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세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만 1년이 되었다.

작년 1월 과학리딩 모임에서 분자세포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생소하기만했던, 분자식 들을 여러차례 적으며, 글루코스, 티씨에이 사이클, 베타 옥시데이션,  지방산 합성, 아미노산 등에 대해 공부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시 생소한 주기율표, 양자역학, 쉬뢰딩거 방정식과 대면했다. 

하지만, 작년에 배운 생명을 만드는 원소들 (C, N, O, P, Na, Mg, K, Ca 등)의 근본을 배울 수 있어 좋다. 아하!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정말 감동이었다.


작년부터 일요일은 온전히 박자세에서 공부하는 시간이다.

회사일로 주중에는 늦게 퇴근하는 터라, 일요일까지 가족들과 시간 보내지 않고, 공부하러 가는게 미안했다. 그래서 아내 눈치를 보며, 박자세에 공부하러 가는 걸 허락받으려 했지만, 결심을 하고, 아내에게 통보하듯이 얘기했다.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쉼없이 25년을 직장일로 바삐 보냈던, 삶의 습관을 바꿔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골프, 등산, 낚시 등이 아닌, 공부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사주명리, 글쓰기 등 인문학 공부을 했지만, 지금은 자연과학 공부를 한다. 왜 그동안 박자세를 모르고 지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10년 전에 박자세를 알았다면, 지금은 세상을 달리보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매번 새롭고, 이해하기 어렵고, 암기하기도 어려운 강의를 듣고 있지만, 재미있다. 강의시간 4~6시간 동안 다른 생각하지 않고, 집중해서 강의를 들으니, 뇌가 충전이 되는 것 같다. 항상 회사일, 집안일 등으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박자세에서 공부하는 시간만은 머리가 맑다.


이렇게 1년이 지나니, 아내는 내가 일요일 마다 박자세에 가는걸 당연하게 여긴다. 고맙게도, 공부 잘하고 오라고 격려도 해준다. 이제는 당당하게 일요일 아침마다 박자세로 향한다.


공부를 하며, 내가 자연과학에 대해 알고 있다고 여긴게, 잘못된 지식이란 걸 깨달았다. 몰라도 너무 몰랐다. 지금까지 모르는게 뭔지도 몰랐다. 


자연의 언어로 바라본 세계는 전자와 광자와 양성자의 춤이었고 그 춤들이 율동하여 별과 바위와 꽃이 되었다. ...영원히 침묵하는 텅빈 공간에 태양계가 생겨나고 외로운 푸른점, 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이 출현해 존재의 근원을 묻고 있다. (박문호 박사님 저 '유니버설 랭귀지' 서문 중)


나는 행성 지구의 한 생명으로서 존재의 근원을 알기 위해 공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