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쓰다가 길어져 옮겼습니다)

 


제가 보기엔 결국 박자세 공부를 잘 해보고 싶다는 의견인 것 같습니다^^

 

저의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박사님을 전혀 모르는 상태서 처음 만난 강의, 다짜고짜 미분방정식으로 시작해 끝까지 수식으로 채워지는데 하나도 못 따라가겠더군요. 근데 웬 걸, 왜 그렇게 재밌고 환희심이 나던지요. 그 날 이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3년간은 성실하게 강의를 쫓아다녔고 너무 즐거워 한주 한주가 강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죠. 그런데 아시겠지만 공명은 하지만 체화되지 않는다는 답답함과 밀려오는 절망감 또한 컸습니다. 그러다 얼떨결에 제 34차 천뇌모임에서 변연계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 스트레스란..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80차까지 47번의 발표를 이어왔지만 한 번도 쉬운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천뇌발표를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늘 아침 정말 오랜만에 여유 있는 마음으로 지난 일요일에 발표했던 '입자물리학-힉스 메카니즘' 내용을 수첩에 정리하고 '표준모형의 이해'를 들춰 보았습니다. 작년에 '힉스 메카니즘중 W입자와 Z입자의 질량구하기'발표를 준비할때는 10장 정도도 읽기가 참 곤혹스러웠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전체적으로 읽혀지는 겁니다.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몇 년에 걸쳐 이해도를 높여가야겠지만 단 1년 만에, 아니 사실은 (입자물리학은) 작년에 발표준비 한 번하고 올해 발표준비 한 번 한 것뿐인데 얼마나 놀라운 발전입니까?  저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번 일요일 천뇌후 귀가 중 멘토님의 말씀, 발표전날 밤 입체유체역학 교과서 500P가 그냥 단숨에 읽히더랍니다.

 

이건 바로 전두엽이 발달한 성인에게는 박자세의 탑다운식 공부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꼭 알아야 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폭이 넓고 어려운 이 공부를 어떻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기초부터 바텀업 방식으로 정복할 수 있겠습니까? 시간도 안 돼지만 아마 지쳐서 못 할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경험으로 보건데 박자세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있고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천뇌발표라는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방법이 최선입니다. 천뇌는 '정회원들이 별도로 발표하고 공부하는 그런 선상의 연장' 그런 뭐 특별한 거가 절대 아닙니다. 별난 거 하나도 없습니다. 박사님 강의 내용 그대로를. 신청한 사람들끼리 나누어. 암기해서 칠판에 적는 것. 뿐입니다. 근데 그러고 나면 낯설어 겉돌던 문자와 수식이 익숙해지고, 이해되고, 연결되어 확장하는 겁니다. 김영보 교수님도 이번 ‘유니버설 랭귀지’에서 이걸 ‘뇌의 인식패턴이나 신경망의 구성 원리’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하더군요. 즉 박자세식 공부는 지적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를 통해 신경세포를 바꾸고 내 몸의 체질을 바꾸어 나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생도 새롭게 디자인되고..

 

초보를 위한 강의를 박사님에게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무리이지만 전체적으로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본인이 ‘초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좋은 공부 방법으로 세가지만 추천 드리겠습니다.

 


첫째, 궁금한 것은 강의시간이나 박자세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기존 회원들에게 틈나는 대로 물어보세요. 서로 도움이 될 겁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얼마나 귀중한 도반들입니까? 둘째, 천뇌 발표를 하세요. 신청만 하시면 수준이나 사정을 감안해서 도와드릴 겁니다. ‘어렵고 쉽고’ 그런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발표를 하면 그게 내 것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천뇌 발표자가 많아지면 수준별로 분반발표를 할 수도 있고, 기존의 실력이 되는 회원이 있다면 도우미를 할 수도 있고..해서 자연스럽게 모든 회원들이 만족스럽게 공부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가는 겁니다. 박사님에게 모든 것을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거죠. 같이 해야죠. 우리는 지금 이 발전도상의 초입에 있는 겁니다. 셋째, 역시 효율적인 도구로 수첩사용을 권장합니다. 이건 더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강의주제와 관련해서는 좀 넓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박사님이 강조하다시피 자연과학은 매듭이 없는 것이고 어차피 다 알아야 하고 다 연결되는 부분이니 여유 있게 박사님의 맥락을 따라가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순서가 바뀌는 거지 다뤄야 할 것은 다 다루어집니다. 박사님이 맘껏 공부하시도록 해 드리면 그 알찬 열매는 결국 저희 것이 되지 않던가요? 자연과학은 끝이 있다고 항상 하시죠. 아마도 5년 후 정도면 그 전체프레임의 완결편을 완성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까지 옆에 앉아 있는 회원들과 같이 손잡고 열심히 하다보면, 안 한 것보다는 좀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지 않겠습니까? 김규원 선생님도 그때쯤이면 ‘초보’들의 공부를 도와주시고 있겠죠^^

 

두서없이 시작하다보니 좀 길어졌네요. 오래도록 진지한 마음 잃지 않고 같이 공부하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