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14회 몽골 학습탐사(2) 일지 1  (7월27일~31일)


2015727일 월요일, 작성자 윤재선


05:30 인천공항 A카운터 집결

07:55 KE8867 항공편으로 울란바타르로 출발

11:25 울란바타르 징기스칸 공항 도착

11:50 1진 팀과 합류

KOREA 레스토랑에서 점심, 땀을 흘리면 밥을 먹다.

(두부 북어찌개, 상추, 콩나물, 깍두기, 잡채 등)

몽골국립박물관으로 이동, 맑은 하늘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다.

다리강가를 향해 이동

야영지(정확히 어디인지 모름)를 정하고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다.

(된장찌개, 햇반, 고추 삭혀 다져 양념한 것, 오이소박이, 김치, )

23:30 탐사대원 소개하고 잠자리에 틀다.

 

이른 새벽 인천공항 A카운터 옆 빈자리가 하나, 둘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침낭을 든 모습에서 함께 할 탐사대원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탐사자료집을 받고 공용짐을 부쳤다. 출국 과정에서 박혜진 선생님은 다른 분의 짐을 들어주시다가 짐 속에 들어있던 장류 때문에 곤란을 겪으시기도 했다(이후 박샘의 공항 에피소드가 또 생길 줄이야......). 개인짐을 기내로 가져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으나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755분 울란바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1진 팀과 공항에서 만나 안부를 묻고 코리아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2진 일정의 첫 번째 탐사 장소는 몽골국립박물관이다. 박물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몽골의 역사와 문물 등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3층 정도의 건물을 돌면서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각 문물에 대한 박사님의 설명을 들으니 슬슬 몽골에 온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다양한 타제, 마제석기를 보았는데, 그 중 흑요석은 가벼운 타격에 의해서도 날카로운 날을 만들 수 있어서, 빙하시기를 살아남는데 유용한 도구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몽골의 전통 겉옷 델과 말장신구도 여러 점 전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몽골 귀족 여성들의 머리 장식 보크타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버드나무 가지로 만든 틀에 펠트 천을 얹은 것이라고 하는데, 둥그런 바닥에서 기둥형으로 올라가다가 네모꼴로 끝난 위에 깃털을 붙여 바람에 날리게 했다고 한다. 보크타 머리장식을 한 여인들 그림을 보면서 잠시 소르칵타니와 만두하이 카툰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인구 100만의 몽골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까닭이 징기스칸의 카리스마와 여성을 중요한 직책에 기용하는 용인술 때문(잭 웨더포드, 징기스칸의 딸들, 제국을 경영하다)일 것이라고도 하는데, 몽골 탐사가 한층 더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A, B버스에 나눠 탄 후 다리강가를 향해 떠났다. 우리는 털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몽골탐사자료집을 읽었다. 박사님께서 우리는 불편함도 참으며 공부하는 학습탐사대다라고 상기시켜 주셨다.

울란바타르를 조금 벗어나는 순간 우리 눈 앞에는 초록의 초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과 초록이 어우러져 차창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 길을 얼마나 갔을까?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우리는 야영지를 정하고 텐트를 쳤다. 서툰 솜씨였지만 오늘 밤을 보낼 잠자리가 완성되었다. 시간은 8시가 넘어갔지만 날은 훤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좁은 테이블을 사용할 경우에 서로를 배려하는 태도를 익혔다. 11시가 넘어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자기소개를 하였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간섭받는 것을 싫어한다라고 한 고등학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애벌레처럼 생긴 침낭 속에 들어가 길고 긴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2015728일 화요일, 작성자 민혜숙, 김화자


07:00 아침식사(누룽지, 소고기 장조림, 김치볶음, 오이지)

07:30 아침강의(다리강가 역사)

08:00 다리강가로 출발

13:30 온도르한(징기스칸 고향마을)에서 식료품 구입 및 주유

14:20 점심식사(씨리얼, 우유, 삶은 달걀, 사과반쪽)

15:15 다리강가로 다시 출발

15:30 달리는 차안 강의(티벳불교)

17:55 쌍무지개 발견

19:45 달리는 차안 강의(청의 강희제와 준가르의 갈단)

20:20 흙탕길에 A팀버스 왼쪽 바퀴가 빠짐

20:45 야영지 정함(야영 준비)

21:40 저녁식사(참치김치찌개, 오이부추소박이, , 깻잎김치, 오이지, 마늘쫑 장아찌)

22:45 저녁 강의(티벳불교)

 

- 540분에 텐트 밖을 나왔다. 새벽녘 초원 대지와 소통하고 싶어서였다. 소리가 들린다. 초원의 교향곡이다. 메뚜기들의 날개 비비는 소리가 초원을 무대로 장엄하게 울러 퍼진다. 몽골에서만 들을 수 있는 대자연의 소리이다. 동이 트는 시간에 맞춰 메뚜기들의 교향곡은 끝이 났다. 대자연의 질서가 신기할 뿐이다. 이내 시선은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향한다. 이 드넓은 초원을 누비고 다녔을 몽골 대군들의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상상해 본다. 7시에 식사 당번의 아침 드세요소리가 전달되고, 모두들 집에서 보다 더 맛있다면서 누룽지와 소고기 장조림, 김치 볶음, 오이지를 먹는다. 맛있게 먹는 대원들의 모습에 내 입안도 절로 감칠맛을 느낀다.

신속히 짐정리, 텐트 철거를 끝내고 아침 강의가 시작되었다. 다리강가는 청나라 강희제 때 군용목장이었던 곳이며, 현무암 지대로 제주도와 매우 유사성을 지니고 있단다. 제주도를 몇 번 가 본 기억을 더듬으며 다리강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본다.

대원들은 8시에 다리강가로 출발하였다. 박문호 대장은 차를 타자마자 흔들리는 차 속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학습탐사 교재 전체를 개략 설명 하고, 대원들은 열심히 듣는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중요하니까 꼭 암기를 해야 된다는 대장의 말에 긴 한숨만 나온다.

탐사기간 동안 교재와 요약 프린트를 항상 옆에 끼고 있어야 하며 버스 안에서 잡담 금지, 개인 간식 돌리지 않기 등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는 하지 말라는 지적에 차창 밖에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을 옆 눈으로 바라보며 읽고 외우고....비포장 도로로 인해 말 탄 기분을 느끼게 하는 펄쩍거리는 버스 안은 초원위의 움직이는 독서실이다.

달리던 차는 130분에 징기스칸의 고향인 온도르한에 식품 구입을 위해 시장 앞에 멈춰섰다. 간판이 있긴 하지만 일반집 같아 조심스럽게 들어갔더니 실내에 큰 시장이 펼쳐져 있다. 외형보다는 실속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적 지위가 남자보다 여자가 높다고 하는데 상인 몽골여자의 강인함이 풍겨져 왔다. 카메라를 기피하지 않은 순수함도 보였다.

우유제품, 치즈, 식빵, 소시지들이 눈에 들어 와 치즈를 먹어보니 가미되지 않은 담백한 맛이 있다. , 오이, 빵 등 장보기를 마치고 다시 차는 다리강가로 출발이다.

220분에 강이 흐르는 초지위에 자리 잡고 점심을 먹는다. 점심식사는 씨리얼, 우유, 삶은 계란, 사과반쪽과 아침에 먹고 남은 누룽지다. 대원들은 계속된 차량이동 임에도 지친 기색도 없이 점심을 순식간에 끝내고, 모처럼 만난 강물에 양치질의 여유를 느껴본다. 야생개 3마리가 대원들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호식거리를 좀 얻어 볼까? 한다. 빵 몇 조각을 던져 주었으나 별로 반응이 없다. 뼈다귀가 아니라서 인지? 배가 안고파서 인지? 궁금할 뿐이다. 식사 후 빵구 난 차 바퀴를 떼우고 대원들은 315분에 다시 다리강가로 출발이다.

330분 달리는 차 속에서 박문호 대장의 티벳 불교 강의가 시작된다. 차가 흔들려 강의내용을 도저히 적을 수 없어 포기하고 수신기로 듣기만 하고 있는데 모두들 잘 적는다.

갑자기 한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소량의 소나기가 내린다. ! 무지개다! 한 대원의 외침에 모두들 하던 공부를 내려놓고 차창 밖을 내다본다. 여기저기서 사진기로 담아본다. ! 쌍무지개다! 모두들 거대한 쌍무지개에 감탄한다. 차도 어느새 갓길에 멈춰서고 대원들에게 무지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해 준다. 광활한 초원 위에서 다리강가로 들어가는 관문의 모양을 한 거대한 쌍 무지개다. 이렇게 큰 쌍무지개를 실제로 보는 행운을 안고 차는 다시 출발이다. 뭔가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745분에 박문호 대장의 강의가 시작된다. 다리강가는 청나라 강희제 전용 목장이다.

1636년 챠하르 가문의 릭데칸이 홍타이지에 밀려 청해에서 천연두로 죽자 아들이 홍타이지에게 옥쇄를 바침으로써 국호를 만주에서 대청으로 바꾸게 되었다. 청의 팔기제는 누르하치에 의해 처음 실시되었는데 7500명 병력의 만주 8기로 6만명의 팔기병이 편성되었는데 몽골인과 한인이 복속되면서 몽골8, 한인 8기도 편성되었다. 준가르 부족장의 아들 갈단은 티벳 달라이 라마 밑에서 승려 수업을 받고 있었는데 이복형제들이 자기 친형을 죽이고 부족장의 자리를 빼앗자 달라이라마 허락을 받고 돌아와 이복 형제들을 죽이고 준가르의 패권을 잡은 후 신장 위구르지역을 장악하면서 중국으로 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1687 동몽골 자삭투칸과 투시에트칸 사이의 분쟁에 갈단의 동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터져 복수의 명분으로 동몽골에 대대적인 침공을 감행했다. 궁지에 몰린 투시에트 칸, 몽골의 달라이라마 격인 잔나바자르 등 동몽골의 귀족들이 남하하여 강희제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강의제는 1690년부터 1697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친정을 감행했다. 1차 원정인 울란부퉁의 전투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고, 2차 원정 자우모두 전투에서는 강희제의 서로군이 갈단의 후방을 습격하여 승리를 거두었고 이때 노획한 양, 말 낙타를 모아 강희제 전용 오익 목장으로 만들었다.

갈단의 패배와 죽음은 준가르 내부의 반란 때문이었는데 그가 동몽골을 침공했을 때 그의 조카 체왕랍탄이 반기를 들어 갈단은 본거지를 상실하고 소수의 추종세력만을 이끌고 방황하다가 항가이 산맥과 알타이 산맥을 헤메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1771년 건륭제는 볼가강으로 이주해 갔던 토르구트를 준가르에 귀환시켰는데 15만명이 넘는 유목민이 도착했을 때는 4만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힘겨운 귀환이었다. 몽골의 마지막 제국 준가르의 갈단을 생각하면서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820분에 달리던 A팀 버스가 얕은 진흙 웅덩이에 왼쪽 바퀴가 빠져 버렸다. 대원들은 전혀 놀라는 표정 없이 자연스럽게 차에서 내린다. 몽골 운전자도 여유 있게 내리더니 여성분들은 B팀 버스 뒤쪽에 타세요 한다. B팀 차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함이란다. 이내 신속한 움직임과 B팀 버스 뒷부분에 밧줄을 묶고 A팀 버스 앞부분을 연결하여 시동을 걸고, 몇 번 당기기 시도 끝에 이내 A팀 차는 웅덩이에서 빠져 나온다. 모두들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몽골인 묵이는 큰 키에 신이 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달리던 차는 845분에 초원위에 멈추고 이곳이 오늘밤 야영지로 결정되었다. 아직도 해가 서쪽에 걸려 있다. 위도가 46도 정도라 해가 늦게 지는가 보다. 오늘은 포장길 250km, 비포장길 500km 700km를 달려 다리강가로 가는 길 초원위에 텐트를 쳤다. 우리 조는 어제보다 텐트치는 속도가 빨라져 모두들 뿌듯함을 느꼈다.

940분에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참치김치찌개, 오이부추속박이, , 깻잎김치, 오이지, 마늘쫑 장아찌. 모두들 맛있다는 탄성이 나온다. 이 먼 타국 몽골 야영지에서 먹는 식사가 집에서 먹는 것보다 더 푸짐하단 말인가? 은근히 여행 후 살이 좀 빠지겠지! 라는 기대는 저버려야겠다.

1045분 박문호 대장의 저녁강의가 시작된다. 불교는 현교와 밀교로 나눌 수 있는데 현교는 대승불교, 소승불교의 읽을 수 있는 교리 체계로 중심 사상이 공과 유식사상이다. 공은 인과 연이 만나서 이루어 진 것 뿐이라는 것을 아는 것으로 공사상을 집대성한 사람은 제 2의 붓다라고 불리는 니가르쥬나이다. 유식사상은 우주의 궁극적 실체는 오직 마음뿐으로 외계의 대상은 단지 마음이 나타난 결과라는 사상이다.

밀교는 즉신성불을 주장하는데 구체적인 방편이 철저히 스승과 제자사이에서 계승되는 형식을 띠며 비공개적이므로 밀교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티벳불교의 핵심은 밀교로 겔룩파, 닝마파, 샤카파,, 까규파로 크게 나눈다. 달라이라마의 위치가 확고함에 따라 지금 티벳불교는 총카파에 의한 겔룩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밀교의 경전에 해당되는 탄트라는 소작탄트라, 행탄트라, 유가탄트라, 무상유가 탄트라 4가지가 있는데 소작탄트라는 외적인 의례에 중점을 둔 것이고 행탄트라는 태장계, 유가탄트라는 금강계가 대표적이며 무상유가 탄트라는 최고의 가르침으로 수행단계를 생기차제와 구경차제로 나눈다. 생기차제는 멘탈이미지 트레닝으로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친견이 가능하다. 구경차제는 생기차제 다음 단계인데 정적신, 정적구, 정적심, 환신, 광명, 상입의 6단계로 구분된다. 환신의 단계에서 중유의 몸이 된다. 사람의 몸엔 배꼽, 심장, , 정수리 4개의 챠크라로 바람이 들어오는데 심장에 미세의식이 잠자고 있어 사람이 죽으면 바람이 들어가 심장의 미세의식을 녹여 바람과 결합하여 중유의 몸이 되면 기체의 몸이 되므로 원하는 곳에 나타나게 되는데 관세음보살, 문수보살의 경우이다.

사람이 죽으면 누구에게나 광명이 오게 되는데 살았을 때 환신의 단계에 있어야 하얀 하늘(현명)붉은 하늘(증휘),검은 하늘(근득)을 동시에 보게 되어 상입으로 우주가 되는 순간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이 된다. 수행을 안 한 사람은 도깨비를 보며 두려워 아무데나 들어가므로 두려워 하지 말라고 49일 동안 사자의 서(바르도 퇴 되-중유의 몸이 되어 해탈 한다는 뜻 )를 읽어 준다. 티벳불교는 현교와 밀교를 통합한 종교로 죽음을 본질로 둔 놀라운 사유체계이다.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35명의 탐사 대원들은 야영지에 도착하자마자 텐트치기, 식사준비 등 역할 분담된 대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머물렀던 흔적이 전혀 남지 않게 정리한 후 이동을 하는 유목민 생활을 간접 체험해 보았다. 탐사 떠나오면서 걱정거리가 화장실 문제였는데 구덩이 파서 작은 텐트를 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200ml 물 한 컵으로 이빨만 닦고 물 휴지로만 세수를 했다. 탐사기간 내내 씻을 수가 없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지만 박문호 탐사대원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015730일 목요일, 작성자 김영림


04:20 실링복드 오름

08:00 아침식사(스프, 샐러드, )

09:00 박사님 강의(주제 : 다리강가/ 신생대 지질변화)

10:00 실링복드 맞은편 오름 탐사

12:00 오름 정상 도착

12:15 박사님 강의(주제 : 다리강가 분화구 형성/ 신생대 지질변화)

14:30 점심식사(김병장 비빔밥, 오이지, 샐러드)

15:30 버스로 이동

18:00 석인상

18:30 버스로 이동

19:30 알탄오보 도착

20:00 버스로 이동

21:00 야영지 도착

22:30 저녁식사(황태미역국, , 밑반찬)

23:40 박사님 강의(주제 : )

24:15 마침

 

새벽 2, 밖에서 들리는 얘기 소리에 잠이 깨었다. 몽골 군인들이 왔었는데 실링복드에 해뜨는 것이 정말 장관이라고 일찍 올라가면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오지에 군인들이 우리가 있는 것을 알고 왔다는 것이 신기했고 우리들에게 몽골의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바램이 느껴졌다. 실링복드는 예전에 이 지역에 로빈훗과 같은 의적들이 있었고 실링복드는 의적들이 기원을 하러 올라가던 오름으로 몽골인들에게 신성하게 여겨지는 곳이라고 한다. 여자들이 올라가는 것은 터부시 되어 새벽에 남자 선생님들이 올라가기로 하셨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아침으로 따뜻한 스프를 먹었는데 몸에 온기가 돌며 마음이 한결 내려앉으며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텐트를 정리하고 박사님의 아침 강의가 시작되었다. 다리강가와 제주도의 유사성, 화산지형, 그리고 이번 2진을 관통하는 대주제 신생대 지질의 특징에 대해서 강의를 하셨다. 몽골초원에서 바람을 느끼며 듣는 지질학 강의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아침 강의가 끝나고 실링복드 맞은 편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길에 들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충만한 공간, 참 평온함이 느껴졌다. 태고적 고향이 이런 느낌일까? 청명한 가을 날씨, 푸른 하늘, 고운 바람결...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길이 만들어진다. 박사님께서 무량한 탄식 같은 하늘이라는 표현을 말씀해주셨는데...정말 어떤 느낌을 표현하는 것,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정상에서 올라오니 용암이 흐르고 굳어가며 형성된 말발굽 모양의 형태의 지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동안 실제로 지형의 형태를 보고 형성과정을 그려본 경험이 별로 없는 나에게 이러한 경험은 '지구가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각인시켜주었다.

정상에서 박사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신생대 주요 지질의 특징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시며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북대서양의 해저가 확장되고, 인도판과 아시아판이 충돌하고, 테티스 해가 소멸되고... 머릿속에서 신생대 6500만년의 시간 속에서 지구의 변화가 다리강가 분화구 형성의 그림과 겹쳐지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름에서 내려와 점심을 먹고 석인상과 알탄오보로 출발했다. 버스에서도 박사님의 덜컹강의는 계속되었다. 준가르 제국의 주요 사건에 대해서 강의를 하셨는데 처음엔 헷갈리던 오이라트, 준가르, 4만 몽골도 이제는 확실히 하나로 정리가 되고 할하몽골과 구분이 되었다. 맨 뒷자리에서의 덜컹거림은 장난이 아니었는데 그 와중에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기특해하며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이 스쳐지나갔다. 처음 박자세 해외탐사에 대해 듣게 되었을 때 느꼈던 설레임, 인간과 생명, 지구와 우주에 대한 공부,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박사님을 만나고 이렇게 사람들과 즐겁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저녁 6시 버스는 수하바토르 아이막에 석인상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13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인상은 모습은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수호신이라고 해서 좀 더 근엄한(?)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다. 석인상은 어디 놀러온 것처럼 모자와 신발을 신고 있었고 술잔을 들고 성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을 지키기 위한 수호신이었을까? 석인상의 느낌은 즐거움, 편안함, 이것과 가장 반대되는 느낌은 두려움, 경직됨... 옛날 몽골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알탄오보로 향했다. 알탄오보는 다리강가 오인목장에 세워진 오보로 다리강가의 관리가 직접 강희제에게 오보를 세울 것을 요청하여 만들어진 오보라고 한다. 도착하니 높은 산 위에 하얀 돔의 알탄 오보가 보였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여자가 가는 것이 터부시된다고 해서 올라가지 않고 야영지로 향했다. 야영지에 도착하니 저녁 9시쯤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박사님의 별강의가 이어졌다. 야영지 버스 앞에 자리를 펴고 노트북과 프로젝트를 설치한다. 깜깜한 밤하늘 아래 모여 박사님이 들려주시는 별이야기를 듣고 있다. 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아는 만큼 들린다고 아직은 연결시키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정보가 많은 것 같다.

별 강의를 들으면서 137억년의 시간, 100만 광년의 거리를 생각해 본다. 우주를 이야기 할 때 100만 광년 이상은 보통인 것 같다. 빛이 100만년 동안 가는 거리는 도대체 얼마의 거리일까, 137억년의 시간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갤럭시가 충돌해도 별들이 충돌할 가능성은 10억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우주의 텅빈 공간. 그 웅혼한 시공 속에서 이렇게 가까이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며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한 인연을 가슴에 담아본다. 그리고 언젠가 별이야기가...지구와 우주, 그리고 인간과 생명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매듭없이 펼쳐지기를 바래본다.

 

주요 학습내용

[아침강의] | 주제 : 다리강가/ 신생대 지질변화 | 장소 : 야영지


1. 다리강가와 제주도, 화산지형

1) 다리강가와 제주도의 유사성

- 하르박은 활을 쏜다는 의미, 하르방의 방은 왕을 의미, 궁예 활을 쏘는 왕’, 제주도의 돌하루방과 다리강가 오익목장의 수호신에 유사성이 있다.

- 다리강가와 제주도의 유사성 : 말목장, 돌하르방, 자연지형 3가지가 겹친다.

- 손보기 교수 다라강가에서 고구려 성터 발굴, 고구려 역사와 밀접한 관련

2) 제주도 지형형성

- 120만년전 바다, 20만년전 한라산이 올라옴, 5천년전 백록담, 성산일출 등 형성

3) 마그마 조성과 화산지형 특징

- 마그마에 SiO2함량이 많아지면 끈적끈적해 지면서 높이 솟아오름, 반대로 적으면 죽처럼 퍼짐

- 마그마에 SiO2함량이 많을수록 폐식, 규장질(밝음), 적을수록 현무암, 고철질(어두움)

- 분화구 말발굽 모양, 현무암 범람

- 백두산 분화구는 SiO2함량이 많아 솟아오른 상태에서 위에가 먼저 굳으면서 폭발(병마개 역할)

- 섭지코지는 마그마가 그대로 굳어진 형태, 화산탄은 폭발 시 생김


2. 신생대 지질변화 핵심사항

점심 강의와 내용 합침

[점심강의] | 주제 : 분화구형성 및 신생대 지질변화 | 장소 : 실링복드 맞은편 오름 정상


1. 다리강가 분화구 지형형성

- 현무암이 죽처럼 흘러내리며 1000만년에 걸쳐 형성

- 분화구 말발굽 모양

- 이곳 마그마에 마그네슘 성분이 많았음

2. 신생대 지질변화 핵심사항

1) 북대서양 해저산맥 확장

- 지구상에서 가장 긴 산맥(: 100km, 길이: km)이 대서양에 형성됨

2) 인도판, 아시아판 충돌

- 5,000만년전에 충돌하여 년 20cm 이동, 현재에도 5cm씩 이동

- 3천만년전 히말라야 높이가 3,000m

- 마그마 형성이 안되어(녹지 않기에) 화산은 없지만 지진은 많이 일어남

- 인도판과 아시아판 충돌의 영향으로 200만년전에 동해바다와 일본이 형성됨

3) 테티스해 소멸

- 테티스해가 소멸하고 지중해가 탄생함.

- 이 때 지중해의 위치는 적도부근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음 -> 석회암이 많음

- 동양은 흙의 문화, 서양은 대리석 문화 -> 대리석은 서양에서 기하학 발달에 영향을 줌

4) 티벳, 안데스 고원의 융기

-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옴, 티벳, 안데스 고원이 융기하면서 타림분지 생성

- 홍해출현, 동아프라카 대지구대, 사바나 기후 형성으로 인류출현의 기반이 만들어짐

5) 남극의 분리

- 신생대 중반에 곤드아나 대륙에서 남극 분리됨

곤두아나 대륙에서 아프리카, 남미, 호주, 인도, 남극이 분리됨

- 해류의 전지구적 순환이 이루어짐

6) 파나마 지역의 폐쇄

- 태평양과 대서양이 분리

-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로 포유류는 단공류 -> 유대류-> 태반류로 진화함

- 북미와 남미가 연결되면서 유대류와 태반류의 생존경쟁이 이루어지고 유대류가 거의 멸종하게 됨. 현재 유대류는 호주에서만 발견되며 북미에 남은 유일한 유대류는 오퍼스가 있다. : 조상이야기, 에덴의 진화 읽어볼 것


[버스강의] | 주제 : 준가르 제국의 이해 | 장소 : 석인상으로 가는 버스안

 

1. 준가르를 이르는 말 : 오이라트 = 준가르 = 4만몽골 모두 같은 말

2. 준가르 제국의 주요 연보

- 1670 갈단 오이라트 통합

- 1680 갈단 신장위그루 점령

- 1688 자삭트칸, 쿠시에트칸 싸움에 갈단 동생 죽음 -> 갈단이 처들어감

- 1690 네르치스킨 조약 -> 러시아 중립

- 1691 할하몽골 강희제에게 복속

- 1697 준가르와 강희제의 3,4차 전쟁

 

[버스강의] | 주제 : 알탄오보의 이해 | 장소 : 알탄오보로 가는 버스안

 

1. 오보의 의미

청에 복속되기 이전에 할하몽고는 4개의 아이막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강희제는 몽골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190기로 나누었고 이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오보이다.

오보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기오보, 솜오보, 개인오보, 가족오보, 애마오보 등 1만개가 넘는 오보가 있으며 이 중 가장 큰 오보가 알탄오보이다.

2. 다리강가 알탄오보

알탄오보는 다리강가 오인목장에 세워진 오보로 다리강가의 관리가 직접 강희제에게 오보를 세울 것을 요청하여 만들어진 오보이다. ‘알탄은 황금을 의미한다.

다리강가는 내몽골, 세친칸, 투시에트칸이 합쳐져 형성된 곳으로 영토문제가 복잡하여 최근까지도 중국과 몽골의 국경문제가 되었다. 1962년 중국이 양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러시아가 힘이 되어 준 것, 이 곳의 주민들이 몽골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것 등이 영향을 주었다.

[밤강의] | 주제 : | 장소 : 야영지

1. 우주 연구

- 빅뱅이 있었고 그로부터 중력, 양성자, 중성자가 나오고 포톤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우주 137억년 역사, 우리에게 보이는 우주는 겉보기, 거품현상일 수 있다.

- 별은 우주 전체의 5%(정확히는 4%)정도로 96%가 다크 에너지이다.

- 우주를 연구한다는 것은 밤하늘을 보는 것만이 아니다. 지금은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서 인공위성으로 연구를 한다.

2. 별 연구

- 별은 만질 수도 없고,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고 오직 빛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별의 연구는 별빛을 연구하는 것이다. , 별빛을 프리즘으로 분해하여 스펙트럼에서 각 색깔의 알갱이를 측정한다. 빛은 콩알처럼 알갱이를 헤아릴 수 있다. 파장이 길수록 에너지는 낮다. 별을 연구하는 것은 스텍트럼을 연구하는 것이다.

- 안드로메다 갤럭시는 3,000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짐, 종종, 갤럭시와 갤럭시가 충돌하지만 별이 충돌할 가능성은 10억분의 1이다.

- 96%가 다크 에너지이기 때문에 별의 연구는 가시광선, X, 라디오 파장 등 모든 파장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 우리는 별들의 미래를 알고 있다. 태양보다 1.4배 작은 별은 백색왜성이 되고, 1.4배 이상은 중성자성, 태양의 30배가 되는 별은 블랙홀이 된다. 태양은 30억년이 지나면 질량이 작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적성거성으로 부풀어오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태양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태양은 결국 백색외성이 될 것이다.

- 태양보다 1.4배 큰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데 이 때 폭발로 흩어진 원소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원소가 된다.



2015730일 목요일, 작성자 이한이


새벽과 아침 사이에 두터운 안개가 끼었다. 어제 올랐던 오름이 야영지에서 가까운데도 보이지 않았다.

430, 나는 아직 자고 있던 시간에 남자들은 논란의 실링 복드를 등반했다. 나중에 올라갔던 인원 중 한 명에게 소감을 물어봤다. 추웠다고 했던가. 740분 거센 풍파에 반쯤 쓰러진 화장실의 보수공사를 했다. 다행히 꺼려지는 참사는 없었다. 8시 쯤 안개 속에서 아침을 먹었다. 채소감자 스프, 빵과 샐러드가 나왔다. 실링 복드 소감보다는 확실 할 것이다. 일지에 써 있다. 906분에서 932분까지 공지 정도만 하는 아침 모임인줄 알았는데 화이트 보드가 있었다. 아침 강의였다.

강의 내용

(1)몽골과 제주의 유사성에 대하여: 화산지과 돌하르방

(2)다리강가지역의 화산활동과 지형적 특성에 관해서

(3)신생대 6대 사건 복습 : 북대서양 해저 산맥 확장, 인도판과 아시아판의 충돌, 테티스해의 소멸과 지중해 탄생, 안데스산과 티벳 고원의 융기, 호주와 남미로부터 남극대륙의 분리, 파나마해협의 폐쇄로 남미와 북미대륙의 연결

마그마 범람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함인지 마그마 범람을 설사에 비유하셨는데 범람하는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묽기까지도 상상이 되는 듯 했다. 실제로 그 범람을 보진 못했지만 이 정도의 상상을 끌어내니 탁월한 비유가 아이었을까. 박사님은 그날도 922분에 5분만에 강의를 끝내시겠다는, 대체로 못 지켜지는, 그렇다고 없으면 서운할 것 같은, 그런 약속을 하셨다. 강의는 932분에 끝났다. 양호하다. 안개는 걷혀있었다.

954, 근처 오름으로 슬슬 출발했다. 오름들의 이름을 몰라 일정을 알려주시는 선생님이 어제 올랐던 오름을 '이쪽 오름', 그 오름의 옆 오름 즉, 그날 오를 오름을 '저쪽 오름'이라고 하셨다. 오름은 보이는 것보다 멀었고 예상한 것보다 가팔랐다. 나는 1045분에 '저쪽 오름' 꼭대기에 도착했다. 10분의 쉬는 시간이 있었고 이내 저쪽오름의 맞은편 오름으로 출발했다. 새로운 오름이다. 오름을 오르는 중간에 김삿갓과 노승의 시짓기 일화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그들의 시가 흥미로웠다. 그러나 되짚어보니 그들의 내기도 시 못지 않았다. 내기의 대가로 진 사람의 앞니를 걸다니. 옛날에는 내기의 대가로 가볍게는 신체의 일부, 무겁게는 목숨을 주고 받은 것일까. 1117분에 다시 오름에 올랐다. 맞은편 오름에는 타고 싶은 바위들이 좀 있었다. 올라보니 시원하고 좋았다.

月白雪白 天地白 (월백설백 천지백)

달빛도 희고 눈빛도 희며 천지마저 흰데

山深水深 客愁深 (산심야심객수심)

산 깊고 물 깊어 나그네의 근심 또한 깊구나.

박사님이 예로 들어주신 부분이다.

1230분에서 1시까지 '맞은편 오름'의 봉우리에서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마그마와 현무암, 신생대 6대 사건을 더 자세히 복습했다. 강의가 끝난 후 바위에 앉아 제비와 닮은 작은 새들을 봤다. 조랭이 떡처럼 단순한 생김새인데, 날개는 끝이 뾰족한 부메랑이나 날렵한 초승달과 닮았다. 어두운 남색을 띄고 있는데 작고 빠르고 단순해서 마음에 들었다.

새들을 구경한 후 몇 분이 내려가시길래 나도 슬슬 일어섰다. 맞은편 오름에서 야영지까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좀 있어서 러시아산 최고급 버스를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몇 분이 그냥 걸어서 가자시길래 함께 걸었다. 걷기는 나름 좋았다. 풀들이 무릎 정도까지 와서 조금 힘이 들 것 같았지만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이 돼서 재미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걷게 되었다. 좋았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2시 반 즈음 야영지에 도착했다. 김치 볶음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이 띄엄띄엄 와서 개별적으로 식사를 했다.

355, 오름에서 러시아산 최고급 버스를 타고 알탄 오보로 출발했다. 20km거리다. 가는 중 버스에서 443분부터 505분까지 갈단과 준가르제국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준가르 제국의 칸인 셍게 갈단은 한 사람이 아니라 셍게와 갈단이라는 형제의 이름이었다.

545분에 우리의 하르방과 같은 몽골의 돌상을 관찰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원래 7개였는데 최근 2년 사이 2개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돌상들은 생김새가 독특했다. 의자에 앉아있는데 옷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지만 신발을 신고 모자를 쓴 채 술잔을 들고 있었다. 내가 아는 돌하르방들보다 참 개방적이다. 이쯤에서 일지의 날짜를 착각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내일 써야 할 일지를 오늘 쓰고 있었던 거다. 일지를 총괄하시는 김연옥 선생님께서 원래 내가 써야 할 일지를 써 주시겠다고 하셨다. 죄송했지만 다행스러웠다.

620분즈음 알탄오보로 다시 출발했다. 653분부터 711분 사이에 몽골 지역 오보신앙의 형성과 전개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오보는 원래는 각 경계의 이정표였으나 시간이 지나며 마을 공동체를 결속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몽골해외학습탐사 자료집 396쪽을 살피면 될 것 같다. 726분에 알탄 오보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알탄 오보는 실링 복드와 마찬가지로 남자만 들어 갈 수 있었다. 그래서 EBS감독님들과 박사님만 가셨다. 남은 일행들은 743분부터 몽골 울루스 슈바타르 아이막 다리강가 솜 자힌 하르 운두르에서(몽골의 행정 구역명) 버스에 기름을 넣고 장을 보는 동안 화장실도 가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 때 몽골과자들을 미리 사둘 걸, 면세점에서는 그 과자들을 찾을 수 없었다.

850, 버스에 올라 야영지로 출발, 8분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풀이 짧고 매우 평탄했으며 시야가 사방으로 탁 틔어있었다. 장애물도 없었고 달빛도 환했다. 그래서 그동안 간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으셨던 분들도 이곳에서는 우리가 만든 간이 화장실을 쓰시지 않을까 싶었다. 858분에서 1140분사이 저녁식사와 야영 준비 및 정리를 했다. 그후 1212분까지 별자리와 초기 우주에 관한 천문학 강의를 들었다.

하루를 마치고 일지에서 해방되어 드디어 잠자리에 들었다. 꿈에 오름이 나올 것 같다. 이쪽 오름 혹은 저쪽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