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내장 박테리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질병과 관계되어 천시 받거나 천대 받던 내장 박테리아가 뇌까지 조절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200612월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비만이 내장 박테리아와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비만자 12명과 날씬한 사람 5명의 대변 박테리아를 비교했습니다.

 

비만자는 Firmicutes 속 세균이 Bacteroidetes 속 세균보다 7 배나 더 많았습니다. 여윈 자는 Bacteroidetes 속 세균이 Firmicutes 속 세균 보다 더 많습니다. 비만자에게 많은 Firmicutes 속 세균은 정상인에게는 소화가 안되는 많은 비소화성 음식을 소화시킵니다. 소처럼 풀이라도 잘게 분해시켜 소장에서 흡수되는 당과 지방산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다시말하면 먹는 질과 량은 같아도 내장 속에서 분해하는 능력이 다릅니다. 비만자에게 있는 피르미쿠테스 박테리아의 분해 능력이 당과 지방산으로 더 잘 바꾼다는 말입니다. 먹는 양이나 질이 같다고 살찌는 건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구상의 박테리아는 500만 조의 1조배, 500양입니다. 5뒤에 030개 붙이면 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장 박테리아는 1200100조개, 베네수엘라 마마소나스 아페리카 원주민은 1,600종에 이릅니다. 이는 소화시킬 수 있는 음식의 종류가 그 만큼 많다는 걸 의미합니다.

 

입에서 항문까지는 하나의 통로로 뚫려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입니다. 그러면 음식이 지나가는 내장은 안일까요? 밖일까요? 몸의 입장에서 보면 내장은 밖에 해당합니다. 몸에 흡수 될 영양분은 정해져 있지만 음식의 종류는 정해져 있지 않지요. 어떤 음식이 들어올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장은 자기가 분해 시킬 수 있는 기능을 만드는 것보다 박테리아를 키우는게 더 좋다는 걸 안것이지요.

 

쥐라기와 백악기를 살았던 공룡 중에 목이 긴 용각류는 초식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풀을 삼킬 때 돌도 같이 삼켰다고 합니다. 위 속에서 돌이 풀을 짓이겨 소화를 돕는데 쓴 것이지요. 소화와 흡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인이 베네수엘라 원주민에 비해 박테리아 종류가 적은 건 서구식 가공식품, 항생제 남용, 과한 위생의 결과입니다.

 

우리 몸속 미생물은 종마다 고유한 유전자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걸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릅니다. 일종의 몸속에 또 다른 지문과 같습니다. 장 속에 미생물을 키우면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다른 사람에게 없는 탄수화물 분해능력을 그 사람, 당사자에게만 제공합니다. 일본인의 장에는 해조를 먹이로 하는 박테리아가 살지만 서양인에게는 없습니다. 일종의 상리공생을 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양쪽이 모두 서로 돕고 있는 공생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장 미생물이 자기의 먹이를 늘리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을 몸 속에 혈관에 집어 넣습니다. 혈관을 타고 간과 뇌로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뇌하수체의 GPR41이라는 물질을 품어내게 합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배가 고프다고 느끼며 먹이를 먹게 됩니다. 내가 스스로 배가 고프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장의 박테리아가 뇌에 신호를 보내 배고프다고 생각하게 해서 먹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워싱턴 대 연구팀은 장내 세균을 모두 없앤 생쥐의 장에 비만 생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합니다. 2주 만에 체지방이 47%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반면 정상 생쥐의 장내 세균을 이식한 경우는 체지방 증가가 27% 그쳤습니다. 세균 변화만으로 비만이 유도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내 세균은 어떻게 비만을 유도할 수 있을까요?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장내 세균을 없앤 생쥐는 서구 스타일의 고지방 식사를 먹여도 비만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분석 결과, 세균을 없앤 생쥐에서는 근육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효소와 지방 분해를 유도하는 효소의 활동이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장내 세균은 근육 합성과 지방 분해 과정을 억제해 비만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아직 장내 세균이 이들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의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커니즘은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이 규명되면 새로운 비만 진단법과 함께 장내 세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비만을 치료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건강한 박테리아를 지닐 수 있을까요?

 

박테리아가 살기 위해서는 장에서 바로 흡수되는 것보다 흡수가 안되고 음식이 있어주는게 도움이 됩니다. 그런 음식을 우리는 식이섬유라고 부릅니다. 우리 조상들이 많이 먹었던 고사리, 숙주 나물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장 미생물이 접근 가능한 탄수화물(MAC)라고 부릅니다.

 

채소는 대부분 MAC 함량이 높아 당부하지수가 낮습니다. 찌거나 삶은 풋콩, 요거트에 얹은 신선한 과일과 견과류, 후무스를 곁들인 전곡빵 등이 있습니다.

 

각종 먹을거리의 식이섬유 성분에는 장 미생물총이 이용하지 못하는, 그래서 대장에서 발표되지 않는 탄수화물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식이섬유는 변의 부피를 늘리고 수분이 들어갈 공간을 만듦으로써 장을 부드럽게 통과하도록 하기 때문에 변비 해소에 효과적입니다.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를 쓴 저스틴 소넨버그는 그의 책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인간은 홀로 선 존재가 아닙니다. 한 인간은 인체 생리와 몸속 미생물 사회간의 복잡미묘한 상효작용을 통해 규정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체라는 퍼즐 한 조각을 이루는 거대한 미생물 집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다양한 생물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내 몸의 건강을 생각할 때는 항상 내 안에 미생물 집단이 산다는 것과, 내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치료를 받을 때는 그들 미생물에게 어떤 영향이 갈지를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건강한 장이 내 건강한 정신을 만듭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