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4시 십몇 분 즈음 문득 일어나
15개월 아가 옆에 누워있는 7살 누나의 종아리를 주므르고 있는 아내 옆에 가서 앉았습니다.
 "어제 박사님 수업 대단했어. 
  '시'가 나왔는데....
  물리학 / 수학 잘하고 싶으면 가장 좋은 방법이 시를 읽는 거라고 하시더라.
 또 뭐더라
 '녹여들면... 그럴듯해지고 
                그럴듯해지면...  즐거워진다.' 라는 시가 있는데... 
 또 뭐더라
  시를 뒤집어 보고 어순을 바까도 보고... "
 아내가 이야기 하데요.
  "나도 내가 듣는 수업 시작 전에 선생님이 시를 읽어 주시는데 참 좋더라. 
  시가 이렇게 좋았나 싶더라."
 듣고 있던 저는 뭔지모를 그러나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져 꾹 참고 가만히 듣고 있었습니다. 
 제가 또 최승자 시인의 시는 우쭐할 때 읽으면 좋다더라 라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 하려는데 15개월 아가가 에~엥 거리네요. 
 새벽에 혼자 나와 빨래를 돌리며 앉아서 정현종 시인의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며' 을 읽으니 마치 어젯밤 박사님이 읽어주신 시의 어투가 생생하고 귓가에 간질간질했습니다.
 시를 읽는데 내가 읽는게 아니라 박사님이 읽어주는 듯 하여 마음이 간질간질 하고 재밌는 것이 '어! 이것이 녹여든다는 걸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