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피질의 재앙입니다. 스무 살, 서른 그런 시간개념을 담당하는 부위가 두뇌 바깥부분의 신피질입니다.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게 신피질이 없죠. 그래서 매일 똑같은 사료를 먹고 똑같은 집에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도 우울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아요.

 

그 친구한테 시간이라는 건, 현재밖에 없는 거니까. 스무 살이라서, 서른이니까, 곧 마흔이라서, 시간이라는 걸 그렇게 분초로 나누어서 자신을 가두는 건 지구상에 인간밖에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나이라는 약점을 공략해서 돈을 쓰고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죠. 그게 인간이 진화의 대가로 얻은 신피질의 재앙이에요. 서른도, 마흔도 고양이에겐 똑같은 오늘일 뿐입니다.”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 불교신문 연재 글 인용 -

 

 

이렇게나 신통방통한 웃음유발 캐릭터가 있다니!’

 

 

인상 깊게 보았던 TV드라마 대화가 텍스트로 올라 있어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누군가 일부러 수고하지 않으면 이내 흩어지는 말소리. 문자로 두고두고 볼 수 있게 됐으니, 이리 고마울 수가!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는 깜찍(?)한 발상과 고품질 대화를 일상으로 주고받는 주인공 남녀가 등장한다. 30즈음의 다 큰 남녀가 그토록 귀여워 보이기는 처음이 아녔나 싶다.

 

지금은 젊은이들 사이에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양, 3~4년 전만 해도 이들의 결혼관이 낯설어 적응이 안 되는 분도 꽤 계셨을 터다.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희귀한 캐릭터를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서, 세대변화의 급류를 실감케 했다

 

너무 이성적이고 매우 합리적인, 그래서 지극히 옳은 말이어서 뭐라 반박할 말도 찾을 수 없는, 담백하고 젠틀하면서도 어딘지 인공지능이 연상되는, 감정 동요는 낌새도 없는데 고양이는 끔찍이도 위하는, 이런 남주인공이 대화중에 한 말이 위 인용문이다.

 

 

신피질의 재앙? 진화의 대가로 얻은?

 

듣고 보니, 신피질에 그런 면도 있구나 싶어 수긍이 된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새로운 의문이 일었다.  

고양이는 쥐구멍 앞에서 끈질기게 지킨다던데...?

쥐가 나올 것을 예측한다는 것이고, 예측은 미래를 상정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녀?

정말 고양이에게 현재만 있을까?

아님, 신피질이 아주 조금만 있어서 과거나 미래가 극히 제한된 범위로 거의 없다는 뜻으로 말한 걸까?

혹시, 쥐냄새가 솔~~ ‘현재진행형이라서 쥐구멍 앞을 못 떠나는 거였나?  


어쨌든, 이거 확실히 알아보고 싶다.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은 누구도 쫓아버릴 수 없으니까.

 

드라마 속 일상적 대화에 학술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딴지를 걸려는 생각이 아니다

 

 

질문은 두 가지.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나?

고양이에겐 과거와 미래가 없고, 현재만 있는 게 확실하나?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말해둔다.

 

드라마는 깊이와 예리함을 겸비한 좋은 작품이었다. 너무 재미있게 잘 봤고, 흠잡거나 성토할 의도는 애당초 없다. 여기 의문 제기는 드라마에 하는 게 아니고, 과학적 사실을 알아보고 의문을 해소하고 싶다는 개인의 학습탐구 차원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고-퀄리티 작품에 감사를 보내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