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이야기

서라벌의 봄을 기다리는 텅 빈 들판
텅 빈 마음에 아지랑이로 피어오르는 이야기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드는 존재다

역사 속의 사건들도 자연과학의 사건들도 모두 이야기다.

이야기에 엮여있는 관계의 기억이다,

 

미세 먼지와 운무로 어스름한 경주 남산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박사님은 고향 동네 어르신으로 돌아가
천년 사직 경주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신라인들의 염원이 깃든 수많은 부처님들을 품고 있는 경주 남산 자락 

형산강 선상지를 따라

박씨김씨석씨 부족들의 집성촌이 형성되고

반월성, 구룡동 황룡사, 석굴암

남산의 화백회의, 화랑교육

김춘추, 김유신을 주축으로 삼한 통일을 꿈꾸던 신라인들

670-676년 칠년간의 나당 전쟁으로  당나라 20만대군을 매소성 전투와 기벌포 해전에서
패퇴시키고 통일 신라로 번영하게 되는 이야기

인구20만에서 100만으로 추정되는 서라벌은 당대 로마와 버금가는 대 도시였고

로마 , 스키타이 초원의 길을 잇는 교역을 했으며 베니스의 유리공예품, 금관 등 다수의 유물이 남아있다 한다.

 

동해를 통한 왜구의 끊임없는 침략을 막고자 염원했던 문무대왕의 해릉

감은사와 신문왕의 효심...

묻혀있던 신라천년의 이야기들이 현재화 되어 주마등처럼 이어진다.


어느 덧 경주 양성자 가속기 연구 센타 건물이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 일 직선으로 보인다.

길이 75m의 선형 양성자 가속기가 설치되 있는 곳이다.

우주의 네 가지 힘 중 거시세계의 중력과 전자기력을 먼저 알게 된 물리학자들은

전자와 원자, 원자핵을 탐구하게 되고 양성자, 중성자, 쿼크, 보손 ...
거의 빛의 속도로 일어나는 찰나의 생성과 소멸의 역동적 세계로 소립자의 미시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20억 분의 1그램 양성자를 가속시켜 달리는 KTx열차의 운동량을 갖게 만들 수 있다.

경주의 선형 양성자 가속기는 초속 13km로 양성자를 가속시킨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조작하고 제어 할 수 있게 된 현대의 연금술사들은 

백신과 신약 개발, 신소재 발명, 반도체, 양성자 암 치료 등 보이는 세계에 다양한 활용을 제공하고 있다.
양성자 영향평가라는 용어가 우리 곁에 와있더군요.

 

거시와 미시세계의 연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매듭 없는 연속성을 생각해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

긴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솔향기 그윽한 다솔강 팬션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문무대왕 해릉이 보이는 해변을 산책하며 어제 들었던 이야기를 회상해 본다.

 

포항 새 천년 자연사 박물관에서 고생대, 중성대 바다 속 생물들 이야기를 듣고

다시 눈을 들어 동해의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본다.

푸른 바다의 파도소리가 만파식적을 타고 돌아 시름 가득한 가슴에 충돌한다.

경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는 우리의 흐릿한 시각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