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코흐 박사가 2015년 11월, 국내 한 언론사가 주최하는 인공지능 포럼에 오셔서 강연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부러 가서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청중들이 코흐 박사가 어떤 연구와 성과를 내고 있는지 모르는 눈치여서 안타깝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래글은 2015년 코흐박사 강의를 듣고 썼던 글인데 다시 끌어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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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다>

그저께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인공지능 포럼에 시애틀에 있는 앨렌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코흐박사가 기조연설자로 참석한다고 해서 겸사겸사 갔었습니다.

코흐박사는 그래도 이미 책을 통해 만났던 사람입니다. 바로 "의식"이라는 책의 저자입니다. 
뇌과학 관련해 세계 최고의 권위자중 한명입니다. 철학의 범주에 있던 '의식'이라는 개념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어제 책을 다시 펼쳐 들었습니다. 그저께 한 강연은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일반대중을 상대로 하는 관계로 별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함축된 결과들을 보여주는데 제대로 설명이 이어지지 못하니 강연을 듣는 사람은 대충 듣는 수준이었습니다. 강연중 화면에 보여지는 장표 한장 한장은 사실 코흐박사가 평생을 연구중인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놀라운 성과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전무한 것 같아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사실 저도 겉핥기식의 일견이라 그 정수를 모두 헤아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코흐박사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흐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의식에 관한 통합정보 이론'이나 '의식의 신경상관관계'같은 것 들입니다.

저도 책을 다시 읽으면서 코흐박사가 강연시간에 한 이야기들이 정말 중요한 것들이었음을 알게됩니다.
 
전문가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들을 통칭하는것 같습니다. 코흐박사의 책을 다시 읽으면서 얼마나 디테일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일례로 어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일반적인 내용이 있습니다.

보통 글에서는 "어느 가을날 시내 식당에서 손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정도의 표현도 11월 13일 저녁 6시, 어둠이 찾아오는 월스트리트 11번가 거리를 지나 윌슨식당을 찾았다. 창가 세번째 자리에 예약된 자리에서 호주산 엥거스 스테이크에 나파벨리에서 2013년에 생산된 피보누아 와인을 함께 마셨다"로 서술합니다.

기억이 좋다는 것은 결국 세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그만큼 온 신경을 집중하여 살펴보고 기억으로 각인시켰다는 것입니다.

바로 의미기억들을 세밀하게 기억해 내는 능력이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척도인 것입니다.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의 모든 것이 이처럼 세밀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신경이 예민한 것이 아니라 의식이 예민하게 작용하여 주의깊게 모든 걸 보고 느끼고 그걸 오차없이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전문가가 일반인과 다른 점이 아닌가 합니다.

일정부분 선척적이라는 핑계를 댈 수 도 있겠으나 훈련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끊임없이 감각을 세밀하게 다듬고 그 오감을 통해 인지되는 모든 것 중에 선택적 집중을 통해 기억의 지식으로 끌어올리는 행위들 말입니다.

세상만물 한 인연으로 엮여있음을 알게되면 바람 한점 흐름에도 세상의 이치가 담겨있음도 알게 됩니다. 좋은 하루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