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글 쓰기 훈련을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 네 주가 지나고도 한 주가 더 지나서 합이 다섯 주다.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점검할 때가 온 것 같아서 달력에다 내가 글을 올린 날들을 표시해 보았다. 5월 첫째주에 두 편, 둘째주에 세 편, 셋째주에 두 편, 넷째주에 세 편, 다섯째주에 두 편, 그리고 지난주에 두 편이다.
지난달 4일에 글쓰기 훈련을 선언하던 당시의 목표였던 한 주마다 세 편씩 올린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한 상태이고 아 직 쓰지 못한 글이 세 편이나 밀려있다. 학기말이 되고 연구실에도 일들이 있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못 올리고 있었지만 사실 못 올리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사이에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이용하여 글을 쓰지만, 쓰고나서도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박문호 박사님이 나에게 주신 임무(?)는 문체를 변화시키라는 것인데 그 때문에 요즘들어 수정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들어간다. 바꾼다고 바꾼 글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올린 글도 실패인가 보다.
나의 글 들은 날마다 새로워지지 않고 매번 등장인물만 바뀔 뿐 똑같은 형식의 드라마 같았다. 드라마는 몰입하게 하는 요소들이라도 있지만 나의 글은 그마저도 부족했다. 그리고 '양'적으로 치중하다보니 그저 습관적으로 '무정란' 같은 글을 낳고 있었고, '질'적으로 알찬 '유정란'같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들을 읽어야 했다.
문학에는 영 관심이 없었던 나였기에 그런 책이 우리 집에 있을리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방을 둘러보다가
한 구석에 쌓아둔 [창작과 비평]을 보았다. 그래, 이거다 !
작년 가을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학교 내에서 '창작과 비평'사 직원들이 판촉 행사를 하고 있어서 공대생의 메마른 감성에 촉촉한 비라도 뿌려볼까 하는 생각에 1년치 정기구독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권씩 날아온 '창작과 비평'은 방 한구석에 쌓여만 갔고 심지어 두 권은 포장조차 뜯지 않은 채로 여태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 것이다. 신청하기를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인문 쪽에서 '창비'하면 꽤 큰 출판사인 모양이다.그리고 창비 출판사에서 내는 '창작과 비평'은 시, 소설, 문학 평론 등을 실은 문예 정론지이다. 문학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 써내는 글들이니 수준 또한 높은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훈련은 하나의 모듈이 온전히 형성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효과가 있다. 글쓰기 모듈을 형성하기 위한 영양분을 잘 섭취해 보아야겠다.
이 글은 한 번 수정되었습니다.
오늘 무심코 벽에 써진 " 지혜롭게 집중하자"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참을 생각 했습니다.
지혜롭게 집중하자가 무슨 말인지 말입니다.
지혜가 뭘까부터 고민을 하였습니다.
무엇을 지혜라고 하는 걸까
기억을 기반으로 한 지식이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구현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억은 신경세포에 의해 일어나고
신경세포가 하는 일은 정확하게 전기적 주파수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일련의 과정은 순서를 가지고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에서
착안했습니다.
기억이 순서를 가지지 않고 일어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밥을 먹는 순서, 말하는 순서, 노래의 순서, 모두가 순서의 연속입니다.
지혜는 결국 언제 말하고, 언제 행동하고, 어느 장소에서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Timming에 관한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순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입니다.
훈련이 필요합니다. 연암 박지원의 글을 아는 것은
병법을 아는 것과 같다 글을 좋아합니다.
글자라는 병사를 모아 구절을 만들고, 구절들을 모아 장을 만든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어떻게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글자들을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에 임하는 필사의 각오로 생각이 원하는 글자로
의미되어 휘날리기를 바랍니다.
글쓰기의 고뇌가 읽혀집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글들에서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자극을 받으며,
때로는 유익하게,
때로는 내문제같이
잘 읽고 있어요.
앞으로의 글들 기대됩니다.
화이팅입니다.^^*