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 31일 제 1회 박자세 명사 초청 강연은 문태준 시인을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박자세 베스트 북은 박문호 박사가 섭렵한 많은 책 중에 베스트를 선정한 것입니다.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모아져 있습니다. 박자세의 2가지 법칙, 교과서 중심주의와 몸훈련 중에 교과서 중심주의에 맞게 교과서가 주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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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세 베스트 북

 

225권의 베스트 북에는 천문학, 지구과학, 소립자/핵물리학, 중력, 열역학, 등으로 분류는 미정을 포함하여 24개의 항목 225권 입니다. 이 중에 시집은 단 2권입니다.

26번째의 청록집과 69번째의 가재미 입니다.

박문호 박사는 청록집을,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한국 서정시의 고향, 중학교 시절 주머니에 넣고, 읽고 또 읽은 시라고 가재미는 문태준, 섬세함, 놓아버림, 서정성의 울림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자세의 베스트 북은 필독하고 외우고 되 내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박문호 박사는 일반인에게 외우고 전해지는 시가 5편 이상이면 국민 시인이라고 말하면서 가재미의 저자인 문태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였습니다.  

대표적인 시 20편 이상을 외우고 있으면 자연과의 조우에서 감정을 엮고 의미를 새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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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문태준

문태준 시인은 1970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습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맨발』이 있습니다. '시힘' 동인이며,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가재미』는 『맨발』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문태준 시집으로 미당문학상 수상작 '누가 울고 간다'와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그맘때에는' 등 총 67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표제작 '가재미' 2005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문예지에 실린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오래 곰삭은 시어와 특유의 고요한 서정시학으로 주목받아 온 시인은 작은 존재들과의 사소한 교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론을 조심스럽게 탐문하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 고향 마을 어귀의 고갯길, , 채마밭, 빈 처,허공, 오래된 숲과 사찰 경내, 계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미약한 존재 등 이미 시인의 이전 시를 통해 익숙해진 장소와 시간이 빚어낸 또 다른 무늬를 밟고 있습니다

원재훈이 쓴 장수하늘소를 닮은 시인 문태준에서 시인의 고향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 김천, 정확하게 금릉군 봉산면 태화2리다. 직지사가 있는 황학산을 배경으로 한 태준의 시골집은 산이 크게 들어오는 곳에 있다. 산이 크게 들어온다. 라는 설명을 하면서 두 손으로 산 모양의 제스처를 취한다.

 그 산이 보이는 흙담집에 문태준의 가족이 있다. 모두 이 마을의 토박이들이다. 문태준 부친의 형제는 모두 9남매인데, 그 식구들이 모두 그 마을에서 살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결혼하면서 분가할 때 구입한 저수지 밑에 있는 작은 논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가 일곱 살이 되던 해인 1977년까지 마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식구들은 호롱불을 켜고 살았다.

문태준의 어린 시절에 가물거리는 호롱불 아래엔 꿈틀거리는 누애가 있었다. 그가 살던 흙담으로 만든 집에 방이 두 칸 있었는데 안방에는 잠박(누에치는 것)을 들여놓고 그 방에서 살았다고 웃었다.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그의 유년시절은 연초록으로 풍성하다. 소년 문태준은 초여름이 되면 뽕잎을 따서 누에를 먹였다.

누에에게 젖은 뽕잎을 먹이면 안 돼요. 설사를 하거든요. 비가 내려 뽕잎을 따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때 빗방울이 뽕잎에 떨어지면 아주 듣기 좋은 소리가 나요.”

 수십 년 전에 들었을 그 빗방울소리를 마치 지금 듣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의 친구인 소설가 김연수는 그를 한겨레 문학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태준씨는 읍내에서 8㎞ 정도 떨어진 산골 출신이었어요. 그런데 그 시골 출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등이었습니다. 우리 고향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판검사나 군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태준씨가 문학을 지망해서 놀랐죠.

2013 1 31일에 있을 제 1회 박자세 명사 초청 강연에서 문태준 시인의 시의 세계와 더불어 그의 감수성이 일어나고 자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염소를 잃어버려 온 식구가 음메 음메 하며 염소를 찾는 이야기, 꼴 베고, 쇠죽 끓이고, 소 먹이러 다니는 게 일이었던 그의 어린 시절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 쓰는 일에 대해

내가 어릴 때 놀았던 것만을 써도 되겠더라고요.” 라고 한 그의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문태준 시인의 대표 시 - 가재미, 짧은 낮잠, 맨발 입니다.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내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짧은 낮잠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