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목요특강 강의에서 추천 도서입니다 


독일사 산책

닐 맥그리거 지음 | 김희주 번역 | 옥당 2016년 3월 11일 출간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 국내도서 > 역사/문화 > 서양사 > 유럽사 > 독일사
  • 수상내역/미디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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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이 사랑한 건축물과 유물, 인물과 장소에서 21세기 독일을 읽는다!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질러 역사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 독일이 불과 반세기 만에 경제 강국이자 정치 리더가 되어 유럽 공동체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국박물관과 BBC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독일은 어떤 나라이고 독일인의 정체성에는 어떤 힘이 숨어 있는지 추적하였다.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박물관장인 닐 맥그리거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출발해 독일 전역에서 건물, 성경, 소설, 동화, 그림, 조각, 화폐, 기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역사문화 유물을 통해 독일인의 업적과 상처를 흥미롭게 읽어낸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을 덧붙이며 옛날이야기 하듯 들려주는 독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독일의 역사문화와 독일인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 뿐이다.” -43p.
닐 맥그리거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보며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을 국제사회가 수용하고, 그들에게 큰 역할을 맡긴 배경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부끄러운 역사조차 분명히 밝히고 이를 단호히 질책하며 미래로 이끄는 독일의 자세는 우리 사회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닐 맥그리거

저자 닐 맥그리거는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계의 스타로 손꼽힌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으며, 영국 런던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였다. 레딩 대학교에서 예술사와 건축사를 가르쳤고, 미술공예 잡지 〈벌링턴 매거진The Burlington Magazine〉의 편집인을 지냈다. 1987년부터 2002년까지 영국 런던 국립미술관the National Gallery in London 관장을 맡았고,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관장으로 일했다. 2010년에는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게 영국 최고의 문화훈장인 메리트 훈장Orderof Merit을 받았다. 영국박물관장에서 은퇴한 닐 맥그리거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베를린 궁전에 새로 들어설 훔볼트 포럼the Humboldt-Forum의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12개국 이상에서 번역 출간한 《100대 유물로 보는 세계사A History of the World in 100 Objects》와《시끌벅적한 셰익스피어의 시대Shakespeare's Restless World》 등이 있다.

번역 김희주

독어학자/독문학자   번역가/통역가>독일어

역자 김희주는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펍헙번역그룹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책 발굴과 소개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찰스 디킨스의 영국사 산책》(공역), 《앨런 튜링의 이미테이션 게임》(공역) 등이 있다.

목차

  • 옮긴이 서문 | 책으로 여는 독일 역사문화 전시회
    지도로 읽는 독일사 ①~⑧

    시작하며 | 역사를 기억하는 그들만의 방식


    1부 요동치는 국경, 모자이크 제국을 낳다
    1장 역사의 증인, 브란덴부르크 문
    분단의 상징이자 되찾은 자유의 상징 | 서쪽으로 전승기념탑 | 동쪽으로 베를린 궁전 |
    전쟁에서 월드컵까지,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다

    2장 동서로 나누어진 하늘
    동독을 탈출하다 사살된 사람들 | 또 다른 탈출루트, 발트 해 |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역에서의 눈물의 이별 | 비밀경찰의 감시, 그리고 기억 | 국민 작가 크리스타 볼프의 침묵

    3장 잃어버린 수도들
    이제는 독일이 아닌 도시들 | 칸트의 도시, 쾨니히스베르크 |
    호박 방과 함께 사라진 왕국 | 카프카의 도시, 프라하

    4장 뺏고 빼앗긴 도시
    독일 땅 슈트라스부르크 | 프랑스 땅이 된 슈트라스부르크 |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에 열광한 괴테 | 스트라스부르의 숙제

    5장 신성로마제국의 분권 정치
    하나의 군주, 두 개의 세계 | 부분과 요소가 모여 전체를 이루다 |
    화폐 주조권의 소유와 상속 | 타협으로 움직이는 정치 체제


    2부 독일의 상상력, 국가 정체성을 세우다
    6장 표준 독일어의 탄생
    너무 많은 독일어 방언 | 마르틴 루터, 면죄부 판매에 항의하다 | 루터 성경의 등장 |
    대중과 소통하는 성경 | 루터의 언어, 표준 독일어가 되다

    7장 나폴레옹에 맞선 백설 공주
    숲에 담긴 독일의 숙명 | 그림 형제, 동화로 민중의 정체성을 재건하다 |
    참나무와 독일인의 기질 | 그림과 동화로 고취시킨 애국심 | 21세기의 영웅으로 거듭나다

    8장 괴테 아래 한 민족
    괴테를 사랑한 독일 | 유럽을 뒤흔든 베스트셀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세계 시민 | 《파우스트》에 독일을 담다

    9장 영웅의 전당, 발할라
    굴욕의 나폴레옹 치하 | 독일 영웅들의 흉상을 만들다 | 초대받은 자, 초대받지 못한 자 |
    배제된 마르틴 루터 | 놀라운 건축 양식

    10장 맥주와 소시지
    가장 독일다운 대중 축제, 옥토버페스트 | 독일맥주순수령, 보리· 호프·물로만 만들라 |
    까다로운 소시지 제조 전통 | 정치 회합은 맥주홀에서


    3부 집요한 과거, 독일인을 하나로 묶다
    11장 프-독의 샤를마뉴 쟁탈전
    황제의 왕관 | 샤를마뉴의 정체 | 나폴레옹과 또 다른 황제의 탄생 |
    샤를마뉴 유산 상속 전쟁 | 최후의 반전

    12장 종교개혁과 독일농민전쟁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수용한 신성로마제국 | 천재 조각가 리멘슈나이더의 위기 |
    피바다로 끝난 독일농민전쟁 | 권력자의 억압에 맞섰던 예술가의 복원

    13장 한자동맹
    가장 오래된 상업 네트워크 | 어떤 초상화 | 느슨한 연합, 독일적인 동맹 |
    서서히 다가온 종말

    14장 철의 나라 프로이센
    사치하지 않는 나라 | 신분 차별이 없는 철십자 훈장 | 루이제 왕비의 협상과 징벌 조약 |
    십자가 언덕의 철제 기념비

    15장 1848년에 갈라진 길
    동요와 혁명의 시대 | 새로운 국기와 국가를 만들다 | 마르크스와 새로운 길 |
    화해할 수 없는 둘을 포용하다


    4부 독일제 신화, 라인 강의 기적을 만들다
    16장 인쇄기로 시작되다
    구텐베르크와 인쇄 혁명 | 15세기 마인츠와 책 만들기 | 영리한 사업가, 구텐베르크 |
    인쇄 혁명이 독일에서 일어난 이유

    17장 유럽이 사랑한 독일의 국민 미술가
    ‘로고’의 발명 | 유럽 전역으로 팔려나가다 | 뒤러의 판화 두 점, 쌍둥이 자화상 |
    가장 유명한 판화 주제, 코뿔소

    18장 작센의 하얀 금, 도자기
    도자기 병에 걸린 왕 | 도자기 제조비법을 알아내다 |
    작센의 새로운 무기 | 도자기 동물원 제작 | 전쟁배상금의 희생양

    19장 금속 가공의 명인
    폭스바겐 ‘비틀’의 엔진음 | 길드의 장인 만들기 | 유럽의 모든 물건은 독일로 통한다 |
    대량생산 시대와 길드의 몰락 | 나치의 ‘독일 동력화’ 정책 |
    독일차의 원형 ‘비틀’, 경제 기적을 일구다

    20장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원형, 바우하우스
    국립조형학교의 탄생 | 디자인으로 균형 잡힌 밝은 세상을 꿈꾸다 |
    나치에 의해 폐교당하다 | 바우하우스의 후계자, 이케아


    5부 유례없는 재앙, 몰락을 부르다
    21장 비스마르크의 철혈 정치
    나폴레옹 3세 물리치고 독일 제2제국 출범하다 | 철의 수상, 비스마르크의 등장 |
    부국강병책과 통일 | 삼중 초상화 | 빌헬름 1세의 죽음과 해임

    22장 목격자의 고통
    소리 없는 증언 | 판화가 콜비츠와 ‘직공들의 반란’ | 끔찍한 예언 |
    산 자에서 죽은 자에게로 | 반성 그리고 용서

    23장 통화 위기
    물자부족 시대 | 비상화폐에 담긴 생활상 | 전쟁배상금과 인플레이션 |
    경제불황이 뿌린 비극의 씨앗

    24장 나치의 퇴폐 추방 운동
    도자기 디자이너 그레테 막스의 추방 | ‘독일다운’ 미를 찾아라 | 퇴폐 예술 전시회 |
    영구불변의 유대인 | 고통 속에 살아남은 그레테 막스의 도자기

    25장 부헨발트 수용소 정문
    너도밤나무 숲의 이면 | 각자 제 몫에 맞게 | 수용소 정문 서체에 담긴 의미 |
    서로 다른 부헨발트의 기억

    6부 새로운 독일, 역사를 짊어지다
    26장 쫓겨난 독일인
    1,500만 명의 독일 난민 | 잔혹한 이주 | 손수레와 억척어멈

    27장 파괴된 독일의 재건
    재앙이 지나간 자리 | 맨손으로 재건에 나선 폐허부인들 | 마르크 도입, 이중 통화 경제의 시작 | 마르크 대 오스트마르크의 경쟁 | 독일의 경제 통일 | 마르크 대신 유로

    28장 독일로 이주한 유대인들
    새로운 독일 유대인 | 왕실 비호 유대인 로트실트 | 오펜바흐 공동체

    29장 바를라흐의 천사
    추모 행사 없는 독일 | 전쟁 기념비 제작을 의뢰받다 |
    전쟁 기념비의 새로운 유형 | 천사의 귀환

    30장 새로운 독일
    추모비와 의사당 | 140년 역사의 목격자를 옆에 두고 |
    베를린, 건축으로 꿈꾸는 도시 | 다시 ‘문화국’을 향하여

    마치며 | “역사는 과거뿐 아니라 미래도 내다본다”

    감사의 글
    도판 출처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영국박물관과 BBC가 공동 기획한 역사 프로젝트

유럽사의 서문을 장식한 독일을 가다!


흔히 독일 하면 히틀러와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던 나라를 떠올린다. 혹은 무뚝뚝하고 딱딱한 독일 병정과 무서운 냉전시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이자 영국박물관장인 닐 맥그리거는 “독일은 최근의 시리아 난민처럼 혹독한 난민 시절을 겪었고 합의를 통해 작은 나라들을 이끌어온 느슨한 연합체”라고 말하며 독일의 건물과 물건, 사람과 장소를 통해 유럽사의 중심에 서 있는 독일사를 풀어낸다.


영국박물관과 BBC가 공동 기획한 역사 프로젝트
유럽사의 서문을 장식한 독일을 가다!

세계는 왜 독일에 주목하는가?
201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세계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한 사람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프랑스의 대표적인 통신사 [AFP],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스포트라이트가 향한 인물은 독일의 총리 메르켈이었다. 언론은 하나같이 메르켈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유로존 채무 위기와 시리아 난민 사태에 직면해 메르켈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을 주요 업적으로 꼽았다. 이제 독일은 누가 뭐래도 경제, 정치 등에서도 유럽 대륙을 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나라이다.
하지만 역사의 시계를 100년만 되돌려도 독일의 현재 모습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그들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질러 역사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지 않았던가. 그런 독일이 불과 반세기 만에 물리적, 정신적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 강국이자 정치 리더가 되어 유럽 공동체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국박물관과 BBC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독일은 어떤 나라이고 독일인의 정체성에는 어떤 힘이 숨어 있는지 추적하였고, 영국박물관장이자 이 책의 저자인 닐 맥그리거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보며 그 실마리를 발견한다.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뿐이다.”(본문 43쪽)
저명한 정치 평론가 미하엘 슈튀르머(Michael Sturmer)의 말처럼 “오랫동안 독일에서 역사의 목적은 그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부끄러운 역사조차 분명히 밝히고 이를 단호히 질책하며 미래로 이끄는 자세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을 국제사회가 수용하고, 그들에게 큰 역할을 맡긴 배경이었던 것이다.


독일 역사 인식의 출발점, 기념비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 독일사 산책을 나선 저자는 우선 독일의 기념비에 주목한다. 독일사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때문이다. 나폴레옹 전쟁으로 유럽 대륙이 혼란에 빠진 시기의 기록이 유럽 곳곳에 개선문으로 남아 있다. 프랑스는 유럽을 정복하기 위해 출정하는 나폴레옹의 군대를 새긴 개선문을 파리에 세웠고, 영국은 나폴레옹에 맞서 싸운 웰링턴의 승리를 기리는 개선문을 런던에 세웠다.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국의 입장에서 세운 기념비이다. 물론 독일도 기념비를 세워 나폴레옹 전쟁을 기록으로 남겼다. 하지만 독일이 세운 기념비 중에서 바이에른 주의 도시 뮌헨에 세운 기념비는 파리나 런던의 기념비와는 다르다. 뮌헨 개선문은 ‘바이에른의 군대에게’라는 문구를 새겨 나폴레옹 전쟁 당시 바이에른 군대가 보여준 희생과 그들이 이룬 성취를 기념하고 있지만, 사실 바이에른의 군대는 전쟁 기간 대부분을 오히려 프랑스 편에 서서 같은 독일 민족을 공격하였고,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후에야 비로소 반(反)프랑스 진영에 가담하였다. 뮌헨 개선문에 담긴 승리에는 독일 민족에 대한 배신의 역사도 담겨 있는 셈이다.
지금은 같은 민족이라는 소속감이 강하지만, 1871년 통일되기 전까지 독일 민족에게는 공동의 목표 의식이 거의 없었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큰 울타리 아래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자율적인 국가들로 나뉘어 근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면서 독일 내 국가들은 각자의 이익에 맞춰 때론 연합하고 때론 갈등하며 고유의 지역 역사를 써왔다. 때문에 프로이센의 굳건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여 이후 독일 통일의 초석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프리드리히 대제도 프로이센에서는 영웅이었지만, 프로이센이 성장하는 데 좋은 먹잇감이 된 작센에서는 둘도 없는 악당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수세기에 걸쳐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형성한 다른 나라와 달리,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느슨한 연합체로 천 년을 보낸 독일 역사에서 단일한 민족서사는 결코 써내려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대신 오늘날의 독일인 대부분이 공유하는 독일의 업적과 상처를 씨줄과 날줄 삼아 현대 독일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건물과 물건, 인물과 장소에서 독일의 업적과 상처를 읽다
저자는 독일인 대부분이 공유하는 그들의 업적과 상처를 건물과 물건, 인물과 장소에서 세심하고 흥미롭게 읽어낸다. 그중 가장 오랜 물건은 구텐베르크 성경이다. 15세기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경은 근대 유럽 문화의 토대 중 하나를 제공하였는데, 그때가 독일이 세계사의 흐름에 처음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순간이다.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 가동 활자와 평압인쇄기가 일으킨 인쇄 혁명은 인류가 쌓은 지식을 널리 확산하는 데 기여하였지만, 이는 구텐베르크라는 특출한 개인의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다. 당시 역사 배경이 큰 역할을 하였다. 구텐베르크는 인쇄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면죄부를 인쇄하여 충당하였고, 구텐베르크의 후배 인쇄공들은 60년 후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비판하는 반박문을 인쇄하여 종교개혁에 불을 붙였다. 흥미로운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15세기 마인츠에서 인쇄한 구텐베르크 성경이 가장 오래된 물건이지만, 저자의 산책은 15세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독일민족의 뿌리와 만나는 등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간다. 독일 서북부에 위치한 데트몰트 시 외곽의 토이토부르크 숲에서는 기원후 9년 로마제국의 침략에 맞서 독일 부족을 연합해 싸운 게르만 민족의 영웅 헤르만이 독일인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제1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독일제국 황제가 만든 가짜 샤를마뉴 왕관을 통해 1,000년 넘게 서유럽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퉈온 프랑스와 독일의 외교사를 되짚는다. 그리고 뉘른베르크에서는 길드 체제에서 장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소개하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일으킨 경제 기적의 원동력을 추적하고,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브란덴부르크 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남아 있는 프로이센 왕국과 뒤이은 독일제국의 흥망성쇠가 담긴 역사의 흔적을 찾아간다.
독일사 산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은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이다. 연방의회 의사당은 독일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1871년 비스마르크가 주도하여 통일을 이룬 독일제국의 의사당 건물로 화려하게 건축되었지만 황제와 비스마르크의 견제로 제 역할을 해보지도 못한 채 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나치 정권 아래서는 방화로 훼손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이후 동서 베를린 분단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1990년 재통일 이후 새로운 독일의 연방의회로 다시 태어나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요동치는 독일의 역사


“독일?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못 찾겠습니다.”
이 질문은 외국인이 조각조각 나뉜 18세기 독일 지도를 들여다보며 헷갈려서 묻는 것이 아니다. 독일문학의 거장 괴테와 실러가 1796년에 공동으로 발표한 시집 《크세니엔Xenien》에 등장하는 질문이다. 괴테와 실러가 질문을 던진 18세기는 물론, 20세기에도 독일의 국경선은 쉼 없이 움직였고, 그 안에서 역사는 늘 요동쳤다. 청년 괴테가 독일 예술과 역사의 고유한 특징을 발견한 슈트라스부르크는 프랑스의 도시 스트라스부르가 되었고,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는 현재 러시아의 도시 칼리닌그라드이다. 끝없이 떠돈 국경선과 작은 국가들이 자기만의 역사를 써온 독일의 역사는 시간의 흐름을 좇는다고 해서 독일을 이해하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선별한 건물과 물건, 인물과 장소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역사의 고리들을 하나하나 풀어 가면 독일사의 주요 흐름은 물론 오늘날의 독일과 독일인을 이해할 수 있는 입체적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