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나는 <제9회 137억년 우주의 진화> 첫 번째 ‘건국대 강의’에 빠졌다. 결석했다. 아내와 오래전부터 약속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자세(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수업에 빠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이번 결정을 비교적 쉽게 했다. 심각하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이유는 박문호 박사님이 근무하는 대전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도 같은 시기에 <137억년의 우주/생명 진화 역사>라는 무료강좌가 열리기 때문이다.
박문호 박사님이 16일 건국대에서 <제9회 137억년 우주의 진화>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폴리아데스님
더구나 ‘건국대 강의’와 ‘ETRI 강의’의 커리큘럼은 비슷했다. 나는 별 생각없이 ‘이번에는 서울에 가지 말고 대전에서 공부해야지’하고 굳게(?) 결심했다. “강의가 다 그렇지 뭐!” “제목도 비슷하잖아!”라며 나는 13일 ‘ETRI 강의’을 듣고, ‘건국대 강의’는 결석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엄청난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박자세 홈페이지에서 ‘건국대 강의’의 수업후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럴수가!’
박사님은 건국대 강의에서 앞으로 4개월 동안의 핵심 키워드로 ‘가속된 전자교환’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개념을 제시했다.(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박사님의 강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어서 ‘원자→이온→광물→암석→(해양)지각→대양→대륙지각→대륙이동→지구표층 환경 변천’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나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강의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단어는 다름아닌 ‘달’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어진 멘트는 “달은 지난 39억년 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것이라며 “달에 대한 생각이 바로 오늘 아침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내용은 ETRI 강의에서는 없던 내용이 아닌가? 뭔가 달랐다. 다른 데에 그치지 않고 아주 많은 차이를 보였다. 건국대 강의와 ETRI 강의 사이의 3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말인가?
나는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 과학리딩 모임의 멘토인 조승연 회원에서 물었다. 그는 2012년부터 6년째 137억년 강의를 듣고 있다. 나는 “박사님 강의가 제목은 같은데 내용은 다른가요?”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박사님 강의는 수시로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항상 다르다”면서 “강의를 항상 듣지만 매년 30%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원은 “박사님은 매년 첫 강의때 핵심 키워드를 제시하는데 그 키워드에 따라 강의 전체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나는 느꼈다. ‘아! 내 결정은 잘못됐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구나!’ 나는 결심했다. ‘대전 찍고~ 서울 찍고~’를 하며, ‘건국대 강의’와 ‘ETRI 강의’를 모두 듣기로.
건국대 두 번째 강의가 이틀 남았다. 이틀이 참 길게 느껴진다.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나름 단단한 배수진을 치셨군요.
그런데 어쩌죠.
동영상 강의와 현장 강의는 Dopamine 전달 흐름과 느낌이 많이 달라서요.
현장에서 박사님이 분비한 Dopamine 양을 상상하면서 반장님께서 NE를 왕창 분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