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이 아니라 올리브

올리브 좋아하시죠? 저도 처음에는 생소해서 잘 안 먹었지만 어느새 올리브유만이 아니라 병에 담긴 절인 올리브도 즐겨먹습니다. 

지중해 원산의 물푸레나무과 올리브속 올리브나무가 처음 한자 문화권에 소개되었을 때 비슷하게 생긴 감람과 감람나무속의 감람나무로 표기를 해서 예전의 성서에서도 감람이라고 했지만 사실 올리브와 감람은 다릅니다. 올리브가 친숙해진 최근에는 성서도 올리브로 고쳐서 모세의 방주에서 날려보낸 비둘기가 물고 온 것도 감람가지가 아니라 올리브가지입니다. 



Olea_europaea_-_Köhler–s_Medizinal-Pflanzen-229.jpg

 

 뇌에 올리브가 몇 개 있었을까?

올리브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 지중해 인근의 사람들은 인체의 여러 곳에 올리브라 이름을 붙였는데 뇌에서도 뇌신경의 신경절, 연수의 쐐기핵과 피라미드, 소뇌의 치아핵을 모두 올리브라 했다가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연수의 올리브핵이 공식적인 올리브가 되었습니다.

올리브라는 이름을 공식화한 사람은 1821년 독일의 해부학자 겸 생리학자 Friedrich Tiedemann입니다. 흑인과 유럽인의 두개골과 뇌를 비교하여 차이 없다는 것을 밝혀 인종주의에 반대한 사람으로 올리브뿐 아니라 spinal nerve roots, spinal canal, cerebellar vermis, cerebral hemispheres 등 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올리브에 대한 정확한 그림은 더 이전에 있었는데 동시대의 베살리우스와 함께 인체해부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Bartolomeo Eustachi가 1552년에 완성한 Tabulae anatomicae의 table 18입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교회의 반대로 1714년에 처음으로 출판이 되었고 100년 이상 베스트셀러였다고 합니다. 유스타키는 1563년에 부신도 발견을 했으며 내이를 정확하게 다시 묘사하여 현재에도 이관을 유스타키오관이라고 합니다.



유스타키오 올리브.png

Bartholomeo Eustachi <Tabulae anatomicae> (Rome, 1783)
 

 
  하올리브 = 깔대기

올리브핵은 상올리브핵과 하올리브핵으로 구분되며 상올리브핵은 청각 특히 소리의 지각에 관련이 있고 하올리브핵은 소뇌의 운동학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소뇌로 들어가는 구심섬유에는 푸르킨예세포로 가는 등정섬유climbing fiber와 과립세포로 가는 이끼섬유mossy fiber가 있는데 여러 곳에서 오는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는 이끼섬유와 달리 등정섬유는 하올리브핵이 깔대기처럼 정보를 통합하여 입력됩니다.



funnel.gif

  

삼각 편대

소뇌와 적핵 그리고 하올리브핵은 삼각 편대를 이루어 활동합니다. 이 것을 dentato-rubro-olivary pathway 또는 Guillain-Mollaret triangle이라고 하며 이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의 일부, 근육 전체, 또는 한 그룹의 근육이 간헐적으로 떨리는 간대성근경련myoclonus가 생깁니다.



PMC4247509_IJRI-24-401-g00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