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이 들어오듯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크지도 않은 공간은 좁은 의자에 자리잡은 사람, 그냥 벽쪽에 선 사람들로 어느 새 틈이 없다.
사람들이 모여도 공간은 조용하다. 가끔 눈 인사나 오갈 뿐, 왁자지껄한 부산함은 없다.
무언가를 읽거나, 그리거나, 적거나 하면서 각자의 장비를 가다듬는다. 
오늘 발견하게 될 보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근육을 워밍업하고, 두눈에서 레이저광선을 쏟아낸다.
평범한 남녀노소 일반인 모습으로 위장한 고수들의 숨겨진 내공이다. 

드디어 시작.
절대고수의 무공전수가 장마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모인 사람들 모두는 각자 자기가 가진 크기의 그릇으로 퍼 담는다.
주고, 받음이 박타기 모양새로 일사분란하건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각자의 내공을 겸양한다.

스승이 하사하는 무공이 너무 현란해서 잘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수많은 외국의 무료, 유료교육사이트를 뒤져서 기본 무공을 다시 공부하고 오니 스승의 몸동작이 조금 이해된다는 고수가 있고, 
스승의 무공과 가르침을 흠모하여 녹화된 내용을 몽땅 필사하고, 따라 적었다는 고수도 있다. 빼곡히 적어내려간 노트의 두께가 가히 백과사전 분량이다. 열정이 하늘을 찌른다.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에 관심이 있어 광주에서 부터 엄마따라 왔다는 초등5학년 고수도 있고, 아빠와 함께 온   중1 고수도 있다. 137억년 우주도 이미 수강을 한 실력자다. 한결같이 놀랍기만 하다.

일요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저런 모습으로 휴식을 취할 시간에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듯 모여드는 이곳은 누구나 황금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곡괭이를 내던지면 내가 서있는 이곳 전체가 황금종임을 깨닫게 되는 곳이다. 
'아하! 그렇구나'는 황금종이 내는 소리다.

나는 오늘도 황금종을 만나러 그곳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