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차 서 호주 학습탐사 일지 2013. 6. 5

 

두 장의 비행기 티켓을 받았다. 하나는 인천에서 싱가포르, 또 하나는 싱가포르에서 호주 퍼스행 티켓이다. 싱가포르 행은 밤 12시 20분으로 싱가포르항공이다. 편명은 SQ603 좌석은 62D이고. 옆자리는 박진수님이다. 타자마자 조금 있다가 아침이 나왔다. 뭘 먹을까 망설이다가 치킨을 말했다. 먹어보니 정말 맛이 없었다. 내용물은 감자튀김 몇 조각, 동그란 틀 속에서 익힌 계란 2개, 치킨 소시지 한 개, 방울토마토가 하나 들어 있었다. 홍차를 시켜 머핀을 모래 씹듯 함께 먹었다. 과일이 몇 조각 들어 있어 입가심으로 먹고 이내 잠이 들었다.

 

깨어나서 시간을 물으니 오전4시 반이란다.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송찬옥님, 김진이님은 식사 전에도 공부하더니 지금도 책을 보고 있다. 그걸 보고 나도 정신이 번쩍 나서 책을 펼쳐들었다. 이것저것 적는 사이에 착륙한다는 방송이 들린다. 서둘러 내릴 채비를 했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베트남에서 날아온 김기성님과 합류했다. 외국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퍼스 행을 기다리는 동안 박사님의 강의가 시작 되었다.

이번 탐사지역은 서 호주 필바라(PILBARA)지역으로 여섯 개의 큰 돔(DOME)과 두 개의 레인지(RANGE)가 있는데 그곳을 탐사할 예정이다. 호주는 철 성분이 많은 나라 로 밤낮의 일교차가 매우 크다. 왜냐하면 철은 발리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빨리 식기 때문이다. 해양지각은 오래된 것이라도 2억년 밖에 안 되지만 호주의 지각은 35억년부터 24억년 사이에 이루어 진 것으로 대략 30억년이다. 샤크 베이(Shark Bay)에서는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되는 34억 9천만 년 전의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가 발견되었다.

 

학습탐사 책 p157, 158, 179, 180, 184, 185의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 했다. 마지막 말씀은“오늘 배운 내용은 깡그리 외우세요! 안 외우면 손햅니다. 앞으로 할 내용을 하나도 못 알아들으니까요!” 라고 못을 박았다. 퍼스(PERTH) 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출발 전까지 열강이 지속되었다. 듣는 사람도 그 뜻에 따라 집중 또 집중하며 박자세 다운 풍경이 벌어지니까 지나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마 속으로 “뭐하는 사람들이야! 이상하구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오전 7시55분발 비행기에 올랐다. SQ213편 좌석은 39D였다. 올라 타보니 자리가 이외로 많이 비어 있어 세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널찍하게 편히 앉아 갈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기내가 유난히 추워서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도착해서 약 담당인 조서연님께 약을 얻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기 걸리면 나도 고생이고 보는 사람도 고생이라 괜찮아져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건 그렇고, 자! 행성지구의 지각과 바다 속을 살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여태껏 모르고 살아오다가 하나씩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박자세의 공부 방법은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우선 p195를 깡그리 외울 작정으로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어느 정도 머리에 든 것 같아 영화를 한 편 골라서 보았다. [7번방의 선물]이었는데 눈물 짜내게 하는 내용이었다.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박사님이 알면 혼을 내려는지 모르겠다. 공부 안하고 딴 짓 했다고.

 

공항에 도착하니 선발대 선생님들이 나와서 반겨 주었다. 호주 안내자인 백 이사님의 안내로 밖으로 나오니, 한 쪽 편에 우리가 탈 차가 온다고 기다리라 했다. 차 여섯 대가 속속 도착했다. 멋진 새 차로 5인승 사륜구동 일본 도요타였다. 헤르츠(HERTZ)라는 회사에서 빌린 렌터카이다. 무엇보다 우리를 즐겁게 한 것은 스틱이 아니라 오토였다. 차 안을 제일 먼저 들여다 본 김기성님이 싱글벙글 하면서 “오토네요!”라며 좋아했다. 공동 짐부터 먼저 싣고 각자의 짐을 속사포를 쏘듯 실어서 각자가 배당된 차에 올라탔다. 모두들 서로 도우니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내가 탄차는 4호차로 임지은님이 먼저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 다 끝내고 시계를 보니 14시10분이었다.

 

구름이 낀 날씨로 조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는 백이사의 말이었다. 5년 전 호주탐사 때도 비가 질금거리기도 하고 억수로 퍼붓기도 했던 퍼스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변덕쟁이였다. 1호차에 탄 백 이사님의 길안내로 시내를 벗어나자 내리던 비도 그쳤다. 15시 5분이었다. 이차선 도로를 달렸다. 시내는 80마일, 조금 벗어나자 90마일 지금은 100마일이다. 최고속도는 110마일, 최저속도는 50마일로 동네가 나오면 느린 속도로 달려야 했다.

 

차 여섯 대가 순조롭게 달린다. 15시 30분경 길가의 유카리스 나무는 드높게 솟아 있고 수확이 끝난 포도밭은 단풍이 들어 노랗다. 마을이 나서면 수시로 속도가 바꾸면서 잘 달리고 있다. 15시 43분 HEALY'S STORE에서 쉬는 동안 볼일을 보았다. 쉬는 동안 다시 짐 정리를 하고 기름 넣었다. 비는 여전히 시도 때도 없이 내리고, 해도 가끔 나오면서 말이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걸 보니 퍼스를 아직 못 벗어났나보다. 총무를 맡은 장성규님은 너무 바쁘다. 배터리도 교체하고 노트북이 있는 차는 용량 이 큰 것으로 바꾸고 등등. 무전기 상태도 꼼꼼히 점검했다.

 

우리 차 운전자 임지은님은 운전솜씨가 능숙해서 우선 안심이다. 말도 씩씩하고 일도 시원시원하게 처리해서 모두를 즐겁게 했다. 4호차 표시를 밑에서 위로 올려붙이고 뒤에도 또 하나 위로 붙였다. 노트를 찢어 부친 것이라 좀 지저분했다. 그것을 본 김수현님이 다음에 올 땐 인쇄를 해서 코팅을 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계속해서 다시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았다. 16시 20분에 다시 출발했다. 여섯 대의 차가 다 오토라 운전이 수월하다고 모두 말했다. 일단 피나크스(PINACIES) 라는 곳에 내려서 일몰도 보고 암석도 보기로 하고 그곳을 향해 달렸다.

 

쭉 이차선 도로가 이어진다. 차가 별로 없어 150이상을 놓고 신나게 간다. 오후5시 쯤 되자 붉은 땅이 나오기 시작한다. 호주의 상징인 붉은 황톳길! 조금 더 달리니 인도양이 펼쳐지다가 숨어버리고 또 바다가 보이다가 없어지더니 평원이 계속된다. 5시 반이 지나니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지나는 길에 작은 나무들이 있는 흰 모래언덕이 많이 보인다. 와나가렌(WANAGAREN)이란 지명이 보이는 곳을 지나는데 하얀 모래가 많이 보이는 지역이다. 빨간 흙과 하얀 모래의 조화가 지는 해를 받아 신비한 빛깔을 나타낸다. 피나글스(PINACLES)의 쥬리엔 베이(JULIEN BAY)라는 곳으로 들어섰다. 비포장 길이다. 어두워져서 앞이 안 보이니까 점만 찍고 가려나 했는데 석회암 돌이 있는 곳에 차를 빙 둘러 세우고 자동차 불을 비추게 한 뒤 박사님이 설명했다.

 

과연!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박자세가 누구냐! 그냥 갈 수 없잖아!

 

21시 30분경 잠잘 곳을 찾아가던 중 길이 엇갈려서 4, 5. 6호차가 먼저 오고 1, 2, 3호차는 무전기 연락이 두절되었다. 30분 정도 지체한 뒤에 연락이 닿아 20km 더 가서 합류해 숙영지를 찾았다. 너무 늦어 길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점심은 기내서 때우고 저녁은 차내에 나눠준 식빵, 참치, 쨈, 우유로 차안에서 때웠다. 시간절약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음부터는 식사 할 때 매트를 깐 뒤 서로 마주보고 빙 둘러 앉아서 먹자는 박사님 말씀이 있었다. 밤 11가 훨씬 넘어 별자리 공부는 내일로 미루고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내일은 아침 6시 출발하기로 했다. 주의사항으로는 무전기 사용을 적절히 할 것, 통신이 안 되면 그 자리에 스톱하고 기다릴 것.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우왕좌왕 하지 말고 침착하게 일괄적으로 잘 처리할 것, 모일 때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올 것, 내일 떠나기 전에 다시 효율적으로 짐 정리 할 것 등등이었다. 아 참! 잊지 않고 자기 전에 조서연 님에게 약을 부탁해서 먹었다. 감기 들면 큰 일이니까!

 

텐트는 하나도 안치고 매트 위에서 비박을 했다. 길옆이라 로드 트레인(ROAD TRAIN)이 차량을 몇 개씩 달고 불을 번쩍거리며 달리는 소리에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뜨면 밤하늘이 그대로 다가와서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쏘다질 것 같았다. 자다가 몇 번이나 눈뜨고 별들을 쳐다보았다. 때 마침 바람도 밤새 살랑살랑 불었다. 생각보다 춥지 않고 쾌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