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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토) 학습탐사 2일차


전날 비가 온 덕분에 둘째 날 아침부터 공기며, 기분이며 모든 것이 상큼했다.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촉촉한 공기와, 그리고 아침 이슬과 전날 밤의 비가 촉촉이 텐트에 젖어들었다. 텐트 지퍼를 걷어 나오니 사람들이 아침식사 준비로 분주했다. 뽀송한 사람들의 촉촉한 아침 인사. “잘 잤니?”, “좋은 아침~.” 몽골의 촉촉한 공기에서 사람들의 인사가 오갔다. “그럼요! 비가 와서 더 좋은 밤 이였어요.”


간단하게 아침은 신선한 몽골우유와 쌀로 된 씨리얼, 그리고 탱탱한 삶은 계란이다. 호랑이의 기운이 담긴 씨리얼 덕분인지 간단한 아침식사가 점점 든든한 아침식사로 마무리되었다.

각자 개인 그릇과 수저를 물티슈로 닦고 텐트 정리를 했다. 텐트를 분해하는데 텐트의 이슬들이 서로 만나 어느새 물이 줄줄 흘렀다. 결국 아침텐트의 상큼함은 사람들이 탈탈 털어 몽골 땅에게로 다시 돌려보냈다. 선생님들이 텐트 정리를 도와주신 덕분에 텐트 정리는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정말 초원의 높은 듯 낮은 언덕들이 병풍을 만들어 준다. 저 멀리 병풍들 사이에는 말떼들이 풀을 먹고 있었다. 정말 평화롭고 또 여유로운 풍경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언덕 정상까지 올라가 더 풍요로운 시야로 우리를 바라보고있었다. ‘저 위에서 끝없는 초원을 바라보면 얼마나 진풍경일까.’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벌써 아침 강의가 시작될려고 한 듯 하다. 아빠가 멀리 계셨는데 그곳이 흉노 무덤이였다. 오늘 강의 장소는 이미 결정되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점점 흉노 무덤 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늦게 출발한 나는 서둘러서 흉노 무덤 쪽으로 달려갔다.


아침 스트레칭을 위해 사람들은 큰 원으로 자리를 잡아 넓히기 시작했다.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시는 송찬옥 선생님이 스트레칭 리더를 해주셨다

자 모두 어깨서부터 손등까지 반대손으로 탁탁 쳐주세요. 하나, , , ,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자 반대로~.” 모두들 처음에는 쭈뼛쭈뼛 어색했지만 송찬옥 선생님의 활기찬 목소리 덕분에 점점 동작이 커져갔다.

자 옆구리를 때리며 아! ! ! 소리칩니다

“()! ()! ()! 흐흐흐흐흐

사람들이 어느새 활기찬 스트레칭을 알려주시는 송찬옥 선생님과 함께 활기차졌다.

쉼호흡으로 스트레칭을 마무리 할 쯤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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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강의 시작합니다

아빠가 흉노선비 앞으로 가서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따라해보세요. 흉노, 선비, 유연, 돌궐, 위구르, 키르키즈, 거란

사람들은 자신이 암기한 역사를 머리 속으로 아빠와 되짚어 가며 읊었다.

화이트보드까지 동반하여 수업이 계속 되었다. 역사파트가 지나가고 어느새,

자 이거보세요. 이게 바로 지의류입니다. 정말 선명하지요?”

사람들은 돌에 앉거나 서서 열심히 수첩에 메모하거나 핸드폰에 작성하거나 녹음을 했다.

정말 우리 박자세 사람들은 대단한 것 같다.


시간이 점점 지나 이제 버스로 이동할 시간이 왔다. 버스로 돌아가기 위해 산책하듯이 초원을 걸어가며 땅을 바라봤는데 글쎄, 허브향이 콧 속을 맴돌고 앙증맞은 로즈마리가 곳곳에 피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초원의 모든 풀들이 허브로 가득 차 있었다.


허브다!” 주위 사람들이 허브 어디어디?’ 하며 찾기 시작했다. “발밑에 모두 허브에요!”

사람들은 감탄하며 어쩐지 향기가 난다며 사진기를 꺼내 셔터를 마구 누르기 시작했다.

허브 사이에 나도 좀 봐줘하며 로즈마리도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엄마는 로즈마리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시며 좋아 하셨다.


버스에 돌아오니 사람들의 옷 주머니에 허브를 꽂고 오시는 분들도 보였다.

향기만큼은 꼭 챙기고 싶으셨나보다. 덕분에 버스에서는 허브향기로 정신이 파릇파릇해져 갔다.


초원을 달리고 달려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아마 주유소를 가기 위해 온 것같다.

두두둑, 두두둑 기지개를 피며 버스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줄서 있는 곳이 있어 보니 작은 부스같은 곳이 있었다. 그렇다. 화장실이다. 우리 한국의 주유소 화장실도 모든곳이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최소한 적어도 냄새나는 푸세식 변기라도 있다.


하지만 이곳 몽골은 화장실에 잠글수 있는 문이라도 있으면 그야말로 장땡이다. 이 주유소 화장실은 문은 있지만, 화장실이 마치 옛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시대 화장실 같다. 큰 구멍에, 과연 나를 지탱해 줄수 있을지 의문인 좁고 여리여리한 나무 판때기 두 개가 놓여져 있었다. 구덩이가 생각보다 깊었다. 냄새는 물론이고 문을 닫으면 한줄기 햇살도 허락되지 않은 어둠이였다. 그렇게 나는 첫 번째 주유소 화장실을 실패하며 돌아섰다.


사실 몽골에서 좋은 화장실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가끔 신식 박물관 같은 곳에 가면 좋은 화장실이 있기는 하지만 두 세 번 뿐이였다. 10일 동안 저 푸른 초원위에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이 해결해야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나는 푸세식 화장실 보다 차라리 초원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우리가 탄 버스는 양쪽 두 곳에 기름을 넣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린다.

그래서 그 때를 쉬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삐꺽거리는 몸을 풀어주거나 볼일을 해결한다.

만약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싶으면 아빠가 틈새강의를 위해 언제나 출동하신다.


몸을 풀며 마을을 바라보았는데, 마을 그림이 참 예뻣다. 파랑색, 빨강색, 청록색 등등의 지붕들이 있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괜스레 마음이 뭉글뭉글해졌다.


버스가 거센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르릉 부르르르르르릉.” 주유가 끝났나 보다.

지승재 선생님이 수첩에다 주유비를 적고 관리 하신다. 그래서 항상 주유소나 입장료를 내거나 식재료를 살 때 메모하고 계산 해 주신다. 정말 고맙습니다.


모두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약간의 소나기가 찾아왔다.

얇은 비. 흐물흐물한 비 정도 였다. 조금 심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일반적인 비였다.

버스는 이제 점점 고비사막 쪽으로 다가간다. 아직은 고비사막이 아니지만 옆 간판을 보니

‘DUNDGOVI’ 라고 적혀 있었다. 아마 확실하진 않지만 이곳이 동고비가 아닐까?


버스는 이제 점점 깊은 초원으로 들어간다. 중간중간 게르도 보이고 양떼도 보인다.

점심을 위해 우리는 초원에 멈춰 섰다. 사실 나중에 돼서 사진 찍은것들 보면 어제 초원이나 오늘초원이나 내일 초원이나 다 똑같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또 느낌이 다르다.


컴퓨터 배경화면과 흡사한 초원이 있는가 반면 정말 평지처럼 넓기만한 허허벌판도 있다.

우리가 점심을 먹기 위해 내린 초원은 정말 평지처럼 넓기만한 허허벌판이였다.

어찌나 허허벌판인지 그늘이 없었다. 태양은 높이 높이 떠있고 햇살이 아닌 ! !’ 이 내리 쬐었다. 정말 너무나도 허허벌판이라 여성분들은 화장실 가기가 너무나도 난처했다. 그래서 양산, 스카프 등 무기를 장착하고 저 멀리 가서 해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문순표 선생님의 파란 스카프는 정말 다재다능했던 것 같다.  햇빛과 부끄러움을 가려 주었다.


좀 더 편한 점심 식사를 위해 텐트 그늘막을 2개 설치 했다.

한 곳에는 식사준비 한 곳에는 식사하는 자리


오늘은 내가 식사 당번이라 식사 준비하는 것을 도왔다. 사실 나는 평소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민폐만 끼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을 많이했다.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대부분 샌드위치를 먹기 때문에 간단한 것만 준비하면 되었다.

길쭉한 햄, 빵빵한 치즈, 아삭한 오이와 양배추 그리고 자주색 양배추를 써는 것이 할 일이다.


식사 당번이라고 자신있게 제가 햄을 썰게요!” 외첬던 나인데, 생각했던 것 보다 햄 써는 것이 까다로웠다. 일단 햄을 일정한 두께로 써는것도 어려울뿐더러 햄을 수직으로 써는 것 조차 어려웠다. 그냥 칼을 쑥 내리면서 썰어야 할지, 쓱싹쓱싹 칼을 비비면서 썰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냥 막 썰다보니 어느새 방법을 터득했다. 길쭉한 햄은 쓱싹쓱싹 썰어야 잘 썰린다. 샌드위치 재료를 각각 다 썬 후 쟁반에 옮겨 담아 자기 취향대로 골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빵을 산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빵이 부드럽고 햄과 치즈의 맛 조화도 잘 어우러졌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초원 위를 한참이나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한참이 지나고 두 번 정도 쉬었다 가고 난 후 도로는 비포장도로였다. 그리고 초원의 푸르름도 붉게 타들어가는 모습이 되었다.

마치 서호주의 붉은 흙을 보는 것 같았다. 야생 부추나 허브로 가득 차있던 풀들도 바삭한 가시 잎으로 되있었다. 그리고 저멀리에는 절벽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화이트 스튜파 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언덕이 울퉁불퉁 있어 버스가 지나갈 때 한쪽으로 기울기도 했었다. 그래서 괜히 몸을 반대로 움직이며 벌벌 떨었다. 사실 정말 위험천만 했었다. 높지만 폭이 좁은 언덕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길이라서 버스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언덕들을 통과하니 어떤 정상에 올라왔다. 이곳이 화이트 스튜바 라는 곳이었다.

점프 하면 바로 하늘과 부딪칠 것 같은 높이에 굵은 모래입자와 작은 자갈 돌들이 바닥에 깔려있고 바람은 거셌다.


절벽의 끝쪽으로 이동해 아빠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듣는데 저 멀리에서부터 먹구름들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윽고 비가 톡, 톡 떨어지더니 돌풍이 돌았다.

바람이 어찌나 강하던지 버스가 날아갈까 걱정도 했다. 바람에 기대어 서 있을수 있는 정도였다. 우리가 잘 못한 것도 없는데 몽골 하늘은 곧 폭발할 것처럼 강한 돌풍과 모래바람으로 정신을 쏙 빼주게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 일단 버스로 피해 도망갔다. 화이트 스튜바의 첫 인상은 이렇게 강렬했다.


모래바람이 지나간 뒤 버스에서 나와보니 아직 돌풍과 무서운 하늘은 그대로지만 이것을 최대한으로 즐겼다. 정상의 절벽 끝에서 강한 바람을 맞으며 대자로 벌려 서 있는데 자유로웠다.

자유로움. 그냥 모든 것을 놓고 그냥  바람을 느꼇다. 뼛 속 구멍에 까지 바람이 오는 것 같았다. 바람이 어찌나 강하던지 날아가던 새도 휘청휘청거린다.


바람이 춥게 하지만 깔끔하게 날아오고, 머리는 치렁치렁 나팔거리고, 옷은 펄럭펄럭 거리는데 이게 정말 온 몸을 짜릿하게 해준다. 어디 높은 산 정상에 와서 시원한 공기를 맞는 쾌감의 만 배가 된다. 눈에 들어오는 화이트 스튜바의 아래 언덕들은 붉은 마블링이 되어있고 끝없이 펼쳐져서 속이 다 시원했다. ! 하고 뚫린 느낌.


평소 언덕 내려가는 것에 겁이 많아 화이트 스튜바의 모래 계곡처럼 내려가는 곳은 못 내려가  봤다. 쓸데없이 겁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화이트 스튜바의 아래 풍경은 위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는데 정말 아쉽다.


비가 쏟아진 후 저 멀리 무지개가 피었다. 무지개는 이름 자체도 참 아름답다.

그 이름 값 만큼 무지개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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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 후 사람들이 한 두 분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참 후 아빠까지 모든 사람들이 버스로 돌아왔다.

오늘의 숙영지는 화이트 스튜바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다.

그리고 내일 아침 한 번 더 온다고 했다. 내일은 꼭 오늘 내려가기 실패했던 곳을 내려가야겠다 다짐했다. 바람을 막아주기 위해 약간 아늑하고 옆에 언덕이 있는 곳으로 정했다.


버스에서 내려 텐트와 침낭 그리고 식재료 들을 운반했다. 버스에서 간단한 짐을 내리고 캐리어들을 찾아 텐트 칠 곳으로 옮겨놓고 식사당번 일을 하러 나름 부엌이라고 자청하는 곳으로 갔다. 식재료들이 정신없이 모여있었다.

박형분 선생님과 나는 음식들을 차에서 내리고 분류하여 정리했다. 깨진 계란은 음식하는데 바로 쓰고, 소스 종류들과 햄과 치즈들을 한 가방으로 모으고 빵은 큰 가방에 모았다. 야채들도 한 곳으로 모으고 찢어진 박스들을 버리고 다시 짐을 넣어놨는데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공간도 생기고 한 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였다.


저녁은 직접 끓은 북어국으로 먹었다. 따끈따끈한 이 국물. 한국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맛이 세련됬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강의가 시작되었다. 전날에는 너무 피곤하여 생략했지만 오늘은 하나보다. 점심 때 쳤던 그늘막을 설치하고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고 노트북을 연결하여 강의를 시작했다. 졸음을 이겨내며 눈을 번쩍뜨며 아빠의 강의를 들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많아 아직까지 별을 보지 못했다. 고비사막으로 가면 하늘이 맑아 잘 보일거라는데 너무나도 기대된다.


텐트 속에 들어가 침낭을 펼치고 슬리핑백을 불고 수면바지로 갈아입고 잠자리로 누웠다.

아직까지 몽골에 온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냥 한국 어디 시골에 와서 초원 보는 기분이였다. 좀 다른 것은 나무가 없다는 것과 논이 없고 양떼들이 많은 것. 그래서 나는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점점 몽골을 알아가는 재미. 몽골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이렇게 현장에 직접 와서 텐트 치고 자며 몸으로 느끼는 이 탐사, 정말 짜릿하다. 내일은 또 어떤 놀라움을 볼까, 또 어떤 감동을 보게 될까. 자기 전까지도 꿈꾸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꿈의 여운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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