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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가르 산맥의 밑자락으로 내려오자 다가왔던 산들이 다시 물러나고 초원이 넓어지기 시작합니다

 

얼핏 보기엔 같은 초원인데 같은 초원이 아닙니다. 자갈이 많이 섞여 풀이 듬성듬성합니다. 초원이 같은 초원이 아니듯, 흔들림도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패인 길 때문에 울퉁불퉁했는데, 이제는 튀어나온 요철 때문에 덜컹거립니다. 사막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 이제는 저 하늘의 우주, 별들과 만날 차례입니다.  

 

초원에서 첫 야영을 한 다음날 새벽, 두런두런하는 말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 저거구나. 새벽 5시에 시작한다고 했던 박사님의 별 수업. 이 시간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별이 보이는 매일 새벽과 밤마다 이루어졌고, 항가르 산맥을 넘은 후에는 교과서 같은 책 별밤 365’까지 '암기'라는 이름으로 우리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와 별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 와서 접한 것이라 처음엔 도대체 이해가 안됐는데 몇 번 듣다 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사실 역사 공부는 할수록 알 듯했고, 티벳 불교는 할수록 모를 듯했는데 우주와 별들에 대한 공부는 알 듯 모를 듯 한 게 할수록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 두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보이지 않는 상상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니 말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리고 저 같은 초짜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추려봤습니다. (역시 따옴표 안은 박사님 말씀입니다)

 

우리 은하는 3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태양도 이 3천억 개의 별들 중 하나죠.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 나선에서 2/3쯤 떨어진, 거리로 치면 23천 광년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우리 태양이 생겨난 지는 한 50억년쯤 되었고, 지름은 10만 광년쯤 됩니다. … 그리고 태양도 지구처럼 은하 중심을 도는데 속도는 초속 20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여기까지는 어디선가 들어봤던 내용. 본론은 지금부터입니다.

 

“10만 광년을 가서 뒤돌아보면 우리 지구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태양도 저 수많은 별들 중의 하나일 뿐이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우리 은하가 우주에서 유일한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별 사이로 떠돌아다니던 알 수 없는 구름덩어리가 사실은 우리 은하처럼 많은 별들을 거느린 외부 은하라는 것을 밝혀낸 사람이 있었죠. 에드윈 허블이라는 미국의 천문학자인데(1923), 이 은하 역시 지름이 10만 광년이나 된다는 것을 알아낸 겁니다. 바로 안드로메다 은하입니다. “

 

우리 은하가 속해 있는 국부(local) 은하군은 지름이 약600만년 광년이나 되는데, 여기에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마젤란 은하 같은 20여 개 은하들이 있고이 우주에는 우리 은하 같은 은하가 2천억 개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있다는 건가요? 얼추 계산해도 3천억 개x 2천 억개… . 이 지구에 있는 모래가 많을까요, 아니면 우주에 별들이 더 많을까요? 어쨌든… .

 

허블은 또 1929, 모든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는데요. 우주팽창이론과 대폭발이론이 여기서 시작됐죠. 이 허블로 인해 현대우주론시대가 시작된 겁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우주를 설명할 때 풍선에 점을 찍고 바람을 넣으면 바람이 들어갈수록 점도 커지듯이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풍선에 동전을 붙여놓은 것과 비슷하다는 거죠. 풍선은 갈수록 커지지만 풍선에 붙은 동전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말이죠. 동전은 가만 있는데 동전과 동전 사이가 늘어나는 겁니다. 한마디로 계()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사이가 커지는 것인데, 우주는 이렇게 지금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세상에, 우주가 계속 커지고 있고, 우리와 멀리 있는 곳에서는 더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니 신기합니다. 그럼 우리는 지름이 100억 광년도 훨씬 넘는 이 공간에서 어떤 존재란 말입니까?

 

이 팽창이론에 의하면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습니다. 우주 공간에 있는 다크에너지가 계속 에너지로 변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좁아지고 있는 게 아니라, 커지고 있는 거죠.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더 빨리 말입니다. 공간이 계속 생겨난다는 이런 우주 이론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분야에 수용이 되는데, 그렇게 보면 맬서스 이론은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죠.“

 

어떤 분이 묻더군요. 과학이 발달해서 우주선으로 빨리 가면 별에 착륙할 수가 있습니까? 있을까요, 없을까요? 별은 행성과 다릅니다. 쉽게 말하면 자체 발광하는 게 별인데, 별은 보통 가스로 이루어진 집합체라고 할 수 있죠. 당연히 착륙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구와 같은 것이 행성인데, 행성들은 자체 발광이 아니라 빛을 반사해서 빛이 나는 겁니다.”

 

그러면영화 라디오 스타에 나오는 그 유명한 말, ‘별은 혼자서 빛나지 않는다는 말도 맬서스 이론처럼 잘못 됐군요. 별은 혼자서 빛나는 것이고, 빛나는 행성은 별이 아니니 말이죠.

 

사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별이 빛나는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됐다는 겁니다. 별에게도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게 있는데 이 과정(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에서 별이 빛나는 것이며 특히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다 주고 산산이 부서지는 초신성(super nova)이 될 때 가장 빛이 밝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보통 별에는 두 가지 힘이 작용합니다.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으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힘과 바깥에서 안으로 작용하는, 즉 주변부의 수소 원자들이 중력의 힘에 의해 중심부로 낙하하는 중력 수축이 그것인데중심에 수소가 다 타고 남은 헬륨에 다시 불이 붙는 마지막 과정까지는 모든 별들이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세 가지 길이 생겨나죠. 폭발한 후 중심핵이 백색왜성으로 남는 별이 있고, 순간적으로 대폭발(super nova)을 해서 거의 모든 걸 우주로 날려버리는 별이 있고, 이와는 반대로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별이 있습니다.

이걸 결정하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바로 인도 출신의 찬드라세카르이고, 덕분에 노벨상까지 받았는데요. 찬드라세카르는 이 중심핵이 태양 질량의 1.4배 이하면 백색왜성이 되고, 1.4배 이상이면 초신성이 되며, 2배가 넘으면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던 겁니다. 이 찬드라세카르 덕분에 관측과 분석에 머물렀던 우주와 천문학이 비로소 과학이 될 수 있었죠.”

 

이 중에서 별의 바깥 쪽만 날아가는 것을 신성(nova), 거대한 몸 전체를 우주 속으로 날려버리는 장렬한 대폭발을 초신성, 슈퍼노바(Super nova)라고 하는데, 이 중 la형은 아주 작아지면서 고밀도가 된 백색왜성이 다른 별에서 흘러 들어온 물질로 태양 질량의 1.4배 정도가 됐을 때 폭발해서 엄청난 에너지를 우주에 퍼뜨리는 것을 말합니다. 별의 최후라고 할 수 있는 이 백색 왜성이 되면 크기는 작지만 완전 고밀도 상태가 되는데, 한 스푼을 뜨면 무게가 1억 톤이나 될 정돕니다.…

또 다른 슈퍼노바는핵융합이 한 단계씩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철이 만들어지면 핵융합이 스톱이 될 때 생겨납니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때 핵융합은 스톱이 되지만, 중력은 계속 작용하기 때문에 힘의 균형이 깨지죠. 이 균형이 깨지면 바깥쪽에 있는 입자들이 안쪽으로 부딪치는 한편으로는 튕겨나가는 중력수축이 강하게 진행되는데, 그러다 보니 내부 온도와 밀도가 계속 올라가 상상 이상의 고온이 되고, 이 과정이 진행되면서 (백색왜성까지 붕괴시켜버리는…) 어느 순간 대폭발을 하는 거죠.

 

광활한 초원에서 듣는 엄청난 우주와 별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주처럼 펼쳐지다가 어떤 때는 초신성처럼 폭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열심히 설명을 하시다가 갑자기 이럴 때는 아~, 해야지할 때가 그거죠. 박사님 생각에는 몇 번씩 말하면서도 너무나 놀랍고 대단하고 감탄스러운데, 그저 그렇게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우리가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그저 그렇게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저도 제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박사님처럼 많이 알고 감탄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쨌든 우주에는 몇 가지 초신성 폭발이 있는데 우리 은하에는 천 년에 한 번 꼴로 이런 빛의 찬란함이 일어난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바로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얕은 지식과 공부한 것을 총동원하고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돌아와 끙끙거렸던 것까지 포함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태초에 빅뱅(대폭발)이 있었고, 이때 우주에 흩어진 작은 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큰 별이 되었고, 또 지금도 되고 있는데, 이 큰 별 속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면서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이 수소가 다 타서 융합하는 연료가 바닥이 나면 몇 가지 경로를 통해 산산이 부서지는 초신성 폭발(번쩍하는 거죠)이 일어나게 된다는 겁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거죠. 이 끝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초신성 폭발로 우주에는 이 폭발로 뿌려진 파편들이 흩어지게 되는데, 이 파편들이 다시 모이게 되면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폭발한 별이 가지고 있던 원소나 폭발 과정에서 생겨난 원소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본 물질이 되는 겁니다. 분명히 없어지는 소멸, 죽음인데, 이 죽음이 또 다른 삶을 만들어내는 거죠.

 

우리가 사는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의 핵을 이루는 철, 우리 피 속의 철들을 포함해 원소 주기율표에 나오는 물질의 절반 이상이 이렇게 우리에게도 온 겁니다. 오랫동안 밝게 빛났던 별이 마지막에 하나의 은하가 내는 밝기만큼의 빛을 뿜어내기만 할 뿐 아니라, 산산이 부서지면서 삶의 씨앗을 온 우주에 뿌리는 겁니다.

 

장엄하다는 말은 이런 데 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우리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금반지 하나에도 수십, 수백 억년 전의 우주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거지요.

 

우주에는 지구만한 크기의 실리콘 덩어리도 있습니다. 모래도 우주에서 온 거죠. 또 우주를 떠다니는 운석을 조사해보니 1%가 물이었습니다. 바다도 우주에서 온 겁니다. 우리 지구도 마찬가집니다. 원래 지구는 10여 개의 커다란 덩어리가 모여서 생겼는데 여기에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운석 덩어리들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지금의 모양을 갖춘 겁니다. 그 중에는 화성만한 크기의 소행성이 거칠게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지구와 충돌하면서 멜팅(melting) 되었다가 이 과정에서 철을 다 남겨주고 떨어져나가게 되었는데요. 이 덩어리가 바로 달이죠. … 지구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게 바로 이때의 충격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4000광년 떨어진 별 사진을 봤습니다. 반짝이는 구름 같은 것이 뭔가를 에워싸고 있는데 아름답습니다. 녹색과 보라색 기체는 수소와 헬륨이고, 붉은색과 푸른색은 우리 지구에 생명을 만들어내는 바탕이 된 질소와 산소입니다. , 지금 우리 폐에 들어있는 산소와 DNA에 들어있는 질소가 이런 별들에게서 왔다는 거죠. 먼 옛날 어느 별의 뜨겁고 아름다운 핵융합과 폭발에서 온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주적인 존재인 건가요? 우주와 우리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다 연결되어 있고, 저 먼 우주의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의 이야기라는 건가요? 그러면 우리 모두가 시쳇말로 스타(Star)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되는 건가요?

 

“(우리 지구는) 어떻게 계속 같은 속도로 24시간 자전을 할 수 있을까요? 무슨 힘으로?... 이렇게 질문하신 분이 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주에는 입자들이 아주 희박하게 존재하는데 초신성 폭발 같은 것으로 우연히 입자들이 모이게 되면, 그렇게 모여서 된 조각들이 체로 친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때 가벼운 수소들이 안으로 모여들고,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회전운동이 시작됩니다. 그런 처음의 운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거죠. 왜냐? 우주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처음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저는 두 발로 죽어라고 달리고 있는데, 설명은 빛의 속도로 달리는 것 같습니다. 분명 우리 말인데 낯선 용어에 이해가 뒤죽박죽, 따라 적기가 힘듭니다.

 

황소자리에 있는 알데바란은 우리 태양보다 36배나 큰 적색 거성인데별의 색깔을 보면 온도를 알 수 있어요. 붉은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노란색으로, 그렇게 되다가 마지막에는 하얀색이 됩니다. 이걸 O-B-A-F-G-K-M이라고 하는데… “

 

제 처리용량의 한계가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일단 가장 밝은 것을 조금이해했으니, 덜 밝은 것들도 계속 이해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 그 별들이 제 머리에서 빛나는 날들이 올까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큰 수확은 몇 십 년 동안 딱 3개에 머물러있던 별자리 수를 17개로 늘렸다는 겁니다. 물론 톱다운 암기덕인데, 1등성 17개는 무조건 외울 필요가 있다는 지론에 다른 결과입니다. 북두칠성을 기준으로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 처녀자리의 스피카,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등은 물론이고, 북극성과 카시오페아- 페가수스 사각형을 잇는 선을 통한 적경 등으로 춘분점까지 이해했으니 제 처리용량을 넘어선 게 아닌가 염려될 정도입니다.

 

캄캄한 밤하늘에 대해서는 완전 캄캄한 까막눈이었는데, 모를 때는 무질서한 별들만 있었는데, 알고 나니 뭔가가 보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일까요? 아마 오늘밤에도 그 초원의 별들은 바람에 스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