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밤 12시경. 호주 퍼스 공항에 내립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우리 일행을 백이사님이 맞이합니다. 이번 탐사에서는 선발대를 보내지 않는 대신에 백이사님을 통해서 미리 장을 보게 하였습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퍼스에서 브룸까지 차로 올라가는 대신에 비행기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탐사대원 스물한명이 12일 동안 먹어야 하는 분량을 전부 가지고 가야 합니다. 국제선은 1인당 실을 수 있는 양이 충분하지만 국내선은 제한이 있어서 23kg 까지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들고온 개인 짐 이외에도 백이사님이 사오신 식량들까지도 한번에 들고 가야 했습니다. 큰 자루에 어떻게든 23kg에 맞추어 보겠다고 애를 썼습니다. 초과중량에 대해서 벌금을 물었는데 $270 정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짐을 싸서 비행기를 타고 브룸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이라고는 해도 어느 공원의 농구장 만큼이나 작습니다. 팀을 나누어 예약해둔 렌터카를 찾고 필요한 장비들과 식품들도 사러갑니다. 그들이 돌아올 동안 김제수 선생님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이 남은 짐들을 분류합니다. 침낭, 숙영장비, 매트, 식량 등.. 렌터카마다 나누어 넣습니다. EBS 팀이 탑승한 1호차에는 방송장비, 2호차는 숙영장비, 3호차는 물과 취사도구, 그리고 4호와 5호차는 식량이 들어갑니다. 


브룸공항 앞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합니다. 빵과 쨈, 햄과 야채로 샌드위치 해먹고 우유와 주스, 그리고 신선한 사과, 오렌지로 배를 채웁니다. 모두 모여 주의 사항을 듣습니다. 호주에 처음 오신분들 뿐만이 아니라 여러번 왔더라도 주의해야 합니다. 차량의 운전대가 한국과는 달리 오른쪽에 있는 데다가 교통체계도 다릅니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죠. 운전자는 중앙선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피하려고 좌측으로 붙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조수석(왼쪽)에 앉은 사람은 너무 왼쪽으로 붙었다고 운전자에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끝없이 직선으로 펼쳐진 도로를 달리다보면 속도감이 없어지죠. 속도계는 분명 시속 110km인데 체감속도는 반 정도밖에 안됩니다. 이 때문에 엑셀을 밟다보면 순간 의도하지 않게 더 속력을 내고 있을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섯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움직이다보니 거리를 두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만날 목적지를 정해서 움직이기로 하죠. 다음 목적지는 샌드파이어 로드하우스Sandfire Roadhouse 입니다. 3호차가 꼴지로 도착합니다. 다들 기름을 넣었고 우리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하네요. 다음 목적지는 파두 로드하우스Pardoo Roadhouse 입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석양이 지고 있었습니다. 하루 해가 금방 저뭅니다. 로드하우스 근처에 야영지를 찾아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중에 가스 충전 안한 것이 기억나서 다시 파두 로드하우스에 다녀왔습니다.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밤이 찾아오고 별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러면 박사님의 별 강의도 시작되지요. 3분 카레와 짜장, 하이라이스, 햇반, 깍두기, 단무지 등으로 식사를 하고 오늘 밤은 텐트 없이 비박을 합니다. 별을 마음껏 보면서 잠들 수 있습니다. 


새벽 3시. 박사님의 목소리에 잠을 깹니다. 이 때에만 볼 수 있는 밤하늘을 보자고 하면서요. 대마젤란, 소마젤란, 오리온, 안드로메다, 플레이아데스, 카노푸스 ... 저는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먼저 침낭에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