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차 박자세 해외학습탐사-몽골 2

 

2015728()

 

새벽 4시에 별을 보러 일어나려 했으나 늦잠을 자버렸다. 일어나니 5시였다. 하늘은 구름이 뒤덮고 있어 일어났어도 별보기는 글렀을 게다. 그래도 일찍 못 일어난 것이 못내 아쉽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엊저녁에 별을 실컷 보고 잘 것을.

더듬더듬 화장실 텐트를 찾아갔다. 고교 일년생인 이한이, 정여령대원이 땅을 깊이 파놓아 수 십 명이 써도 다 차지 않을 듯싶다. 삼면은 가려져 있고 앞은 지퍼가 달려있어 쓰기 편리했다. 수고한 대원들에게 감사드리며 편안하게 속을 비우고 나왔다. 구덩이를 판 흙은 뒤에 모아두어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해놓은 지혜가 놀랍다.

아직 새벽이라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어떤 놈은 부지런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가 하면 날아다니는 놈도 보인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아 풀밭을 걸으니 신발이 다 젖는다. 여섯시쯤 되었을라나, 사방이 조금씩 훤해지기 시작하자 초록풀밭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침이 오는 초원의 색깔은 파스텔 톤으로 물드는 것 같다. 신비한 빛을 머금은 초원 저 멀리로 야트막한 산들이 이어져 있다. 넓디넓은 풀밭이 펼쳐진 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행복이란 이런 것인가. 어디서 이런 자연을 벗하며 대지의 기운을 느껴보겠는가. 박자세의 힘은 대단하다. 과학 공부뿐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2진은 8조로 나뉘고 나는 7조에 속해있다. 우리 조는 6명이고 초등학생 정현빈이 있어 기쁨조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찌나 야무진지 어른인 우리가 놀랄 정도다. 어젠 첫날이어서 모두 피곤해 텐트 안에 신을 아무렇게나 벗어놓았다. 현빈이가 가지런히 정돈하는 걸 보고 속으로 부끄러웠다. 저 아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가 크다. 지금처럼 예쁘게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동안 여명이 밝아오자 동쪽이 붉게 물든다. 선홍빛 노을이 아침을 알리며 초원의 푸른 풀을 더 선명하게 다가오게 한다. 저녁노을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아침노을도 저녁만큼 붉은 기운을 하늘 위로 뻗쳐 힘찬 기운을 느끼게 한다. 오늘도 희망찬 기운을 받아 보람찬 하루가 되리라.

아침을 들라는 소리가 들린다. 여섯시 반이다. 누룽지탕, 꽈리고추를 넣어 조린 소고기장조림, 오이김치가 식탁에 올랐다. 모두들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다. 엊저녁엔 반달이 휘영청 밝아 박사님이 달도 맛있게 드세요라고 해서 달을 보는 여유를 가졌다. 박사님은 식사할 때 식탁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먹으라고 권한다. 그래야 서로 얼굴도 쳐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먹을거리가 앞에 있으면 입을 떼지 않고 먹이에 집착한다. 사람은 동물하고는 달라야한다. 서로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여유도 즐기면서 식사를 하자고 말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씀이다.

엊저녁엔 우리가 몰랐던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가이드 유리선생님의 아들이 숙영지에서 가까운 곳에 일하고 있어 밤늦게 인사하고 갔다는 소식이다. 38살이라는 나이에 아버지가 일하는 곳에 와서 예의를 차리고 간 걸 보면 대단히 효심이 지극한 듯하다. 또 하나는 1진에서 열흘간 달렸던 버스가 주저앉아 다른 버스로 교체했다. 그 버스에 식탁을 두고 온 것이다. 대원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을 몽골 운전기사가 숙영지까지 싣고 왔다는 소식이다. 먼 길도 마다 않고 식탁을 가져다 준 몽골 기사의 정성에 탄복했다.

출발하기 전 박사님의 간단한 강의가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다리강가다. 다리강가는 투시에트칸 아이막과 세첸칸 아이막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다리강가는 고비사막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이다.

몽골은 염소, , , 말 낙타 등 오종가축이 있다. 2010년 통계에 따르면 염소 1600, 1570, 230, 210, 낙타 2628만 마리이다. 옛날엔 낙타가 운송수단이어서 숫자가 많았으나 차량보급으로 인해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명나라 명장 오삼계는 1644년 만주와 연합해 청나라 편을 들어 산해관의 문을 열어주어 입관하게 하였다. 이런 공을 세운 오삼계는 운남성의 번왕에 봉해진다. 그러나 번의 세력이 강해지자 강희제는 번을 없애려고 하였다. 이에 삼번의 난을 일으키나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몽골의 마지막 황제인 복드 칸은 자나바자르의 8대 환생인 활불이다. 1911년부터 1924년까지 외몽골을 지배했다. 자나바자르는 징기스칸 직계 후손으로 라마불교 제1대 법왕이다. 이에 복드 칸은 몽골 인들의 염원에 의해 황제의 위에 올라 신정(神政)정치를 베풀었다.

다리강가는 차하르부로 차하르도통이 다스렸다. 반란을 일으키자 이름은 그대로 두고 장거구로 주민들을 이동시킨다. 이에 차하르 8기는 만주로 귀속되었다. 만주8기는 만주무력의 중심으로 1기가 7,500 명이어서 8기는 6만 명이다. 나중에 청나라 무력의 중심이 된다. 다리강가에는 청나라 강희제의 전용목장이 있어 1960년까지 중국 땅이라고 우겼던 곳이다.

아침 강의를 간단히 끝내고 8시에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에 큰 오보(또는 어워)가 있는 곳에서 휴식을 가졌다. 양쪽으로 남녀가 갈라져 볼일을 보았다. 버스 안에서 말 탄 소년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초원너머로 얕은 산들이 연이어져 있다. 가끔 염소나 양떼, 소떼나 말떼가 보이고 말을 타고 가축들을 모는 모습도 보인다. 버스에서 갑자기 정인식대원이 기사에게 몽골말로 뭐라고 묻는다. 궁금해서 뭐라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이라고 해서 웃었다. 몽골책자 속에 간단한 회화가 있어 그걸 보고 써먹은 모양이었다. 필요한 말 몇 가지는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도시가 가까워지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의 가로등이 독특하게 생긴 곳에 내렸다. 수흐바타르(Sükhbaatar)아이막, 아스가트

(Asgat)솜이라는 지역이다. 내려서 물과 필수품을 샀다. 몽골의 시장은 건물 안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구에는 스마트 폰과 간단한 전기용품을 파는 가게와 약국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빵가게는 빵을 수북하게 쌓아놓았고, 그 외에 국수와 쌀도 함께 팔고 있다. 야채가게에는 감자, 양배추, 당근, , 오이, 파프리카, 양파, , 마늘과 함께 사과, 자두, 수박, 포도, 도마도, 바나나 등을 올려놓고 판다. 채소나 과일의 품질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제일 안 쪽에 생고기를 파는 상점이 줄지어 있다. , , 염소, 양고기 등을 판다. 냉장고도 없이 생고기를 가판대에 올려놓고 그냥 판다. 한쪽에서는 양을 통째로 올려놓고 각 부위를 가르는 모습도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정육점 풍경이다. 시골시장에서는 수제유제품을 맛볼 수 있었으나 이곳 시장에는 없다. 마유주를 비롯해, 버터, 치즈, 낙타요구르트, 치즈과자 등이 많아 먹을거리가 풍성했는데 도시화 되어선지 거의 볼 수 없어 아쉬웠다. 버스에 오르니 요구르트과자라고 먹어보라고 해서 씹어보니 맛이 야릇해 입에 맞지 않았다. 시장 안에서 샀다고 한다.

갑자기 몽골 아주머니가 나타나 버스 안으로 들어와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조금 전에 물을 사온 것이 뭔가 계산이 틀린다는 이야기였다. 유리선생님이 듣고 물통을 세어보라고 하니 네 통을 더 가져왔다고 하며 이쪽 말은 듣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자기 말만 하고는 결국 물 네 통을 가져가버렸다. 어이없이 당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물 소동은 그것으로 끝났다. 홍경화님은 더 가져오지도 않고 산 것만 들고 왔는데.’라며 어이없어 했다.

조금 가다가 도로 세를 받는 요금소가 나왔다. A버스는 박사님이 강의를 계속하는 것 같았다. 나는 B버스에 타서 아쉬웠다. 그 대신 탐사책자를 열심히 읽었다. 전에는 버스에 오르면 어지러워 책을 잘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단련이 되어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오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다. 그러다가 해가 갑자기 나타나 따가운 열기를 얼굴에 비추기도 해서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비 때문인지 어제만큼 덥지 않아 견딜만하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점심 먹을 곳을 잡기 어려웠다. 오후 220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은 시리얼과 우유 또는 주스다. 아침에 남은 누룽지와 마늘장아찌도 나왔다. 후식은 작은 사과 반쪽이다. 식사를 하는 주위로 개들이 모여든다. 남긴 음식을 먹으러 온 듯하다. 세 마린데 한 마리는 다리하나가 없어 절룩거린다. 게다가 앙상하게 뼈만 남아 기운이 없는지 풀밭에 널브러져 누워있다. 성한 개 두 마리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가 보다. 약육강식의 세계가 이곳에도 존재하는 걸 보고 괜히 마음이 씁쓸해진다.

3시 반에 다시 출발했다. 달리다가 또 요금소를 지나갔다. 아스팔트가 깔린 양 옆으로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곳을 달린다. 왼쪽은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 오른쪽은 초원 저 멀리 야트막한 산이 이어지는 곳을 계속 달린다. 시계를 보니 오후 520분이다. 숙영지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우리 앞에 쌍무지개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걸쳐 떠있는 대형 무지개다. 해는 떠있으나 비가 부슬거리며 내리니 가는 내내 무지개가 보여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저녁 7시건만 낮과 같이 환한 초저녁의 일이었다. 도중에 모두 내려 무지개를 촬영하였다.

지금까지는 포장도로를 달렸다. 8시가 넘어서부터는 비포장도로의 연속이다. 비가 많이 와 움푹 파인 곳도 많아 땅이 고르지 않았다. 우리가 탄 B버스도 곡예를 하듯 달린다. 조금이라도 파인 곳이나 불룩 올라온 곳이 있으면 차가 덜커덩거리며 힘들어 했다. 결국 앞서 가던 A버스가 비가 많이 고여 있는 진창에 빠졌다. 내려 보니 차체가 한옆으로 갸우뚱 기우러져 물에 빠져있다. 운전기사들 끼리 의논하더니 A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다시 타라고 말한다. 버스 뒤쪽에 무게를 실어야하니 뒤쪽으로 가서 앉으라고 한다. B버스가 체인을 A버스에 달아 끌어올렸으나 처음은 실패하였다. 재시도 끝에 진창에서 나오게 되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기뻐하였다.

숙영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45분이었다. 해가 언덕배기에 반쯤 걸려 넘어가려고 한다. 다리강가 솜까지 못가고 아직 아스가트(Asgat)솜이다. 어제는 첫날이어서 텐트 치는 것이 서툴러 여러 사람의 힘을 빌렸다. 오늘은 어제 배운 대로 하니 훨씬 수월했다. 이곳은 길게 자란 풀들이 말라 뻣뻣해서 자리를 잡기가 좀 어려웠다. 밑에 비닐을 깔고 매트를 올려놓으니 좀 불룩하니 올라온다. 발로 몇 번 밟고 대원들이 자리를 잡으니 풀도 숨이 죽어 납작해졌는지 편편해진다.

10시에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햇반에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다. 반찬은 멸치볶음, 양파장아찌, 깻잎조림, 오이김치, 구운 김, 소고기장조림 등 푸짐하게 올라왔다. 임시전등을 가설한 다섯 개의 입식식탁 앞에 마주서서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집에서 보다 잘 먹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먹는 만큼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밥만 축낼까봐 두렵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이어서 박사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반달보다 큰 달이 뜬걸 보니 음력으로 열흘은 지났나보다. 월명성희(月明星稀)라고 달이 밝으면 별빛이 흐려 드물게 보인다는 뜻이다. 앞으로 밝은 별은 보기 힘들듯하다. 그러나 거침없이 술술 나오는 박사님의 강의는 그믐날 별빛보다 더 반짝여 섭섭했던 마음이 어느덧 사라져버렸다.

강의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로 탄드라요가에 대해 쓴 저술이 있다. 요가는 업(-카르마)를 없애는 방법의 하나이다. 업은 무명(無明)에서 생긴다. 마야는 환()을 말하며 이것도 무명에서 생긴다. 요가를 해서 무명이 없어지면 니르바나 즉 열반(涅槃)에 들어서 해탈한다는 것이다.

티베트불교를 탄드라 요가, 또는 밀교(密敎)라고도 말한다. 탄트라는 소작(所作), (-태장계), 유가(瑜伽-금강계), 무상유가(無上瑜伽)로 나뉜다.

사념처법(四念處法)은 신수심법(身受心法)의 사념처를 말하며 삼십칠 조도품의 첫 번째 수행하는 과정이다.

밀교의 파에는 샤카파, 겔룩파, 카큐파, 닝마파의 4대 종파가 있다. 그중에 닝마파는 사자의 서(死者)라는 책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땅에 묻혀있던 것을 파낸 것이다. 49재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 책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이 있다. 내용 중에 바르도퇴되를 설명하면 바르도는 중유(中有), 퇴는 들어감이며, 되는 해탈을 말한다.

쫑카빠는 겔룩파를 연 개조(開祖). 환신획득(幻身獲得)을 수행의 최고목표로 삼았다. 말하자면 공()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것이다.

공은 인()과 과()가 동시인 것을 말한다.

무상유가는 부()탄트라(비밀집회)와 모()탄트라(헤바즈라)와 불이(不二)탄트라(부모융합)가 있다. 다시 비밀집회탄트라는 생기차제와 구경차제로 나뉜다. 그리고 병 관정 탄트라와 반야지 관정 탄트라가 있다. 비밀집회는 문수보살의 다른 이름이다.

쫑카빠의 저서로는 보리도차제론비밀도차제론이 있다.

관상법(성취법), 생기차제(멘탈리즘), 구경차제가 있다. 구경차제는 정적신(定寂身), 정적구(定寂口), 정적심(定寂心)으로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닦아 환신을 획득한다. 환신은 죽음으로서 얻어진다. 환신을 얻으면 환신과 광명이 쌍으로 들어온다(雙入). ()중유(中有)환생(幻生)으로 이어진다.

성천(聖天-아리아데바)과 용수(龍樹)는 의식은 생(), 미세의식은 사()라고 말했다.

삼맥사륜(三脈四輪)은 티베트의 밀라레빠가 수행한 수련법이다. 현명(하얀하늘), 정휘(붉은 하늘), 근득(검은 하늘)이다.

쫑카빠는 현교(顯敎)와 밀교(密敎)를 통합한 위대한 스님이었다. 그는 낙공무별(樂空無別), 즉 공()과 쾌락(快樂)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12시 가까이까지 강의가 계속되었다. 자정을 지나 텐트로 자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