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니메이션 중에 ' 공각 기동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여 인간의 뇌 조차도 전자두뇌라는 장치를 이용해

다운로드와 업로드가 가능한 시대가 배경입니다.

뇌를 끄집어 내서 전자 장치를 연결하면 로봇 몸 속에 삽입하여

새로운 몸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의 문명시대입니다.

 

그 공각기동대의 여러 편의 이야기 중에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있는 공안 9과라고 하는 특수부가 사건을

해결합니다.

 

살해된 사람은 ' 얼굴 장인'이라고 불리는 국가 공인 장인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형문화재 입니다. 

 

옥공예 장인, 나전칠기 장인 하는 것처럼

고도로 발달된 그 시대에 얼굴을 만드는 장인입니다.

 

뇌를 다른 의체에 옮길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는 성형 수술한 얼굴들은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8등신의 몸과 긴 다리, 작은 얼굴, 대칭을 이룬 이목구비는

공장에서 찍어낸 모습들 만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세상에도 없는 얼굴을 만드는 기술자가 등장합니다.

 

이 얼굴 만드는 기술자 중에 최고가 '얼굴 장인'입니다.

 

그 얼굴 장인이 다른 얼굴 만드는 기술자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입니다.

 

얼굴에 주름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문호 박사님께서 63차 천문+뇌과학에서 이야기 한 high tech(첨단 기술)를

넘어선 high touch(고 감도)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이 얼굴 장인은 주름을 만들 때 하는 고민이 세월을 주름 하나로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것입니다.

 

첨단 과학 문명인 공각기동대의 시대에는

주름이 너무 깊이 패여도 인공적인 분위기가 나오고, 눈가의 주름과

입가의 주름의 흐름이 맞지 않아도 가치가 떨어집니다.

 

자연스럽게 눈가의 웃음이 만든 주름과 그 위에 눈물이 흐른 골을 만들어야 합니다.

입가에 오래도록 머문 웃음과 감정이 세월이 새겨져야 합니다.

콧가와 이마에 새겨진 주름은 어느것 하나 정해진 나이에 걸맞게 되었을 때

최고의 명품 얼굴이 탄생합니다.

 

편파 일률적으로 주름 하나없고 감정이 울어나지 않는 얼굴은

가치를 잃게되고

오랜 세월이 뭍어나는 한 사람의 얼굴은 주름으로써 완성이 된다는 것이

얼굴 장인의 철학입니다. 그리고 이 얼굴 장인이 만든 세월이 담긴

얼굴은 천문학적 액수의 금액을 주어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문태준의 느림보 마음에 수록된 아름다운 주름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온몸에 주름이 아닌 곳 있는지요. 모두 접힌 곳입니다.

주름이 많은 얼굴은 험상궂은 인상이 아닙니다.

특히 눈웃음이 만든 눈주름을 좋아합니다. 웃음을 끌어당긴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웃는 일보다 운 적이 더 많은 사람에게도 눈주름이 있겠지요. 두 눈을 질끈 감고,

눈물을 뚞뚝 흘리고, 팔뚝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울고 운 날의 흔적이

눈주름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주름이 세필로 그린 듯 아름다운 얼굴은 더 많이 웃고 산 사람의 몫입니다.

금 간 그릇에서 물이 조금조금씩 새어나오듯, 눈에서 웃음이 살짝살짝 번지고 흘러나와 완성된

눈주름은 고혹적입니다. 그렇게 가늘고, 나무뿌리처럼 뻗어나간 눈주름을 보면 ', 저이는

마음도 세월도 잘 만지셨구나.' 저절로 부럽기도 합니다. "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얼굴 장인이 될 소질을 가지고 태어 납니다. 지금 시대가 만든 아름다운

얼굴은 김태희나 원빈 같은 얼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뀐 곳에서는 주름이 사람의

세월을 대변합니다.

 

문태준의 아름다운 주름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웃음을 끌어당긴 눈주름은 금 간 그릇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듯, 웃음이 살짝살짝 번져야 완성 됩니다. 마음을 세월로 잘 만져야

완성되는 얼굴입니다.

 

제 선배 중에 하루종일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아 치료를 하는 사람이라 더 많이 웃습니다.

송화가루가 잔뜩 떨어져서 세차 좀 하세요 라고 얘기하면 충청도 특유의 억양으로

'냅 둬~~어, 봄이 뭍었는데 어떻게 털어내야.' 그럽니다.

 

하루는 '진홍아! 살려줘.'하는

전화에 부리나케 가보았더니 몸져 누워 있더군요. 왜 그래요 하고 물었더니

십 몇 년 동안 아이를 치료할 때 오른 쪽으로 치료하다가 그 날 따라 왼쪽에서 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몸이 놀래서 한 쪽이 마비가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리치료사로써 기술(?)을 썼지요. 한 시간을 마사지, 지압을 했더니 그제서야

웃습니다. '

' 야~~~, 이제 살겄다. 진홍아 세상 살던거 빨리 바꾸지 마라. 잘못하면

죽는다.' 그러면서 빙긋 웃습니다.  

 

그 후 몇 달 만에 찾아 갔더니 이번에는 손목을 삐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요.

'이잉~~ 별거 아녀~~, 그냥 소 한티 바쳤어.' 그럽니다.

뭔 소냐고 그랬더니, 철인 삼종경기 훈련 한다고 아침 나절 수영장에서 5Km 주파를

하고 오후에는 사이클을 타고 계룡산 주변 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서 소 우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그래서 가봤더니 송아지가 말뚝에 매어져 있는데 말뚝 주변에

풀을 뜯는다고 이리 돌고 저리돌다 자기 목을 밧줄이 조르고 있더랍니다. 그 옆에

어미 소가 자기 새끼가 죽게 생겼으니까 목놓아 울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자전거에서

내려서 밧줄을 목에서 빼주는데 송아지가 발버둥쳐서 손목을 삐었다는 사건의 전말입니다.

형님도 참 거시기 하요. 라고 말하니까.

 

빙긋 웃으면서 ' 어미소 맘보다는 안 아프겄지.'라고 합니다.

 

세월에 부빈 주름은 그 만큼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주름 사이로 흐르는 세월을

저는 아름다운 주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태준 시인이 아름다운 주름에서

'주름을 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주름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변에 서서 밀려오는 잔파도를 두 손으로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자꾸 웃는 쪽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이동하면 주름도

우리를 따라올 것입니다.

세월의 손때를 입은 주름은 항상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입니다.'

라고 한 이야기를 되새기게 됩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주름을 만드는 얼굴 장인입니다.

 

거울을 보면 웃어야 겠습니다. 눈물 나는 날에도 소스라치게 힘든 날에도 고운 웃음으로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제 선배처럼 웃는 얼굴이 되겠지요. 넉넉한 마음이

새긴 나이를 가지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