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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올해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 된다. 인류를 구원한 예수가 태어난 날, 우주의 기원을 들여다보러 가는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작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다. 인류의 새로운 눈이 될 망원경이 크리스마스 저녁에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지금까지 25년간 100억 달러(11조 9천억 원)가 투입됐다. 전 세계 단일 우주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연구 개발비를 쏟아부었다. 1990년 지구에서 610km 상공에 올려졌던 허블 우주 망원경이 퇴역하고 그 왕좌를 대신하는 것이지만 '보는 눈'의 지평이 차원이 달라진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반사경 직경이 6.5m로 허블 우주 망원경(2.4m)보다 3배가량 크다. 반사경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눈이 크다는 것으로, 크고 넓을수록 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으므로 더 멀리 볼 수 있다. 빅뱅 이후 1억 년까지, 지금으로부터 시간을 거슬러 가면 우주 나이 138억 년에서 1억 년을 뺀 137억 년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사실 우주 망원경은 '먼 곳의 모습'을 본다기보다는 '오래전 모습'을 보는 것이다. 바로 빛으로 우주를 보기 때문이다.

빛은 초속 30만 km의 속도로 달린다. 우리가 지금 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을 보고 있는데 거리가 1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항성이라면 말 그대로 100만 년 전 항성의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상에 있는 천체 망원경은 약 20억 년 전, 허블 우주 망원경은 100억 년 전 우주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이제 우주의 근원 근처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제임스 웹에는 적외선을 포착하는 광학카메라가 탑재되어 있다. 우주의 먼지구름 속 성운에서 탄생하는 별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는 뜻이고 외계행성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직접 관찰을 통해 외계 생명체 탐사에도 공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는 지금 우주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우주의 현미경'이자 세상의 기원을 밝혀줄 '우주의 등불' 역할을 할 망원경을 장착하는 순간에 서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km(지구와 달 사이보다 4배 정도 먼 거리) 떨어진 '라그랑주 지점'이라는 곳에서 작동한다. 이 지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으로 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위치가 된다. 망원경에 문제가 생겨도 중력에 끌려 추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라그랑주 L2 지점은 태양과 지구가 일직선이 되어 태양빛을 막아주는 위치다. 제임스 웹이 지구의 공전속도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게 하여 지구 그늘 속에서 태양빛을 차단하고 거기에 더하여 5겹의 자체 차양막을 통해 완벽히 빛을 차단함으로써 우주에서 날아오는 다른 별들의 빛들을 더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만약에 망원경에 기능적 문제가 있어도 수리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동안 12조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면서 우주로 보냈는데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25년 동안 연구 개발하면서 수차례 발사를 연기하고 점검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던 것이다.


이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를 향한 대장정의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내일 발사되면 되돌아올 수 도, 수리할 수 도 없는 길을 간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가는 부담이 있다. 그래도 가야 한다. 거만한 인류의 시선을 겸허히 만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 달여의 비행을 거쳐 라그랑주 지점에 안착해야 한다. 그래서 돛단배의 돛을 펼치듯 차양막을 펴고 우주의 근원을 향해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주의 물음에 과감히 투자하는 나라의 지성에 다시 한번 경배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결정판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다. 부디 내일 무사히 우주로 날아가기를, 그래서 장대한 우주의 현장을 보여주기를, 어떤 경이를 볼 수 있을지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