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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금) 학습탐사 9일   
 
별이 자태를 감춘 시간에 맞춰 눈이 떠졌다. 역시나 촉촉이 젖은 상쾌한 아침공기에 콧속이 시원하다. 눈이 데일 것처럼 태양이 올라왔다. 새벽에 일어나 별을 보고 싶지만, 마음과 몸이 서로 안 맞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저 멀리 몽골까지 더 보고 있는데, 천근만근 삐그덕 거리는 몸은 기름칠이 필요하다.
사박사박 풀 위를 걸으며 구름으로 기지개를 폈다. 마음 같아서는 저 구름들을 다 주머니에 넣어놨다 오후쯤  햇빛이 머리로 내리쬘 때 꺼내 쓰고 싶다.
 
떠나기 전 플랜카드를 꺼내 짱짱하게 펼쳐 단체사진을 찍었다. 옆에서는 타닥타닥 쓰레기가 타고 있었다. 종이쓰레기 정도는 항상 이렇게 태워서 해결한다. 마지막 짐을 싣고  A버스 B버스에 나누어 탑승했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달려 작은 마을의 주유소에 도착했다. 역시 내리자마자 화장실을 찾게 된다. 이곳은 딱히 화장실이 눈에 띄게 보이질 않았다. 그럼 자연 속으로 숨바꼭질하러 간다. 버스는 양 옆으로 주유해야 돼서 시간이 오래걸렸다. 나머지 스타렉스 차들도 주유를 하고 덜커덩 버스는 다시 달려간다. 한 참을 달리다 밖을 보면 어느새 길이 없어졌다. 없어도 좋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여백에 길을 그리면 된다.
 
점심시간이 되어 쉴 겸 초원 한 가운 곳에 내렸다. 뭐, 어딜 내려도 초원 한가운데다. 이 곳 초원에는 멀리 보이는 레몬 색 유채꽃과 버스 옆 냇물이 졸졸 흘렀다. 정말 내가 이때 까지 보던 초원과는 달랐다. 이곳은 내가 상상한 천국과 비슷했다.


풀색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맑디 맑았고 여리여리 했다. 꽃들도 민들레 같은 꽃부터 이름 모를 형형 색깔의 꽃들이 뭉쳐있었다. 그사이에 흐르는 샘물. 여기에 나비만 얹혀주면 그야말로 완벽하다. 하늘의 색,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밝다 못해 투명 할 정도이다. 눈치껏 구름들도 군데군데 서 있었다. 방금 새로 산 깍아 쓰는 색연필로 새하얀 도화지에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레 그린 그림 같은 풍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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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초원에 연두 메트를 깔고 벌러덩 누웠다. 그냥 머리가 텅 비워졌다. 휴지통 비우기 한 것처럼. 일주일 동안 밀린 과제를 마치고 다리 뻗고 누운 것 같은 후련함도 들었다.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뻑뻑한 식빵이 아닌 라면이라니, 안도의 함성이 나왔다.
샌드위치에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컵라면을 각각 하나씩 가지고 분말스프를 넣고 물을 붓고 자리에 앉아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야들하게 익은 라면 빨에 몽골 냄새가 베인 김치에 100점 만점에 200점인 라면 국물. 빨갛게 매운 신라면 국물 속 떠다니는 MSG맛. 요게요게 또 예술이지요. 건강이 나빠지는 맛.
간식으로 단 과자를 먹어서 니글거렸던 속에 매콤함이 들어오니 체한 속이 다 풀린다.
취향대로 달걀도 넣어먹을 수 있지만, 라면을 아는 자는 진정한 오리지널 라면을 더욱 좋아하는 법. 내가 사랑하는 라면철학에선 계란은 없다. 라면에 달걀을 넣게 되면 싱거워질뿐더러 특유의 텁텁함이 남는다.
 
아마 한국에서 먹었으면 밥 대신 라면으로 떼운다는 처량함이 있었을 테지만 이곳에서 점심으로 라면으로 채운다는 건 정말 엄청난 메뉴이다.
국물을 원샷하고 젓가락을 손에서 놓았지만 여전히 머릿 속에 라면 생각이 둥실둥실했다.
그래도 나 혼자만 더 먹을 수는 없는 일. 꾹 참고 입맛만 다셨다.
 
거의 다 마시고 몇 모금 남은 물로 양치를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역시 밥만 먹고 떠나기엔 너무나 아쉬운 곳이다. 사진도 일지로도 기록할 수 없는 장소가 특히 이곳이라 생각이든다. 아직도 아련히 남은 멀리서 본 엎어진 유채꽃 물감이 선하다.
 
우리는 에르데르 조 사원으로 향했다. 시내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관광 온 외국인도 보였고 가게들도 보였다. 정문 앞에서 하차해서 바로 사원으로 들어갔다. 하얀 정문을 지나 보니, 잔디밭이 있고, 카페인지 기념품 파는 곳인지 게르가 있었다. 게르안은 생각보다 넓고 아기자기했다. 나무 지지대가 보이는 게 꼭 게르 미니어쳐 속에 들어온 기분이였다. 사원에는 한국말로 통역해줄 분이 없어 대신 영어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더듬더듬 영어 단어를 기억해내며 들었다. 분명 사람들 중 나처럼 다 이해한 것처럼 일부로 알아듣는 척 하는 사람이 한명쯤을 있을 것이야.


사원 안에 들어가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특유의 냄새가 코를 찔러 견디기 힘들어 한 번 본후 다시는 볼 수 없었기에 기억엔 불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사원으로 들어가 한바퀴 도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 마져도 특유의 냄새가 머리를 울리게 했다. 밖으로 나와 탑 같은 곳으로 갔다. 몽골 사람들이 그 앞에서 절을 하며 기도를 했다. 그들만의 의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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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데르 조 사원에서 나와 바로 버스로 갔다. 불꽃 같은 햇볕이 점점 강렬해져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딸기맛부터 초코맛, 우유맛 등이 있었는데 초코맛을 골라먹었다. 초콜렛이 덮여져있고 속 안에 우유맛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다.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은 얇고 크기도 작은데 몽골 아이스크림은 두께도 두배이고 아이스크림이 쭉쭉 늘어나며 쫀득거렸다. 간만에 먹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에 당이 보충되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스크림을 쪽쪽 먹으며 사원 바로 옆 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신식 건물인 듯 했다. 깔끔한 외부 벽과 내부도 번쩍번쩍하고 화장실 안도 한국처럼 정비 되어 있었다. 깨끗한 거울에 세면대 3대.
 
역시 신식 화장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맑고 시원한 물로 손도 닦고 세수도 했다. 물티슈로만 얼굴을 닦다 보니 살결에 물티슈가 쓸려서 따갑기도 하고 거칠거칠해져 정말 무슨 나무껍질 같았다. 그래서 떠나기 4일 쯤 전부터는 썬크림도 바르지 못했고 알로에를 발라도 2분뒤면 빠싹 건조해져 미끈해진다. 이때는 정말 피부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비누로 얼굴을 세안하고 마무리로 다시 퐁클렌징하고 팩을 하며 자주 수분보충해주니 다시 돌아오긴 했어도 아직 부족하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미니어쳐들이 몰려있어 카라코롬을 표현했다. 섬세한 도로와 건물들과 담장들 그리고 나무와 게르까지!
아빠가 인터뷰하느라 시간이 남아 밖에 있는 쉼터 의자에 앉았다. 벤츠가 둥글게 있어 마주보고 얘기하기 좋았다. 유쾌한 조성연 선생님 덕분에 분위기가 한 층 더 밝아졌다. 사람들이 점점 벤츠로 몰려들었다. 어디선가 간식이 나와 하나씩 돌려먹었다. 9일째 먹는 웨하스와 비스킷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정말 맛있다...
 
해가 저물어 질 무렵 쯤 EBS촬영이 끝났다. 우리는 이럴 때 쉬지만, 아빠랑 EBS는 정말 힘들겠다. 저녁이 될 무렵 위구르성을 출발했다. 정말 언제 마을을 벗어났는지 창밖을 다시 보면 초원이 나오는 매직창문이다.
 
위구르 성에 도착해서 내리니 그냥 오르막길이 있고 초원이였다. 성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것은 너무 거슬러 올라간 문명이었을까? 위구르 성은 흙으로 담을 크게 쌓아 만든 곳이였다. 그 당시 유목민족들이 이런 큰 성을 쌓는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하신다. 정말 크기는 어마 어마어마했다. 큰 흙 담 속 허허벌판인데 축구 경기장 4~5개는 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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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외각을 걸으며 중앙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덩그러니 흙과 지푸라기로 쌓은 거대한 암석같은 것이 있었다. 그 위로 올라가 넓은 성 안을 보니, 또 다른 초원 느낌이다. 저 멀리 반대편 외각에 소들이 풀을 먹고 있었다. 궁금해진 나와 하은이는 그걸 지나칠 리가 없지.
얼른 소들에게 달려가 보았다.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무서워했다. 슬금슬금 뒷걸음질한다. 사람들이 이제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를 주셨다. 언제 왔는지 옆에 흥이와 철흥이 오빠가 있었다. 다같이 모여 외각을 걸으며 버스로 향했다.
 
오늘 야영지는 위구르 성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버스에서 내린 곳 보다 조금 걸어가서 텐트를 치기로 했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 야영지가 될 것 같다. 내일은 울란바토르로 가야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찜질방에서 잘 예정인가보다.
 
벌써 이 텐트를 마지막으로 친다니 마음속엔 서운함이 가득했다. 처음 텐트 칠 때는 정말 낯설고 과연 텐트 치는 법을 습득할 수 있을지 걱정이였는데 이제는 착착 하는 것도 신기하고, 침대가 아닌 침낭이지만 편히 잘 잤던 것도 새로웠다.
 
한국 가서도 별은 볼 테지만, 역시 도심인지라 별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야영지에 날파리와 말똥이 많았다. 잘 됬네, 말똥을 태워 날 파리들을 없애기로 했다.
몇몇 사람들은 저마다 텐트 앞에 불 피운다고 말똥 찾기에 빠졌다.
 
이젠 텐트를 완성하면 자동적으로 짐을 찾고 침낭을 옮기게 된다. 하는 것 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싫었다. 나는 이 끝없는 초원이 너무 좋았다. 자동차 빵빵거리고 밤에도 앞이 훤이 보이며 자유롭게 여기저기 달릴 수 없는 것이 너무 무료하고 답답하다.
어딜 달려가도 길이 되고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를 만나면 반가워 손을 흔들게 되며 밤에는 손전등을 준비 해야 되는 이런 색다름이 내겐 가슴에 와 닿았다.
 
몽골에서 유목민족의 삶을 찾아보며 우리도 잠시나마 유목민족이 된 느낌이다.
매일 같은 잠자리가 아닌 돌아다니다 그냥 경치 좋으면 내 침대가 된다.
물론 이런 생활을 하다보면 물건도 잃어버리고 식량도 부족해지고 체력이 힘들지만 16년을 누리며 살았는데 10일 부족하다고 큰 일 나는 건 절대 아니다. 그저 경험일 뿐이라 생각이든다.
 
실제로 몽골 탐사 중 잃어버린 물건이 수두룩하다. 짜잘한 로션부터 썬크림, 립밤, 안경닦기, 잃어버린 핸드폰 찾다가 썬글라스 잃어버리고 핸드폰을 찾고... 그 당시 때는 정말 아깝고 미련이 컸지만 지금 그 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이 리얼이 되고 인간미 있는 탐사이다. 펑크 나고 차 빠지고 큰 비에 길이 없어지고 새로운 길을 만들며 달리는 이 쾌감!
게다가 이번 탐사는 정말 많은 운이 따랐다. 우리가 지역을 지나간 후에 큰 비가 내려 길이 없어져 갈 수 없었다고 한다. 큰 비는 피하고 작은 비는 선물로 받은 셈이다.
 
이 날 저녁은 탱글한 국수이다. 한 그릇 크게 받아 배부르게 저녁을 마쳤다.
사실상 몽골에서의 마지막 야영밤에 우리는 메트를 깔고 둥글게 앉아 시간을 보냈다.  2진까지 하는 사람들은 아직 반이 남았지만 1진 사람들에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어둠이 내리 앉았다. 침묵 속 불빛을 따라 날아 온 날파리가 붕붕 거렸다.
 
마지막 밤을 장식할 장기자랑 시간인데, 이 조용한 그늘 아래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빠가 먼저 시를 낭송해 주셨다. 하늘과 침묵 – 오규원-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시였다.
일찍이 나는 – 최승자- 시를 내가 암송했다. 이 시는 어두운 분위기라 어린 내가 좋아할 시는 아니라고 어른들은 말씀하시면서 아빠는 늙은이라고 표현 하셨다.
나도  모르겠지만 이 시가 내겐 인상이 깊다.  


하늘과 침묵  -오규원-


온몸을 뜰의 허공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
한 사내가 하늘의 침묵을 이마에 얹고 서 있다
침묵은 아무 곳에나 잘 얹힌다
침묵은 돌에도 잘 스민다
사내의 이마 위에서 그리고 이마 밑에서
침묵과 허공은 서로 잘 스며서 투명하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가 좌우로 물살을 나누며
사내 앞까지 와서는 급하게 우회전해 나아간다 그래도
침묵은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잎에 닿느면 잎이 되고
가지에 닿으면 가지가 된다
사내는 몸 속에 있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
뜰 위에 놓고 말이 없다
그림자에 덮인 침묵은 어둑하게 누워 있고
허공은 사내의 등에서 가파르다
 
일찌기 나는  -최승자-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계속 돼서 시 낭송 하는 것이 이어졌다. 눅눅한 분위기를 깨워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송찬옥 선생님 차례가 왔다. 송찬옥 선생님은 노래를 부르신 다며 벌떡 일어나셨다.
성주풀이를 부르신다고 말씀하시며 쉼 호흡을 몇 번 하셨다.
“낙양~~성 심리허에”
깜짝 놀랐다. 성량이 대단 하시다. 그리고 그 적막함 속에 노래를 힘차게 부르는 모습이 멋지셨다. 나였으면 발라드도 못 불렀을 텐데.
손을 하늘로 올리시면서 성주풀이를 열창하셨다. 성주풀이는 무당이 성주받이를 할 때에 복을 빌려고 부르는 노래였다.
송찬옥 선생님의 민요 덕분에 분위기는 한 층 고조되었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몽골 기사분 중 가수였던 바트라 아저씨의 노래를 들었다. 지난 몽골 학습탐사에서도 노래를 불러 주셨다고 하는데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하신다.
 
몽골의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셨다. 끝에 특유의 꺽기로 이히~ 하는 부분이 뭉클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바치는 노래라는데, 가사는 못 알아 듣지만, 멜로디 만으로도 마음을 울렸다. 노래는 길었다. 하지만 노래가 긴 만큼 감동도 3배였다. 그리고 몽골 기사 2명이 듀엣으로 불러주셨다. 지긋이 눈을 감고 열창해주셨다. 작은 의자에 앉아 큰 목소리로 텅 빈 공기를 채워주셨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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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기사분들은 노래선물에 이어 양고기 선물을 해주셨다. 이 곳 몽골에 와서 사실 몽골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쉬울 뻔 했는데 우리가 저녁 먹을 때 멀리서 양고기를 요리해 주셨다. 뜨거운 돌로 양고기를 익히는 요리인데, 이름은 허르헉이다. 완성 되어 먹기 전 달궈진 돌을 양 손에 쥐어 꽉 쥐으면 피로도 풀리고 혈액순환도 잘 된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잡으면 기름칠한 뜨거운 돌이여서 찐뜩하고 손이 너무 화끈했다. 이렇게 처음에는 잘 잡지도 못했지만 두 세번 잡다 보니 식으면서 핫팩이 되었다. 허르헉 요리는 처음 먹어봤다. 양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뻗뻗한 고기 맛이였다. 생각 보다 느끼함이 심하지 않았다. 양고기는 소화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양고기 먹을 때는 조심히 먹어야 한다. 국물 맛은 진한 사골국물 느낌이였다. 비록 기름은 둥둥 떠 있지만, 청양고추만 넣으면 완전 국물이 끝내 줄 것 같다. 역시 나는 한국인이다.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 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기 저 모양 될 터이니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저 건너 잔솔밭에 솔솔 기는 저 포수야저 산비둘기 잡지 마라 저 비둘기는 나와같이 님을 잃고 밤새도록 님을 찾아 헤맸노라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한 송 정 솔을 베어 조그맣게 배를 지어 술렁술렁 배  띄워 놓고 술이나 안주 가득싣고 강능경포대 달구경 가세 두리 둥실 달구경 가세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얇게 입은 탓에 양고기 한 점 먹고 바로 텐트로 들어왔다.

오늘 밤이 지나면 이제 몽골 초원 밤도 끝이구나...
 
한국에서 10일은 더디게 가는데 왜 이곳에 오니 눈 깜빡하니 벌써 가는 날 일까, 원망스럽다.
잠 안자고 의자에 앉아 별만 계속 쳐다볼까, 저 달은 왜 이리 밝을까, 처음 달은 얄쌍했는데 점점 빵빵해지네 살 맛 나는구나 저 달이 끝까지 뚱뚱해지면 나는 집에 있겠구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떠나기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