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일 일요일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박자세에 갈 준비를 했다. 일찍 박자세 사무실로 가서 앞자리에 앉고
싶었다. 앞자리에 앉아야 박문호 박사님께서 설명하시는 내용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고, 칠판에 적으시는 내용도 빨리 알아들을 수 있어서이다. 나는 7년 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어지러움증을 앓았다. 다행이 어지러움증은 치료했으나, 이명은 고치지 못했고, 이명이 오래되다 보니, 청력이 떨어져, 적은 소리와 저음을 분명하게 듣지 못한다. 
 이날 오전 9시 반쯤 서래마을에 위치한 박자세 사무실에 도착했다. 10시부터 강의가 시작되는데, 벌써 20여분이 사무실에 와 계셨다. 이 분들은 몇 시에 오셨을까? 다음 주에는 더 일찍와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중간 쯤 위치한 자리에 앉았다. 일요일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분 들이 어려운 자연과학 공부를 하기 위해 여기까지 오시다니 정말 존경스럽다. 강의 후 점심 식사 시간에 테이블에 함께 앉은 선생님이 창원에서 이 공부를 위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 오신 분도 있다고 한다. 

 나는 왜 과학리딩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나? 회사생활로 바쁘지만, 뭔가 모를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3년 전부터 인문학 공부를 하려고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얼마전부터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과학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차에 작년 4월 북클럽 모임에 오신 박문호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이거다 싶었다. 이날 내가 정말 모르는게 많다는 사실과 그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그게 박자세에 가입하고, 공부하게 된 계기다.

 과학리딩모임 제3기 두번째 강의를 통해 포도당 (글루코스)이 분해되는 해당 과정과 TCA 회로, 영양물질인 탄수화물/지질 (지방이라고 부르면 안된다고 하셨다.)/단백질, 총 3개 frame에 대해 배웠다. 막연하게 알았던 포도당이 에너지가 되는 과정, 왜 지질인 삼겹살을 많이 먹으면 안되는지 배웠고, 탄-수화물 (탄소마다 물이 박혀있어서)로 불러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지금까지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배운 얕은 지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분명한 것을 왜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살았을까 반성하게 되었다. 박문호 박사님의 말씀처럼, 나는 함부로 배워왔다. 특히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 제대로 된 지식을 얻기위해 공부한 적이 별로 없었다. 함부로 배워 잘못된 지식과 기억에 휘둘려, 그게 진리인 양 알고 지내왔던 삷이 부끄러워졌다.

 이날 강의 시간 내내 처음으로 C, H, O 원소기호를 노트에 많이 적었다. 박문호 박사님께서 C, H, O가 어떻게 결합했을 때, 하늘과 바다와 생명이 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냥 C, H, O라는 원소기호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속에 심오한 진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또한 박문호 박사님께서 우주에서 가장 위해한 분자는 포도당 (글루코스)라고 하셨다. 내게는 아직 그 의미가 진심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얼마나 공부하면 글루코스가 위대하다고 느껴지고, 감동할 수 있을까? 

 30년간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연과학 공부를 해오시고, 리딩모임에 참석한 모든 분들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가르쳐주시는 박문호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한편으로 박문호 박사님이 외국이 아닌, 한국에 계시다는게 너무나 다행이고, 기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강의를 외국어로 들어야 한다면, 멀리 외국에 찾아가서 들어야 한다면 어쩔 뻔 했나? 

 

선무당 박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