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선 지하철을 타고 강남터미널역에 내려 3호선으로 갈아탈 때 운이 좋으면 1조 맨토이신 지홍원 선생님과 전철 안에서 만나게 된다. 그 정도의 운이 안 되면 양재역 8-3 정차지에 내리면 반드시 만날 수 있다(물론 미리 전화 약속을 한 결과이다). 우리는 그 다음은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에서 내려 4 5분 걸으면 동성빌딩 입구에 들어선다.

오늘부터 2020 제5차 과학리딩이 시작된다. 총 6회로 3월 15일에 종강이 된다고 한다.

'이번에는 박문호 박사님이 어떤 강의를 하실까?'

'나는 또 박사님의 강의를 듣는 것 만으로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지 선생님과 함께 빌딩 입구에 들어서면서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박사님의 강의에서 내가 듣고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정확한 명칭과 바른 용어로 설명하실 때의 내용 뿐이다.

이것저것 "야가...", "자가 ..."와 같은 지시 대명사가 많이 들어가면 갈수록 내머리속은 하얗게 '안개속'을 지나 '뭉개구름속"이 되고 만다.

박문호 박사님 강의의 핵심 포인트는 도표와 그림이다.

그림과 도표 중심으로 하는 강의가 나의 지식과 정보가 되기 위해서는 오직 자세한 설명과 내 나름대로 그려내는 이해력 뿐이다. 도표와 그림 그대로는 내게는 쥐약이다.

비시각장애인은 박문호 박사님의 지시대명사적 설명을 그림 혹은 도표를 바로 보면서 간단히 받아들이면 된다(물론 간단하다고는 해도 몸 속에서는 각막을 거쳐 망막, 시각로, 후두엽 등등을 거쳐 prefrontal cortex에 도달하기까지 10m/sec 혹은 100m/sec 단위로 바쁘게 여러 기관, 조직, 분자 물질들이 작동하며 돌아가고 있겠지만...).

훈련센터에 가득 모인 많은 분들은 다들 학습 수단과 도구로 시각을 주로 쓰고 있는데, 나는 홀로 100% 청각으로만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나의 갈등(葛藤)이 있다.

나도 박자세 동산의 비옥한 토양의 참 흙맛과 청량한 대기의 싱그러움을 맛보고 싶어 여러 해 전에 뿌리를 내려 넝쿨을 조금씩 조심스레 뻗어가고 있는데, 이 동산의 토양과 맑은 대기가 좋아서 욕심껏 멋대로 넝쿨을 뻗어가다 보면 다른 많은 무성한 넝쿨과 서로 엉켜버려 물을 흐리지나 않을지 염려스런 마음이다.

나는 칡넝쿨인가 등넝쿨인가?

100명 가까운 많은 참석하신 분들 열심히 박사님을주시하면서 집중해서 칠판의 그림을 보고 도표를 따라 그리고 있을까? 이따금 "자, 졸지말고..." 하시는 것을 보면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며 애를 써도 '코로나19'보다도 무서운 수마를 당해낼 재간은 없는가보다.

그런데, 나를 둘러싸고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분들은 한 번이라도 1시간, 아니 단 10분을 나처럼 눈감고 박사님 강의를 들어 본 적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런 궁금증에 한눈 팔지말고 강의 시간에 더욱 집중해서 하나라도 더 박사님이 잘 말씀하시는 <백만원짜리>, <천만원짜리> 결정적지식을 얻어 가도록 정신 차려야지 않나.

아무튼 칡넝쿨이든 등넝쿨이든 이번 제5차 과학리딩이 우리 모두에게 알찬 성장과 결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 넉두리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