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가 노년을 보내는 농장의 겨울을 좋아한다.

 

한 겨울의 겨울 농장은 혹독한 곳이다.

맑게 깨어있지 않으면 추워서 견딜 수 없다.

단 하나의 따뜻함 화목난로.

 

말이 농장 일꾼들이지 모든 얘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인심 후한 아버지 댁에 마실 오는 사람들이 춥지 않도록

아버지가 틈틈이 나무를 잘라 놓으면

마실 온 일꾼들이 온실과 마당을 오가며 일하다가

불을 쬐고 난로 위에 놓여진 수분을 잃어가며

당분이 농축된 농작물들과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곤 한다.

 

난로가 곁에 가장 오래 있는 건 나와 내 독서 파트너들.

영하의 온도에서도 화목 난로 곁에서 책을 읽으면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차기에 맑고 평화롭다.

책을 읽고 있으면 산책 꽤나 시키는 근육 빠방한

내가 집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 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운동 신경으로 들판을 신출 귀몰 하게 누비던 농장 강아지들이

곁에 다가와 가만히 앉아 있곤 한다.

 

아무리 산만하거나 경계심 많은 강아지들도 사람이

차분히 움직이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으면

어느 순간 의젓하게 곁에 와 앉기 마련이다.

 

이 사람 저사람이 버리듯 억지로 농장에 떠맡기고 간 개들이다.

 

전원주택이나 농장을 갖고 있으면 많이들 경험한다.

누구인지 대라고 길에다 버려야만 유기범이 아니라고

길길이 뛰는 내 등살에 슬그머니 돌려준 아이도 있고

뭘 주워먹었는지 어느 날, 죽어있거나 교통 사고가 났거나

잡아 먹히지 않고 그래도 3년째, 4년째 살아 있는 아이는

똘똘이랑 개빈이.

 

밤이 되고 사람이 들어가 버리면 난로불도 꺼지기 때문에

겨울을 나는 아이들에게 밤새 불을 지펴준다.

 

그곳에서 주욱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박자세의 공부를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평생 찾아 헤맸던 유토피아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아름답다. 가슴 속에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건

없는 것보다 쓰라린 삶이지만.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보던 윤동주처럼

유태인 수용소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보았던 아지랑이가

사무치게 아름다웠던 빅터 프랭클처럼 .....

속이 상해도 고운 언어를 내뱉을 수 있기를.

고운 사람이기를 포기 하지 않기를......

 

돌아가지 못해서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잃고 있으면

아프지 않은 대신 내가 나를 존경할 수 없어

삶이 무의미해 지므로.

 

모아 놓은 돈으로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어떤 사람이

고민을 토로한다. 돈이 떨어지면 공부를 멈출 수 밖에 없을

것으므로 대비할 방법을 세 가지로 알려준다.

 

나는, 혹독한 겨울과 화목 난로가 있으니까.

그 곁에서 절실했던 과거의 일기들을 읽고 있으면

수시로 멈출 수 밖에 없는 공부를 재시작할 때

빠르게 나를 다잡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