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 해외학습탐사 몽골 2, 2015730

 

2015730일 일지


부릉부릉 찻소리가 요란하다. 이어서 남자대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아 그렇지, 새벽에 복그드산에 오른다고 했던 생각이 난다. 새벽 5시인가보다. 곤히 잠자던 대원들도 잠이 깼는지 등을 일으킨다.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났다. 잠이 깬 김에 텐트를 걷고 밖으로 나왔다. 이슬이 밤새 푹 내려 발을 내디디자마자 신발이 다 젖는다. 화장실텐트를 다녀오니 바지까지 젖어 축축하다. 젖은 바지를 보니 초등학교 때 배운 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샛별지자 종다리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잠방이 다 젖는다.

아이야 시절이 좋을 손 옷이 젖다 관계하랴.


밭으로 나가는 농부는 아니지만 입은 바지가 다 젖은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주변이 너무 눅눅해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 은박지를 깔고 앉으니 습기는 올라오지 않아 견딜 만하지만 축축해진 바지 때문에 다리가 차갑다. 점점 주위가 밝아지니 풀잎 사이로 보라색 방울처럼 생긴 꽃 사이로 거미줄이 걸려 있는 게 보인다. 새벽이슬이 거미줄에 송송 맺혀 반짝거린다. 저녁에 못다 쓴 일지를 써야겠다고 메모지를 들었다. 밀린 일지를 쓰다가 고개를 드니 7시가 다 되었다.


해가 뜨니 풀끝마다 맺힌 이슬을 비추어 초원이 작은 진주이슬로 가득하다. 바라다보는 사이에 갑자기 안개가 몰려와 사방이 안개에 휩싸여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좀 물러가자 에르크라는 식물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어제 김현미 이사가 에르크를 가리키며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오면 저 풀로 차를 끓여 마시며 며칠을 머물고 간다.’고 말했다. 잎이 넓적하고 줄기는 굵은 식물로 가을도 아닌데 잎이 빨갛게 물든 놈도 있고 벌써 씨도 맺었다. 나중에 잎을 들고 몽골기사에게 식물이름을 물으니 에르크라고 일러준다. 먹어도 되느냐고 손짓으로 물으니 엄지를 척 들어 먹는 시늉을 하는 걸 보아 몸에 좋긴 좋은가보다고 짐작했다. 건강에 좋은 차니까 번거롭지만 않다면 해먹어보고 싶었다. 나중에 박혜진님이 줄기만 다듬어 가지고 왔다. 몽골기사가 줄기만 먹는다고 말해주어 가져 왔노라고 해서 끓여 먹어 보았더니 몸에는 좋은지 몰라도 맛은 별로 없었다.


식사당번들은 아까부터 나와 준비 중이다. 아침은 복그드산에 올라간 팀이 내려오려면 8시는 되어야 될 듯한데. 하기는 점심에 먹을거리도 장만해야 하니 바쁘긴 바쁠 터이다.


이곳 복그드산 주변에는 야생화가 많다. 그 중에 잎은 엉겅퀴 모양이고 꽃은 진 보라색인데 모양은 꼭 플라타너스열매처럼 동글동글한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꽃이 크고 예뻐 만져보니 가시가 있어 따갑다. 몽골 가이드 유리선생에게 물으니 이름은 모른다. 낮은 산이나 들에서는 볼 수 없고 고산에서 주로 핀다. 특히 복그드산 주변에 많다고 설명해주었다. 꽃이 어린애 주먹만 하고 선명한 보라색이어서 멀리서도 눈에 띤다. 김우현님에게 저 꽃을 배경으로 노을사진을 찍으면 멋있을 것 같다고 했더니 찍은 사진이 있다고 보여주었다. 사진에 대해 잘 모르지만 멋진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그드산에 갔던 팀이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7시 반경이었다. 아침을 끝내자 박사님의 아침강의가 시작되었다.


하르박은 몽골어이고 우리말로는 활을 잘 쏘는 왕으로 궁예를 말한다. 몽골사람들이 우리나라사람을 솔롱고스라고 부르는데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본래 솔롱고는 무지개라는 뜻이고 솔롱고스는 무지개나라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징기스칸 시절에는 고홀리 울구(고구려 왕국)라 불렀다.

몽골의 돌사람(석인상)은 트루크양식이다. 13세기 다리강가에 세운 돌사람은 다리강가 목장의 수호신이었다. 다리강가의 화산지역은 기생화산으로 제주도와 지형이 거의 같다. 아까 말한 하루박과 하루방도 발음이 비슷하다. 그리고 다리강가의 오익 목장과 제주도 말 목장에 수호신으로 돌사람을 세운 것도 같다. 이처럼 다리강가와 제주도의 돌사람은 유사한 점이 많다. 제주도는 120만 년 전에는 바다 밑이었다. 백록담과 송악과 성산일출은 5천 년 전에 생긴 것으로 다리강가지역 화산과 비교하면 년대가 많이 떨어진다. 다리강가의 DBF지역은 철과 마그네슘이 많은 마픽(mafic)성분이 많아 죽처럼 묽어 쫙 퍼져서 평원을 이룬 곳이 많다. 제주도의 섭지코지는 단단한 현무암질로 기둥처럼 선돌로 되어있다.


화산으로 인한 지구의 변화

1. 북대서양 해저산맥 확장(MORB).

길이 1km, 1km

2. 인도판과 아시아판의 충돌(마다카스카르가 생김)

5천만 년 전까지 일 년에 20cm자람.

3천만 년 전 희말라야 산맥이 생김. 지금은 일 년에 5cm자람.

2천오백만 년 전 우리나라 동해가 생김.

3. 테티스(Tatys)해의 소멸(지중해가 생김)

지중해연안은 석회암이 많아 대리석이 대량 생산됨으로 인해 원기둥과 정사각형 바닥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 기하학이 발달함.

4. 티베트고원과 안데스산맥의 융기

안데스산맥에는 안데사이트가 생김.

사바나 기후, 타림분지 형성, 동아프리카 대지구대 앞으로 바다가 새로 생 김. 홍해가 3백만 년 전에 생겨 인간의 진화와 관계됨.


아침강의가 끝나자 오름에 오르기로 했다. 10시경이었다. 어제 올랐던 오름 옆에 있는 것으로 그곳을 향했다. 해가 뜨자 안개도 이슬도 걷히고 바람도 솔솔 불어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나는 가다가 허리에 통증이 와서 도중에 주저앉았다. 오르기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EBS촬영 팀이 장비를 갖고 올라갔으니 많이 찍고 내려올 듯싶다. 올라다보니 먼저 올라간 대원들은 벌써 위에 서있었다. 박사님은 그곳에서 지질과 암석에 관한 강의를 할 거라고 했는데 하나도 듣지 못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산에 오르지 못했지만 조용히 앉아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속이 아픈 정여령이도 가지 못해 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안학교 고교 일년생으로 이번 탐사에서 얻는 것이 많았다고 좋아했다. 둘이 텐트로 이동해 그늘에서 탐사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1시반이 넘어 박형분, 박흥철 두 모자가 내려왔다. 이번 탐사에는 부녀 팀(정인식, 정현빈), 부자 팀(강춘모, 강현석), 모자 팀(박수미, 민경윤)과 경윤이 친구 팀(이한이, 정여령), 고모와 조카 팀(김연옥, 김민주) 등이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2시쯤 식사당번이 버스를 타고 와 점심을 준비했다. 두시 반경에야 모두 산에서 내려왔다.


오름에 갔다 온 김향수님이 말해주었다. ‘어제 갔던 오름보다 야생화가 더 많이 피어 있었다. 올라간 김에 옆에 있는 오름까지 올랐다. 그곳은 사방이 훤히 트여서 멀리까지 보였다. 보기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건만 생각보다 힘들고 멀었다. 바위에는 각양각색의 지의류가 많아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박사님의 신생대 강의가 있었고 촬영 팀이 이것저것 많이 찍었다. 피곤했지만 정말로 보람 있었다고 대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점심은 전쟁 시 비상식량으로 쓴다는 김병장 비빔밥이다. 과일과 삶은 달걀을 넣어 겨자소스로 맛을 낸 샐러드와 오이지, 생오이고추와 생된장도 나왔다. 모두들 배가 고팠는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먹는데 열중한다. 식사시간이 이렇게 조용하기는 처음인 성싶다. 식사가 끝나니 오후 3시를 훌쩍 넘었다.


복그드산에서 20km 떨어진 후루긴 훈디(Khurgiin Khundii)로 오후 5시에 출발했다. 돌사람을 보기 위해서다. 가이드 유리선생님이 제주대학 팀을 안내했던 곳이다. 본래 7개의 돌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두 개는 박물관으로 갔으니 다섯 개가 있어야하건만 세 개만 남아있다. 그동안에 두 개가 없어진 것이다. 남아있는 것 중에 두 개는 몸통만 남아있고 머리 부분은 깨어져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런대로 원형을 갖추고 있는 돌사람 하나는 앉아 있는 자세로 옷은 입지 않은 나체로 적나라하다. 가슴은 약간 돌출되었고 남자의 성기모양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얼굴은 광대뼈가 약간 나와 있고 귀가 얼굴에 비해 작다. 오른쪽 손은 잔을 들고 있으며 엄지손가락이 위를 향하고 있다. 왼쪽 손은 다섯 손가락이 가지런하게 아래로 내려와 성기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주변에는 화산 돌들을 모아놓은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어디에 쓰였던 돌인지 모르겠다. 깨어진 두 개의 돌사람은 많이 마모가 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영어와 몽골어로 간결하게 설명된 간판이 하나 있었다.

 

가는 길은 비포장이 계속되었다. 저위로 알탄오보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다리강가 오익목장이 있던 곳이다. 사방이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물들은 보이지 않는다. 박사님과 촬영 팀만 알탄오보 쪽으로 올라갔다. 철책 안에 돌사람이 하나 보인다. 얼굴을 푸른 천으로 둘둘 감아놓아 볼 수가 없다. 퉁퉁한 몸통만 보일 뿐이다. 알탄오보가 있는 산 옆으로 제법 큰 동네가 형성되어 있다. 그곳에서 차마다 기름을 가득 넣었다. 주유소가 보일 적마다 기름을 채워서 다닌다. 근처 시장에서 물과 일용품도 사들였다. 그사이에 몽골기사 한 분이 이발을 하고 와서 선을 보였다. 모두들 우와 하며 멋있다고 말했다. 버스 안에 모아둔 쓰레기를 모두 내려놓았다. 물건을 사준 가게에서 처리해 주겠다고 한다. 페트병을 쓰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아무튼 고마운 일이다.


계속 달려서 저녁 9시경에 숙영지에 도착했다. 사방이 확 터진 초원이다. 어젠 풀이 무성한 곳에 텐트를 쳤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풀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래땅이다. 바람이 없어 텐트치기는 딱 좋은 날씨다. 박사님과 촬영 팀은 아직 오지 않았다. 박사님과 촬영 팀이 오고 나서 밤11시에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햇반에 황태미역국, 무말랭이무침, 깻잎장아찌, 새우볶음, 오징어무침 등이다. 식사가 끝나고 박사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1140분에 시작해 새벽 120분에 끝났다. 컴퓨터를 켜고 스크린을 통해 보려고 했으나 전기 사정이 여의치 못해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 지구의 형성과정을 보며 박사님 설명을 들었다.


숙영지는 다리강가로 알탄 오보가 있는 부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