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학습탐사를 앞두고 실시한 훈련이 무려 14회에 이른다.

관악산을 주된 훈련장소로 삼아 7km의 짧은 등산 5회, 10km의 코스 4회, 마지막 점검차 20km 코스 1회를 실시하였고, 중간에 북한산 1회, 백양산 1회, 계룡산 1회를 실시하였다.

그간 발목부상으로 6개월이상 몸훈련을 하지 못했고 설악산 왕복등산 코스가 20km이상의 가파른 경사라니 미리 몸훈련을 철저히 해야만 했다.

계룡산을 다녀온 이틀 뒤 마지막 점검차 관악산을 오후 늦은 시간에 출발하여 7시간만에 20km를 등산하고 마지막 5km하산코스에서는 야간산행을 실시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짧은 시간에 무리한 준비를 한 탓인지 기존에 다쳐 점차 나아지던 발목이 조금 악화되었고, 마지막 점검훈련에서 심각한 무릎통증을 느껴 실전돌입에 앞서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전문가와 상의하니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서 발목보호대를 착용하거나 목이 긴 등산화를 사용하라고 조언하며 아무래도 긴 산행과 악산을 등산하는데는 발목 뿐아니라 발 전체의 보호를 위해서 목이 긴 등산화를 착용하라고하여 구식 가죽등산화를 구입하였다. 무릎보호는 스틱을 사용하고 하산시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학습탐사 하루 전에도 무릎 통증이 개선되지 않아 집근처의 한의원에 들렸더니 한의사가 이런 상태로는 무리라며 등산을 만류하였다. 하지만 산행의 의지를 확인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물리치료를 무릎과 발목에 실시하였다. 

전기자극, 전기침, 뜸, 부항, 침, 적외선 치료를 양쪽 다리에 한꺼번에 쏟아 부은 것이다.

이정도 치료를 하면 일시적으로 나은 느낌이 들것이나 결코 온전하지 못하니 등산하고 나면 반드시 자기를 다시 찾아오게 될 거라고 한의사가 호언장담한다.


이번 탐사코스를 경험하신 회원분들이 최소한 14시간이상 등산하는 코스이고 마침 비가 올 예정이니 야간산행 준비까지 포함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하여 나름대로 좀 더 큰 배낭을 준비하고 랜턴, 우의, 건전지, 갈아입을 옷, 체온보호용 상하의 외투 1벌, 수건, 식수(2.5L), 이온음료 2개, 김밥 2줄, 귤 2개, 바나나 2개, 사과 1개, 영양갱 1개, 에너지 바 2개, 장갑, 스틱, 무릎보호대, 파스를 담았다.

배낭무게가 제법 묵직하게 어깨를 짓눌렀다.

이 중에서 먹은 것은 김밥 1줄, 이온음료 2개, 바나나 1개이고 사용한 것은 무릎보호대와 스틱뿐이었다.


처음 출발구간은 평지라서 별로 힘드는지 모르고 걸었다.  이윽고 경사진 등산로가 시작되자 발목을 보호하려고 처음 구입하여 신고 온 가죽등산화가 굽어지지 않아서 발목의 활동성을 제한하여 경사진 길을 올라가는데 무척 힘들었다. 마치 스키신발을 신고 대청봉에 오르는 기분이 들었고 발목을 사용못하니 허벅지로 발을 들어 올리며 불편하게 걷는 수 밖에 없었다.

배낭을 잘못 간수해서 비가 스며들고 옷이 물에 젖어서 배낭무게가 배가 되었다.

하도 배낭무게가 부담스러워 중간에 음식물과 식수를 버리려다 그냥 훈련삼아 참고 견디며 산행을 지속했다.


이렇게 느리게 등산하는 상황에서 박사님이 말씀하신 뇌학습의 배경화를 위한 학습관점을 유지하기 위한 몇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위안삼았다.


첫째는 지난 특별한 뇌과학 4강에서 공부한 동안신경과 의식과의 관계를 면밀히 관찰하였다.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 운동시에는 눈의 초점이 생존에 필요한 곳에 집중을 하도록 저절로 작동되고 있음을 느꼈다.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초점을 뇌안으로 향하게 하여 기억의 창고를 더듬어야 하는데 생명체가 육체적인 위기의 상황에서는 뇌안으로 눈의 초점을 이동시키기가 불가능함을 알았다.

위기의 외부상황에 눈의 초점을 뇌안으로 향하는 것은 생명체에게는 죽음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되었다. 


둘째는 5강과 6강을 통해 공부했던 운동의 메커니즘에 관해 등산하는 내내 매순간 감각과 손, 발이 작동하는 모습을 느끼고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공부는 외부 자극과 정보에 반응하는 감각과 이에 반응하여 운동하는 근육과 신체의 작용 매커니즘과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 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스틱을 사용할 때는 마치 인간이 직립이전에 사지보행을 할 때의 느낌이 전해져 왔다. 스틱을 사용하면 의식이 조금 흐려지고 스틱을 사용하지 않으면 뇌의 의식이 조금 명료해지는 것 같았다. 의식과 몸의 상태가 스틱을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 미묘하게 달라짐을 감상하듯 즐기며 산행하였다.

분명히 어떤 차이점이 느껴졌다. 나중에 좀 더 뇌과학을 공부하면 실마리가 풀리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했다.


세째는 호르몬 작용과 역할에 관해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희운각에서 소청에 오르는 가파른 길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며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지려는 순간에 강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됨을 느꼈다. 생명이 위협을 받는 순간에 평시의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위기의 순간을 탈출하도록 하는 초인적인 신체의 작용을 하도록하는 물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목이 불편하고 무릎이 아프고 어깨가 무너질 듯 힘든 상황에서 강풍에 몸이 휘청거리자 일순에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 몸의 불편함을 잊고 휘청거리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어 쓰러지지 않고 낭떠러지 같은 구간을 신속히 뛰어오르도록하는 놀라운 힘을 주었다.  

평소에 아드레날린이란 단어를 들을때 인체에 해롭고 건강에 해로운 호르몬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산행을 통해서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만일 아드레날린 분비시스템이 없었더라면 인간은 멸종을 하였을 것이다.


평소 등산할 때 가볍게 산행하던 습관을 버리고 이번 설악산 학습탐사에서는 히말라야 등산하는 것도 아닌데너무 준비를 과하게 하여 오히려 실전에서 불편함이 많았다. 때로는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 준비하는 것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남들과는 달리 등산 목표시간이라는 스피드에 집중을 하지 않고 뇌과학의 핵심주제 몇가지를 실전에서 면밀히 감상하며 공부하는 계기를 얻을 수 있었다.


자연의 현장에서 진행되는 학습탐사는 뇌와 몸의 훈련이 조화를 이루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성숙되어가는 소중한 기회를 선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