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 해외학습탐사 몽골일지(7일째)

 

2016825일 목요일, 날씨는 하루 종일 맑음

 

6시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부터 갔다. 된서리가 뽀얗게 내려 화장실 텐트의 안팎이 다 하얀 서리다. 덜덜 떨며 얼어서 서걱거리는 땅을 밟으며 텐트로 돌아와 옷을 잔뜩 껴입었다. 잘 때는 그렇게 추운 줄 몰랐기 때문에 옷도 껴입지 않고 그냥 나갔다가 얼마나 떨었던지 이가 딱딱 마주치는 소리를 내었다. 우리가 잔 곳이 2,400m나 되는 고지였으니 추울 수밖에.

 

아침은 7시에 먹었다. 인스턴트 비빔밥에 미역국, 김치, 멸치볶음, 김무침, 무말랭이무침 등이 나왔다. 아침을 끝내고 텐트를 걷으려고 하니 아까 떨어서 그런지 속이 아직도 춥다. 장갑을 끼었지만 찬 기운이 장갑 속을 파고 들어와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대원들은 재빨리 움직이는데 나만 어벙하게 서서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박사님의 아침강의가 830분부터 시작되었다.

이번 탐사는 별자리를 개념화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 별자리를 익힐 것.

2. 행성과 황도의 개념

3. 별의 색깔(흰색, 푸른색, 붉은 색 등)을 익힐 것. 별자리를 머릿속에 형상화를 해서 언제 어디서라도 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밝기10

                      

                                          O   B   A   F   Ⓖ   K   M      별의 표면운동

                                         청                태양        적

                                         3°              6°      3°    별의 표면온도

 

10은 태양보다 만 배나 밝음을 표시한 것이다. (레드 자이언트)

위의 알파벳기호를 쉽게 암기하기 위해 이렇게 외운다.

Oh Be a fine girl kiss me라고 한다.

별의 일생은 백색왜성중성자성블랙홀의 차례를 거친다.

학습은 기억의 곡선이다.

한가이 산맥은 여러 가지로 종합해보면 빙하가 지나간 곳이다.

식사 때는 항상 서로 마주보고 먹는 것이 자동화가 되도록.

850분에 강의는 끝났다.

 

버스는 910분에 출발했다.

우리 버스가 지나가는 길에 몽골 어린이 셋이 나와 있다. 몽골전통복장을 입은 고만고만한 꼬마 셋이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어준다. 아마 생전 처음으로 보는 버스이리라. 차 안에 있는 대원들도 밖을 내다보고 힘껏 손을 흔들어주었다.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 서운함을 남기고 지나갔다.

아직도 한가이 산맥의 줄기를 계속 가고 있다.

 

1010분에 휴식을 가졌다. 우리가 내린 곳에서 이동 중에 있는 유목민 가족을 만났다. 대가족으로 열 명이 넘는다. 지프차 2, 트럭 1대에 게르와 살림을 싣고 풀이 많은 초원을 찾아가는가보다. 우리가 쉬는 바로 앞에 강이 있어 건너야 했다. 먼저, 이동 중인 유목민 차들이 차례로 건너고 나서 우리 탐사 팀의 차들도 안전하게 건넜다. 그 뒤로도 크고 작은 강과 웅덩이가 가로 막아서 건너가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오보가 있는 곳에 내렸다. 1120분이다. 한가이 산맥 설명문이 서있다. 현재 우리가 서있는 곳은 2,500m 고지이다. 이제부터 아르항가이 아이막(Arkhangai Aymag)에서 바양홍고르 아이막(Bayankhongor Aymag)으로 들어간다. 말하자면 경계지점인 셈이다. 지나오는 길에 높은 산에 서있는 오보가 보였는데 그 오보가 아이막과 아이막의 경계선이라고 한다.

 

11시 반에 다시 출발했다.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보라색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초원을 지나 바양홍고르의 작은 시골마을에 닿았다. 자그마한 간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고 했더니 아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연락도 닿지 않아 하는 수없이 그냥 지나갔다. 다시 출발해서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며 강을 만나면 건너는 것을 반복하며 달린다.

 

1240분쯤 TORR지역을 지나게 되었다. 박사님이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내리자고 했다. 화강암으로 쌓인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있는 곳이다. 큰 바위가 비바람에 풍화되어 윗부분만 남아 자연석이지만 돌무덤처럼 보인다. 이런 형상은 우리나라 인수봉에 가면 볼 수 있다. TORR는 화강암지대를 말한다. 이곳의 화강암은 거정질 화강암으로 조립질이다. 예를 들면 쥐라기의 대보화강암, 백악기의 경주남산의 화강암 등이다.

 

화강암(花崗巖)의 재질은 석영, 장석, 운모로 되어있다.

석영은 단단하나 나중에 강물에 실려가 모래가 된다.

장석은 빗물에 잘 녹아 흙이 된다.(H2O+CO2). 흙은 주로 장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도자기를 만드는 고령토의 성분이다. 흙이 검은 색을 띠는 이유는 5%의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강암은 SiO2(유리, 석영, 수정 등), SiO3, SiO4(실리카, 실리게이트)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 SiO2는 모래에 많으며 단단해서 유리를 만든다.

SiO4에는 규산염, 탄산염, 질산염, 황산염 등이 있다.

지구의 두께는 대륙이 40km, 해양이 8km이다. 그 중에 반은 SiO4 즉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소와 수소가 합쳐 바다가 되고 산소와 실리콘이 합쳐 땅이 되고 CO2는 동식물이 되었다.

액체상태의 수소는 쓸 수가 없어 CO2 즉 카본(carbon)을 써서 수소를 빼낸다. CO2는 석회암이 되어 대륙의 일부가 된다.

모래 한 알갱이, 바닷물 한 방울, 흙 한 줌이 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박사님의 명쾌한 설명에 그저 놀랄 뿐이다.

 

TORR가 있는 주변에는 우리나라의 부추 비슷한 모양과 맛을 가진 풀이 많다. 이름을 잊어버려 다시 물어보니 유로선생님이 하쟈르오우쓰라고 가르쳐준다. 몇 년 전 몽골탐사 와서 이 풀을 뜯어 부침개를 해먹었다. 사막에서 자라나 어찌나 질긴지, 총총 썰어 넣어 반죽을 했다. 부쳐서 먹어보니 부추 맛도 나고 달래 맛도 났던 기억이 난다. 하쟈르오우쓰는 겨울에 가축들의 힘이 없을 때 먹이면 기운을 차린다. 그러나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한다.

 

오후 1시 반 TORR지역에서 점심을 차렸다. , 오이피클, , 치즈, 사과 등을 취향대로 빵에 올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음료수로는 우유와 주스가 준비되었다.

2시에 이곳을 출발해서 3시에 바양홍고르의 시내에 도착했다.

바양홍고르에서 차 6대가 기름을 채우고 식품당당대원들은 모자라는 식재료와 물을 사러갔다. 그동안 나는 버스에 앉아 탐사책자를 보며 모자란 학습을 보충했다.

340분에 다시 출발해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다가 초원에서 내렸다. 시장을 보러간 대원들을 이곳에서 기다렸다.

4시 반 쯤 기다리던 대원들이 와서 비포장도로를 다시 달렸다. 아까처럼 먼지가 펄펄 나른다.

양쪽으로 언덕이 있는 좁은 길을 한 동안 지나가더니 드디어 넓은 초원이 나왔다. 풀이 말라 건조한 풀밭으로 550분에 내려 10분간 쉬었다.

6시 버스에 올랐다. 조금 달리자 돌이 많은 지역이 나온다. 돌이 많아서 그런지 가축우리가 전부 돌로 쌓은 돌담이다. 돌이 많은 곳을 지나니 얕은 산과 확 터진 초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먼지도 나지 않는다. 아까는 풀이 마른 초원이었는데 이곳은 풀이 푸르다. 그러나 가축도 게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달리는 내내 흐르는 물을 본 적이 없다. 물이 없으니 살 수 없어서인가보다.

 

저녁 7시 숙영지에 도착했다. 몽골사람들이 성산이라고 받드는 복드(Bogd)산으로 가는 길목이다. 여기는 메마른 사막지대여서 풀이 억세다. 만지면 딱딱하고 앉으려고 하면 가시처럼 꼭꼭 찌른다. 가축들도 이 풀은 싫어하는지 배설물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풀들은 안 보이고 키만 자란 억센 풀과 간간이 허브가 있을 뿐이다. 자동차바퀴에 짓눌린 허브가 향을 뿜어낸다.

 

저녁에 수제비를 해준다고 낮에 미리 반죽해놓았다고 한다. 사막에서 먹는 수제비 맛은 특별할 것 같다. 수제비를 밀어서 하려고 유로선생님에게 홍두깨까지 빌려 본격적으로 할 모양이다. 몽골기사들은 거의 매일 국수를 먹기 때문에 홍두깨를 가지고 다니면서 밀국수를 해 먹는다고 한다.

 

다른 때보다 좀 일찍 도착해 텐트를 치고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 텐트에 앉아 밖을 바라보니 경치가 그저 그만이다. 해질 무렵이어서 산등성이에 낀 노을을 배경으로 대원들이 산책하는 모습이 실루엣처럼 비쳐진다. 노을 진 산을 등지고 서있는 모습이 어찌나 멋있는지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오랜만에 느긋함을 즐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어서 9시에 수제비를 먹었다. 들깨가루를 넣어서 구수하니 맛이 좋았다. 들깨가루는 조서연 선생님이 특별히 갖고 온 것이라고 한다. 정성이 한가득 들어서인지 너도나도 국물을 더 달라고 그릇을 들고 온다. 식사담당들은 대원들이 맛있게 먹으니 신이 나서 외친다.

국물 남았으니 더 갖다 드세요.”

반찬은 김치, 고추장아찌, 오이지무침, 북어무침이었다. 다 맛있었다.

 

10, 별자리에 대한 박사님의 강의와 별자리관측이 있었다.

안드로메다 겔럭시, 베가, 페가소스 사각형, 백조자리, 궁수자리, 티팟, 헤라클레스 등 많은 별을 관측했다. 대원들은 대부분 별자리를 다 외운 것 같았다.

11시에 강의가 끝났으나 다 들 남아서 저건 무슨 별자리 이건 무슨 별자리 하면서 즐거워한다. 아는 만큼 기쁨도 더 커지는 법이니까.

1130분쯤 텐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