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코스(11.3km)에 도전하다.

병사골 공원 지킴터(09:32) – 장군봉(10:30) – 신선봉 – 남매탑(2:15) – 삼불봉 – 관음봉(4:30) –  은선폭포 – 동학사 탐방지원센터(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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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8일 새벽 7시 남부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계룡산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1시간 45분쯤 소요된것 같다. 박자세식구들도 7분이나 탑승했다. 새벽여명을 받으며 동학사에 내리니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점심은 간단하게 준비하라고 하여 버스에서 내려 김밥 한줄 사려고 하니 차갑다고 차라리 대전에 사시는 서박사님이 준비한 떡과 사모님이 준비한 귤로 대충 넘기는 것이 좋을것 같다고 하여 오늘은 가방을 가볍게 하여 출발하기로 하였다.

 

맘을 단단히 먹고 병사골에서 시작하여 장군봉으로 오르는 마니아 코스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모두 15명이 코스를 시작하였다. 과연 몇분이 끝까지 완주를 할것인가?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 시작은 반이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하여야 한다. 브레인은 운동인데 오늘 신나게 운동한번 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올린다. 지난해 겨울산행 하신길에 발을 삐어 한동안 운동은 조심조심 하던 차라 오늘도 신경이 쓰인다. 시작은 아름답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새로운 코스에 대한 설레임은 마치 첫 사랑을 하는 마음처럼 두근 거린다. 호흡을 고른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성공적인 것은 호흡조절이였다. 이원구선생님께서 마니아코스에 도전하는 여성회원분들을 위해 봉사를 자처하셨다. 역시 페이스메이커가 중요하다. 무리를 할듯하면 천천히, 힘든코스에서는 도움을, 산행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온 몸으로 실천하시는 분이다. 마니아 코스를 완주 할수 있었던것은 이원구선생님의 도움과 중간에 민폐를 끼칠가 두려워할때 뚝심으로 밀어부친 황여사님의 도움이 컸다. 장군봉은 한 마디도 표현하면, 유격훈련코스라고 생각이 된다. 대한민국의 군인들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을 유격훈련 말이다. 고개를 오르고 바위를 만나면 로프를 타고 내려오고, 다시 가파른 고개엔 철계단과 밧줄이 놓여 있으니 산속에서 체험하는 박자세식 훈련현장이다.

 

계룡산 만만찮다. 

장군봉을 지나 신선봉을 지나는데 낙엽밑에 나무뿌리가 미끄러워 넘어졌다. 순간 위험을 감지하고 굵은 나무뿌리를 움켜잡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밑은 낭떠러지, 그래도 바로 앞에 이원구 선생님이 계시니 안심이 되었다. 도움을 청해 육중한 나의 몸이 등산로로 다시 올라 왔을땐 무릅이 까이고 등산바지가 찌져진줄도 몰랐다. 그져 안도의 숨을 쉬고 산행을 계속할수 있다는 기쁨마음 뿐이였다. 특별한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최대로 자기를 보호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나온다고 하였는데 바로 이게 그 순간이였나 보다. 다리가 풀려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기로 하였다. 쵸코릿바도 먹고 따뜻한 홍삼차도 마시고 하니 좀 안심이 되었다. 얼마나 될까? 얼마나 남았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묻지마였다. 거리를 알면 기운이 빠질까봐 그랬을까?

때론 얼마남지 않았어! 힘내! 이말이 위로도 될텐데 박자세는 강하다. 묻지마 돌격 앞으로!

남매탑을 향해가는데 박자세 식구들이 보인다. 남매탑으로 올라와 장군봉으로 코스를 정한이들이다.

걱정이 앞섰다. 우와~ 유격훈련이 기다리고 있는데, 하지만 돌격앞으로! 응원을 보낸다.

앞이 보이는 나도 만만찮은 이 코스를 앞이 보이지 않은 이기호선생님께서 도전장을 내셨다. 계룡산 만만찮은데... 정종실선생님과 몇분의 선생님들이 동행을 하여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남매탑은 분기점.

어려운 장군봉을 지나 갓바위를 지나 큰배재에 다달으니 남매탑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계룡산 오면 모두가 들리는 분기점같은 남매탑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12월의 따스한 날씨덕분에 계룡산은 등산객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낌없이 주는 산! 계룡산! 기운이 장해서인지 그 많은 사람을 품어도 아직도 기운이 쨍쨍하다. 남매탑에 도착하니 앞서 혼자 산핸을 하여 먼저 도착한 조승연선생님이 주먹밥을 점심으로 먹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자리를 잡았다. 송찬옥선생님의 동생분이 싸주신 정성스런 쭈구미밥과 머우쌈밥을 하니씩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다. 역시 산행의 즐거움은 이런데 있나보다. 자연속에서 먹는 별미점심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서박사님이 나누어준 모시찰떡은 그 맛이 끝내 주었다. 황여사님이 커피가 그립다고 하였더니 옆자리에 있던 중년부부가 맥스 커피믹스 2개를 준다. 하지만 따뜻한 물이 조금밖에 없다며 조금 남은 물을 주었다. 거기에 옥수수차 남은것 조금 메밀차 남은것 조금을 섞어 즉석 계룡산표 옥수수 & 메밀 & 커피가 만들어 졌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힘이 나는 것 같다고 하신다. 역시 우리 몸은 익숙한 것에 관대한가 보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온 것이 4시간 이상이 걸렸으니 이대로 그냥 완주를 한다면 분명 밤 8시가 넘을것 같았다. 잠시 고민을 해본다. 그냥 1.7Km 동학사 코스로 내려가 버릴까? 맘속에선 그냥 쉬운길로 가~~ 한쪽에선 아니지 여기까지 왔는데 완주는 해야지! 뭔소리가 두 마음이 속에서 전쟁을 한다. 이 순간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미 몸은 무거워지고, 마음도 약해지고, 타협이 들어간다면 이건 분명 지는 게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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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탑에서 사불봉오르는 길에 붙어있는 경고문.

 

이때 들려오는 뚝심의 소리!

"자! 갑시다.걸음이 빠른 다른분들은 천천히 오라고 하고 우리둘이 먼저 출발합시다.  내가 지난주에 친구랑 왔다 갔는데 그래도 계룡산와서 자연선능은 보고가야지. 하산길은 그리오래 걸리지 않아요" 

'그래, 한번 가보자.'

마음속의 전쟁은 타협이 아닌 행동으로 나의 발걸음은 이미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신선이 놀다간 계룡산 자연선능을 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산행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본다는 것은 많은 땀방울을 쏱아야만 가능하다.

역시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 계룡산은 몇번 와 보았지만 이번 처럼 종주코스를 하루종일 등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였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코스, 동학사에서 남매탑오르는 코스, 동학사에서 은선폭포를 지나 관음봉코스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것은 말할것도 없고 연중 많은 사람들이 계룡산의 사계절의 색다른 풍광에 산은 몹살을 앓고 있는듯 하였다. 자연선능을 앞으로 하고 잠시 쉬어 가지로 하였다. 그때 뒤를 돌아 보니 하늘이 어쩌면 그토록 예쁜 코발트 색깔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멋있었다. 맨날 앞만 바라보고, 앞사람의 발꿈치만 보고 계룡의 아름다운 풍광도 못보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다 그 순간 바라본 하늘은 예술이였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매일 회사 집, 집 회사를 다람쥐 체바퀴처험 돌다 휴일이라도 돼면 바보상자앞에서 무한히 멍때리는 TV에 턱을 괴고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지, 마음속에서는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데 밀리는 차에 귀찮음까지 동원 할라치면 그냥 방콕행?을 선택하였던 날들이 많았다. 역시 브레인은 움직임이라를 실천한 하루이다. 나는 선택했고, 행동했고, 자연은 내게 새로운 에너지와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했다. 역시 잘했어!

 

계룡산의 최고봉 관음봉을 오르다.

아름다운 자연선봉을 지나기 깍아지를 듯한 봉우리앞에 거의 75도의 철계단이 아찔하게 놓여 있다.

단단히 맘을 먹지 않으면 힘이 들것같아 아랫배에 힘을 주어 본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른다. 많은 생각이 몰려온다. '역시 이 길이나 우리네 인생이나 똑같네 그려. 한꺼번에 왕창 오르려다 지쳐 가버린 군상들! 하지만 인생은 역시 한걸음 한걸음 모여 역사를 이룬것이라네. 자네가 지금 오르고 있는 계단처럼 정상을 오르려면 힘들어도 한발짝, 한발짝 옮겨야 하는 것이라네.' 나의 독백도 나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 세상은 함께 가는 것이다. 함께라서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하리. 다리에 힘을 기르고 내가 걸어온 길은 돌아 보리라 다짐해본다. 

 

정상에 바로서니 어찔하다. 한국의 정상은 매우 뽀족하다.

관음봉 816미터 위에 우뚝서다. 기분이 좋았다. 정상에 오래 서 있을수 없었다.

옆에서 방빼라고 외쳐내는 등산객 덕분에 정상에 선 느낌을 오래 느낄수 없었다.

많은 생각들이 하늘의 구름처럼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해는 어느덧 산너머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은선폭포로 내려오는길에는 지난번 내린 눈이 음지의 차라운 기온으로 빙판으로 계단을 덮고 있었다. 인간의 기본모드는 '공포"라든가? 또다시 지난 겨울 하산길 빙판에 넘어졌던 기억을 불러오고

기억은 순간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산길은 다리도 풀리고 빙판에 돌계단이라 무릅에선 찌리릿 신호도 오고 정상을 오르는 힘듬 만큼이나 값을 치루어야 했다. 

 

겨울 가뭄으로 은선폭포에 물이 없을것이라고 했는데, 마침 수량이 적기는 했지만 은선폭포에 물이 흘러 내린다. 장엄한 바위산인 싸리재도 보이고, 바위옆 푸른소나무는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아름다운 가을은 얼마나 화려할까? 신록의 5월엔 얼마나 푸르를까? 마음속으로 계룡산의 사계절을 그려본다. 하지만 지금은 낙엽향기만 가득하였다. 자연발효된 낙엽향기가 하산길의 등산객을 달래주고 있었다.

 

어느새 헤드랜턴까지 준비하고 세 여인의 발걸음을 비추어주는 이원구선생님과 동학사의 불빛을 보니 안도의 숨이 새어 나왔다. 이제 평탄한길 하지만 그리 짧지 않은 길이 무거운 다리를 더 무겁게 하는데 동학사 탑방로앞을 나오니 정종실 선생님이 반가이 마중을 나오셨다. 얼마나 고맙던지 오늘 2인분의 등반을 하셨으므로 완주나 다름없다고 하셔서 100%동감한다고 하였다. 세상은 함께하여 아름답다. '박자세의 몸훈련은 선물이다' 박사님의 제8차 국내학습탐사를 마무리하며 모두에게 준 선물을 받고 서울로 향하였다.

 

마니아코스 완주로 피로하였을텐데 송찬옥선생님께서 기꺼이 카풀을 하여 인덕원까지 데려다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정말 마음이 따뜻한 계룡산 학습탐사를 마치며 몸훈련 선물을 왕창받고 집에 도착하니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