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JPG

 

문태준 시인의 책들이 도착하여 반갑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40페이지, [가재미]를 읽다 그만 눈시울이 핑그르르.

가슴이 메이도록 슬픔이 공명된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시적영감을 표현하는 시인은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는 걸까?

타고난 감각적인 DNA도 영향이 있을까?

 

언어로 연주하는 피아노 독주곡을 듣는 듯 우리 의식을 맑게 구르게 하는

그의 작품 속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그의 작품속의 언어는 자모음으로 만들어진 낱말이 아니 그 자체가

눈과 귀, 코, 혀 또는 촉각이어서 사물을 만지고 구부리고

조립하여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지어 낸다.

 

특별한 뇌과학에서 배운 감각의 실체가 그의 감각적 언어로 표현되는

작품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시인의 살아있는 시적 세계에 찬사를 보낸다.

 

그의 세계는 언어로 만들어진 시의 거울에 비친 감각의 세계이다.

놀라워라,'감각 없이는 세계가 없다'는 자명함과 똑같은

'감각 없이는 시가 없다'의 자명성!

시안에 혼종교배하는 사물들,

감각들,

읽을때 마다 오감이 분주해진다.

 

나의 오감을 동원해 시로 표현된 그의 작품속으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

계사년 1월의 마지막 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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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_문태준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