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리딩 모임은 나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진도를 더 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정규 강좌 에서 했던 내용 중 핵심 내용을 
쉽게 천천히 설명해서 머리에 쏙 집어 넣어주는 강의입니다.
사교육 시장 최고액 연봉 강사의 수능 30일 전 핵심 포인트 강의에 비유 해야 할까요? 
물론 비할바가 아닌 자연과학의 심오함을 무료로,
핵심 내용을 뽑아서 세세하게 가르쳐 주는 강의 입니다.  
박자세 우등생으로 거듭나기 좋은 기회이지요. 

그런데 우등생 포기하면 되잖아요.
정규 강좌 참여하면 됐지 이 추운 겨울에 왜 박자세의 작은 사무실로 모여들까?
각자의 삶이 있건만, 누군가는 그 개인사가 아주 절실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여기 나오지 않아도 굉장히 가치 있는 열정적 강의에서 얻는 만큼의 
숭고한 기쁨까지는 아니어도
나름 재밌고 사랑받고 환영받는 혹은 잔잔하고 행복한  나의 일상이 있기도 하고.....


집중만 하면 술을 마신 듯 강력한 도파민의 환희로 이끄는 학습의 기쁨에 중독 돼서?
글쎄, 그냥 술마시면 되는데.   


내가 왜 박자세에 나오지? 
아니 더 정확하게 나는 왜 박자세를 끊을 수 없지? 
재밌 있고 통찰이 있고 그러니 가치 있고 
술이 주는 도파민과 달리 부작용 없고 나의 뇌가 발달하고 그게 이유인줄 알았어요.
그러다 지난 과학 리딩 모임에서 그것 이상의 이유에 저는 우리 5조 팀명처럼 
유레카를 맘 속으로 외쳤습니다. 


사람을 확 잡아 끌어당기는 박자세 에너지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매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우선, 이 후기를 쓰는 저란 회원의 사적 절실함부터 예를 들어 말씀드리죠. 
제 소원은  소규모로 이루어진 과학 리딩 모임 에서 공부의 기승전결을 함께 넘어온
조원들과 저녁밥 같이 먹는 겁니다. 보람된 일정을 마친 회포를 함께 풀고 싶죠. 
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운 소원이 돼 버렸어요.  
집에 아이를 혼자 두고 왔거든요. 강아지 아가. 강의 끝날 즈음부터 일찍 잡은 차시간과 안맞을까봐 
초조해 하다가 끝나면 휙 사라집니다.    

조원들과의 동지애와 저녁 식사 자리 라니요. 그런거 평소에 추구하지 않습니다.
저는 사교 생활이 두려운 사람입니다. 
왜냐면 충분히 존경할만하고 좋은 인맥이 될 수 있는분들과 친분이 생기고  나면 
초대를 받게 되고 그 장소는 반려 동물  금지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존경하고 좋아하고 가족인 경우는 소중하기도 한 그 분들께 
거절의 말을 전하는게 매우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의 통념상, 아가 혼자 두고 온 사람 아가의 엄마 심정은 존중해주지만 
강아지 맡길 곳이 없는 강아지 엄마의 심정은 이해받지 못한는 경우가 더 많고 
고작 강아지 때문에 나의 초대를 거절한다고 섭섭해 하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키우는 심정은 장애아를 기르는 엄마의 심정과 같습니다.
인간 사회에서 인간보다 아래고 차별받는 약한 존재 이기 때문에 더 애틋하고 아퍼요.  
물론 모든 사람 엄마가 모성이 있는게 아니고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가장 많듯, 
강아지 엄마라고 다 저같지는 않겠죠.  
어쨌든 강아지 엄마의 심정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사교 생활을 될 수 있으면 피합니다. 
일일이 에피소드를 말씀 드리지 않아서 그렇지 아이 혼자 두지 않으려 겪은 투쟁기는 차고 넘친답니다. 
그 중에도 아기 데리고 박자세 오고 가는 동안의 재미난 투쟁기도 있구요. 

저라고 이렇게 살고 싶겠나요? 
영화 1987을 보러 극장에 가고 싶고, 사우나에 가서 담그고 싶어요.  
박자세 수업 끝나고  함께 열정속에서 수업을 마친 선생님들과  저녁 먹구 싶어요. 
점심 말고 저녁이요!, 쫑파티 처럼.
그 맘을 뒤로하고 전전긍긍 귀가길 재촉.  
이쁘다고 인형 만지듯 호들갑떠는 사람 말고 의젓하게 내 아가를 잠깐 봐줄  분이  옆집에 살면 오죽 좋으랴.  
 

여기서 잠깐!
귀엽다 외롭다 따위의 이유로 키우기 시작한거 아닙니다.
강아지에 강자도 관심 없던 저였지만 어느 무개념한 인간이 내다버린 유기견을 떠맡은게 
시작이었을 뿐입니다.    
아이가 조른다고 귀엽다고 장난감 사듯 강아지 사지 마세요!


이러한 사적 사정이 있는 고로 생계를 위한 경제 활동이 아닌 이상, 
아이를 두고 나가는 저의 바깥 활동은 반드시 충분히 가치 있고 즐거운 것이어야만 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지간히 나를 잡아 끌지 않으면 저는 절대 외출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교통시간 포함 기본 13시간 동안 아이를 혼자 두고 박자세에 나간다는 건 
저를 확 끌어당겨도 단단히 끌어 당기는 무엇이 있다는 거겠죠?  


박자세에서 공부해 본 분들이  다들 공감하는 이유들이야 많죠.
오프 강의에 나갈 수 없었던 작년 내내 아무런 이해 관계도 신경전도 없고 해맑고 열정적이고 
서로를 존경으로 바라보는 유쾌한 장소, 내 평생 찾던 그 이상형의 장소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가서 심오한 강의에 때로 감동받고 때로는 지식 그 자체를 즐기고 싶었죠. 

유 네임 잇! 무엇이든지  툭 질문하면  억하고 정답을 말씀하시는  박사님의 강의는 
시원시원하고 재밌잖어요. 
어렵다는 자연 과학이 저같은 과학 문외한에게까지 전달 되는 건 박사님이 갖고 계신 
명쾌함과 확고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길 못 끊나 보다. 애까지 두고 나오나보다. 
그런데 지난주!  
26회 과학 리딩 모임의 회의 중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시는 박사님의 욕구에 
아! 그것만은 아니었구나 했습니다.  

가치있는 지식을 모든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어하시는 박사님의 강력한 욕망은 
기꺼이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거 였구나. 
그 책임감이  에너지였던 겁니다. 
박자세의 마력이 모성 마저도  버리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개인사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을 넓게 보게 한다는 뜻이고  에너지를 부여 한다는  것입니다.

욕망의 토로가 있던 회의 후, 우리 회원들은 더 자부심에 차서 수업에 몰입했어요. 
그리고 박사님이 보라고 여러분의 이 모습을 사진 찍어야 한다고 하시던 순간 뺵빽히 
칠판 주변을 둘러 선 회원들을  둘러 보았을때  
건강하게 여유롭게 빛나는 얼굴들을 목도했습니다. 밝고 기품있는 얼굴들. 
나의 얼굴도 저렇게 발전 돼 있기를 바라며 늘 그렇듯 오는 길과 돌아가는 길의 마음이 
다른 저로 저는 수업을 마치고 내 아이에게 돌아갔답니다. 

엄마 잘 돌아 왔구 엄마 기뻐. 
오래 기다린 대신 엄마의 기쁨이 우리 셜록이에게도 전달 됐으면 좋겠어. 잘자 우리 아가.(주무시는 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