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PET 발명자,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를 만나다



이번 '이달의인물 5문5답'에서는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를 만났다. 현재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컴퓨터단층찰영(CT), 자기공명 단층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개발한 그는 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40년간 폭 넓고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여 한국에서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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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박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


1. 안녕하세요 박사님? 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세계적인 석학의 길을 걷다가, 융기원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융기원에 오기전에 저는, 외국에 오래 나가있었어요. 1962년에 스웨덴으로 가서,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10년을 있었고, 이후에 미국으로 가서 2006년까지 있었죠. 그 동안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미국에 간 후에는 UCLA에 있다가 콜롬비아 대학에 갔다가 UC 어바인 캠퍼스에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가천의대 뇌과학 연구소에 있었죠. 그렇게 연구를 하다가, 서울대에서 연구소를 하나 만들고 싶다고 해서 은퇴하고 서울대로 오게 되었어요. 사실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까 고민을 했었는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님이 여기 남아서 같이 연구해보자 하셔서 융기원에 오게 되었어요.


2. 융기원에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융기원에서 하고싶은 연구는 14 Tesla MRI 연구에요. 제가 75년에 세계 최초로 한 연구가 PET였고, 우리나라에도 100대가 있죠. 80년대 초에는 당시 아주 초기 버전의 MRI 연구를 했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카이스트에서 MRI연구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세계적으로 2T를 최초로 했었고 7T는 외국 대학들과 서울대가 연합하여, 3개 대학이 함께 했죠.
  그렇게 연구를 하다보니, 2T(2.0 Tesla MRI)를 하고 나서는 7T를 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러다보니 14T도 될 것 같았어요. 과학이란 evolution이에요, 학문이란 진화하는 거죠. PET연구에서도 검출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60개였는데 지금은 12만개가 되었구요.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며 발전하는거죠. 연구를 하다보면 모르는 분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를 계속 공부해야 하고 또 해야할 것들이 생겨나는거에요.

  연구라는건 새로운 것을 하는거고, 남이 한 것은 의미가 없죠. 14T는 세계적인 프로젝트로,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 작은 학교에선 하기가 힘들다보니 서울대를 비롯한 규모가 큰 대학들이 연합해서 하는거죠. 그런 의미에서 융기원이 좋아요, 다른 대학들을 포용할 수 있고 그래서 연세대와 고려대와 손을 잡고 세계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걸 해보려고 해요. 융기원의 원래 목적이 그런지도 모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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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수상실적, 상패 앞의 조장희 박사


3. 전자공학에서 물리학으로, 또 의학으로 전공을 바꿔 연구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물리 연구를 하고, CT 분야에서 방사선 의학을 연구하고, 뇌과학을 했으니까 흔히 사람들은 제가 전공을 여러번 바꿨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연구를 하다보니 넓어진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일을 하다보면 분야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게 돼요. 학문이라는건 시간이 가면서 바뀌죠. 그래서 제 전공도 많이 바뀌었어요.

물리학을 공부하다가 검출기를 다루면서 전자공학이 필요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핵물리 검출기 연구를 하게 되었고, 미국에 오고 나니까 70년대 초에 핵물리를 반대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반핵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당시 미국 정부에서 이걸 순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핵물리의 평화적인 이용을 권장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때 UCLA에 가서 핵물리 분야의 의학 공부를 자연스레 하게 된거죠. 그렇게 연구되어 나온게 PET이고, 이게 핵물리이면서 의학이기 때문에 연구 성과물을 활용해서 MRI를 할 수 있게 되었고, MRI 기술로 사람들 뇌를 찍다보니까 뇌연구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뇌과학 분야에 오게 된거죠.

  지금은 거의 의사가 되다시피해서 뇌연구를 하고 있어요. 한 분야를 공부하다보면 다른분야로 자연스레 가게 돼요. 요새는 융합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사실상 연구라는 것 자체가 융합일 수 밖에 없는거죠. 연구하다보면 융합이 저절로 돼요.

 4.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융합이란 연구를 하다보면 학문분야를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이라 생각해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학문이 경계를 자연히 넘나들고 광범위한 학문 분야가 연계될 수 밖에 없죠.

  뇌를 알려면, 생물학적이고 생리학적인것을 알아야하고 어떻게 보는지도 알아야 하죠. 그래야 문제를 풀 수 있고, 그 속에 통계적이고 수학적인 것들이 연결되면서 남들이 하지 못한 것을 할 수 있게 돼요. 이게 가장 중요한 거에요. 학문의 세계에서는 두번째는 가치가 없으니, 여러가지 것들이 합쳐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어요.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해야할 것들이 많아요.

  외국의 큰 대학들에는 큰 연구소가 많이 있어요. 여기에서는 big science로 몇백명이 큰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들은 남들이 할 수 없는 큰 결과물들이죠. 한국도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이에요. 우리는 자동차나 전자기기를 수출하며 사는 나라이니까,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과학기술이 대학에서 나와야해요.

대학은 big science를 연구해야하며, 거대한 과학이 있을 때 여러분야가 모여서 소위 융합연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회와 경제도 이끌어가는거죠. 이런 의미에서 융기원이 좋은 것은 융합을 육성하고 융합의 가치를 실현하려 하니까, 여러 학문들이 함께 어우러져도 어색하지 않다는거에요. 물리학, 공학, 컴퓨터, 뇌과학 등등의 분야의 여러 사람들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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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PET 사진을 보며 설명하는 조장희 박사


5. 인생의 선배이자 멘토로서, 또 연구자로서 융대원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75년의 PET연구, 이걸 제가 처음 연구했으니까 한국의 유력한 수상자로 노벨상이 거론되고 하는 거에요. 이제 30년이 지나서, 핵의학쪽에서 neroscience가 연구되고 있구요. 이렇게 과학 기술이 자꾸 발전하는 환경에서는, what’s the next?라는 생각을 하는게 필요해요.

예전에는 생각만 하고 실현되지 못했던 연구들이, 기술과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가능해지기 때문이에요. 제가 뇌를 연구하니까, 자주 드는 예가 있어요. 수학문제를 푸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뇌를 찍었을 때, 수학을 잘하는 학생의 뇌는 일상적으로 생활할 때와 차이가 별로 없어요. 사람이 정직하면 뇌를 덜 써요. 어떤 것에 마주했을 때 평소와 다른 것을 하려 하면 에너지가 많이 들죠. 그래서 연구하는 사람은 뇌를 깨끗이 해야해요. honesty(솔직함,정직)가 중요하죠.

학문을 하고 공부를 하려면, 세상 많은 다른 것에 신경을 분산시키지 말고 연구에만 몰두해야해요. 연구를 제대로 하려면, 바보같이 연구만 해야하죠. 그게 중요해요. 잔재주 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바보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거죠.

  학자들이 모여서 연구를 하는 곳이 대학이죠. "왜 연구를 하냐?" - "Because I’m interested!"의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를 해야하는 거에요. 저는 대학의 본연이 연구가 되고, 그 중심이 서울대가 되어 새로운 연구를 했으면 해요. 융기원은 그런 취지를 잘 갖췄으니,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이고 근본 취지를 잘 실현하게 돕는다면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겁니다.

(취재 및 정리 : 지현수 기자 hyun_you_@naver.com)


http://aictnews.blogspot.kr/2015/06/p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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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희원장, 의학한림원 정회원 선출


퇴행성 뇌질환·치매 분야 연구업적과 공로 인정


안경진 기자  |  kjahn@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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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설희 병원장


한설희 건국대병원장(신경과 교수)이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한 원장은 퇴행성 뇌 질환과 치매를 전공한 의학박사로서 대한치매학회를 창립하는 등 치매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미국 듀크의대와 워싱턴대학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기초연구와 임상연구 등을 진행하고 일본 국립장수연구소에서 혈관치매 연구를 수행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연구 업적과 공로를 인정받아 왔다.


현재 건국대 의생명과학연구원장과 건국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며 1988년 노벨의학생리학 수상자인 루이스 이그나로 박사와 함께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한국 의학의 발전과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4년 창립한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는 생리학, 생화학분자생물학 등 기초 분야를 비롯해 임상과 의약 분야에서 400여 명의 석학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SCI급 논문 등재를 비롯해 특정 전문 영역에서 연구 경력이 20년 이상이면서 소속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추천 공문 또는 의학한림원 정회원 3인의 추천을 받은 사람을 정회원으로 삼고 있는데, 추천자는 1차는 해당 분회, 2차는 회원인사위원회, 3차 평의회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총회에서 선출하며 임기는 5년이다.





<건강다이제스트 2013.5월>     









치매 연구의 대가  건국대학교병원 한설희 병원장

“평생~교육으로 치매 예방하세요!”

 

1치매의 역습을 예감하다!
알츠하이머.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가장 흔한 치매의 한 종류다. 그런데 한설희 원장이 의대생일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알츠하이머로 확정된 사람은 없다고 여겼다. 그만큼 당시 치매에 관해서는 깊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젊은 의사 한설희 원장은 자신의 전문 분야로 치매를 선택했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은 이미 치매에 대한 관심이 커져 있었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국 듀크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에 근무하며 치매 연구에 매진했다. 귀국한 후로는 치매를 연구하는 젊은 교수들과 대한치매연구회를 만들었다. 이 대한치매연구회가 모태가 되어 2002년에는 대한치매학회가 설립됐다. 대한치매학회가 설립될 당시에는 200명이었던 회원이 지금은 2000명이 넘었다. 그만큼 치매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말이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70~80%까지 없어져야 인지기능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사실 치매는 금방 생기는 병이 아니에요. 적어도 20~30년 전에 망가지기 시작해서 서서히 진행되는 거지요.”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안 된다. 대부분 신경세포가 20~30%밖에 안 남았을 때 그제야 치매인 줄 알게 된다. 그래서 치매는 치료제 개발도 어려운 병이다. 감기처럼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의 치료제밖에 없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 이 때문에 누구나 치매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두려운 만큼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치매, 두렵다면 예방이 답!
한설희 원장은 치매를 ‘생활습관병’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과 같이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긴 병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건강에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생활습관병처럼 치매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치매의 위험인자를 없애고 그 자리에 좋은 습관을 채워 넣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일삼고, 고혈압·당뇨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등이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천억 개 이상의 뇌신경 세포들을 가지고 태어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매일 10만 개 정도의 신경세포들이 죽어나간다. 그런데 혈관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과음과 흡연을 낙으로 삼으면 10만 개가 아닌 수십만 개,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가 죽는다. 과도한 스트레스, 심한 머리 충격도 많은 신경세포를 없앤다. 처음에는 워낙 신경세포의 수가 많아서 별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이 수 년, 수십 년 반복되면 뇌신경 세포는 확연히 줄어들고, 이윽고 치매로 치닫는 것이다.


“앓고 있는 혈관질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뇌혈관질환뿐 아니라 치매 확률도 배로 높아집니다. 반드시 빨리 치료하세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드셔야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왕따가 되지 말아야 합니다. 혼자 있으면 뇌의 네트워크가 단순해지거든요. 단순한 네트워크는 뇌를 치매로 몰고 갑니다.”

 

2.
한설희 병원장은 혈관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외국어를 배우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어 공부로 뇌를 건강하게~

한설희 원장은 한 번 치매에 걸리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료실에서는 언제나 따뜻한 말로 치매 환자를 격려한다. 또한 치매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환자에게 외국어를 배우라고 권한다. 성인이 된 후 다른 나라 말을 배우면 모국어를 쓸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과 전혀 다른 곳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문화센터, 복지관 등에 어르신을 위한 중국어, 일본어교실이 많이 개설되어 있으니까 그런 곳을 이용해도 좋아요. 사람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죠. ‘이 나이에 외국어를 어떻게 해?’ 라는 생각은 마세요. 배우고 금방 잊어버려도 괜찮습니다. 사용 안 하던 뇌의 영역을 골고루 쓰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한설희 교수는 이렇게 열심히 뇌를 활성화시키면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오페라 좋아 이탈리아어 삼매경
환자에게 외국어 공부를 강조하는 한설희 원장. 그도 항상 외국어 공부에 푹 빠져 있다. 예전에는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배웠고, 요즘에는 이탈리아어와 한자를 공부하는 중이다. 병원장실의 스케줄 표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이탈리아어 학원에 가야 한다고 적혀 있고, 책상에는 또박또박 한자를 따라 쓴 연습장도 여러 권이다. 뇌를 골고루 발달시키기 위해 읽는 전공과 무관한 책들도 꽤 눈에 띈다. 


그나저나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의사. 좀 의외다. 왜 많고 많은 외국어 중에 이탈리아어일까?
“뇌에 안 좋은 스트레스는 바로 풀어야 하는데 저는 오페라로 스트레스를 풀어요. 리브레토(대본집)가 있긴 하지만 오페라를 보면서 바로 어떤 내용인 줄 알고 싶어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 대목에서는 한설희 원장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설희 원장은 술을 잘 못한다. 그럼에도 레드 와인 속 뇌 손상을 예방하는 성분을 연구할 때는 와인에 대해 더 깊이 알기 위해 와인 스쿨에 다녔다. 배움과 치매 연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다.

 
무언가를 배우고 연구할 때도 좀처럼 ‘꼼수’나 ‘요령’을 부리는 법은 없다. 외국어를 배워도 문법부터 꼼꼼하게 배운 다음에 회화를 배우는 식이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병원장
이제 병원장으로 취임한 지 4개월. 병원 경영으로 정신없이 바쁠 법도 한데 한설희 원장의 얼굴에는 활기와 여유가 묻어난다. 자신에게 맞는 신념대로 살아서 스트레스가 비껴가는 탓이다. 


“제가 충청도 사람이어서 그런지 더디게 가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병원 경영도 혁신이 아닌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 보거든요.”
이제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심어야 하는 한설희 원장. 지금처럼 환자와 보호자를 가족처럼 보듬는 따뜻한 가슴을 유지하는 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tip

건국대병원 한설희 병원장이 추천하는 치매를 예방하는 건강밥상

1. 매일 매일 드세요!
   - 현미나 통밀처럼 정제가 덜 된 곡식
   - 제철 과일과 싱싱한 채소(색이 짙은 채소와 과일은 더 좋아요!)
   - 견과류, 발효식품
   - 물 1.5리터 이상, 붉은 포도주 1~2잔      
2. 일주일에 한두 번 드세요!
   - 등푸른 생선, 닭 가슴살
3. 한 달에 한두 번만 드세요!
   - 육류


http://www.kunkang.co.kr/q/home/sub1.php?mid=146&r=view&uid=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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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게재일자 : 2013-03-05     면번호 : 13면

기사입력 : 2013-03-04 14:00




                                  



[국가과학자 3] 강봉균 서울대교수

20년 뇌 연구로 특정기억 지우는 과정 밝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질환 치료법 개발 앞당겨

“트렌드를 좇기보다 바보처럼 한우물 파는 연구를"



[미지의 개척자 '국가 과학자'-교과부, 한국연구재단 공동기획] 강봉균 서울대교수

국가과학자인 강봉균(52) 서울대 교수와 황준묵(50) 고등과학원교수는 50대로 자기분야 선두주자다. 이들은 처음부터 뇌의 시냅스에 대한 연구와 복소 기하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대학원을 진학하며 전공을 바꿨으며, 혹독한 석ㆍ박사과정을 밟았다. 과학자들에게 도전과 지속적인 연구를 당부한 강봉균ㆍ황준묵교수의 연구분야와 그들의 삶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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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볼 때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태운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분명히 아는 단어이고 외웠던 단어인데 왜 생각이 나지 않는지…. 집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기억상실은 토탈리콜, 페이첵 등 수많은 SF영화의 단골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억'이란 무엇이고, 뇌에서 기억이 작동하는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인간의 탐구는 계속되고 있다.

과학과 의학 발달했지만, 뇌와 기억의 신비는 오랫동안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뇌는 작은 우주라 불리며, 여전히 신의 영역처럼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강봉균(52ㆍ사진) 교수는 인간의 기억과 학습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20여 년 째 하고 있다. 강 교수는 뇌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가 학습과 기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규명해왔다. 최근에는 기억의 재구성 과정과 만성통증, 자폐증 등 신경질환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특정기억을 지우는 기억의 재구성 과정을 규명, 특정 기억을 유지하거나 지우는데 응용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생기는 정신질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마디로 행복했던 순간을 평생 잊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인간의 바람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아예 지워 버리거나, 고통을 크게 줄일 가능성을 발견한 강 교수는 나아가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기억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강 교수의 연구를 요약한다면 시냅스의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에 관한 탐구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존재하고 1개 뉴런에는 1만 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수천조라는 천문학적인 시냅스로 이뤄졌다.

뇌 활동은 뉴런의 말단에 있는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과 연결되고 시냅스를 통해 신호전달물질을 주고받는 전기작용이라 할 수 있다. 시냅스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사람은 생각하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휴대전화나 통신을 위해 기지국이 필요하듯이 시냅스는 뇌 안에서 정보전달을 하는 기지국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지국이 없다면 정보전달이 끊기듯이 시냅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 활동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시냅스가소성이란 항상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학습과 환경에 의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복제에 성공하더라도 같은 조건의 환경과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똑같은 사람을 만들 수 없다. '자아(自我)' 역시 기억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부모 형제를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의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현재 나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강 교수가 원래 미생물을 전공했다. 대학원생 시절, 분자생물학을 이용한 유전공학 바람이 강하게 불었고 이것을 활용하면 또 다른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때마침 그의 눈에 띈 것은 미국 컬럼비아대학 에릭 캔들교수가 쓴 기억이란 책자였다. 석사학위를 받고 에릭 캔들 교수 연구실의 문을 두드린 그는 1992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도교수인 에릭 캔들 박사는 2000년 노벨생리ㆍ의학상을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지옥 같은 혹독한 연구에 매달렸던 강 교수는 '과학을 한다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이라 말한다. 모르는 것을 찾는 과정으로 수천조 개에 달하는 시냅스의 하나하나의 가능성을 찾는 일로 실망과 좌절이 따르지만, 과학발견의 상당 부분은 우연성이라는 재미있는 요소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발견 등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발견된 것으로 우연과 맞닥뜨렸을 때, 당초 목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해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강교수는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꾸준히 깊이 있게 파고드는 연구가 필요하다. 요령을 피우며 이것저것 연구하는 것보다 바보처럼 한우물을 파는 것처럼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로 지속적인 연구를 강조했다.

권은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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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개선 넘어 뇌기능 복원" 뇌의학 변화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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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로 햇볕을 모아 종이에 불을 붙이듯, 초음파를 모아 뇌의 특정부위를 지져 손떨림증, 파킨슨병, 강박장애를 치유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오전8시 미국 워싱턴DC의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미국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ASSFN)의 학술대회. ‘기능신경외과의 과거, 현재, 미래’란 제목의 오프닝세션에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의 미래’에 대해 특강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의사 600여 명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 특강에서 세계 처음으로 파킨슨병과 강박장애 환자, 세계 두 번째로 수전증 환자에게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시행한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미국고집적초음파연구재단과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는 연구였다.

세계 처음 파킨슨병 등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 시행...격찬받아

장 교수는 기능신경외과학의 세계적 대가다. 신경외과는 뇌와 신경계, 척추 등을 수술하는 분야. 이 가운데 뇌신경계의 미세한 이상 때문에 인체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된 것을 수술로 치료하는 분야가 ‘기능신경외과학’이다. 기능신경외과학 중 컴퓨터로 뇌의 이상 부위를 찾아서 수학의 3차원 좌표 원리에 따라 수술하는 분야를 ‘정위기능신경외과학’이라고 부른다.

장 교수는 1996년 미국 시카고대로 연수를 가서 2년 동안 주말을 잊고 파킨슨병의 동물실험과 유전자 치료 등의 연구에 매달렸다. 1998년 귀국해서는 “매년 국제 권위지에 최소 5편의 논문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교수들은 “용기는 가상치만…”이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의사들이 국제학술지에 한 해 한 편의 논문도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이듬해부터 이 약속을 지켜 매년 5~8편, 지금까지 130 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정위기능신경외과학지’, ‘신경조절’ 등 국제 학술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용기는 가상치만? 주변 회의적 시각 불구 고난도 논문 130여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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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이용
3차원 구조 파악
뇌시경 미세 수술


 장 교수는 한 해 얼굴경련 및 3차신경통, 파킨슨병, 근긴장 이상증, 수전증, 난치성 간질, 강박장애 환자 등 350여 명을 수술로 고친다. 매주 150여 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또 연세대 신경외과 주임교수와 뇌연구소 소장으로 행정과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 같은 진료, 수술, 강의 등의 일정 때문에 1초, 1분을 아껴 쓴다. 매일 5시에 일어나 6시 이전에 병원으로 향하고 토, 일요일에도 공식 행사가 없으면 병원으로 향한다.

그는 세계 각국의 주요 학회와 대학의 특강 요청을 거르고 걸러 한 해 평균 7~8회의 해외 출장을 가지만 ‘2박4일,’ ‘3박5일’ 등의 강행군으로 다녀온다. ASSFN 학술대회도 토요일 낮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화요일 오후 귀국하는 ‘2박4일’의 일정이었다. 기내가 ‘침실’이 될 수밖에 없다.

뇌심부자극수술 국내 첫 성공...새로운 기술 잇달아 도입

장 교수는 2000년 2월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자극, 운동장애를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수술(DBS)’을 국내 첫 성공했고, 강박장애 환자에 대한 뇌심부자극수술, 경직 환자에 대한 바클로펜 펌프의 삽입술, 중증 난청 환자에 대한 뇌간 청신경핵 자극수술 등 수많은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장 교수는 국제복원신경외과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 세계신경외과학회 신경재생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의 사무총장 겸 재무이사로 선임됐다.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위원장, 대한통증연구학회 회장 등을 맡아 국내 학문의 발전도 이끌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서울대 공대 초미세생체전자시스템연구센터 김성준 교수팀과 함께 DBS의 국산화 프로젝트를 수행해 시제품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DBS는 뇌의 위치만 파악해서 자극을 줬지만 최근에는 뇌의 전기신호를 해독해서 자극의 강도와 주기 등을 조절하는 첨단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치매 환자 기억 되살리고, 로봇 팔다리 움직이고...머지 않았다."

“기능신경외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파킨슨병과 각종 운동장애, 간질, 만성통증, 손떨림증 등의 증세를 개선하는 것이 초점이었다면 뇌기능을 복원하는 것으로 치료의 방향이 이동하고 있지요.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되살리거나 우울증과 각종 중독을 치유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뇌에 컴퓨터장치를 심어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게 한다든지, 말을 하게 하는 것이 가능해지지요. 줄기세포를 이식해서 여러 병을 근원적으로 고치는 것도 머나먼 미래의 일은 아닙니다. 새로 펼쳐지는 뇌의 세계에서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선의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를 이끌어가는 것, 멋지지 않습니까? 제가 하루 종일 병원과 연구현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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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뽑았나? 전국 10~20개 대학병원의 해당 진료과 교수들에게 “내 가족이 아프면 누구에게 보낼 것인가”를 최근 2~3년 연구 및 진료성과를 염두에 두고 추천받았다. 이 추천점수를 기본으로 하고 코메디닷컴에서 2007~2013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법으로 평가한 점수와 환자들이 의사를 평가한 점수를 합친 결과를 일부 반영해서 최고의 의사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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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교수에게 묻다


-기능신경외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신경외과는 뇌와 척추 등 신경계의 질병과 장애를 수술하는 분야다. 특히 컴퓨터, 전자기술, 신경계 영상 및 신경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급속한 발전을 이룩한 분야가 기능신경외과학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의사조차도 기능신경외과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능신경외과는 기능성 뇌신경 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학문분야다. 여기서 기능성 뇌신경 질환이란 말 그대로 뇌신경계의 미세한 이상이 만성화해 인체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되는 병을 말한다. 운동장애, 간질, 통증, 정신질환 등이 있으며 이 중 운동질환에는 파킨슨병, 수전증, 안면경련증 등 다양한 질병이 속한다. 특히 파킨슨병과 이상운동질환은 뇌정위기능수술로 드라마틱하게 효과가 개선되기도 한다. 뇌정위기능수술에서 ‘정위’는 삼차원 입체구조를 말한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3차원 입체구조를 파악해 수술하는 것을 가리킨다.”

-기능신경외과의 수술에는 어떤 것이 있나?


“첫째 미세혈관 감압술을 들 수가 있다. 반측성 안면경련증, 3차신경통 등의 수술법이다. 미세현미경으로 보면서 안면신경과 삼차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뇌혈관을 현미경 시야에서 서로 분리 감압하는 수술이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에서 많이 하는 수술은 뇌심부자극술 및 척수자극수술이다. 뇌 또는 척수에 전기 자극장치를 삽입해 파킨슨병을 비롯한 이상 운동 질환, 난치성 통증, 정신병, 간질 등 신경계의 비정상적 기능을 고친다. 뇌심부자극술은 지금까지 400명에서 시행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약물이 듣지 않는 간질 환자의 뇌에서 특정 부위를 현미경으로 보면서 절제하는 ‘현미경하 절제술’로 치유한다. 감마나이프 수술도 기능신경외과의 영역이다. 뇌를 절개하지 않고 컴퓨터 영상을 보면서 방사선동위원소 코발트를 뇌종양, 뇌혈관기형 등의 이상 부위에 쏘아 수술과 동일한 효과를 보는 치료한다.”

-정위기능신경외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데….


“컴퓨터공학이 발달하고 세포와 유전자 등에 대해 이해가 높아지면서 기능신경외과의 영역이 급속도로 팽창할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고집적 초음파 수술에서 세계 학계를 선도하고 있는데 이는 초음파을 모아 뇌의 특정 부위에 쏘아 조직과 혈류의 변화 등을 이끄는 기술이다. 현재 강박장애, 파킨슨병, 수전증 등에 쓰이고 있지만 적응 대상이 확대될 것이다. 뇌 컴퓨터 장치 삽입술은 뇌기능장애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초소형화된 자극장치가 뇌와 초소형 컴퓨터를 연결해서 로봇이나 인공장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멀지 않았다. 사지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완전히 입증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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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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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위기능수술/파킨슨병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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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_item3.gif 세브란스병원 
BD_item4.gif 1996-1998 미국 시카고대학 의과대학 연구원
1999-2005.2 연세의대 신경외과 부교수
2005.3- 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
2007-2010 한국과학기술원(KAIST)겸직교수
2008.3-2010.8 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2010.3- 연세의대 뇌연구소 소장
2010.9- 연세의대 신경외과 주임교수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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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전극 꽂아 파킨슨 병, 수전증 치료

"뇌에도 과장 세포, 부장 세포, 사장 세포가 있다."

뇌가 명령대로 행동하지만, 행동하는 대로 뇌세포회로는 바뀐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 용 교수


심재율 기자  | 최종편집 2014.08.07 15:32:42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의 정용교수 ⓒ뉴데일리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의 정용교수 ⓒ뉴데일리


인간의 여러 가지 신비 중 하나로 최근 관심을 끄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뇌이다. 무게는 사람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는 20%를 쓰는 기관, 온갖 신체에 명령을 내리면서도 자기 자신은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기관이 바로 뇌이다.

그렇지만 해부해서 보면 그저 희멀건 두부같이 보이는 것이 바로 뇌이기도 해서 의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이 특히 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은 뇌를 통해서 생각하고, 기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온갖 생각과 그 생각이 모인 기억들이 과연 인간의 몸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저장되는지 하는 부분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을 가졌는가?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용교수를 통해 뇌의 기본적인 특징을 알아봤다.

뇌세포에 부장, 국장, 사장 세포가 있다.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사회 조직과 매우 흡사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회사나 공무원 조직에 말단 담당이 있고 그 위로 더 많은 정보를 취합하는 부장 국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중요한 내용은 사장이 결정하듯이, 뇌 세포에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조직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뇌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정보를 처리할까? 회사 말단 직원은 본인이 담당한 업무의 세세한 내용까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뇌의 경우 말단은 일차 감각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부위는 각 영역과 기능이 거의 1대1로 매치가 된다. 일차 체감각 영역에는 손가락을 담당하는 부위, 입을 담당하는 부위 등이 정해져 있고, 일차 시각 영역에는 우리 시야의 각 부위를 담당하는 영역이 뇌세포가 각각 거의 1대1식으로 매칭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단 담당 별로 들어온 정보는 다음 단계인 과장 뇌세포가 취합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위 단계인 부장, 국장에 해당하는 신경세포에게 전달된다. 부장, 국장 단계의 신경세포들은 말단보다는 세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여러 부처에서 올라온 정보들을 통합하여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과를 볼 때 사과의 색깔, 모양 등을 말단의 여러 신경세포들이 처리한다. 각각의 정보가 취합되어 사과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우리는 또 우리 뇌 속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으로부터 사과의 맛, 내가 예전에 먹었던 사과의 맛, 뉴턴의 사과 등 관련된 정보들을 뽑아내어 이들 정보와 취합하게 된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와 주변 상황, 내면의 욕구 등의 정보들이 우리 뇌의 사장단, CEO라 할 수 있는 전전두엽에 모여 지금 사과를 먹을 것인 지 나중에 먹을 것인지 그냥 무시할 것인지 등의 선택을 하게 된다.

전전두엽의 사장단 세포가 하나가 아니고 집단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이성적인 구조이다. 만약에 어느 사람이 술에 취해 어디에 부딪쳐 전전두엽 세포가 그 충격으로 죽었다고 하면, 그 죽은 세포가 담당하던 의사결정 역할을 주위의 다른 세포들이 담당한다. 뇌졸중에 걸린 사람이 회복되는 과정을 보면 이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역할을 하던 세포가 죽었지만, 주위에 세포들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된다.

사장단 회의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은 제법 면적을 많이 차지하여 진화에 따라 더 넓어지고 인간의 경우 전체 뇌의 30%정도나 된다.


익숙한 행동은 에너지 소모가 적다.


그런데 뇌란 놈도 이게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그 중 하나가 익숙한 행동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어떤 교수가 한 사람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는 오늘도 삼거리길 백반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고민하지 않고 ‘어제 그것 주세요’하고 늘 먹던 된장찌개를 시킨다. 식사 후에는 자판기에 500원짜리를 넣고 밀크커피 한잔을 뽑아 든다. 문밖을 나가면 골목골목에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고 삼거리 백반집에도 메뉴가 다양한데 왜 늘 가던 식당에서 먹던 음식을 먹는 것일까?

사람은 항상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 침대에서 일어날 것인가, 5분만 더 누어있을 것인 가, 아침을 먹을 것인가? 무얼 먹을 것인가? 부터 직장, 배우자, 선거에서 수많은 선택에 부딪힌다. 이 때 많은 경우 새로운 선택보다는 익숙한 것을 고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이다. 왜 그럴까? 변화하는 미래의 세상에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전략,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데 왜 우리는 이를 주저하고 같은 선택을 반복하게 되는 걸까?

사람은 새로운 시도나 선택을 하기 보다 예전에 했던 익숙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점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강화된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곳 가본 곳 먹어본 것을 찾고 옛 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전에 경험한 선택은 위험도가 적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선택에 따른 이득과 위험과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새로운 선택을 할 경우 우리가 모르는 위험 요인들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이득이 매우 크지 않는 한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동료가 점심을 산다거나 신장개업을 한 음식점에서 할인을 하는 등 이득이 커야 새로운 선택을 하려 할 것이다.

다른 설명으로는 에너지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뇌는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나온 혈액의 20% 이상을 소모한다.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하려 한다. 새로운 선택은 익숙하지 않고 위험성이 숨어 있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되고 더 많은 뇌 영역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보면 신경 네트워크의 변화로도 얘기할 수 있다. 골프를 배우는 경우로 예를 들어 보자. 처음 배우는 골프는 우리가 익숙한 자세나 자연스러운 동작이 아니다. 자세를 잡을 때 손은 이렇게 하고 어깨는 저렇게 하고 다리는 어떻게 하고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골프 스윙에 익숙해지면 이러한 단위 동작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윙을 구사하게 된다.

이를 fMRI로 측정한 연구도 있다. 주말 골퍼들에게 스윙하는 생각을 하면서 fMRI를 촬영한 결과 뇌의 여러 영역들이 활성화 되었지만, PGA 프로 선수들의 경우는 매우 제한적인 뇌 활성을 보여줬다. 프로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할 수 있다.

정용 교수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점을 네트워크 측면에서 보려고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오른손잡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2달간 왼손으로 콩을 젓가락질 하는 훈련을 시킨 뒤 운동네트워크의 변화를 분석했다. 결과를 보니 왼손이 젓가락질에 익숙해짐에 따라 운동네트워크의 강도가 오히려 약해짐을 볼 수 있었다. 즉, 익숙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운동네트워크를 강하게 동원해야 하나 익숙해짐에 따라 적게 동원하여도 충분히 가능하게 됐다.

▲ 콩을 왼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훈련전(위)과 훈련후(아래) 뇌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사진. ⓒ카이스트
▲ 콩을 왼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훈련전(위)과 훈련후(아래) 뇌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사진. ⓒ카이스트


우리가 갓 태어나 걸음마를 배울 때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뇌영역을 동원해야 했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않아도 걷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익숙해짐에 따라 더 적은 뇌를 사용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PGA 선수들은 스윙을 의식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고 따라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소모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익숙해진 행동에 대해서 뇌가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물론 좋다 나쁘다라고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좋은 버릇이 들어도, 나쁜 버릇이 들어도 그것이 편하므로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단 편한 습관으로 굳어진 것을 바꾸려면 뇌를 새롭게 길들여야 하므로 힘 들어진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바꾸기는 더 힘들어진다. 




뇌를 다스리면 질병을 다스린다

뇌가 인간의 여러 가지 행동에 간여하는 역할을 하므로 뇌를 다스려서 질병을 고치는 치료법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 중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심부뇌자극(deep brain stimulation)이라는 방법으로 주로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된다. 

그 치료법이 얼핏 생각하면 원초적이다. 두개골에 구멍을 내어 그 구멍 사이로 뇌 안에 전극을 집어넣는 방법이다. 이 전극을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면 파킨슨병에 상당한 치료효과가 난다. 파킨슨병이나 수전증에 걸려 고통받는 환자에게 이 치료법은 효과가 매우 좋다. 강박증 환자에게도 이 치료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식욕을 멈출 수 없어서 늘어나는 체중을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이 전극으로 식욕 중추에 넣으니까 식욕이 떨어지는 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이 요법을 사용하면 기억력도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 아마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Deep brain stimulation Parkinson’이란 검색어를 치면 이 치료법으로 효과를 보는 수많은 환자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뇌 안으로 전극을 집어넣었다고 어떻게 치료가 된다는 말인가? 두부 안에 젓가락을 꽂듯이 두부같이 생긴 허연 뇌 안으로 쇠막대기를 넣는다는 말이다. 물론 그 쇠 막대기가 젓가락 만드는 그런 보통 쇠는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원초적인 방법으로? 비밀은 뇌의 어느 부위를 자극하느냐이다.

신기한 것은 뇌 자체는 통증을 못 느낀다. 손가락 부위를 때리거나 비틀거나 손가락 뼈가 돌멩이에 맞아 부러지기라도 하면 사람은 엄청난 통증을 느끼지만, 신기하게도 뇌 자체는 통증을 못 느낀다. 하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지 않다. 온 몸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자극과 현상을 모두 다 그 작은 뇌에서 생생하게 느낀다면 아마 그 뇌는 그저 오래가지 못하고 폭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스로 활동을 멈출지도 모를 일이다.

전극을 활용해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보니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전극을 이용해 뇌 기능을 조절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내놓고 있다.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뼈를 깎아 구멍을 내고 그 구멍을 통해 쇠 막대를 뇌 속에 집어넣는 이 원초적인 치료법 외에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연구한다. 예컨대 머리를 손상시키지 않고 외부에서 전류나 자기장, 초음파로 뇌의 어느 특정 부위를 자극하거나 억제시켜서 치료효과를 얻으려고 한다.

어쨌거나 뇌 속에 전극을 심는 시술은 우리나라에서 대략 1,000건 정도 할 만큼 제법 알려졌다. 파킨슨병 환자나 수전증 환자를 상대로 하는 전극 수술비용도 전극 하나에 1,0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지금은 의료보험에서도 지원을 해준다.

그렇다면 전극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전극은 단지 전기신호만 준다. 전기신호를 어느 세기로 얼마나 오랫동안 주는 지를 조절해서 치료효과를 낸다. 예전에는 질환을 유발하는 뇌세포의 일부를 일부러 태워 죽이는 방식으로 자극을 주기도 했다. 신경계에서 신경세포들이 하는 언어가 전기자극이므로, 전기자극을 줘서 치료하는 것은 타당한 방식이다.

앞서 말한 대로 뇌의 연결성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뇌의 어느 부위를 자극해야 치료효과가 가능한지를 알게 되어 이러한 성과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뇌지도의 구축과 연결되어 있다..

뇌 지도를 만들어라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당연히 뇌 지도처럼 만들고 싶어한다. 현재 어느 정도 정확도를 가진 뇌지도를 만드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속도로만 표시할 것인지, 아니면 관광지도 정도로 할 것인지 혹은 모든 골목, 골목을 다 넣을 것인지에 따라 뇌지도 연구 계획의 규모가 정해질 것이다.

뇌지도를 만드는 연구 역시 어느 한 두 명이나 한 두 나라의 힘만 가지고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뇌회로 지도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하고 어렵기 짝이 없다. 뇌세포 회로는 사람마다 다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도 무슨 정보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간 별로 또 다르다. 여러 개의 뇌세포회로가 순간적으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그 짧은 순간의 형태와 연결상태에 따라 전달하는 정보도 다르므로 그 모든 움직임을 일일이 지도로 만든다는 구상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결국 끊임없이 움직이는 뇌세포 회로의 그 미묘하고 복잡하고 붙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고정된 형태로 묶어둔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다만 과학자들은 어떤 대표적인 순간의 박제된 기록만을 샘플처럼 채취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신경세포들이 형성하는 회로를 관찰해서 뇌 지도를 만들 수 있을까? 신경세포의 수는 수 십 조에 이르고 각각은 1,000개에서 10,000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이러한 신경회로의 구조적인 정보를 알기 위해 커넥톰(Connectome) 프로젝트나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중의 한명인 폴 알렌이 설립한 알렌뇌연구소에서 이러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들은 뇌회로의 구조를 MRI의 확장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e)이나 광학현미경 더 나아가서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구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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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항상 일정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경험이나 생각에 의해 변화하는 가소성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한 순간의 뇌회로의 구조를 아는 것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실제 신경세포의 활성을 볼 수 있는 방법이나 전체적인 뇌 신호의 동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가장 큰 움직임이 2013년 미국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BRAIN Initiative라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서 BRAIN이란 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neurotechnology의 머리글자로서 진보된 신경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차원의 뇌연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Big brain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뇌회로를 모사한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용교수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신경회로의 동적인 변화를 신경세포 수준에서 보는 이광자 현미경 기법과 전반적인 흐름을 볼 수 있는 전위예민염색영상기법(voltage sensitive dye imaging)을 이용하여 신경회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사람에게는 적용이 불가능하므로 사람의 뇌 회로, 네트워크를 보기 위하여 MRI와 뇌자도(magnetoencephalography)를 이용하여 뇌 네트워크를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뇌인지과정이나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의 뇌질환에서 변화를 네트워크 관점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요즘에는 뇌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보는 데까지 이르렀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브레인 디코딩(brain decoding)이라고 부른다. 마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서 이미 저장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꺼내 모니터에서 보듯이, 사람의 뇌에 저장된 정보나 현재 생각을 다시 이미지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뇌가 행동을 지배하는가, 행동이 뇌를 지배하는가

뇌의 특성을 들여다 보면 한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뇌가 행동을 지배하는가, 아니면 행동이 뇌를 지배하는가 하는 내용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반복된 훈련으로 익숙해진 행동은 뇌의 부담을 줄여준다.

최근에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뇌 회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즉 뇌 안의 신경회로에 의해 우리의 사고 과정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으로 뇌의 회로가 바뀔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행동으로 뇌 회로를 바꾸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사람의 뇌는 복잡하고 미지의 세계가 아직도 적지 않다. 뇌에서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만, 그러나 반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사람이 행동하는 대로 뇌의 신경세포 회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가 애매해지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몸이 움직이는 대로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바로 이것이 행동으로 생각을 바꾸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면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뇌 회로가 변하는 주요 요인은 환경과 훈련이라 할 수 있다. 피겨선수 김연아의 움직임이나 균형을 잡는 신경세포들은 분명히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달인들의 뇌세포 역시 훈련에 의해서 뇌세포회로가 바뀌면서 기능이 정교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발달된 기능을 담당하는 뇌에서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도 세상이치를 닮았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매우 잘 자주 사용하면 손가락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넓어진다. 이것을 일컬어 뇌 가소성(plasticity)라고 부른다. 이는 뇌세포회로가 유연하게 바뀌면서 특정 영역이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뇌 영역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 확장텐서 MRI 영상을 이용한 뇌 회로 지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큰스케일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카이스트
▲ 확장텐서 MRI 영상을 이용한 뇌 회로 지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큰스케일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카이스트


사람이 나이가 들면 뇌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억력은 약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찰력이나 직관력 등이 더 좋아지는 것은 뇌세포는 줄었지만 뇌세포회로는 효율적으로 돌아가면서 나타나는 원숙의 효과이다.

이러한 뇌의 작동이 항상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뇌는 21세기 상황에 적합하도록 아직 진화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먹을 것이 부족하고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들판에서 사냥하는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계절에 따른 기후변화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회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계속 변화한다. 이렇게 급작스런 변화가 있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해 오던 행동, 익숙한 결정만으로는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 그리고 해 오던 일만을 한다는 것은 발전하지 못하거나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보듯이 해오던 행동, 습관, 관습적인 일 등을 수행하는 것이 선사시대에 머물러 있는 뇌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기존에 형성된 형성된 뇌 회로를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정보가 흐르게 된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뇌의 관성을 이겨내어야 한다. 새로운 선택, 새로운 시도는 어렵고 힘들다.

뇌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익숙지 않은 작업을 위해 형성되지 않은 뇌회로를 지나가야 되고 새로운 뇌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 형성된 회로는 강화시켜야 한다. 잘 닦여 길을 따라 가는 일은 편하고 위험성도 적다. 그러나 이미 누군가가 개척해 놓은 길이기 때문에 앞서갈 수 없으며 이 길이 정말 가장 빠른 지름길인지 고민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은 어렵다. 앞에 덤불을 헤쳐나가야 하고, 가는 길에 강이 나올 수도 있고 절벽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변화하는 사회와 발전된 사회를 이끌기 위해서는 이러한 수고스러움과 위험을 감수하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뇌가 가진 이러한 한계점을 이해하고 불편함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길은 없었다. 누군가 앞서 가고 뒤에 많은 사람이 쫓아 가면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뇌란 놈의 과학적인 특징

그렇다면 뇌란 과학적으로 어떤 성질을 가졌을까?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에서 생긴 영양분은 단백질이 돼서 세포를 만드는데 이들 세포 중 일부는 신경세포가 된다. 이 신경세포들이 연결돼서 회로를 만든 것이 바로 겉으로 보이는 뇌의 구성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연결돼서 회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뇌가 형성된다.

그런데 사람의 어떤 유전자가 잘 못 되면 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직접 관련되는 경우도 꽤 있다. 기존의 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이 유전자를 구성하는 단백질 또는 세포 수준의 연구는 많이 되어 있다. 세포수준에서는 빨리 죽으면 퇴행성 질환 같은 병일 것이다, 죽지 않고 계속 자라면 암으로 간주할 수 있다.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생각이다. 이는 전자회로와 비슷하다. 더구나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로 소통하므로 전자회로와 비슷하다. 물론 아직은 신경세포의 회로가 어떻게 연결되면서 어떤 정보를 처리하는지는 잘 모른다.

과학자들이 인간의 뇌에 형성된 회로를 보려고 했다. 놀라운 것은 기본적으로 쥐나 원숭이나 사람이나 신경세포를 보면 차이가 매우 적다. 사진만 봐서는 그것이 사람의 뇌세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런데 뇌의 회로는 매우 다르다. 레고를 가지고 비유하면 레고 조각하나하나는 같은데, 레고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완성품은 전혀 다른 것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신경세포의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현재 가장 가능한 가설은 신경세포간의 연결을 통한 회로의 차이에 기인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 세포는 어떻게 회로를 형성하는가? 물리학 이론 중에 창발성이라는 것이 있다. 작은 단위에서는 없었지만 매우 많은 숫자가 뭉치면 나타나는 성질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이나 생각이 형성되는 것을 보려면 개개의 신경세포만 연구해서는 큰 의미가 적고,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함께 보려면 신경세포 사이에 순간적으로 형성되는 회로를 봐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형성되었다가 없어지는 그 모든 뇌 활동을 기록하기도 어렵고 추적하기도 불가능하다.

이 회로는 밀리 세컨드라는 짧은 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수분 사이에 다른 회로를 형성하는 등의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전극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보면 초당 최고 약 100헤르츠의 속도로 움직인다. 세포가 흥분하면 모르스 부호 같은 활동 전위가 1초에 100번까지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뇌세포는 무려 860억 개나 된다. 뇌세포는 생긴 형태가 둥근 모습인데 삐죽하게 안테나 같은 것이 나와 있다. 이중 한 안테나는 조금 멀리 있는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하는 케이블 같다.

뇌에서 발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신호를 보낼 때 이 안테나 같은 케이블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 케이블은 몇 개나 될까? 머리에서 가장 먼 발끝이니 여러 개의 케이블로 연결됐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단 2개 뿐이다. 뇌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나온 기다란 안테나 세포가 척수까지 오면 척수에서 연결된 또 다른 안테나 세포가 이를 받아 발가락까지 연결해준다. 따라서 매우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작동할 수 있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연결된 부분은 약간 떠 있다. 이를 시냅스라고 한다. 한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는 돌기 말단에서 화학신호로 바뀐다. 즉, 앞의 신경세포의 말단에서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 뒤의 신경세포가 화학물질을 받아서 다시 전기신호로 바꿔준다. 전기신호에는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고, 있다 없다만 구분한다. 그러므로 주파수가 많으면 정보의 양이 많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 브레인보우 기법을 이용한 세포 수준의 뇌 회로지도. 유전자기법을 이용하여 각 신경세포마다 다른 색깔을 나타나게 하여 신경의 돌기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 작은 스케일의 뇌 지도를 그릴 수 있다. ⓒ Lichtman and Sanes, Nature Neuroscience 2008
▲ 브레인보우 기법을 이용한 세포 수준의 뇌 회로지도. 유전자기법을 이용하여 각 신경세포마다 다른 색깔을 나타나게 하여 신경의 돌기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 작은 스케일의 뇌 지도를 그릴 수 있다. ⓒ Lichtman and Sanes, Nature Neuroscience 2008


사람의 유전자에 따라 뇌세포 회로를 잘 만드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가정을 보면 부모와 자식이 모두 똑똑하다면 유전자효과를 배제할 수 없지만, 환경에 의해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뇌세포회로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사람은 나이가 어렸을 적에 뇌세포회로를 아주 많이 만들어 놓고 있다가 가지치기를 하면서 점차 줄여간다. 실제로 태아의 뇌세포회로가 더 많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뇌세포 회로의 어느 것이 죽고, 어느 부분이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어렸을 적의 환경이나 음식 그런 것에 의해서 정해진다.

이것도 곰곰 생각하면 인간관계와도 매우 닮은 점을 보여준다. 사람도 친구관계를 맺을 때 처음에는 누구든지 다 알려고 하다가 필요 없는 사람은 연락 안 하면서 가지치기하고 정리하듯이 뇌세포 회로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물론 훈련을 하면 새로운 연결을 만들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의 노력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뒤늦게 맺어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인간의 태아에 있는 회로는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없으므로 반사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자꾸 보면 침이 나오고 그런 것이다. 사람과 하등 동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동물은 반사신경만 가지고 산다는 점이다. 바퀴벌레는 계산해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반사회로에 의해서 움직인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움직이고 음식을 먹는 기능은 사람마다 공통적으로 갖췄지만, 수학을 푼다든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 특정 뇌세포회로가 발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뇌세포 회로가 일단 정리가 되면서 기본골격을 이루는 회로가 결정되면 뇌질환에 걸리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세포의 연결인 시냅스가 필요에 따라 이 연결이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거나 없어지면서 지속적인 변화가 나타나며 이 과정을 앞서 얘기한 뇌의 가소성이라 한다.


정리되지 않은 질문들


생각하기 좋아하는 인문학도들에게는 뇌를 둘러싼 비 과학적인 의문들도 역시 과학적인 영역에서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말처럼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생각도 한다. 생각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면서, 나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자각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뇌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서, 사람의 뇌는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작용할까? 커다란 궁금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또 다른 질문은 선악의 판단과 뇌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착한 뇌가 있고, 악한 뇌가 있는가? 아니면 어떤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한 것은 그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뇌에 어떤 질병이 있어서 그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일 뿐인가? 하는 윤리적인 질문이다.

정용교수는 “뇌 자체는 선악의 판단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선악의 판단은 관계에서 오거나 아니면 외부적인 평가에서 온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선악이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평균적인 시민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 악이라고 하지만, 피지에서는 부모님이 사망하면 그 시체를 가족들이 나누어 먹는 것이 보편화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뇌세포회로가 좀 더 효율적으로 발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도움을 주는 쪽으로 발전한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 교수는 “만약 생물학적으로 선악의 기준을 따진다면 그것은 바로 생존과 번식”이라고 말했다. 생존과 번식을 도와주는 것이라면 생물학적 선이고, 생존과 번식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생물학적인 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따지고 보면 보편적인 선악의 판단기준하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살인을 아주 나쁜 악한 행동으로 봐서 징계하는 것은 살인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가장 치명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리되지 않은 질문은 이런 것이다. 인간의 생각이란 무엇인가? 뇌세포회로를 연구하는 어느 학자는 생각이란 ‘언어로 표현이 가능한 신호의 흐름’이라고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말로 표현이 안되면 생각이 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말로 표현이 안되지만 어떤 이미지나 느낌으로만 표현되는 것은 생각이 아니고 다른 명칭을 붙여야 하는가?

또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인간의 생각은 인체의 어느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뇌 세포 회로 사이에 전기신호가 오가는 그것이 생각인가? 아니면 전기신호는 단순히 물리적인 현상이고, 그 전기신호 안에 ‘생각’이라는 내용이 담겨서 오가는 것일까?

이런 질문도 난해하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같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인가?
만약 생각과 마음이 다르다면, 마음은 무엇이고 마음은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외부에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 사람은 자기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까, 없을까? 책을 읽지 않거나 아니면 누구에게 아무런 말을 듣지 않았는데도 어떤 생각을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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