 물이 참 맑고 순수했다.

 

썬크림을 바르고 물티슈로만 닦고 그 위에 또 썬크림을 바르니 피부가 정말 엉망이였다.

오돌토돌 트러블도 생기고 결도 나무껍질처럼 거칠거칠했다. 평소 공중화장실에 있는 비누는 절대 사용하지 않지만, 이곳에서 비누를 만나는 일은 운이 흘러 넘칠 때나 있는 일이다.

비누를 물로 씻어 손에 거품을 내고 얼굴에 비볐는데 거품이 나질 않았다. 얼굴이 정말 엉망이긴 한 모양이다. 세 번이나 비누칠을 한 후에야 거품이 방실방실 나오기 시작했다.

차가운 물에 얼굴을 헹구고 마무리로 팔과 손 그리고 목을 물로 적시면서 씻어냈다.

비록 로션은 없어도 너무나 상쾌했다. 얼굴 모공 하나하나에 공기가 들어와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였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2층으로 향하니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탁자에 놓인 연골뼈 같은 돌멩이가 있었다.

뼈인가?”

척추 뼈인거 같기도 하고 연골 같기도 하네

흡사 우리나라의 놀이인 공기놀이 할 때 사용하는 공기처럼 4개 정도 놓여 있었다.

흥이는 익숙한 듯 뼈를 공기놀이 삼아 손등에 올려 가지고 놀았다. 뼈 옆에는 작은 노트 책자가 있었다. 펼쳐보니 글씨체부터 언어가 다른 글자들이 띄엄띄엄 써져 있었다.

방명록이네. 우리 것도 쓰자

볼펜을 들어 한자 한자 꼭꼭 눌러 써내려갔다.

박자세 제 14차 해외학습탐사 392015.7.19.일 왔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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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는 팀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서둘러 박물관을 나왔다. 버스를 타고 우리는 다시 사막을 달리고 있었다.

한 참 가는데 이때까지 보던 언덕과는 다른 산맥이 보였다. 그곳이 바로 알타이 산맥이였다.

알타이 산맥은 고급스러운 녹색을 띄면서 하얀 구름을 머금고 있었다.

뒷 차량과 간격이 너무 벌어져 만날 겸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떨어진 차량을 만나기 위해 내렸는데 뜻밖의 무지개를 만났다. 갑자기 찾아온 우아한 손님에 사람들은 셔터를 누를 수 밖에 없다.

 

땅에 발을 내딛고 공기를 들이마셨다. 약간 서늘한 공깃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고 저 멀리에는 양떼들이 몰려있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양떼. 혹시 저 중에 양 인척 염소 한 마리쯤은 숨어 있진 않을까?

이곳 역시 허브 향과 부추 향 사이로 로즈마리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라벤더와 남도자리 꽃도 질세라 아우라를 뽐냈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 곧바로 버스에 올라탔다. 이때까지 젊은 연두색의 초원 색이였다면, 알타이 산맥은 약간 고급스러운 점잖은 녹색이였다. 배고픔에 헐떡이며 흐릿하게 알타이 산맥을 바라본다면 산 모양 다크 초코릿에 녹차가루를 뿌린 모양으로 보일 정도였다.

알타이 산맥을 가로지르는 아담한 버스들과 봉고차들. 이 넓은 공간 안에서 힘차게 달리는 우리들을 아마 EBS는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지 헬리캠을 띄워 우리를 반겨주었다.

 

알타이 산맥을 가로지르며 가는데 한 번 눈으로 슥 지나가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보물섬이였다. “저는 정말 알타이 산맥에서 잠을 자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에요. 이 알타이 산맥에 와서 지금 꿈 꾸는 것 같아요유정연 선생님이 감격을 감추지 못하며 속사포로 말씀하셨다. 그래, 이 곳은 정말 누군가에게 소망을 줄 가치가 있는 천국이 확실하다.

여기 알타이 산맥이 너무 멋있어서 오늘 숙영지는 여기로 정했습니다

우호오와!”

모든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한 멋진 결론이였다.

 

바람은 선선하게 막아주면서 텐트 치기에 최적의 장소를 찾아 우리는 알타이 모험을 시작했다. 알타이 산맥을 조금 속으로 들어가 곧바로 찾았다. 사실, 알타이 산맥은 워낙 뛰어난 천국이여서 아무곳이나 다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다. 텐트 장비를 꺼내고 어제보단 익숙한 솜씨로 텐트를 완성해갔다. 오늘저녁은 김병장 짜장맛이였다. 전에 먹었던 라면스프 맛 김병장 보다 훨씬 풍요로웠다.

 

지승재 선생님이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주시고 19일 저녁 강의가 이어졌다. 졸음을 참으며 자나바자르를 수없이 외친 후 엄마의 현장스케치 카메라를 마감함으로써 오늘 하루를 이제 과거로 보낸다. 내일은 별을 볼 수 있는 밤하늘을 선물받길 간절히 기도하며 꿈 같은 곳에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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