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일 설악산 갔다가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반경이 되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면서 남편이 맨먼저 하는말,

 

" 극기훈련 잘하고 왔어? " 

 

나는 그냥  '설악산 대청봉 가요' 라고만 했었는데,

제3자에게는(남편) 그것이 극기훈련처럼 느껴졌나보다 ^^

 

그렇다.  이번 설악산 학습탐사를 통해서

우리 박자세는 남다르다는 것을, 강하다라는 것을 또 다시 증명하였다.

 

1. 기존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다.

 

비바람,돌풍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에

기존 산악인들도 피한다는 대청봉 산행을

우린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실시하였다.

 

또 보통 당일 대청봉코스로 체력적,시간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해서 

흔히 많이 택하는 오색~설악동 코스를 마다하고,

14시간 소요, 가장 길고 누구도 잘하지 않는 설악동~설악동코스를 단행함.

박사님은 염려하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에

" 24시간 산행한다고 생각하고 하자, 어두우면 랜턴키고 하면 된다"

고 하시면서 여러 의견을 마다하시고 끝까지 처음 의견을 지키심.

 

산행시 준비물로 우리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많은 음식과  물, 간식, 옷들을 챙겼다.

우리는 대청봉에 가기 전 부터 너무 기가 죽어 있었다. 그 명성 때문에..

배낭에서 부터 옷차림, 등산화까지 완전 에베레스트 올라가는 폼이었다.

박사님은 동네 뒤산 올라가시듯이 가볍게 (왕복 6시간, 무배낭 ) 갔다 오셨다.

우린 다들 기네스북에 올려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

 

덕분에(?) 우리 모두도 희운각대피소까지는 밥먹듯이 쉽게,

대청봉은 선택사항으로 25명중 15명이 또 가볍게 갔다왔다. ^^ 

 

박자세는 가볍게 고정관념을 깨었다.

 

 2. 일단 시작하면(건국,건립) 간다.

 

대청봉을 간다고 했을때, 나는 여성회원들은 하루만에 갔다 오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나름 생각하고, 대피소는 예약이 힘들다고 하니까 그러면 봉정암에 금요일 미리 가서 하루자고,

다음날 대청봉(봉정암에서 대청봉까지는 1시간반 정도 걸림)을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박사님께 의논을 드리니 박사님은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훈련 개념을 가지고

한번 시도를 해보자고 하신다.  하니까 되었다.

물론 힘은 들었지만 시도를 하니까, 시작을 하니까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박사님은 이기호선생님 말씀을 하시면서,

'그런분도 한번 해 보겠다고 하는데 정상인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을수가  있겠는가'

하신다. 더 이상 나도 아무 소리 못했다. ^^

 

3.우리 모두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박사님은

짧게는 3시간,  남자분들은 보통 4~ 4시간 반 (11시 대청봉 도착, 예외 여성분..서청은), 

가장 늦게 올라간 우리들도 5시간 반 (12시 대청봉 도착) 만에 올라갔다는것은 사실 아무나 하는것은 아니다.

(우린 그동안 설악동~대청봉은 보통 6시간반에서 7시간 걸린다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희운각 대피소(해발 1050m) 까지 가는것도 아무나 하는것이 아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하심.

 

설악산국립공원 신흥사를 출발기점으로 4시간에서 6시간정도면 희운각 대피소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높은 경사와 수많은 계단에 초보자들은 많이 힘들수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정상 대청봉까지는 2시간에서 3시간 사이면 오를 수 있습니다.

     - 설악산 국립공원 홈피에서- 

 

이렇게 공부하는 집단은 정말 드물것 같다.

 

비를 맞으며, 그것도 처음으로 설악산 산행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한사람도 불평불만 없이, 꿋꿋하게 산행하는것을 보고

과연 어떤 힘이 우리를 이렇게 할 수 있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출발하는날 금요일부터 준비등으로 여러가지가 바쁘고 피곤한 상태였다.

금요일 밤에도 12시 넘어서 도착하고 새벽 한시에 자리에 들었으나 거의 잠을 못자고 

새벽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6시에 산행을 시작할 때 과연 할 수 있을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희운각까지만 가자고 맘을 먹었다.

그러나 희운각에 막상가니 대청봉이 욕심이 났다. 그냥 돌아가기는 너무 아쉬웠다.

힘든 가운데 " 여기서 대청봉까지는 여태 온것 만큼 가야 하고, 아주 가파르고 난코스 입니다

각오하고 가세요". 라는 어느 남성대원의 말을 뒤로 하고 소청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다시 2시간이다 높이는 700m , 북한산 백운대를 입구에서 올라가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여태까지 거의 쉬지 않고 올라왔는데 또 쉬지 않고 올라간다. 이렇게 쉬지 않고 오랜시간 산행은

처음이다. 그래 그래도 한번 해보자. 이렇게 하는 것도 있구나. 안되면 다시 돌아서면 된다.

 

처음 부터 같이 산행을 한 최설희샘과 김정순샘이 앞서가기 시작하고 혼자 뒤쳐지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몸은 천근이었지만 천천히,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길은 몹시 가파른데 바위는 미끄럽고 올라갈수록 비바람이 거세게 분다.

소청,중청을 지나는데 뿌연 비안개 속에 주위에 아무도 없다.

힘들고 외롭고 지치고 그냥 돌아서 가고 싶었다.

그러나 다들 하는데... 나도 끝까지 한 번 해보자. 마지막 힘을 내었다.

 

다 내려간 줄 알고 있었는데, 우리 말고도 김현미샘과 박종환샘이 남아있었다.

무척 반가웠다.

우리 5명은 중청대피소에 들어가 비에 젖은 머리도 닦고 간식과 따뜻한 커피로

지친 몸을 달랬다.

그 이후의 하산길은 정상을 올랐다는 성취감에 힘든 것도 다 잊고 마냥 즐거웠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회원들이 같이 하였기 때문인것 같다.

우리 박자세회원들은 특별나다. 다들 몸과 마음이 항상 기립자세이다.

서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나아갈 자세가 되어있다.

새삼 법정스님의 '서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항상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들 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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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가는길...  김정순샘과 최설희샘 그리고 나,  세명은 그동안 이원구샘이 설악산 대비 몸훈련을

북한산에서 여러차례 실시(?)해 주신 덕분에 대청봉을 무난히 갈 수 있었다. (사진.. 김정순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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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안개 때문에 대청봉 정상 아래 멋진 경치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 누구 한사람 경치 타령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등산을 하러 간것이 아니라,  훈련을 하러 간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끔씩 비구름속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산봉우리들은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곤 했다. (사진.. 대청봉입구, 조성재 제공)

 

그 가운데에서도 잊을수 없는 몇 장면들.

새벽6시 설악동 입구,  어둠이 깔린 가운데에서 본 권금성의 검은 산봉우리들.

비선대에서 양폭까지 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단풍진 산자락의 가을숲.

옥색빛의 계곡물.  폭포들.

소청에서 대청까지 가는 길에 만난  앞을 볼수 없는 비안개.

거칠면서도 위엄이 있는 설악산의 병풍같이 이어지는 큰 봉우리들.

마지막 설악동을 나오면서 본 비구름 한가운데의 황금빛 보름달(음력13일).

 

' 박자세는 선물이다'

박사님의  이 말씀이 100% 맞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한 학습탐사였다.

 

준비에 만전을 가해 주신 감사한 스텝진들 모두에게 큰 박수 다시 보냅니다.

같이 해주신 회원님들 모두에게도 감사인사 다시 보냅니다.

 

 

  이 모든것의 중심에 우리의 대칸 박사님이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