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번 8차 몽골학습탐사를 다녀온 서광원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숙제를 받은 덕분에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됐습니다.(이걸 숙제라고 한 이유는 읽으시다 보면 아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쓰기로 했으니 잘 쓰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탐사 10일의 주요 행적을 더듬어볼까 합니다. 오늘부터 틈나는 대로(4-5회 정도) 한 편씩 올릴까 합니다. 사실은 지난 주에 올려야 했는데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좀 늦어졌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    

원래 주어진 숙제에세이였는데, ‘학습탐사이니만큼 그에 맞춰 공부체험에 초점을 맞추면서 에세이식으로 쓸까 합니다. 학습은 공부로, 탐사는 체험으로 푸는 관찰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이걸 굳이 관찰기라고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탐사를 떠나기 전 두 번의 수업에 참여했는데 솔직히 놀랐습니다. 열변의 열정과 학습의 열정이 맞부딪치는 그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서른 두 명이나 되는 인원이, 쉽지 않은 10일간의 학습탐사를 열정적으로 떠날 수 있는 참여도를 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열정을 현장 중계 겸 관찰해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정작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열정이 어떤 모습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저런 경험보다는 말씀 드렸던 것처럼, 학습과 체험 위주로 쓰게 될 겁니다. 물론 순전히 주관적인, 한 초보 회원의 체험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원래 숙제는 무조건 간단하게가 원칙이고 저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쓰려고 하다 보니 학습탐사를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 해서 좀 자세하게 하려다 보니 길어지게 됐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이런 관찰 쓰기를 하려면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섞이지 않아야 객관적일 수 있고, 멀어지지 않아야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몽골로 떠나보겠습니다.

 

 

 

<당황스럽기만 했던 세 사건들...>   

 

 

2~3년 전부터 어떻게 몽골 초원을 한 번 가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 몇 년 전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다녀오고 나서 생긴 입니다. 사실 대초원이라고 하는 데를 가보면 끝없이 펼쳐진 하늘, 끝없이 펼쳐진 초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아무 것도 없는 광활한 초원을 보고 싶은 병에 걸린 겁니다.

 

하지만 여차 저차한 이유들 때문에 못 가고 있다가 올해는 기어코…’하면서 수소문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탐사팀 출입국을 맡으신 휘데스여행사의 박순천 사장님을 만났고, 박사장님의 추천으로 덜컥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공부하는 탐사팀이라니, 제가 원래 가려고 했던 방향과는 달랐지만 긴 망설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810, 찜통 더위를 탈출한다는 생각으로 집을 출발했습니다. 무거운 배낭이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뭐 그런 것쯤 감수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 울란바토르 공항에 이르기까지, 그러니까 초원을 보기도 전에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가지의 당황스러운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오후 5시 인천공항에서 벌어졌습니다. 출발을 준비하면서 제가 받는 이메일에는 준비사항이 친절하게 적혀 있었고, 거기에는 배낭을 저울에 올려놓은 사진까지 곁들인 배낭무게 5kg’이 적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짐을 싸다 보니 아무리 줄여도 10kg가 넘어가는 겁니다. 할 수 없이 10kg쯤으로 맞춰가면서 한 걱정을 했습니다. , 이거 나만 거대한 배낭을 메고 온 게 아닐까?

 

그렇게 집합장소에 도착했는데 웬 걸, 다들 항공모함 같은(?) 캐리어에 작은 배낭 하나씩을 메고 있었습니다. 가장 무거우면 어쩌나 했던 제 짐이 가장 가벼웠습니다. , 이럴 수가… .

 

두 번째 사건 역시 항공모함 같은(?) 무게와 연관이 있습니다. 10일 동안 학습할 교재라는, 이름하여 8차 몽골 해외학습탐사라는 제목의 인쇄물 책을 별 생각 없이 받다가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 했습니다.  A4 크기로 제본한 책의 두께는, 표지와 속표지를 합해 704쪽이나 됐습니다. 베고 자는 용도가 아니라 머리에 넣고 와야 한다는 겁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

 

하지만 이건 마지막 사건에 비하면 별 일도 아니었습니다. 비행기에 앉아 울란바토르에 도착하기까지 항공모함급 책을 뒤적이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역할분담표에 적힌 기록총괄: 이진홍, 서광원’. 잠시 당황하던 저는 긍정의 힘을 믿기로 했습니다. 메인은 이진홍 선생님이고 나는 두 번째이니 분명 보조이리라. 더구나 덜컥 합류한 경험도 없는 초짜인데… .

 

그런데 세상은 항상 이런 막연한 긍정을 배반하더군요.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울란바토르에 내려 버스 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탐사총괄을 맡은(역할분담표에 의하면 탐사대장에 이은 넘버2이다) 김현미 선생님께서 출판사 위즈덤편집장을 지낸 김연숙 선생님과 함께 오시더니 한 마디를 던지시는 겁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순간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습니다. 높은 분이 부탁이라는 표현을 하는 건, 오랜 직업적 경험으로 판단할 때 분명 불길한 기운의 징조이기 때문이죠. 아니나 다를까, 날벼락 같은 부탁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탐사를 에세이로 써주세요.”

? 에세이요?”

, 이번 탐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지는 그대로, 별 부담 느끼시지 말고 써주세요.”

 

세상에, 부담 느끼지 말라는 말보다 부담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옴짝달싹 못하게 못을 꽝 박았습니다.

기대가 커요.”

옆에 있던 김연숙 전 편집장까지 가세했습니다.

저두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저 초원이 보고 싶어서, 머릿속에 있는 잡다한 걸 다 잊어버리려고, 좁디 좁아진 내 속을 좀 털어버리려고 온 사람에게 에세이를 쓰라는 것은 10일 내내 기록을 하라는 겁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직장에 안 가는 것이, 음악을 들어야 하는 사람은 그걸 안 듣는 게 재충전이나 휴식인데, 쓰기에서 벗어나려고 온 저에게 10일 내내 그걸 하라는 겁니다. 그러니 눈앞이 캄캄해질 수 밖에요. 기대라는 이름의 지시’....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어쩝니까? 탐사대에서는 무조건 대장의 지시에 따른다가 규칙인데 말입니다. 따르긴 해야 하는데, 그러면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도 이 가벼운 짐으로 10일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엄청난 바윗돌 하나가 턱 얹혀졌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다녀와서 밀린 일 때문에 사이트를 보지 못했는데, 이걸 올리다가 보니, 진정한 기록자는 따로 계셨네요. 법념스님께서 멋진 현장중계... 기가 팍 죽습니다)

[출처] 흔들리며 피는 (한국폴리텍대학 자동차학과 총동문회) |작성자 박종권34

흔들리지 않고 피는 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몽골에서의 첫날- 흔들림 속으로 들어가다>

[출처] 흔들리며 피는 (한국폴리텍대학 자동차학과 총동문회) |작성자 박종권34

 

드디어 몽골에서의 첫날, 우리는 호텔급 찜질방에서 눈을 떴습니다. 호텔급 찜질방, 굉장한 뭔가가 연상되실 겁니다. ‘호텔급이라는 말 때문이겠죠. 사실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쓰게 되는 입국카드의 몽골 내 머물 장소‘Sunjin hotel(선진호텔)이라고 쓰라는 대답을 들으면서 말은 안 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그래도 허름하긴 하지만 첫날이니까 호텔에서 자나 보다.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해, 10일 동안 우리와 함께 할 버스와 승합차를 타고 ‘SunJin Hotel’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호텔 안마당에 내리긴 했는데 호텔 정문이 아니라 근처 옆문으로 들어가는 게 아닙니까. , 지름길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문 옆에 붙은 표지판이 단번에 모든 걸 말해줬습니다. ‘JimJilBang’. 영어라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찬찬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왠지 낯익은 단어죠? 그렇습니다. 한국의 찜질방이 그렇게 옮겨와 있었고 그 곳이 그날 우리의 숙소였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호텔급이라기 보다는, 호텔과 함께 있는 부속 건물이니 호텔급 찜질방인 거지요.

 

그렇게 호텔급 찜질방에서 자고 난 아침, 길들이 흥건했습니다. 새벽녘에 비가 왔었나 봅니다. 하지만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고, 대신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그날 새벽녘에 치러진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20 승리. 한국 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에 있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TV가 그 기쁨을 실시간으로 전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와 같이 이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탐사지는 울란바토르 시내의 국립박물관이었습니다. 오전 920, 잠잔바르라는 예쁘장한 여성 가이드가 몽골식 영어 발음으로 몽골의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몽골에 와서 영어라니… . 귀는 놔두고 눈으로만 봐야겠구나, 싶었는데 웬 걸 곧바로 유창한 한국어가 들려오면서 이 예쁜 몽골 아가씨는 박물관 유물을 설명하는 것보다 기다리는데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무려 3시간 10분 동안이나 말이죠.

 

왜냐? 가는 곳마다 가이드를 압도하는 박사님의 설명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가이드 설명 5, 그리고 박사님 설명… . 우리들의 걸음이 느려지자 재촉도 하십니다. 

, 밀어 부칩시다.”

 

옛날 유목민들이 쓰던 생활도구에서 전쟁 무기와 칭기즈칸의 유물들까지 박물관은 우리가 앞으로 뭘 봐야 할지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광대한 초원을 바람처럼 질주하며 무수한 역사의 뒤안길을 만들어냈던 바람의 역사, 그 바람을 만나려면 그들이 달리던 초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지금부터 발언자 이름이 생략된 “…”은 모두 박문호 박사님의 발언입니다)

 

오후 2 30드디어 초원을 향해 시동을 걸었습니다. 한국인 33명과 현지 가이드 6명을 합친 39, 아무리 잘 봐줘도 20년은 무조건 넘었을 것 같은 버스 한 대와 현대자동차의 스타렉스 2, 그리고 옛 소련제 푸르공 승합차 한 대. 스타렉스 한 대와 푸르공은 짐을 실었고, 우리 33명은 버스와 스타렉스 한 대에 나눠 탔습니다. (저는 버스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중심으로 쓰게 됨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곧장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자 역시 초원의 나라답게 곧바로 초원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그 탁 트인 시원함에 대한 대가가 있었습니다.

 

도로 사정이 안 좋은데다 아무리 봐줘도 20년은 족히 넘었을 듯한 버스 상태 때문에 요동(搖動)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겁니다. 더구나 의자 간격은 왜 그렇게 좁은지, 키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허벅지 길이가 조금 더 긴 탓에 앞 좌석 등받이가 제 무릎 때문에 고생을 좀 했습니다.(덕분에 다녀와서도 10일 정도 고생 좀 했습니다)

 

, 그 좁은 곳에 앉아서 넓고 탁 트인 곳을 달리는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떻게든 이 고통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있죠.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착각. 말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고, 말 타는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착각 속으로 들어가 흔들림에 몸을 맡기니 역시 한결 좋아졌습니다. 달릴수록 푸르고 넓은 초원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흔들릴수록 내 안에 붙어있던 쓸데없는 것들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무릎은 아팠지만 머리는 맑아졌습니다. 갑자기 시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님의 시입니다)

 

평소 시하고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 시가 생각났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흔들리는 우리에게 딱 맞는 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겠습니까?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초원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우리는 그렇게 흔들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흔들린다는 것을 긍정적인 의미로 써본 적이 별로 없는 듯한데 흔들림이 이렇게 좋은 단어라니. 우리의 이 흔들림은 어떤 줄기, 어떤 꽃을 만들어낼까요? 마음 속에 작은 기대가 생겨났습니다.     

 

 

<초원, 바람에 별이 스치다... >    

 

그렇게 달리고 달리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가던 길에서 빠져 넓은 초원 한 가운데에 첫날밤 야영지를 잡았습니다. 울란바토르의 서쪽 친톨고이(chin tolgoi) 근처, 어느 쪽을 봐도 푸른 초원만이 펼쳐져 있는 곳, 작은 개울이 에둘러 흐르는 곳에 텐트를 치고 카레와 라면으로 초원에서의 첫 식사를 마쳤습니다.

 

초원에서의 첫 식사를 마친 첫날 밤, 어디서나 뭘 하든 '아주 중요할 것 같은 초원에서의 이 첫 날 밤, 우리는 이 초원에서 뭘 했을까요? 

 

텐트 두 동을 연결한 공간에 앉아 곧장 야학’(夜學: 저녁공부)에 들어갔습니다. 학습탐사대답게 말입니다. 하다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끝없이 푸른 초원 한 가운데에서 현대 문명의 이기인 파워포인트로 몽골의 역사를 되짚어보다니,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금도 시원(始原)의 바람이 부는 이곳에서 최첨단의 파워포인트와 스크린을 통해 바람처럼 지나간 역사를 되짚어보고 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진짜 있더군요..  

 

도대체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도대체 왜 여기까지 와서 왜 다 흘러간, 흔적조차 희미한 옛날 옛적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요? 왜 굳이 과거로 들어가 과거를 헤매고자 하는 걸까요?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강해지기 때문일 겁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저렇게 열정을 토해내고, 그 열정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겠지요.  학습에 열중인 박자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묘한 기분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습니다. 1시간 동안 이 초원을 바람처럼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고 나오니 금방 쏟아질 듯한 밤하늘이 머리 위에 있습니다.

 

모두에게서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낭만적인 밤하늘의 별을 오로지 과학의 눈으로만 접근하는 분이 딱 한 분 계셨습니다.

 

저기 저 왼쪽에 있는 게 안드로메다인데, 저 안드로메다는… .”

 

, 그런데 이 중요한 학습 내용을 적을 수가 없습니다. 캄캄해서 글씨가 안보이기도 하지만, 따라 적으려고 해도 낯선 용어들이 많아 진도를 나갈 수가 없습니다. ‘137억년 우주…’를 들은 분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는데, 저 많은 별들을 과학으로가 아니라 멋지게만 봐 온 저는 따라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듣기로 했습니다. 듣다 보면 언젠가 이해가 되겠지… . 아주 마음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1시간 후 제 머리엔 딱 하나의 생각만 남았습니다. 이 우주가 그렇게 크다면, 이 큰 우주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무엇으로 존재해야 하는가? 어렵습니다. 세상에 작은 제 몸 하나 제대로 어쩌지 못하면서 이 엄청난 주제를 안고 있으려니 버겁습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죠. 생각은 그만하고 해야 할 일에 매진하는 겁니다. 그 시간 제가 해야 할 일은 하나, 잠을 자는 겁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잤습니다.

 

<정리가 되는 대로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