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구체적인데, 마음은 왜 다시 추상화되는가

심신일여(心身一如)의 관점에서 본 리사 펠드먼 배럿 이론에 대한 고찰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 구성 이론'은 현대 뇌과학이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분노나 공포, 슬픔 같은 감정은 뇌에 이미 완성된 형태로 저장된 고정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뇌는 신체의 상태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조절하며,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 학습된 문화를 바탕으로 매 순간 감정을 새롭게 구성해 냅니다.

이는 매우 설득력 있는 설명입니다. 한의학의 칠정(七情: 희·노·우·사·비·공·경)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동일한 신체 변화라도, 상황에 따라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기쁨()이나 놀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신체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의미를 부여해 감정을 구성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떠오릅니다. 감정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구성된다고 해서, 마음의 근본적인 구조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진화로 구체화된 몸, 추상화될 수 없는 구조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몸이 결코 추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몸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매우 구체적으로 조직되어 왔습니다. 호흡계, 소화계, 면역계, 내분비계 등은 하나의 생명체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각자의 고유한 역할과 조절 방식을 지닌 채 철저히 분화되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생명 현상으로 본다면, 이토록 구체적으로 나뉜 신체의 기능적 구조가 정신의 구조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배럿의 이론은 뇌가 다양한 신체 신호를 통합해 쾌/불쾌, 각성/이완 같은 ‘정동(Affect)’이라는 일반적인 상태를 만든다고 봅니다. 복잡한 신체 상태를 단순하게 요약하는 이 방식 자체는 유용합니다. 문제는 서로 다른 신체 변화가 동일한 정동으로 묶일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똑같이 ‘불쾌하고 긴장된 상태’에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호흡계와 심혈관계의 변화가 원인이고, 다른 사람은 소화계나 내분비계의 변화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정동의 차원에서는 둘 다 ‘불쾌함’으로 요약되겠지만, 그 이후에 나타나는 주의력의 방향, 기억의 활성화 방식, 행동의 충동 등 세부적인 정신 활동까지 모두 같을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동이 신체 상태를 훌륭하게 요약해 주더라도, 정신의 구체적인 구조까지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구성하는 뇌 역시 ''이다

배럿의 말처럼 뇌는 능동적입니다. 수동적으로 자극을 기다리지 않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현재를 구성합니다. 그러나 뇌가 생물학적 조건에서 완전히 벗어난 자유로운 존재는 아닙니다. 뇌 역시 몸의 일부입니다.

뇌가 정신을 구성할 때 사용하는 재료는 백지상태가 아닙니다. 이미 오랜 진화 역사를 거쳐 기능적으로 철저히 분화된 살아있는 몸입니다. 따라서 뇌가 정신을 구성하는 범위와 가능성은, 애초에 조직되어 있는 신체 구조에 의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박쥐처럼 반향으로 세상을 감각할 수 없듯, 생물학적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정신을 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칠정(七情)과 오신(五神)의 차이

이러한 한계를 한의학의 언어로 풀어보면 칠정(七情)과 오신(五神)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칠정(七情): 희·노·우·사·비·공·경이라는 '감정의 변화'입니다. 상황과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배럿의 감정 구성론과 궤를 같이합니다. , "무엇을 느끼는가"의 영역입니다. 

오신(五神): 오장(····)의 구체적인 생리 상태에 배속되는 신····(····)를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의식, 무의식적 지각, 본능적 반응, 인지와 기억, 근원적 의지 등 인간의 정신 활동을 규정하는 '기본적인 구조와 양상'입니다. , 생리적 토대 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사고하는가"를 결정하는 근원적 영역입니다.

결과물로서의 감정(칠정)이 유연하게 구성된다는 사실과, 정신 작용을 지탱하는 생리적 뼈대(오신)까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는 주장은 이처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심신일여(心身一如)가 던지는 본질적 질문

한의학의 심신일여(心身一如)는 단순히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두 가지로 나누는 이분법 자체를 넘어서는 명제입니다.

“신체의 신호를 뇌가 해석해 마음을 만든다”는 인지과학의 설명에는 여전히 신체, 해석자(), 마음이라는 분리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심신일여의 관점에서는 뇌의 인지 과정 역시 전신의 생명 활동과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생명 작용이 신체의 측면에서는 생리적 기능(오장)으로, 정신의 측면에서는 정신적 기능(오신)으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배럿의 이론은 언어와 문화가 감정을 어떻게 빚어내는지 훌륭하게 증명해 냈습니다. 이를 수용한 바탕 위에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해야 합니다.

“”감정을 구성하는 주체인 인간은 애초에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리고 그 진화적으로 분화된 몸이 인간 정신의 가능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제한하는가

 

몸과 마음은 서로를 만들어내는 두 개의 부품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하나의 생명입니다.

 

丙午夏 溫谷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